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각모음L 님의 서재입니다.

노년에 맛본 기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조각모음L
작품등록일 :
2020.11.14 17:52
최근연재일 :
2020.12.06 02:5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813
추천수 :
41
글자수 :
67,930

작성
20.11.15 16:19
조회
51
추천
3
글자
13쪽

사교도 토벌작전(2)

DUMMY

사교도 토벌작전(2)


1


한 노인이 거대한 호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찹찹한 표정으로 자신의 교단의 상징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나이다. 여신이여.”


노인은 이미 사라진 ‘유지의 교단’의 마지막 사제였다. 그와 함께했던 동료들은 이 빌어먹을 세계의 신에게 개종했거나 죽었다.


노인은 그리웠다.


과거에 전 대륙인 유지의 여신을 찬양하며 시대를 그리워해 그릇된 자들과 손을 잡았지만, 지금으로서는 후회가 된다. 과연 여신이 이런 짓을 원해서 자신에게 권능을 나누어 줬던 것일까? 하지만, 이미 늦은 후회다.


이 알테라에 전이하면서 가지고 온 성물들을 빻아 이 연못에 넣었으며 자신을 제외한 신도들을 희생해 권능을 강화했다.


노인은 호수 속에 잠긴 괴물을 보며 신음을 삼켰다.


그런 노인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미 물러설 수 없습니다.”

“알고 있네. 이 일그러진 세계를 바로잡기 위해 어떤 오명을 뒤집어서 쓴다고 해도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했네.”


노인의 말에 남자는 싱긋 웃었다.


인간은 자신이 선하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이라도 벌이는 존재다. 그러기에 재미있다.


“올라운더의 최종조정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올라운더.

조직이 세상을 뒤엎기 위해 준비중인 괴물이다. 지금 이 호수 안에 잠겨 있으며 만약 이들이 말한다고 완성이 된다면 왕국쯤은 혼자서 멸망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얼마나 혈향을 뿌리며 비명으로 세상을 뒤엎을까? 남자는 생각만 해도 짜릿한 감정에 하반신이 묵직해졌다.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할 때.


-콰아앙!!


밖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2


어차피 들킨 거 조금이라도 숫자를 줄인다! 폭염탄이 아깝긴 하지만 목숨이 더 소중하다.


폭염탄에 의해 목조건물이 갈기갈기 부서지며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중간에 사람의 육편이 튀어 투두둑 땅에 떨어졌다. 사교도들은 폭발의 여파에 정신을 못 차렸으니 이것은 곧 기회가 되었다.


마티스는 앞으로 튀어나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사교도 한 명을 배었다. 아까부터 노리고 있던 고위급 사교도다.


“커억!!”


본래 그는 ‘드루이드’이며 숲의 신을 믿는 사제였다. 단체전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보이지만 실전 경험이 없었기에 간단히 틈을 보였고 그 대가로 죽음을 맞이했다. 사교도들은 이내 정신을 차려 자신들이 믿는 신의 권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위급 사교도들의 숫자를 보았다. 권능을 가진 사교도는 네 명이었고 그 중 한 명만이 나름으로 수련을 쌓은 고위급 사교도다. 문제는 그들을 지키는 전사 계급이 아홉 명이나 되었다.


이대로는 위험 간 것을 마티스도 알기에 몰린과 티어스에게 말했다.


“몰린! 티어스! 링크다!”

“예 써!”


마티스와 물린, 티어스는 자신의 포스를 일으켰다. 몰린, 티어스의 은은한 포스와 다르게 마티스는 나름 상급 수련자인지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로 포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셋의 감각과 정보가 공유되며 육체의 능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기사의 분위기에 사교도 전사들은 기사들에게 달려갔다. 다급해지니 시야가 좁아진 상태에서 긴 사거리를 자랑하는 리즈티나의 창이 한 사교도 전사의 허리를 향해 다가간다. 뒤늦게 창을 발견한 전사는 가까스로 창을 피했지만,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 틈을 타 젤벤의 거대한 도끼가 사교도의 허리를 가른다. 기사만 신경을 쓴 대가다.


다른 전사들은 지원해주려고 권능을 발휘하려는 그 상황에 나는 코트 안쪽에 있던 투척용 나이프를 던졌다. 공격으로 쓰려던 이능을 방어로 전환되어 간단하게 막는다. 하지만, 이거면 되었다. 어차피 이능이 기사들에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던진 것이다.


그 틈에 기사들은 이미 전사 셋을 도륙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털썩-


저 전사는 포스의 이능을 잘 모르는군. 포스로 링크하면 육체 능력과 반사신경이 늘어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시야 공유지. 1:1에서 기사하고 무인하고 싸우면 불리하지만, 반대로 대규모 전투에서 같은 숫자의 기사가 압도적인 힘을 내는 이유가 저거다.


링크가 많을수록 강해지고 링크한 동료 시아로 기습과 방어를 쉽게 한다.


본래 마티스는 실버, 몰린과 티어스는 실버 수준에서 약간 모자란 실력이지만 링크를 하면서 마티스는 실버 세 명을 감당할 수준으로, 몰린과 티어스는 실버 수준으로 능력이 올라갔다.


“이 불신자들이! 어째서 신을 믿는 신도들을 이렇게 무참히 죽이는가!”

“당신들이 이 세계에 와서 한 짓을 생각해! 개종한 이곳 신도들을 죽이고 불태웠으면서!”


사교도의 말에 리즈티나가 대답했다. 맞는 말이지. 배신감을 느낀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본래 신들을 믿는 사교도들은 이곳에서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다. 그래서 평민들이 사교도를 보면 치를 떠는 거고.


뭐, 본래의 세계에서 이곳으로 온 탓에 불안했던 건 이해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큰 생각 안 하고 적응하겠지만, 신을 믿고 활동한 자들일수록 본래의 세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니까. 나는 틈이 생긴 사교도의 옆구리를 찌르며 생각했다.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3


“방금 폭음으로 보아하니 영주가 이곳을 안 거 같군요.”

“... 밖의 인원으로 수습할 수 있길 빌어야겠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아시다시피 이곳에 있는 인원들은 예비 조들이라 본래 이곳을 지키던 인원들은 수도공작을 위해 차출되었으니까요.”

“그래도 방법이 없지 않나. 모든 것은 신이 정해진 운명인 것을.”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저희에게 한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


사내는 호수를 보며 말했다.


“최종조정을 서둘러야겠군요.”


사내의 팔뚝에서 문양이 빛이 나더니 이윽고 수십 가닥으로 변한 빛은 호수 속에 가라앉은 ‘올라운더’의 피부를 뚫었다.


남자의 눈과 코에 피가 흘렀지만, 남자의 얼굴은 평온했다. 노인은 그 광경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까지 그저 석상처럼 가만히 있던 올라운더의 힘이 파동이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


한참 신나게 사교도를 배던 마티스는 동굴 안에 느껴지는 거대한 파동에 경악했다.


“미친!! 이게 현실이라고?”


느껴지는 파동에서 전해지는 힘이 심상치 않았다. 포스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로열 포스인 자신의 기사단장님의 수십 배가 넘는 힘의 파동이다.


로열포스면 이 세계에서 초인 취급 받는 존재다. 그 위에 천외천인 존재들이 존재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파동은 적어도 로열포스보다 강한 힘을 뿌리고 있었다.


마티스는 순간 도망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저런 힘의 소유자라면 도망치기도 힘들었다. 금방 잡히고 사지가 잘라질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왜 힘을 사방에 뿌리기만 하는 거지?


‘설마, 온전하지 않은 건가?’


그 생각이 미치자 마티스는 사색이 된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빠르게 동굴로 간다! 어차피 저 힘을 뿌리는 존재가 깨어나면 우린 다 죽어! 조금이라도 살 가능성이 있다면 빠르게 놈들을 배는 거다!”


다들 그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티스는 자신의 검을 꽉 쥐고 생각했다.


‘제발, 도착하기 전까지 깨어나지 마라.’


5


주위에 거대한 힘이 느껴지지만 나는 그 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이능이 없는 자신에게는 그저 이능의 파동이 느껴지지만, 그 깊이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신을 제외한 일행 전부가 경악에 찬 얼굴에서 그 혼자 좀 당황한 얼굴을 했다.


‘쓰벌, 이런 부분에서 소외되는 걸 느낄 줄이야.’


약간 우울해지려고 할 때 마티스의 말이 들렸다.


“빠르게 동굴로 간다! 어차피 저 힘을 뿌리는 존재가 깨어나면 우린 다 죽어! 조금이라도 살 가능성이 있다면 빠르게 놈들을 배는 거다!”


마티스의 말에 동료들이 정신 차렸다. 오, 과연 영주가 신임하는 기사군. 상황을 보니 힘을 뿌리는 존재의 힘은 상상을 초월해 보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 같다. 그렇다면 빠르게 공격하는 게 답이겠지.


얼마 남지 않은 사교도를 배며 우리는 동굴 속으로 진입했다. 이윽고 두 명의 인영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쪽은 자신보다 늙은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인과 20대 젊은 청년으로 보이는 사내다. 노인은 평범해 보이지만 딱 보아도 청년은 위험한 분위기를 양쪽 팔뚝에 내뿜고 있었다.


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순간 호수에 거대한 인영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일행들은 숨을 멈췄다.


수십 개의 머리가 덕지덕지 있고 6개의 팔을 가진 키는 오우거 보다 큰 거대한 괴물이 자신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내는 신이 났는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놀랍죠? 신기하죠? 이것의 이름은 올라운더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이능을 쓸 수 있게 설계된 존재죠. 단, 신성쪽은 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빼었지만, 포스, 오라, 초능력, 마법, 무공, 정령, 리턴, 투기등등을 쓸 수 있습니다.”


...뭔 최종 보스 설정이냐?


하지만, 어이없는 존재인 건 맞는 말일 것이다. 아무리 봐도 저 올라운더의 몸은 자연적인 몸이 아니다. 이것저것 끼워 맞추고도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힐끗 마티스를 보니 전의를 상실한 채로 ‘끝났어···.’ 만 중얼거리고 있다. 이거 이러다가 여기서 인생 하직할 위기다. 나는 코트 안쪽에 고이 수납된 5급 마법기를 만졌다. 젠장, 막상 쓸 타이밍이 오니 아깝다. 무려 8골드 50실버나 하는 거금을 들여 산 마법기다. 유일한 위안이자 불행은 이 5급 마법기는 일회용인 대신에 능력은 3급 마법기 수준의 파괴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3급 마법기는 웬만한 가문의 가보로 지정되는 괴물 같은 성능의 마법기다. 저 괴물 같은 놈에게 어느 정도 타격이 갈 것이다. 그럼 그 틈에 도망친다!


생각을 마친 나는 열심히 설명하는 청년을 무시하고 괴물에게 달려갔다. 설명하던 청년은 괴물에게 명령했지만, 이미 나는 괴물 안쪽까지 간 상황이다. 역시 입을 턴 이유는 아직 이 괴물이 온전치 않기 때문이었다. 모든 능력을 쓸 정도면 이미 우리고 온 시점에서 이 괴물을 이용해 죽였어야 했다.


내가 가진 5급 마법기가 괴물의 가슴에 박혔다. 이윽고 마법기가 발동을 해 엄청난 충격파를 내 짖었다. 순간 내가 가진 호신부가 찢어졌다.


쓰벌, 호신부로 충격을 줄였는데도 이런 충격이라고?


가장 어이가 없는 건 그 비싼 5급 마법기가 시전자를 못 지키는 불량품이라는 것이다. 이거 완전 자살용이잖아! 그 상인 걸리면 존나게 팬다! 하지만,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괴물은 재생 능력도 있던지 찢어지던 몸이 서서히 복귀되고 있었다. 문제는 충격에 움직이지 못하는 나도 그 복구 되는 신체에 휩쓸려 이 괴물 몸 안쪽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괴물과 나는 호수에 같이 빠졌고 가라앉았다.


6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조직이 만든 올라운더를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잃었다.


보통 이능을 가진 능력자라면 올라운더가 가진 힘으로 위축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초인 정도만 각오를 다지고 덤빌 것이다. 그런데 뭔 잡것 같은 노인이 달려와 마법기로 올라운더의 가슴을 찢었다. 설마 그 상황에 움직일 존재가 있을 줄이야. 다행인 점은 그 정도로 올라운더는 쓰러지지 않는다. 문제는 마법기 충격에 동굴이 무너질 위기라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는 지금 피해야 한다.


남자는 멍청히 있는 노인을 잡아 탈출구로 향했다. 이곳은 들켰으니 후에 다시와 발굴도 못할 것이다. 차라리 다른 곳에서 올라운더를 제조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올라운드처럼 쉽게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유지의 성물을 가른 호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생각했다.


방심이 부른 것치고는 쓰라린 대가다.


7


“할아범!!!”


올라운더와 함께 호수에 빠지는 박춘식을 보고 리즈티나는 구하려고 달려갔다. 하지만, 이내 모드라에 의해 어깨가 잡혔다. 리즈티나는 왜 자신을 잡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모드라의 말이 더 빨랐다.


“동굴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탈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춘식님은 당신이 동반 자살을 하는 걸 원치 않을 겁니다! 정신 차리십시오!”


그 말에 리즈티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젤벤이 말했다.


“어서 빠져나가야 하오.”

“춘식님의 거룩한 희생을 위해서라도···.”


리즈티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티스, 몰린, 티어스, 모드라, 젤벤은 박춘식의 희생을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리즈티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두 번이나 지켜주었지만, 자신은 그를 버려야 한다.


리즈티나는 흐느끼며 동료의 손을 잡아 동굴을 빠져나왔다. 이내 동굴이 굉음을 내며 무너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노년에 맛본 기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무기한 휴재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12.09 6 0 -
14 골드 등급 모험가 시험.(4) 20.12.06 26 1 12쪽
13 골드 등급 모험가 시험.(3) +1 20.12.03 35 2 11쪽
12 골드 등급 모험가 시험.(2) +1 20.11.30 35 2 10쪽
11 골드 등급 모험가 시험.(1) +1 20.11.29 54 2 10쪽
10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다(2) +2 20.11.28 53 4 12쪽
9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다(1) +2 20.11.24 55 2 11쪽
8 나는 박춘식이다 +2 20.11.22 40 4 11쪽
7 올라운더(3) +1 20.11.22 47 3 9쪽
6 올라운더(2) +1 20.11.17 66 3 12쪽
5 올라운더(1) +1 20.11.16 58 3 16쪽
» 사교도 토벌작전(2) +1 20.11.15 52 3 13쪽
3 사교도 토벌작전(1) +1 20.11.14 66 3 12쪽
2 쥐뿔도 없는 노년의 모험가. +2 20.11.14 117 5 12쪽
1 프롤로그 +2 20.11.14 109 4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