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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모음L 님의 서재입니다.

노년에 맛본 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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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모음L
작품등록일 :
2020.11.14 17:52
최근연재일 :
2020.12.06 02:5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814
추천수 :
41
글자수 :
67,930

작성
20.11.22 23:00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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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나는 박춘식이다

DUMMY

나는 박춘식이다


1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수백 년이 지난 듯한 감각에서 내가 본 것은 무너진 동굴의 바위들이었다. 신기한 점은 내가 누워있는 공간이 상당히 넓다는 것이다.


‘호수의 물이 없네.’


아마 모두 내 몸속에 흡수가 된 모양이다. 지하에 있을 수 없는 연못보다 큰 호수가 자신의 몸에 흡수가 된 것이 신기해 얼떨떨한 기분이다. 나는 내 몸은 차근차근 만져 보았다. 옷은 호수 안에 있는걸 모를 정도로 빳빳하게 말라 있었다. 상한 흔적도 없어 보였다. 유지의 권능이 담겨 있던 호수라고 했는데 그 권능 때문인 거 같다.


다음으로 내 몸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예상한 대로 15개의 이능이 내 몸 안에 순환하며 돌고 있었다.


올라운더의 몸속에 흐르던 힘이다. 애초에 육체가 결합하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나는 기감을 펼치며 무너진 동굴의 구조를 파악했다. 역시나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충격을 가하면 자신이 있는 공간은 완전히 매몰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별문제가 아니다.


“어스웜.”


땅의 정령을 부르자 어린 드워프 소녀처럼 생긴 어스웜이 스르륵 나타났다. 본래 어스웜과 계약하기 위해 수많은 정령진과 친화력이 필요하지만, 이미 내 안에 있는 친화력은 정령왕과 계약이 가능한 수준이다.


“계약하고 싶다.”


어스웜은 기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스웜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왕에게 총애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정령들이 인간들과 계약하는 이유는 계약자들과 감정을 공유해서 상위 정령의 업을 쌓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정령과의 계약이며 정령이 상위 정령으로 빠르게 진화시킬 방법도 몇 개 존재한다. 물론 이런 방법은 부작용이 있고 유일하게 부작용이 없는 것이 바로 압도적인 경지에 이른 정령사와의 계약이다.


하지만, 이건 실제로 하급 정령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정도 경지에 오른 정령사는 이미 경지에 오를 때까지 수많은 정령과 계약을 했을 것이다. 결국, 그 경지에 오른 정령사가 굳이 하급 정령들과 계약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령으로서는 로또 맞은 기분이겠지.’


어스웜과 계약한 이유는 무너진 동굴을 탈출하기 위해서 굳이 정령왕과의 계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스웜과의 계약이 끝났고 나와의 계약으로 하급 정령인 어스웜은 중급 정령인 노움으로 진화했다.


10살도 안 되어 보였던 어스웜과는 다르게 이제 풋풋한 느낌이 나는 1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소녀로 변했다. 노움은 충족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고 나를 보자마자 그 웃음이 배가 되었다.


본래 노움은 대지의 정령답게 과묵하지만, 그 이상으로 현재 상황이 노움에게는 기적 같은 상황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노움. 여기서 나가고 싶다. 대지에 부탁해서 길을 만들어주렴.”


노움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을 높이 치들었다. 노움의 손에 황금빛이 점점 모였고 노움의 목소리가 울렸다.


-노우우우우움.


순간 주위의 바위들이 노움의 목소리에 반응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우르릉 소리가 나며 바위들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바위들의 노움의 노래에 호응해주듯이 춤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위들을 점점 형태를 맞추고 이내 한 개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얼핏 보니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의 통로와 비슷해 보였다. 노움은 칭찬해달라는 듯이 얼굴을 내 가슴에 비볐다. 쓱쓱 소리가 비비는 소리가 듣기 좋다. 마치 예전에 밥을 주던 들고양이의 모습이다.


나는 노움의 머리를 만지며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이런 쓰벌?”


밖은 겨울이었다.


2


자신이 사교도 퇴치를 의뢰받았을 때가 여름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 앞에 눈이 내리고 있다. 최소 반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몇백 년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난 거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혹시 모른다. 이곳은 온갖 차원의 신비가 모인 곳 알테라니까.


내 불안감을 눈치챈 것일까? 옆에서 꾹꾹 내 손을 잡은 노움이 보였다. 그 얼굴은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계약자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노움이 무슨 일이 있어도 계약자님을 지킬게요.


그 모습에 조금씩 커지던 불안감이 사라졌다. 애초에 초인을 넘어서 초월자에 발에 들인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초월자나 나락으로 떨어진 테드란 뿐이다. 자신이 불안했던 건 실버 등급의 모험가를 하면서 만났던 인연들이 사라졌을 거라는 미약한 공포심이다. 이건 초월자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이란 원래 사회 동물이다. 인간이 같은 인간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유전자 때부터 생존을 위해 각인된 것이다.


“걱정마렴. 네가 있으니 불안감이 없어지는구나.”


그 말에 노움은 웃으면서 나에게 안겼다. 일단 이동이 급선무다.


일단 판데라 영지 방향으로 잡았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영지이며 자신이 수년 동안 모험가 생활하던 곳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판데라 영지도 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급한 일이면 뛰어가면 금방 가는 거리지만 굳이 급하지 않기에 야영을 선택했다. 노움에 의해 간이 집을 만들었지만, 겨울이었기에 공기가 찼다.


‘정령은 하나 더 소환할까?’


마음만 먹으면 정령 군단을 뽑아내는 게 가능했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정령은 계약만 하면 편함의 끝판왕이니까. 마음을 먹자마자 실행에 옮겼다. 나는 밖으로 나와 마법으로 작은 불씨를 만들었다. 그 불씨를 마법으로 건조한 장작에 옮겼고 장작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불이 붙었다.


노움은 땅의 정령이기에 땅만 있으면 소환할 수 있지만, 불의 정령은 이렇게 불씨가 있어야 불러올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신만이 가능하기에 초월자라도 이런 규칙에는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자신이기에 이런 불씨만 있어도 되는 거다. 일반 정령사는 온몸에 정령 언어를 도배하고 심지어 땅에도 그 정령 언어로 도배가 된 정령진이 필요하다.


“살라만더.”


불의 하급정령을 부르자 모닥불이 화학 거리면서 이내 어린 여야의 모습이 되었다. 처음 노움때처럼 나이는 10대도 되어 보이지 않는다. 살라만더는 감겼던 눈을 뜨며 나를 보더니 화학 웃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불의 정령답게 활기찬 아이다. 나는 살라만더를 보며 말했다.


“계약하고 싶다.”


살라만더는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살라만더도 노움처럼 계약을 하자마자 중급 정령인 이프리트가 되었다. 이프리트도 도움처럼 십대 초중반 수준의 소녀로 자라났다. 이프리트가 있으니 주위의 한기가 느껴짐이 사라졌다.


이게 정령의 대단함이다. 마법과 다르게 정령사는 정령에게 자세한 지시를 할 필요가 없다. 교감을 하고 있기에 정령사가 원하는 것을 정령은 바로 해준다.


옆을 보니 노움과 이프리트가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령사이기에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알고 있었다. 노움은 이프리트에게 자신이 먼저 소환되었으니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다. 이프리트는 싱긋 웃으면서 양쪽 손을 들어 올리고 ㅗ 모양으로 손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움은 대지의 정령. 그 성격의 완고함은 엄청나게 무시무시하다. 대지의 정령은 물의 정령과 성격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자신의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우직하게 나아간다.


노움은 계속 이프리트에게 자신이 언니라고 말하라고 말한다. 이프리트는 계속 쫒아오면서 자신을 압박하는 노움에게 질렸는지 나에게 다가와서 노움을 말리라고 한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때, 불빛에 의해 다가오는 고블린이 보였다.


사실 이미 고블린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딱히 도망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전과 지금의 무력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난다. 노움과 이프리트는 주위에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부릅뜨고 내 앞을 막았다. 그 모습은 마치 나를 지키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키려고 힘을 개방하고 있네.’


기특하지만, 사실 고블린들을 자신을 습격하기 위해 오는 걸 묵인한 이유는 한가지 실험을 하기 위해서다. 나는 주위에 널린 돌멩이 몇 개를 집고 집중했다.


“폭발 인첸트. 범위 5m 고정.”


내 몸속에 있던 마력이 빠졌느냐고 손에 집은 돌에 마력이 빨려 들어갔다. 이내 돌들이 붉게 묽으며 폭발의 룬들이 새겨졌다. 15인들 중 대 마법사도 있었으며 인첸트도 달인급인 존재가 있었다.


나는 룬이 새겨진 돌을 고블린들에게 던졌다. 고블린들은 사냥할 때 무더기로 달려가 적을 제압하고 죽인다. 아직 충분한 숫자가 모이지 않았기에 그저 먹잇감이 도망 못 가게 포위만 하고 있었다.


그런 고블린들 앞에 돌멩이들이 떨어졌고 콰앙- 소리가 나며 폭발의 범위에 있던 고블린들의 육편이 비상했다. 끔찍한 장면이지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이런 광경은 실버 등급에 오를 때까지 질리도록 봤으니까. 단지···.


“이제 소모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자신들의 지갑으로 생각하는 점주들의 얼굴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 이런 강대한 힘을 가졌지만 내가 기뻐하는 건 이제 끔찍하고도 비싼 소모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좁쌀만 한 마음이다. 하지만, 박춘식이라면 당연할 일이다. 그만큼 그는 소모품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왔으니까.


초월자가 되었어도 나 자신은 아직 박춘식이라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소리에 놀란 고블린들은 자신의 무기를 떨궜다. 애초에 지능이 낮지만 어리석지 않은 고블린들은 무기의 중요성을 알지만, 그것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놀란 상황이다. 그 틈에 노움과 이프리트가 움직였다.


노움의 정령력이 움직이면서 주위의 땅이 우르릉 울리기 시작했다. 이내 노움 앞에 수십 개의 흙창이 생성되었다. 고블린들은 놀란 얼굴로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발사된 흙창들의 속도에 도망칠 수 없었다. 열 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이 사지가 뚫리며 이내 숨이 끊어졌다. 몸짓이 작은 만큼 많은 흙창이 고블린들을 피해갔지만 한 번이라도 치명상을 입으니 숨이 끊어진 것이다.


이프리트는 성격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지 굳이 접근전을 하면서 고블린을 학살하고 있다. 주위에 움직이는 불공이 이프리트의 사각에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주고 다른 불공 고블린들의 신체를 태운다. 끔찍한 것은 불공의 온도는 신체를 태우기만 쉽게 죽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블린들은 죽을 때까지 타는 고통을 느끼면서 죽고 있다.


근 백 마리가 넘는 고블린이 삽시간에 전멸했다. 일반인에게 고블린인 숫자가 늘어날수록 위협도가 높아지지만 이능을 가진 자들에게는 고블린은 영원한 D급 몬스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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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 [탈퇴계정]
    작성일
    20.11.24 03:03
    No. 1

    저였으면 15명의 기억을 어떻게 채우나 고민만 했을텐데 필요없는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시네요. 저도 장면 전환을 잘 하고 싶습니다. 잘 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1.25 13:54
    No. 2

    ^^잘 보고 갑니다 추천! 건필 파이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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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골드 등급 모험가 시험.(3) +1 20.12.03 35 2 11쪽
12 골드 등급 모험가 시험.(2) +1 20.11.30 35 2 10쪽
11 골드 등급 모험가 시험.(1) +1 20.11.29 54 2 10쪽
10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다(2) +2 20.11.28 53 4 12쪽
9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다(1) +2 20.11.24 55 2 11쪽
» 나는 박춘식이다 +2 20.11.22 41 4 11쪽
7 올라운더(3) +1 20.11.22 47 3 9쪽
6 올라운더(2) +1 20.11.17 66 3 12쪽
5 올라운더(1) +1 20.11.16 58 3 16쪽
4 사교도 토벌작전(2) +1 20.11.15 52 3 13쪽
3 사교도 토벌작전(1) +1 20.11.14 66 3 12쪽
2 쥐뿔도 없는 노년의 모험가. +2 20.11.14 117 5 12쪽
1 프롤로그 +2 20.11.14 109 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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