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2ndCircle의 서재입니다.

아싸신 분투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dCircle
작품등록일 :
2023.04.11 20:07
최근연재일 :
2023.05.18 10:2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40
추천수 :
0
글자수 :
190,232

작성
23.04.11 20:11
조회
68
추천
0
글자
11쪽

제 1화: 부활(1)

DUMMY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감각이 둔해진 와중에도, 몸이 추락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무기는 어디로 갔는지,

빈 손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나는 패배했다.

그리고 나는, 곧 죽는다.


“...............”


그런 사실들을 생각하며, 남자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공허하다’라는 말을 형태로 나타낸 것처럼,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몸은

더 이상 회복을 운운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거기에 쐐기를 박듯, 그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래도 죽음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느껴졌다.

그 사이에, 그는 시선을 위로 올려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결국 이기지 못하다니...’


한쪽 눈이 사라져 반절밖에 보이지 않는 시야로,

남자는 그 시선 너머에 있는 것을 응시하며

뿌드득 이를 갈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그가 상대하던 적.

분명 그 모습은 인간 남성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부정하듯 그 자의 눈은

금색의 동공을 검은자위가 감싸고 있는 역안이었고,

무엇보다 그 등 뒤에는, 거대한 광륜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 자태는 마치 지상에 강림한 신과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정답에 가까우며,

동시에 가장 오답에 가깝기도 했다.


신이긴 해도,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애나 애정도 아니고, 멸시나 모멸도 아닌,

마치 인형같은 눈동자.

하지만 그 행동 하나하나는 파괴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마치 죽음이 형체를 이룬 듯

흉흉하기 짝이 없는 기세를 가진 그것의 정체는

생명체를 멸하기 위해 지상에 나타난 ‘마신(魔神)’,


적어도 남자와 그의 적들은 그러한 이름으로 그것을 호칭했다.

그럼에도 남자는 신살(神殺)을 목표로, 그러한 존재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는 겸손하게 생각해도,

세상에서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니 그 정도의 실력이 있었기에,

그는 이길 확률보다 질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전했다.

너무나도 멍청한 짓이었지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스승, 아무래도 당신이 짊어지고 있던 짐은 나로서는 너무 무거웠나 봐.’


투정처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뜨지 못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는 눈을 깜빡이는 정도였다.


그동안, 눈꺼풀 뒤의 어둠 속에서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나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

네가 강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바뀌지 않은거냐?’


너무나도 반가운 목소리였다.

스승, 내 가족이자, 은인이자, 존경하는 사람이자, 가장 소중한 이.

죽음이 가까워지자, 그 말이 여느 때보다도 생생하게 들렸다.


하지만 뇌리에 떠오른 그 목소리는 어딘가 슬픈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하필이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그 말이라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은 스승과 나눈 마지막 대화였기 때문이었다.


‘..뭐, 나도 곧 스승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내가 가장 지키고 싶었던 그 사람은 이미 죽어버렸다.

아주 오래전에,


그로인해 남은 것은 스승에게 전수받은 기술과

그의 사상이 새겨진 내 몸뚱아리 뿐이었다.


뭐, 이제 죽으면 그 마지막 유산도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스승은 내게, 인간을 지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지키고,

그 희망의 등불이 되는 존재인 ‘용사’의 제자로서,

나는 그가 평생 걸어왔던 길을 나 또한 따르려 했다.


하지만 나는 요령이 없어서,

어떤 인간을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대다수의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를 없애는 것’이

인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 가치관에 따라, 마신은 지금까지 중 가장 위험한 상대지만,

지금까지 중 가장 인간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싸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아무도 모른다 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세상의 위기를 아무도 모른 채

평온하게 지내기를 바랬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이 휘말리는 것이 두려웠기에,


혼자서 강해지려 했다.

내게는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나는 스스로의 억지가 통용될 정도의 강한 힘이 필요했다.


소중했던 사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스승에게서 받았던 이름마저 버리고 그 가르침만을 몸에 새긴 채,

악인을 제거하며 어둠 속에서 누구와도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하다, 나는 스스로의 한심함을 슬쩍 비웃었다.


‘..미안 스승, 당신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좀 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 패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곱씹었다.

그의 인생 중 가장 강한 적과의 사투, 그 시작은 어느 산맥에서부터였다.


아마 사람들 사이에서 그 결전은 천재지변 정도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남자의 모든 것을 건 사투였다.


그러나 그 전투의 결과는 지금, 남자의 패배로 끝났다.


마신은 몸 곳곳에 상처를 입고 한 팔을 잃었지만

여전히 남자를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반면,

그는 승패를 가른 치명상으로 인해 힘없이 골짜기로 떨어지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광신도교들을 베어넘긴 끝에, 마신에게 도달했다.

기이한 인연, 후회, 상처, 그 모든 것을 몸과 마음에 짊어지고,

그 악의 근원 앞에 섰다.


그 뒤로는, 계속해서 싸웠다.

구름이 찢어져 하늘이 드러나고, 땅이 갈라져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대체 몇 날 며칠을 싸웠는지도 가물거릴 정도로, 그저 한결같이 덤볐다.

몇 번을 죽을 뻔했는지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그 얼굴에 몇 백번이나 검을 휘둘렀던가.

결코 닿지 않는 검에 몇 천번이나 자신의 약함을 증오했는가.


그 생과 사의 경계 속에서 그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러,

마침내 목표인 신살에 손이 닿을 정도로 접근했다.


....하지만 한 수, 단 한 수가 부족했다.

남자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팔 두 개와 다리 두 개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범주 안에 있는 것 뿐이라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던 거야..’


그 결과가 이것이다.

치명상을 입고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에 묻혀 사라지는 것.

아무리 힘을 주려 해도, 이미 반송장인 몸으로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강하게 소망했다.

지금까지 믿지 않았던 만큼 더욱 간절하게,

누구에게 바치는 것인지조차 모를 기도를 올린다.

신이시여, 만약 당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저 자를 막을 수 있는 자가 나타나기를.

나와 달리 사람과의 유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가,

저 악의 화신을 쓰러뜨리기를.’


그것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암전해가는 시야 속에서,

남자는 점차 힘이 빠져가는 몸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


그러다 전신을 휘감은 옅은 진동에,

나는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의식을 각성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잠과 비슷하다고 표현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기상까지 포함할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나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 전체가 무언가에 짓눌린 듯 무거운 것이,

영혼만 남은 상태 같지는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다시금 몸에 진동이 전해져오자,

나는 자신이 흙 속에 묻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나는 어째서 죽지 않았는지에 대한 것이나,

마신이 결정타를 먹이지 않았는지에 대한 생각조차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아직 나는, 살아있다!’


그런 생각으로 남자가 팔을 움직이자,

삐걱이기는 해도 무언가 들썩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지진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듯 땅이 흔들려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그것이 오히려 살아있다는 실감을 더해주었다.


‘설마, 사람들이 마신과 대적하는 중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한시라도 빨리 가세해야 한다는 생각에,

남자는 땅 속으로 올라가기 위해 몸부림쳤다.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그를 더 급히 움직이게 했다.


마치 매미처럼,

남자는 이를 악물고 땅 위로 올라가려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송장과도 같은 사지에 억지로 힘을 주며, 손으로 흙을 파헤쳤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무너진 흙더미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어왔다.


‘공기다!!’


하지만 그것에 기쁨을 느끼는 한편,

그는 그와 비슷할 정도로 경계의 마음을 품었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무너진 흙더미 사이로 보이는 풍경에는,

밤하늘이 언뜻 보이고 있었다.


마신에게 마지막으로 당했을 무렵이 새벽녘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간이 제법 많이 지난 듯 했다.


거기에 무엇보다, 아무리 땅 속에 제법 깊게 묻혀 있었다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남자를 긴장케 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면 이 정도 깊이에 묻혀있던 것은 이상하지 않지만,

어째서...마치, 몸에 힘이 사라진 것처럼...’


그럼에도 그는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두려움을 애써 욱여넣으며,

마침내 땅 위를 향해, 힘차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


......자신이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은 질릴 정도로 똑똑히 알고 있었다.

마신과 싸울 때도, 어두운 면모는 늘 내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한 그날 이후로,

나는 마음을 꺾어버릴 것 같은 감정을 내면에 봉하고

계속해서 잊으려 노력했다.


싸움에서조차 따라붙는 후회와 자신에 대한 의심, 자기혐오가

팔과 다리를 붙잡지 않도록 계속해서 떨쳐내려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과거의 기억들을 무시할 수도, 괜찮은 척 속일 수도 없었다.


나는, 그런 한심한 남자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되는 거였는지는 나도 잘 몰랐지만,

마신에게 당했을 때조차 느끼지 못했던 공백이 내 뇌리를 지배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머리가 백지가 될 정도로 내가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밖에서 보는 나는, 구멍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원래라면 바로 주변의 상황과 몸상태를 점검했겠지만,

나는 그저 멍하니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전에 스승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내 장점은 사물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지만,

단점도 마찬가지라고,


그 말의 뜻을, 나는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컨대, 나는 냉철하게 분석해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면

뇌가 정지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주변과 현재 내 몸상태를 분석하여 결론을 내렸다.


...내 주변에서, 인간들의 무리와 무리가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알몸으로 땅 속에 묻혀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싸신 분투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제 30화: 광룡光龍 23.05.18 15 0 17쪽
29 제 29화: 이무기 23.05.18 21 0 15쪽
28 제 28화: 검劍 23.05.18 11 0 18쪽
27 제 27화: 자각, 각성 23.05.18 9 0 16쪽
26 제 26화: 불길한 발견 23.05.18 9 0 15쪽
25 제 25화: 위기, 다시 한 번 23.05.18 9 0 13쪽
24 제 24화: 원치 않았던 조우 23.05.18 9 0 13쪽
23 제 23화: 잠입 23.05.18 9 0 12쪽
22 제 22화:뜻밖의 위기 23.05.18 9 0 14쪽
21 제 21화:돌입 23.05.18 10 0 15쪽
20 제 20화: 입구에서(2) 23.05.18 9 0 12쪽
19 제 19화:입구에서 23.05.18 13 0 13쪽
18 제 18화: 도착, 그리고 진입 23.05.18 7 0 10쪽
17 제 17화: 옛날 이야기(2) 23.05.18 8 0 15쪽
16 제 16화: 옛날 이야기 23.05.18 8 0 12쪽
15 제 15화:여정(3) 23.04.25 14 0 16쪽
14 제 14화: 여정(2) 23.04.24 13 0 15쪽
13 제 13화:여정 23.04.23 16 0 13쪽
12 제 12화:출발(2) 23.04.22 18 0 11쪽
11 제 11화: 출발 23.04.21 19 0 13쪽
10 제 10화: 의뢰(3) 23.04.20 22 0 12쪽
9 제 9화:의뢰(2) 23.04.19 22 0 15쪽
8 제 8화: 의뢰 23.04.18 22 0 12쪽
7 제 7화:만남(3) 23.04.17 23 0 14쪽
6 제 6화: 만남(2) 23.04.16 25 0 13쪽
5 제 5화: 만남 23.04.15 24 0 15쪽
4 제 4화: 부활(4) 23.04.14 28 0 17쪽
3 제 3화 부활(3) 23.04.13 30 0 16쪽
2 제 2화 부활(2) 23.04.12 40 0 14쪽
» 제 1화: 부활(1) 23.04.11 6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