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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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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46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0.06.28 21:36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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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3. 아이우드로! (3)

DUMMY

정호기는 푸념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기꺼이 현실이 내미는 손을 붙잡았다.


*


“....으으윽...”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묵직한 통증이었다. 정신을 잃을 때만큼의 강도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급소가 뭉근하게 아파왔다. 정호기는 신음했다.


“......”


정호기는 눈을 뜨기 싫었다. 눈을 뜨면 이번엔 또 뭐가 자신을 괴롭힐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정호기는 생 당근을 삼키는 기분으로 눈을 떴다.


“....”


- 덜컹. 덜컹.


몸이 흔들렸다. 아니, 앉아 있는 공간이 흔들렸다고 해야 옳을까.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하나같이 기운 없는 얼굴로 쪼그려 앉아 있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과 정호기가 함께 있는 공간은 빈말로라도 넓다고는 할 수 없었고 원래 사람을 운반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었던 건지 한 구석엔 무언지 모를 잡동사니들이 놓여 있었다.


‘마차..인가?’


- 덜컹.


정호기는 21세기 현대인으로서 정말로 이게 마차라면 마차는 정말 형편없는 교통수단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차는 간신히 환기만 될 만큼 조그만 구멍이 여러 개 나 있는 게 전부일 정도로 폐쇄되어 있었으며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의 굴곡을 온 몸으로 느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한 냄새도 났다.


“...하압!”


정호기는 양 쪽으로 난 문을 힘껏 밀어 보았으나 미동도 없었다. 정호기는 문을 당기고 밀고 옆으로 잡아당겨보고 용을 썼으나 문이 꼼짝도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바닥으로 주르륵 무너졌다.


“........”


정호기는 무너진 채로 사물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꼭 마차에 실린 짐 같았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고 외부의 충격에 몸을 내맡겨 마차가 왼쪽으로 기울면 함께 왼쪽으로 기울었고 덜컹거리면 똑같이 덜컹거렸다.


- 툭툭.


“저어기...”


정호기는 옆에 앉아 있는 아이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으나 아이는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조용히 흔들릴 뿐이었다. 정호기는 몇을 더 건드려 보다가 포기하고 마차에 실린 아이들을 훑어보았다. 마차에 실린 아이들은 현대로 치면 의무교육을 받는 나이대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옷차림은 대체로 더럽고 꼬질꼬질했다. 정호기는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 좀도둑..!


“너!”


“.......”


“이 좀도둑!”


정호기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고 좀도둑은 마찬가지로 황망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정호기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충격을 받은 건지 정호기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혼탁한 눈동자에 점점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킬킬.”


좀도둑은 정신을 차린 건지 아이답지 않은 웃음을 뱉어냈다. 정호기는 이를 갈았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때문에 ㄹ... 아니 나랑, 가젠이...!”


“알 게 뭐야. 내가 당장 죽게 생겼는데. 혼자만 죽으면 억울하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죽는다니?”


좀도둑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웃음을 토해내고는 벽으로 물러나 벽에 기댔다.


“내가 그걸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나? 얼치기 용병.”


정호기는 소동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이를 헤집고 좀도둑 앞에 섰다. 좀도둑은 정호기를 올려다보았다.


“너 때문에....”


“오. 용병 식으로 야만스럽게 대화를 해 보려는 모양인가?”


좀도둑은 고개를 바짝 들어 정호기 쪽으로 뺨을 내밀었다.


“해 봐. 하지만 나도 가만있진 않겠어.”


정호기는 부아가 치밀었다. 대놓고 자신을 약 올리는 좀도둑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었다. 정호기는 주먹을 바르르 떨다가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게 이렇게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단 말인가?


“왜? 겁나서 못 하겠어? 하긴. 그 가는 손목으로 날 때렸다가 그 가느다란 손목이 부러져버리면 어떻게 하겠어.”


“이 손목은 부러질 정도로 약하지 않아!”


라야는 강하다고!


“퍽도 그렇겠다.”


“말 해! 말 하라고! 왜 우린 여기 실려 있는 건지! 우린 어디로 가는지! 너는 뭘 알고 있는지! 경비대는 왜 그런 반응을 보인 건지 말하란 말이야!”


“내가 왜?”


“너 때문에 아무 상관도 없는 우리가 이 꼴을 겪고 있잖아!”


“나도 아무 상관도 없는 너 때문에 이 꼴인데?”


“애초에 네가 내 주머니를 훔쳐서 이 일이 시작된 거잖아!”


“그게 뭐? 어차피 너도 더러운 방법으로 벌어들인 돈일 거 아니야. 내가 그 더러운 돈을 조금 나눠 써 주겠다는데 고마워해야 할 거 아니야?”


“더러운 돈이라니! 더러운 일을 하지 않아! 이건 정당하게 번 돈이야!”


라야는 더러운 방법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넌 용병을 존재 자체부터 부정하는 말을 하고 있어.”


- 끼이이익....


갑자기 마차가 멈춰 섰다. 정호기와 좀도둑은 동시에 말을 멈추고 얼어붙었다. 곧이어 성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철걱대는 묵직한 쇳소리가 났다.


‘.......뭐야?’


정호기는 숨을 죽이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철걱대는 쇳소리가 그치고 그렇게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정호기는 눈알을 굴리다 본능적으로 열린 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한 발을 걸친 남자를 밀치고 바깥으로 구르다시피 해 뛰쳐나왔다.


“엇? 뭐, 이런.. 야! ** 거기 서!”


남자는 흙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신음을 흘리다 정호기 쪽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정호기는 남자 쪽을 뒤돌아보다 바람같이 마차에서 내려서는 좀도둑을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쟬 잡고, 나는 잡지 마라. 한 명이니까, 한 번에 한 명밖에는 못 잡겠지? 제발. 제발...’


“야! ** 안에서 뭐 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나와! 두 놈이 깼어! 도망가잖아! 잡아!!!”


정호기는 절망감을 느꼈다. 곧이어 남자의 말을 듣고 한명 더 나타났던 것이다. 일행이 있었던 것이었다.


“젠장!”


정호기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뒷덜미가 서늘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뒷덜미를 잡아 챌 것 같았다.


“흐억... 흐악...”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정호기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더 달려야 하는데, 몸은 멋대로 힘이 빠지고 있었다.


‘제발...!’


정호기는 그 순간 제 뒷덜미를 우악스레 끌어당기는 손길을 느끼고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놀라 눈을 부릅뜨다가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았다. 지독한 절망감이 몰려왔다.


“후욱.. 후욱. 더럽게 빠르네. 이 쥐새끼... 후욱... 잡았다.”


“하악... 헉...”


정호기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토할 것 같았다.


“어이! 그 쪽도 잡아들였어? 여긴 무사히 잡았다고.”


“....여기도... 잡았어.... 어서... 돌아와....”


먼 곳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호기는 고개를 떨궜다.


“왜 깼지? 나머지는 멀쩡한 것 같던데. 자세히 안 보긴 했지만... 이것들을 잡아넣고 다시 한 번 점검해야겠어.”


정호기는 남자의 혼잣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나는 급소를 맞고 기절했었지. 나 이외에 마차에 실려 있던 다른 어린애들은 어떤 수단으로 재워 둔 건가?


“-퉷. 괜히 힘만 뺐네. **맞긴.”


정호기는 그 순간 몸이 들리는 것을 느꼈고, 예고 없이 닥쳐오는 숨 막히는 통증에 헛구역질을 했다.


“-우웩...”


“좀, 얌전히.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으라고. **.”


정호기는 욕 나오는 통증에 속으로 할 수 있는 욕을 수천 가지는 하며 의식이 끊겼다.


‘또.. 같은 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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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 아이우드로! (4) 20.07.05 23 1 8쪽
» 3. 아이우드로! (3) 20.06.28 24 1 8쪽
34 3. 아이우드로! (2) 20.06.21 22 1 9쪽
33 3. 아이우드로! (1) 20.06.14 23 1 5쪽
32 2. 정호기, 각성하라! (26) 完 20.06.07 37 1 14쪽
31 2. 정호기, 각성하라! (25) 20.06.07 36 1 10쪽
30 2. 정호기, 각성하라! (24) 20.05.30 23 1 10쪽
29 2. 정호기, 각성하라! (23) 20.05.23 38 1 10쪽
28 짧은 외전 - 불완전한 꿈(가젠) + 그림 有 20.05.20 31 1 10쪽
27 2. 정호기, 각성하라! (22) + 그림 有 20.05.17 32 1 10쪽
26 2. 정호기, 각성하라! (21) 20.05.10 24 1 10쪽
25 2. 정호기, 각성하라! (20) 20.05.03 41 1 10쪽
24 2. 정호기, 각성하라! (19) 20.04.26 26 1 10쪽
23 2. 정호기, 각성하라! (18) + 짧은 외전 +1 20.04.19 34 1 14쪽
22 2. 정호기, 각성하라! (17) 20.04.12 31 1 11쪽
21 2. 정호기, 각성하라! (16) 20.04.05 29 1 9쪽
20 2. 정호기, 각성하라! (15) 20.03.28 32 1 9쪽
19 2. 정호기, 각성하라! (14) 20.03.22 29 1 9쪽
18 2. 정호기, 각성하라! (13) 20.03.15 32 1 10쪽
17 2. 정호기, 각성하라! (12) 20.03.08 29 1 10쪽
16 2. 정호기, 각성하라! (11) 20.03.01 31 1 9쪽
15 2. 정호기, 각성하라! (10) 20.02.23 35 1 9쪽
14 2. 정호기, 각성하라! (9) 20.02.16 37 1 14쪽
13 2. 정호기, 각성하라! (8) 20.02.08 42 2 11쪽
12 2. 정호기, 각성하라! (7) 20.02.01 41 1 13쪽
11 2. 정호기, 각성하라! (6) 20.01.26 42 1 7쪽
10 2. 정호기, 각성하라! (5) +1 20.01.19 51 1 6쪽
9 2. 정호기, 각성하라! (4) 20.01.12 51 1 11쪽
8 2. 정호기, 각성하라! (3) 20.01.05 56 1 10쪽
7 2. 정호기, 각성하라! (2) 19.12.29 75 2 12쪽
6 2. 정호기, 각성하라! (1) + 그림 有 19.12.14 121 2 9쪽
5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4) 完 +1 19.12.04 278 2 13쪽
4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3) 19.12.01 151 4 12쪽
3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2) +1 19.11.27 210 5 12쪽
2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1) +1 19.11.26 280 4 12쪽
1 여는 이야기 +6 19.11.26 489 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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