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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신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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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Circle
작품등록일 :
2023.04.11 20:07
최근연재일 :
2023.05.18 10:2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4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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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0,232

작성
23.04.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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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 4화: 부활(4)

DUMMY

진군을 명령한 직후,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는 손을 내민 채 무언가를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워드. 토커들이 사용하는 힘을 지닌 말이다.


그 힘의 기원은 이름모를 남자가 마신과 겨룬 것보다도 전의 먼 옛날.

신대의 역사를 연구하며 유적지를 조사하던 12명의 현자들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오랜 시간에 걸친 여정 끝에

‘성검’,‘프로토게노이’,‘마그눔 오푸스’등의 역작을 만들어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아무도 본 이가 없어 전설 속의 위업으로 취급되며,

그로인해 12명의 현자들이 남겼다고 하는 것 중 실체가 있는 것은 두 가지.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자에게 내려진 힘’과

‘힘이 없는 자들에게 남겨진 힘’이라 불리는 그것들은

세계의 위기를 감지하여 그 위기를 막을 대적자, 용사를 선별하는 검인 ‘성검’과.

남자가 있던 세계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사용한 무기가 된 힘인 ‘워드’다.


현실을 비트는 힘을 말로 내뱉어 초현실적인 일들을 행사하는 워드,

그 원리의 시작은, ‘말에 힘이 깃든다’는 원칙에서 비롯된다.


다만 이 원칙은 인간이 어떤 형체를 구분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약속된 이름을 붙이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워드가 가진 힘은 인간이 자신들의 언어로

불을 ‘불’이라 호칭한 것에 깃드는 것이 아닌,

태초에 신이 세상을 만들 때 각각의 개념이 섞이지 않도록

분리하여 구별한 절차에 담기는 것이다.


그것을 인간의 말로 풀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바꾸는 것이 워드이며,

그것을 사용하는 자들을 토커라 부른다.


그 강력한 힘과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자가 많지 않았기에,

과거에는 한 기사단에서조차 토커들은 4,5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한 명이라도 해도 임퓨어와 대군에게 보호받는 적을

만전과 비교하여 100분의 1도 안되는 몸상태로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은,

남자에게 있어 상당히 불리했다.


‘지여조차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군,’


귀영으로 기술을 전환하였을 때 이미 몸은 삐걱대고 있었지만,

거기서 다시 지여로 전환한 것으로 다른 낭일의 형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위기를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남자는 다만 주변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하나씩 베어넘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에 최소한의 일격으로 숨이 끊어진 적들의 시체가 뒹굴며 쓰러졌으며,

남자는 워드를 준비하는 로브의 인물을 목표로, 계속해서 허공에 피를 흩뿌렸다.


‘워드를 날리는 순간 베어가른다. 할 수 있어, 못하면 죽을 뿐이다.’


그런 각오를 다진 남자는 눈동자에 불꽃이라도 튀는 듯한 기세로 천천히 걸어갔다.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오직 덤벼드는 적들을 죽이는 모습은

흡사 폭탄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처럼 무모했다.


그렇기에 근처에서

육중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도 아랑곳않고 전진하던 남자를 향해,

검은 안개 세 덩어리가 소용돌이를 그리며 날아왔다.


그 공격을 응시하며 검을 더욱 강하게 쥔 채 준비하던 남자는

순식간에 누군가의 팔에 붙들려 옆으로 날아갔다.


그 덕분에 공격은 남자가 조금 전까지 있던 곳에 부딪혀

거대한 불기둥이 되었지만,

그는 밝은 불길을 바라보며 낭패한 기색으로 생각했다.


‘...실수했군, 잡혔다. 무언가에 끌려가고 있는 건가?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떨어뜨리면....?’


만약 이때 그의 몸상태가 만전이었다면,

남자를 붙든 팔은 잡은 순간 잘려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집중하던 그는

바로 옆에서의 습격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덕분에 머리 위에서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꽉 잡으세요!!”


..그 목소리는 기억에 남아있다.

오래전의 과거가 아닌, 다시 깨어난 뒤 최근에 들었던 목소리.


-그래, 분명 그 이족보행 도마뱀 임퓨어에게 죽을 뻔했던 병사다.


‘하지만. 어째서 이 자가 옆에서부터 나타나 나를 낚아챈 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발치를 내려다보자,

그곳에는 땅에 끌리고 있는 거대한 추가 보였다.


다만 갈고리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있는 그 형태는,

마치 선박에 사용하는 앵커 같았다.


그것을 확인한 뒤 병사를 보자,

그는 나를 붙든 채 앵커(?)에 달려있는 사슬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슬은, 저 멀리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는 무언가와 이어져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서 전사들이 점차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앵커에 끌려 만들어지는 흙먼지로 인해 그들의 모습은 곧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곧 그는 로브를 입은 사제가 사용하는 워드의 사정거리마저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남자는 저 앞에서 말을 상회하는 속도로 자신들이 매달려 있는 앵커를 끌고 있는

물체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하지만 먼지가 자욱한 곳에서는 어렴풋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고,

지여조차 사용할 수 없는 신체로서는 전방의 물체를 확인할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우선은, 이 행동은 저 장소에서 나를 빼내온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 그는 자신을 붙들고 있는 병사를 바라보며, 의아한 기색으로 생각했다.


’..이 자가, 나를 구한건가?‘


그 사실에, 그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강해진 뒤부터는 언제나 남을 구하는 일만 행해왔고,

위기에 처하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지 않았던 남자로서,

그것은 낯선 경험이었다.


다만 그것을 깨달은 뒤,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또 혼자서 무모한 짓을 벌였던 건가?‘


한번 마비되었던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자,

그 뇌리의 순환은 남자에게 냉정을 찾도록 만들었다.


’빌어먹을. 마신과의 전투에서 얻은 교훈은 내팽개치고,

나는 또 과거의 버릇대로 행동하고 있었던 것인가.‘


..내가 마신에게 패배했던 것은, 혼자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한 명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나는 죽음의 직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기적과도 같은 두 번째 생에서,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했는가.‘

그 사실에 자신에 대한 혐오로, 나는 푹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러자 이런 한심한 놈에게도, 걱정의 말이 들려왔다.


“저기,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이제 곧 골짜기를 벗어나면 정비를 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만 불편한 자세로나마 실례하겠습니다”


나를 구해주었던 병사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 나는 대답해야 한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닌, 바로 나다.


그러니 나는 힘이 없음에도 나를 구해준 이 남자의 용기에 감사를 표해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입이 붙은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 말을 꺼내려 했건만,

목소리가 목구멍에 걸리기라도 한 듯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 사실에 당황하여 몸은 병에라도 걸린 듯 땀이 배어나오고,

머릿속은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 이건..어느샌가 독에 당했던 건가?

아니면 그 자의 워드에 다른 부작용이 있었던가?‘


그는 냉정한 얼굴로 자신의 이상을 분석하려 했지만,

부상 이외에 몸은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이건 위험하다, 이 독이 전염되는 거라면 뛰어내려서라도

나를 잡고 있는 이 병사에게 멀어져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매단 채 끌리고 있는 앵커의 속도를 가늠하던 중,

그는 물방울이 시야에서 흩날리는 것을 목격했다.


‘..비가, 오는건가?’


그리고 그 기원을 따라 무심코 고개를 올렸을 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를 구한 병사는, 하염없이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 눈물은 과거에도 수없이 봐왔던 것이었다.


때로는 공격당했던 마을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이,

혹은 임퓨어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눈앞의 남자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목숨을 구한 것에 대한 안도, 구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자책,

그들의 눈물은 그 모든 것이 혼합되어

엉망진창이 된 자들이 쏟아내는 감정의 응어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있어 스스로의 실패를 의미했다.


‘..그런가, 이들은, 나는, 패배했구나.’


그렇게 생각한 남자는 골짜기를 빠져나갈 때까지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병사에게

한 마디 말도 꺼낼 수 없는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곱씹었다.

그러다 골짜기의 출구가 보일 때쯤,

그를 붙잡은 병사는 퉁퉁 부은 얼굴로 억지로 밝은 웃음을 꾸며내며 말을 건넸다.


“저기...그때는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 말에,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지키고자 했던 자가 진심으로 웃기는커녕 방금전과 같이 눈물 흘리는 상황에서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로서는 그 정도 행동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병사는 남자의 행동을 ‘괜찮다’ 정도로 해석했는지,

사슬을 붙잡은 채 먼지가 가득한 앞쪽을 응시했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가득한 말들을 토해내려 애쓴다.

하지만 말들은 입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감사합니다’,‘아뇨, 별 말씀을요.’,‘저보다는,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스승이 상처입은 자들을 달래며 말했던,

사람이 사람의 고통을 위로하던 말은 분명 내 머릿속에도 기억되어 있건만,

그 말이, 마치 엉망으로 꼬인 실 뒤편에 있는 것처럼 목 안쪽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어째서인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 속 변명에, 나는 되묻는다.


-그렇다면 내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 병사를 능숙하게 위로할 수 있는가?-

스스로 생각해도 허무할 정도로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못한다.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피해를 입은 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로 내 손이 닿는 대부분의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할 수 없는 자들이 있었다.


그 자들에게, 나는 스승처럼 멈춰서 그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않았다.

오직 내 패배를 곱씹으며,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도록 더 처절하게 발버둥쳤다.


그러나..그 힘이 모두 사라지자, 남은 것은 이것뿐이다.

동료를 잃은 병사의 앞에서 머리가 굳어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하는 얼간이다.


그때 문득, 마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뒤 떠올렸던 스승의 말이 다시금 기억났다.


‘나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 네가 강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바뀌지 않은거냐?’


나를 책망하는 것도, 내 의지를 묻는 것도 아닌, 살짝 서글퍼 보이는 그 물음을,

나는 여태껏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우는 것이 늦는 제자는,

그 의미를 두 번째로 얻은 생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스승은, 처음부터 내 문제를 알고 있었구나.’


다른 이가 휘말리는 것이 두려워 인연을 맺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내 발목을 잡을 것임을, 스승은 이미 걱정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줍짢은 힘을 믿고,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자만했다.


‘..그것을 깨달은 이상, 나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나는 마지막에 사람과의 유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가

마신을 쓰러뜨리기를 기도했다.


다만 그 기도가 이루어져 마신이 쓰러졌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으로서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마신이 살아있었다면

인간은 모두 멸종했을 것이니,

아마 그 자의 야망은 이뤄지지 않은 듯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세계에는 아직 붉은 표식을 지닌 토커나 임퓨어와 같이

사람의 평화를 방해하는 무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와 같이 압도적인 힘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스승이 내게 바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전혀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목숨을 구해줬던 병사에게 이번에는 내가 구해졌던 것처럼,

나는 흉내낼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던 스승의 방식을

이제라도 따라잡아야 한다는 목적이 머릿속에 생겨났다.


지금으로서는 이토록 한심한 꼴이지만,

과거에 못했던 만큼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한다면....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새롭게 얻은 이 삶이,

스스로의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 추를 끌고 있는 것의 목적지가 어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곳에는 아마 마을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태세를 정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치료를 받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 현상을 해결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만큼

다른 이들과 많은 인연을 쌓는 활동의 첫걸음으로,

우선 이 병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그러자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긴 것일까,

나는 아직 바위벽밖에 보이지 않는 골짜기를 두리번거리며 그 건너편을 떠올렸다.


‘분명 이 근처는...’비타의 숲’이 있던 곳이었지.’


자신이 패배했던 마신과의 결투를 떠올리자,

남자는 고개를 앞으로 되돌려 점차 가까워지는 골짜기의 사이를 바라보았다.


과거 그들의 결투가 마무리된 곳은 생명수(生命樹) 비타가 시야에 보이는 장소였다.

그것은 대륙 전체에 뿌리를 내려 생명을 공급하는 모든 숲의 원천으로,

남자는 생명수를 파괴하려고 했던 마신을 막으며 싸우다

비타가 멀리 보이는 장소에 이르러 그 자에게 패배했다.


‘비타가 무사하다면..그때의 광경은 변하지 않았을까.’


마신이 인간세상을 멸망시키지 못했다면,

혹시 다른 누군가가 마신을 쓰러뜨렸다면,

자신이 아는 세상만은 변치 않았을까라고,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대를 품었다.


그가 비타의 숲을 지키려고 한 것은 생명수가 대륙의 숲에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장소였기 때문이었으나,

그 이외에, 그 장소가 그에게 있어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스승은, 저 비타의 아래에서 아내분과 결혼했었지.’


..나는, 과거의 아련했던 행복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인간들이 살아있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을 보충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희망에 젖어 있었다.


-그렇기에, 너무나 마음이 풀어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현실이란,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더 참혹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 결과가, 골짜기를 빠져나온 뒤 내 눈앞에 들이대진 풍경이었다.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으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다만 아득한 허망함에, 나는 무심코 힘이 풀려 앵커에서 떨어질 뻔했다.


옆에 있던 병사가 나를 부축하여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놀란 표정으로 무어라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뇌리에 들어오는 말은 ‘눈’이나 ‘몸’같은, 단편적인 말들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지독한 이명과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리는 통에,

숨조차 쉬기 버거웠다.


그럼에도 뇌리는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

나는 어느샌가 떨구고 있던 고개를 다시금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야의 경치는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


저 멀리에 희미하게 보이는 비타는, 과거와 같은 장소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아는 것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져 있었다.


..하늘 끝에 닿아있을 것 같은 웅장함과

넘쳐나는 생명을 대지에 흩뿌리는 생명수는 이제 없었다.


그 대신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한때 생명수라 불렸던 비타가,

...구름을 뚫고 솟아있었던 비타가 새까맣게 그을린 채

반으로 부러진 고목이 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아득할 정도로 넓은 황야갸, 다만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너무나 어리석었다.’


마신에게 한번 졌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내게 간단한 사실을 전하고 있었다.

-인간은 생환했지만, 세상은 멸망했다는 것을.


‘스승, 어떡하지? 기껏 인연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는데,

...어쩌면 나는, 너무 늦어버린 건지도 모르겠어.’


“..젠장, 나는, 이 빌어먹을 놈은, 대체 무엇을...”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쥐어짜듯이 내뱉었다만,

드디어 목소리가 입에서부터 튀어나왔다.


‘나를 옮기는 이들을 제외하고, 인간은 얼마나 살아남은 거지?’


그러나 내 목소리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고,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흔들리더니,

귓가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도 부질없이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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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25화: 위기, 다시 한 번 23.05.18 9 0 13쪽
24 제 24화: 원치 않았던 조우 23.05.18 9 0 13쪽
23 제 23화: 잠입 23.05.18 9 0 12쪽
22 제 22화:뜻밖의 위기 23.05.18 9 0 14쪽
21 제 21화:돌입 23.05.18 10 0 15쪽
20 제 20화: 입구에서(2) 23.05.18 9 0 12쪽
19 제 19화:입구에서 23.05.18 14 0 13쪽
18 제 18화: 도착, 그리고 진입 23.05.18 7 0 10쪽
17 제 17화: 옛날 이야기(2) 23.05.18 8 0 15쪽
16 제 16화: 옛날 이야기 23.05.18 8 0 12쪽
15 제 15화:여정(3) 23.04.25 14 0 16쪽
14 제 14화: 여정(2) 23.04.24 13 0 15쪽
13 제 13화:여정 23.04.23 16 0 13쪽
12 제 12화:출발(2) 23.04.22 18 0 11쪽
11 제 11화: 출발 23.04.21 19 0 13쪽
10 제 10화: 의뢰(3) 23.04.20 22 0 12쪽
9 제 9화:의뢰(2) 23.04.19 22 0 15쪽
8 제 8화: 의뢰 23.04.18 22 0 12쪽
7 제 7화:만남(3) 23.04.17 23 0 14쪽
6 제 6화: 만남(2) 23.04.16 25 0 13쪽
5 제 5화: 만남 23.04.15 24 0 15쪽
» 제 4화: 부활(4) 23.04.14 28 0 17쪽
3 제 3화 부활(3) 23.04.13 30 0 16쪽
2 제 2화 부활(2) 23.04.12 4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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