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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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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68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0.01.19 21:42
조회
51
추천
1
글자
6쪽

2. 정호기, 각성하라! (5)

DUMMY

".....괴물의 심장을 대신하던 물건입니다. 마땅히 죽었어야 할 괴물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이것 때문으로 보이는군요."


"심장....이요?"


정호기는 그 순간 현자의 돌이라는 욕망의 결정체가 떠올랐다. 연금술사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말하자면 불로초 같은 물건. 저 괴물의 심장도 같은 성질의 것일까? 정호기는 호기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어?'


정호기는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다 댔다. 기분 탓인지 심장의 빛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정호기는 무심코 손을 가져다 댔다.


"정호기, 위험합니다."


가젠이 손을 쑥 뒤로 뺐고 그 순간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가젠의 손에 있던 심장의 빛이 완전히 꺼지더니 박살나버린 것이다.


"괜찮아요?!"


가젠은 손을 묵묵히 살피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정호기. 안심하십시오."


"뭐, 뭐였던 거야?"


눈치 보며 정호기 뒤에 붙어 섰던 루올도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보탰다. 정호기는 머리를 굴리다가 루올에게 불쑥 질문했다.


"루올. 혹시 아까 그 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니...전혀. 처음 보는 물건이었는데."


"그럼, 아까 보았던 검붉은 옷의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몰라..."


"괴물은요? 전에도 저런 괴물을 본 적이 있습니까?"


"소문으로만 들었지 저런 걸 맞닥뜨린 적은 없어! 알고 있겠지만 나는 풋내기 용병이라고."


"소문으로 듣던 괴물은 저렇게 생겼다고 하던가요?"


"아니, 좀 포악하고 커다란 짐승이라고 했었는데.. 저 정도로 흉악한 생명체는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어!"


루올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그 괴물은 뭐였을까? 단순히 가벼운 마음으로 판타지 세계에서 여행할 생각이었는데, 계속 맞닥뜨리는 것은 순 위험하고 음습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들뿐이다. 정호기는 불쑥 물었다.


"루올. 혹시 아이우드를 아십니까?"


"아이우드?"


루올은 뜻밖이라는 듯이 되물었다. 루올은 긴장감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평상시대로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변두리 땅? 그 땅은 왜?"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루올의 반응을 보건대 '아이우드'는 존재하는 모양이고, 또한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의 남주인공의 영지였던 것처럼 이곳의 아이우드도 땅 이름인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이곳의 아이우드는 이름만 같고 다른 땅인가? 아니면, 이름도 같고 다스리는 영주도 같은 소설 속 장소인가?


"......"


정호기는 흘긋 가젠을 바라보았으나 가젠은 여전히 소리 없이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전혀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인 사람처럼 초연해 보였다.


'가젠은 여기가 소설 속 장소가 아니라도 상관없는 걸까?"


[ "........"


가젠은 조용히 곤히 잠든 그라플로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악몽이라도 꾸는 듯 얼굴이 잔뜩 구겨진 채로 식은땀을 흘려 머리칼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사락


가젠은 그라플로의 머리맡에 앉아 조용히 이마와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사람의 손길을 느낀 덕분인지 구겨진 얼굴이 조금은 펴지는 듯싶다. 가젠은 조용히 그라플로의 머리카락을 매만져 주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면서도 가젠은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난 이렇게 하고 있을까? 왜 이 사람에게만 이렇게 약해지는 걸까?


"흐으으으...."


어째서 이 사람만 보면 메말라 버려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감정들이 살아 숨 쉬는지 알 수가 없다. 왜일까, 대체 왜일까. 전혀 알 수가 없다.


"제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가젠은 그가 가여웠다. 가젠은 몸을 기울여 그의 얼굴에 가깝게 다가갔다.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우우우...윽."


"......괜찮아질 것입니다." ]


'가젠은 그라플로를 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을까?'


소설에서는 손에 잡을 듯 선명하게 가젠의 감정과 그라플로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알 수가 없다. 가젠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정호기는 슬며시 불안감이 가슴 속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여기 계속 있으면 그, 이상한 사람들이 다시 올 지도 모르는데."


정호기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래 일단은, 여기를 피하는 것이 좋을까. 그 이상한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정호기가 가젠을 바라보자 가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루올이 다급하게 재촉했다. 루올의 재촉에 정호기는 발걸음을 뗐다. 검붉은 옷을 뒤집어쓴 사람들도, 괴물도, 괴물에게 잡아먹혔던 사람들도 전부 사라져버린 그곳은 숨 막히도록 조용했다.


정호기는 우울해졌다. 책 속 주인공들과 함께하는 재밌고 신나는 판타지 모험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건만, 오늘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을 봤고, 같은 사람들을 잡아먹히도록 괴물에게 던져 준 사람들도 보았고,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사람들을 봤고, 이상한 돌도 봤다. 그리고 사람들도 구하지 못했지..


- 꾸욱


판타지 소설을 보면 주인공한테 엄청난 힘이 주어지던데, 나는 그런 것도 없는 건가. 그보다는 앞으로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아이우드를 확인해 봐야 하겠지. 가젠은? 머리가 복잡하다. 가슴도 답답하다.


"라야!"


정호기는 이를 악문 채로 일단 루올을 따랐다. 일단은, 자신에게 아무런 힘도 없으니, 위험한 일은 가급적이면 피해야만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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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 아이우드로! (1) 20.06.14 23 1 5쪽
32 2. 정호기, 각성하라! (26) 完 20.06.07 37 1 14쪽
31 2. 정호기, 각성하라! (25) 20.06.07 36 1 10쪽
30 2. 정호기, 각성하라! (24) 20.05.30 23 1 10쪽
29 2. 정호기, 각성하라! (23) 20.05.23 39 1 10쪽
28 짧은 외전 - 불완전한 꿈(가젠) + 그림 有 20.05.20 31 1 10쪽
27 2. 정호기, 각성하라! (22) + 그림 有 20.05.17 32 1 10쪽
26 2. 정호기, 각성하라! (21) 20.05.10 24 1 10쪽
25 2. 정호기, 각성하라! (20) 20.05.03 41 1 10쪽
24 2. 정호기, 각성하라! (19) 20.04.26 26 1 10쪽
23 2. 정호기, 각성하라! (18) + 짧은 외전 +1 20.04.19 34 1 14쪽
22 2. 정호기, 각성하라! (17) 20.04.12 31 1 11쪽
21 2. 정호기, 각성하라! (16) 20.04.05 29 1 9쪽
20 2. 정호기, 각성하라! (15) 20.03.28 32 1 9쪽
19 2. 정호기, 각성하라! (14) 20.03.22 29 1 9쪽
18 2. 정호기, 각성하라! (13) 20.03.15 32 1 10쪽
17 2. 정호기, 각성하라! (12) 20.03.08 29 1 10쪽
16 2. 정호기, 각성하라! (11) 20.03.01 31 1 9쪽
15 2. 정호기, 각성하라! (10) 20.02.23 35 1 9쪽
14 2. 정호기, 각성하라! (9) 20.02.16 37 1 14쪽
13 2. 정호기, 각성하라! (8) 20.02.08 42 2 11쪽
12 2. 정호기, 각성하라! (7) 20.02.01 41 1 13쪽
11 2. 정호기, 각성하라! (6) 20.01.26 42 1 7쪽
» 2. 정호기, 각성하라! (5) +1 20.01.19 52 1 6쪽
9 2. 정호기, 각성하라! (4) 20.01.12 51 1 11쪽
8 2. 정호기, 각성하라! (3) 20.01.05 56 1 10쪽
7 2. 정호기, 각성하라! (2) 19.12.29 75 2 12쪽
6 2. 정호기, 각성하라! (1) + 그림 有 19.12.14 121 2 9쪽
5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4) 完 +1 19.12.04 278 2 13쪽
4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3) 19.12.01 151 4 12쪽
3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2) +1 19.11.27 210 5 12쪽
2 1. 여주인공이 소원을 들어 줌 (1) +1 19.11.26 280 4 12쪽
1 여는 이야기 +6 19.11.26 489 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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