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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ness - 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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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6.03.16 01:36
최근연재일 :
2016.05.3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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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5,996

작성
16.04.0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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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뜻밖의 전개 - 2

DUMMY

“오호. 드디어 제대로 하려나보네? 과연 똥개가 뭘 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데? 자, 한번 해보라고.”

놈이 선제공격을 양보한다는 듯 남아있는 왼손을 까닥이며 들어와 보라는 식으로 도발했다.

대답은 필요 없었다. 주인님은 이미 피신하셨고 남은 건 나와 놈뿐이었다. 개활지에서의 전투가 그리 익숙하진 않았지만, 이곳엔 나 말곤 주인님을 지킬 사람이 없었다. 물러설 길은 없었다.

나는 뒤로 빠르게 물러서며 속삭임을 걸은 화살을 쐈다.

“어딜 도망가려고!”

놈은 내가 다시 거리를 두려하자 역시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놈은 거리를 좁히는 내내 내가 날리는 화살들을 손으로 낚아채거나 몸을 트는 식으로 화살을 피했다.

그렇게 몇 발의 화살들이 내 손을 떠나갔는데도 단 한 발의 화살도 놈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겨우 그거야? 충견도 역시 똥개밖에 안 된다는 건가 보네? 킨?”

“···.”

“이제 대답도 못할 만큼 지쳤어? 그럼 이쪽에서 먼저 들어갈 수밖에!”

삽시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가까이에서 본 놈의 얼굴은 누군가를 죽이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내가 아는 드레이크님은 절대 이런 표정을 지으신 적이 없었다. 그만큼 영혼의 변질 정도가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재밌지? 난 조금 시시한데 말이야.”

몇 차례 놈과 붙어보니 달리는 것만으론 절대 거리를 벌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이젠 마지막 수단만이 남았다.

화살을 마저 쏘고 놈의 손을 피하려 뒤로 구르며 그 자리에서 바로 공중으로 뛰어오름과 동시에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뭐야? 하늘에서 화살을 뭔가 쏜다고 달라질 것 같아?”

“···‘나뉘는 화살’.”

더 이상 저급한 도발에 응해줄 생각도, 맞장구 쳐줄 의미를 못 찾았다.

활을 가로로 눕히며 활시위를 잡은 손가락 부채 펴듯 펴며 세 개의 화살을 활시위에 걸쳤다. 만약 놈이 이대로 방심하고만 있어준다면, 아무리 놈이라 할지라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세 개의 화살이 내 손을 벗어나 놈에게 쇄도했다. 정확히 직각으로 떨어지는 화살을 보던 놈은 콧방귀를 꼈다.

“겨우 한다는 게 화살 세 개? 너 지금 장난하는 거냐? 그런 건 눈 감고도 피할 수 있다고. 좀 제대로 해보라고!”

주절거리면서 화살들을 피한 놈이 여전히 도발을 해왔다. 아마 지금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마치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늑대를 보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내가 늑대의 입장이었겠지만, 입장이 바뀌니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좀 해보라니까!”

“컥!”

어느 샌가 착지한 내 근처로 다가온 놈이 이번엔 복부를 무릎으로 찍었다. 목구멍 너머로 역류한 위액의 신맛이 느껴졌다.

고통이 채 가시지도 전에 목덜미를 잡는 놈의 억센 손길이 느껴졌다. 놈은 목덜미를 잡은 채로 나를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구르기를 몇 번. 주인님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골이 울리네.’가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어질어질한 게 눈앞이 돌고 있는 것 같았다.

“너 진짜 멍청이야? 겉멋만 잔뜩 든 거냐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점프를 할 생각을 한 거야? 아니면 내가 우스워 보여?”

놈의 말처럼 일반적인 접전 상태에서 점프를 한다는 것은 내가 놈에게 빈틈을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놈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 빈틈을 보고만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뭔가를 이루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한 법.

방금 공중에서 본 것으로 계획은 시작됐다. 이제부턴 시간과 눈치싸움이었다.

욱신거리는 복부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그럼 이번엔 나도 제대로 가볼까? 파이어 컬럼!”

놈이 마법을 주창하자 놈의 주변에 마법진이 생기더니 거기서 모든 태워버릴 것 같은 위용의 거대한 화염기둥이 솟았다.

화염기둥은 공중으로 솟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내게로 들이닥쳤다.


쾅!


황급히 자리에서 뛰어오르자마자 불기둥이 내가 있던 자리에 충돌했다.

“···큭!”

자칫 피격당하면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다행히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라 직격은 피할 수 있었지만 화염기둥이 바닥과 충돌하면서 튄 불똥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만큼 사방으로 튄 불똥의 크기 또한 컸고, 걔 중 날 향해 튄 불통이 몸에 닿자 불을 지지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얼굴이 저절로 찌푸렸다.

“아직 안 끝났다고, 킨!”

놈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화염기둥을 소환해 공격했다. 화염기둥이 날아올 때마다 직격을 피해 다닐 순 있었지만 사방으로 튀는 불똥이 지핀 거대한 화염구덩이가 마당 위에 늘어날수록 내 움직임에 제한이 되었다. 이젠 뛰어다닐 곳도 변변치 않았다. 몸 군데군데는 불똥이 튀어 털들이 엉망이 되었고 화상으로 인한 고통은 집중력을 흩뜨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결과의 방향은 내가 의도하는 대로 흘러갔다. 놈은 내가 어떤 수를 쓰고 있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 놈의 자만이 주변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승기를 잡을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허···, 허···. 윽!”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끊임없이 화살을 쐈다. 놈이 눈치 채지 못하게, 아주 은밀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놈의 공격이 잦아들었다. 제아무리 놈이라도 마나번 현상이 올 때까지 마법을 난사할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마법을 난사하던 놈이 공격을 멈췄다. 마나번에 가까운 지경까지 이른 듯했다. 다행히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에 멈춰서 다행이었다.

“하하! 킨! 너 완전히 재주꾼이야? 이 정도의 공세에도 전혀 맞질 않다니. 조금 감탄했어.”

놈이 박수를 쳐줬다. 하지만 비아냥거림이 섞인 찬사가 좋게 느껴질리 없었다. 그저 미간만 찌푸려질 뿐이었다.

“뭐, 단지 거기서 끝이라는 게 문제지만.”

“······.”

“대답이 없네? 죽는 김에 조용히 가겠다는 거야? 똥개 주제에 멋있는데? 아니면, 이미 체념해버린 거야?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확실히 내 주변은 놈이 소환한 불기둥이 만든 불구덩이로 인해 퇴로가 막힌 지 오래였다. 점프로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었지만, 놈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었다. 놈의 말마따나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그래도 나름 재밌었어. 똥개주제에 여기까지 뛰어준 걸 보면 말이야. 역부족이긴 했지만. 그것도 아주 마아안이이, 많이 말이야.”

“···그래. 확실히 내 실력으로는 감당하긴 힘들지.”

“오, 네가 부족하다는 걸 느낀 거야? 멍청한 건 아닌가보네?”

주인님껜 송구하지만, 놈의 말처럼 내 실력으로 저 놈을 제압하는 건 무리였다. 구차한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환경과 요건이 내게 불리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수련이 부족하기도 한 거겠지만, 아무래도 원하는 환경에만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

“그런 걸 자기만족에 취했다고 해야 하나? 익숙한 것만 고집하면 골로 가기 십상이지.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놈이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온갖 얕은수의 도발이란 도발은 다 하는 놈이었다.

“···하지만 넌 날 절대로 못 이겨.”

“헤? 혹시 미쳐버린 거냐? 정신이 막 오락가락해? 미치면 곱게 미쳐야지 갑자기 왜 이래? 뒤지기 직전이니까 정신이 오락가락 하냐?”

놈이 머리 옆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미쳤냐는 뉘앙스가 담긴 제스처를 취했다. 놈의 표정엔 내 행동이 어처구니없다는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자만으로 패망하는 법. 넌 그 간단한 상식조차도 무식한 아둔한 놈이다.”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아주 사람이 만만해보이냐!!!”

놈이 버럭 화를 내며 다시 마법을 주창하려 했다. 놈의 주변에서 마법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안식의 인도자를 바닥에 던졌다. 이젠 무기가 아니라 ‘의식’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무기는 오히려 방해였다.

주문을 주창하기 위해 마법진이 그려진, 정확히 말하면 화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 위에 손을 얹었다.

“네놈의 자만이 지금에 이른 거다.”

“뭐야···!”

지금까지 내가 박은 화살간의 간격들에 없던 선들이 이어지면서 발하는 빛은 점점 형체를 갖춰가 하나의 마법진을 만들었다. 그제야 놈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내게로 달려들려 했다. 소용없는 짓이지만.

“이거 뭐야? 이 개새끼가! 어디서 수작질이야! 이거 당장 풀어!”

“·········.”

조용히 내 마법이 진행되는 걸 확인하며 발악을 하는 놈을 지켜봤다. 놈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을 치는 것처럼 주먹으로 결계를 치며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지거리를 했지만 이 정도 욕은 악령을 봉인하면서 귀에 익은지 오래다.

“안 돼, 이건 안 돼! 이건 아니야! 아직 그년을 못 죽였어! 죽여야 한단 말이야! 어이, 당장 이거 멈춰! 당장 멈추라고!”

“······.”

“이 망할 것아! 당장 이거 풀어! 안 돼, 안 돼!!!!!!!!!!!!!!!!!!!!”

곧이어 빛의 세기가 확연히 강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빛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놈의 비명은 더욱 커져갔다. 영겁의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처절한 비명을 지르던 놈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체를 드러냈다.

“끄아악!!!! 아아악!!!!”

드레이크님의 몸에서 검은색으로 온몸을 칠한 것 같은 인간의 형태를 한 존재가 머리를 싸맨 채 튀어나왔다. 놈은 고통에 허덕이며 걸음을 물려 드레이크님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비틀거리는 놈의 걸음은 점점 중심 쪽으로 향했고, 놈이 드레이크님과 완전히 떨어지자 드레이크님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나는 얼른 드레이크님을 마법진 밖으로 끌고 나와 놈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렸다.

“···다행히 목숨은 보전하셨군.”

정신을 잃긴 하셨지만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계셨다. 아직 살아 계시다는 증거였다.

“봉인.”

드레이크님의 신병도 확보했으니 이제 완전히 끝낼 시간이었다. 마지막 주창에 마법진을 이루고 있던 화살들이 바닥에서 뽑혀 나와 길게 늘어나 놈의 사지에 칭칭 감겼다. 놈은 점점 봉인되어 가는 와중에도 저주와 욕설을 퍼부으며 끝까지 발악을 했다.

“더러운 잡종새끼! 언젠간 죽여 버릴 거야! 네 주인을 눈앞에서 강간한 다음에 죽일 거야! 전부 다 죽여 버릴 거야!!!!!!!!!!”

화살은 놈이 옴짝달싹 못하도록 완전히 묶었다. 하지만 여전히 놈의 입만은 활어처럼 살아 움직이듯 나불거렸다.

내가 1년 동안 들를 욕을 다 들을 때쯤 마법이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나는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던 병을 집었다. 좀 전에 연두색 영혼이 들어있던 병이었다.

처절한 비명을 무시하며 나는 병을 마법진 위에 올렸다. 놈은 마지막 순간까지 절규했다. 나는 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건 아무리 봐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


시간이 지나 놈의 절규가 잦아들었다. 나는 몸을 틀어 마법진이 있던 곳을 확인했다.

“······.”

빛을 발하던 마법진은 화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아있는 건 연두색 영혼이 든 병뿐이었다.

나는 그 병을 집었다. 주인님이 처음 가져왔을 때랑은 다르게 철저하게 봉인이 된 상태였다.

봉인을 뜻하는 검은색 선의 유무를 확인하자 몸에 힘이 쭉 빠져 그만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끝···, 이군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몸의 모든 긴장이 쭉 빠졌다. 이대로 당장 누워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주인님의 안전과 드레이크님의 생사를 확인하고 주변도 정리해야할 듯싶었다. 불구덩이야 놈이 봉인당하면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불똥으로 인해 일어난 불꽃은 아직 활활 타고 있었다. 그냥 뒀다간 주변으로 번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쉬는 건 잠시 보류해야할 것 같다.


작가의말

mt때문에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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