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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를위해 님의 서재입니다.

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중턱
작품등록일 :
2018.06.16 20:44
최근연재일 :
2018.10.30 03:0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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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35
추천수 :
545
글자수 :
445,694

작성
18.09.06 20:00
조회
204
추천
6
글자
10쪽

11장 - 기다림(1)

DUMMY

센티넬의 모습은 꽤 특이했다. 커럽터의 몸 위에 옷을 뒤집어 쓴 모습이었으니. 하지만 쑨 린은 그것에 큰 신경을 두지 않았다.


“···신참. 부관이랑 같이 내 말 번역해.”

“네.”


쑨 린은 센티넬을 향해 도발적인 미소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 친구인 커럽터를 죽이러 왔다.”


그 말에 부관과 신참 엘프가 황당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방해하겠다면 너부터 벤다. 꼬우면 덤벼. 다시 저격하기 위해 포지션을 잡을 시간도 주지.”


거만한 표정에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 이유는 통역을 이상하게 했을 상황을 대비해서 한 말일 것이다. 신참은 부관에게 눈으로 “어떡하죠?”라고 물었고, 부관은 자포자기를 한 표정으로 이렇게 눈으로 말했다. “없는 놈이 참아야지.”

결국 신참 엘프가 한국어로 쑨 린의 말을 번역했다.


“당신 친구인 커럽터를 죽이러 왔답니다. 방해하면 당신부터 베어버리겠다고 하더군요. 원하신다면 다시 저격할 수 있는 포인트까지 잡을 시간을 주신다고 합니다.”


그 말에 센티넬은 자신의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너희가? 너흰 그 녀석을 상대하기엔 너무 약해.


그 글을 본 쑨 린은 통역을 받자마자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센티넬은 그가 움직이자마자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그가 달려든 거리만큼.


그리곤 다시 수첩에 무언가를 썼다.


그 녀석이 날 잡으려고 했다면 내가 뒤로 물러났더라도 잡았을 거다. 너랑은 다르게. 목숨은 하나 뿐이야. 물러나라. 넌 그 녀석보다 월등한 점이 단 하나밖에 없어. 아니, 두 개.


그는 센티넬을 붙잡기엔 마나가 아깝다는 생각에 화를 꾹 눌러담아서 물었다.


“그 두 개가 뭔데.”


그 말에 센티넬은 이렇게 대답을 썼다.


약함과 오만함.


그것을 들은 쑨 린은 자신의 언월도를 그에게 재빨리 쐈다. 물론 그것도 센티넬은 가볍게 피했고, 한 가지를 더 적었다.


하나를 빼먹었군. 넌 걔보다 나이가 더 많아. 근데 싸가지는 그 녀석보다 열등하군.


그 내용을 적은 종이를 언월도에 매달아 되돌려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더 격분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피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수첩에 글을 적어서 그를 주먹으로 가격하려던 쑨 린의 얼굴에 수첩을 내밀었다.


여기에 그 녀석 없어. 전라도에 볼 일이 있다고 해서 잠시 내려갔다.


그에게서 수첩을 확 빼앗아 신참에게 보여준 쑨 린은 통역받자마자 황당한 표정을 감추질 못했고, 그는 센티넬에게 이렇게 말했다.


“놈의 집이 어딘지 말해. 놈의 집에서 기다리면 되겠지.”


그 말에 센티넬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등을 돌려 폴른 나이트의 집으로 향했다.


---


“세상에.” “맙소사.” “이럴 수가.”


놈의 집 앞에 선 모두의 입에서 동시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들은 지금 폴른 나이트가 세운 「장승」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맨 처음 만난 장승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에게 센티넬이 수첩에 뭔가를 적어서 건넸다.


녀석은 이걸 장승이라고 주장하더군. 누가 보더라도 원시인들이 경외를 담아 섬기는 토템에 불과한데 말이야.


센티넬의 싸늘한 평가에 모두가 긍정했다. 모두가 이 폴른 나이트 산 장승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그가 하늘에 총을 쏴서 그들의 앞길을 막아 세웠다.


탕! 쾅


“뭐 하는 거야!”


쑨 린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쑨 린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말했다.


“오호라. 여기서 싸우자고 우릴 부른 거였어? 오냐 좋다, 처음부터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커럽터니 뭐니, 존나 꼴보기 싫었어! 이번 기회에 네놈을 아주 죽여버리···!!”


척.


센티넬이 그의 입을 틀어막듯 그의 얼굴에 수첩을 들이댔다. 그는 그것을 다시 채가서 신참에게 보여줬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주가···걸렸다고 하네요. 허락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저주의 대상이라 들어가면 욕본다고···.”

“그럼 저 토템을 부수면 되겠군!”


그러면서 장승을 향해 언월도를 휘두르려는 쑨 린에게 부관과 신참이 거의 동시에 각각 쑨 린의 관자놀이와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특히 부관의 경우엔 몸까지 날려가며 찼던지라 부관은 쑨 린의 언월도를 상대할 뻔 했지만, 부관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저주가 걸린 물건을 부수면 그 저주가 부순 대상에게 걸립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해제해야만 해요.”

“난 저주같은 거 안 걸려!”

“커럽터가 건 저주입니다!”


부관이 고함쳤다. 하지만 그 고함엔 역설(力說)하려는 생각뿐이란 걸 부관의 눈을 본 쑨 린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잠자코 부관의 말을 들었다.


“커럽터는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모르는 놈이다! 잊으셨습니까? 아무리 당신이 놈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해도, 놈의 저주까지 받아내 가면서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그 말에 쑨 린은 혀를 차며 토템, 아니 장승에서 물러섰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부관이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쑨 린은 진정된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잘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안 멈췄을 거야.”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여기 바닥에 뭐가 쓰러져 있는데, 이건 또 뭐야?”


아스팔트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쑨 린이 자신의 발치에 채인 팻말을 보고 한 말이었다. 뒤늦게 신참이 그것을 살펴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았네요. 이 녀석이 걸어둔 저주, 상당한 수준이에요.”

“뭐?”

“인지 왜곡 저주요. 이거···그냥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저주의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데···살벌하네요. 그 끝에 다다르게 되면 걷고 있다는 감각의 상실을 넘어 중력의 감각을 상실하고, 위아래를 구분 짓지 못하게 됐다가 마지막엔 신체가 조각난 것처럼 감각이 무작위로 흩뿌려졌을 때의 감각을 느껴야 한다고 하네요.”


그 말에 쑨 린이 부관에게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건네며 말했다.


“정말 고맙다. 신참이랑 이걸 하나씩 주지.”


그것은 종이였다. 그것도 금일봉을 약속하는 종이. 부관은 싱긋 웃으며 그것을 품속에 넣었다.


“목숨 걸고 막은 가치가 있었네요.”

“당연하지 이 자식아. 그건 그렇고···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여기서 며칠 동안이고 기다려야한단 말이야.”


그 말에 센티넬이 급하게 수첩에 휘갈겼다.


내 집은 안 돼. 들어오면 바로 공격한다.


그 말에 쑨 린이 표정을 구기며 쏘아봤다. 하지만 그는 이미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갈 뿐이었기에 그는 잇소리를 내며 주변을 살폈다.


“아파트 많네. 멀쩡한 곳을 한 번 찾아보자고.”

“네.”


그렇게 혹시나 내릴 비를 피할 곳과 몸을 뉘일 곳을 찾아 가려던 중, 쑨 린은 왠지 모르게 신참이 웃고 있다는 걸 깨닫고 물었다.


“근데, 뭐 즐거운 일이라도 있나? 왜 웃고 있어?”

“예?”


그 말에 신참은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소심하게 말했다.


“아뇨 그냥···소우주 마법이 가능하다고해서 제가 아는 누가 생각이 나서 혹시나 했는데 아니라 다행이네요.”


그 말에 부관도 없던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우리 신참이 누굴 생각했는지 궁금하네. 뭐, 선후배? 아니면 남자친구?”


그 말에 신참은 또다시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기사학교 동기요. 중학생 나이로 월반을 한 녀석인데, 진짜 굉장했죠. 지금은 없지만. 물론···아니, 아니에요.”


그리곤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저는 걔한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걔는 이미 8년 전에 행방불명이 됐으니···사실상 죽었을 테니까요.”


그리곤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말을 마쳤다. 뭔가 사연 많아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를 위해 부관이 세상 물정 어두운 사내에게 귓속말을 해줬다.


“저 친구 8년 전 한국 임시 정부의 기사학교 때 성희롱 관련 문제로 한 꼬맹이를 왕따 시켰다가 그 꼬맹이가 행방불명이 됐는데, 그 꼬맹이에 대해 조사해보니 무혐의라고 해서 기사학교에서 쫓겨났답니다. 괜히 우리한테 온 게 아니죠.”


괜히 우리에게 온 게 아니란 말은 쑨 린의 자존심을 긁기에 충분했고, 쑨 린은 재빨리 반응했다.


“뭐? 야! 우리 수준이면 중국에서도 탑 클래스야!”

“아,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고···저 아가씨가 탑 클래스에 올만한 실력자라 자기네 나라 길드란 곳에서 돈 왕창 벌었을 거라 이거죠! 생각해봐요 대장, 대장은 에이스 대접 받으면서도 돈 왕창 버실래요? 아니면 부하 취급 받으면서 돈 왕창 버실래요?”


그 말에 쑨 린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짓더니 한참을 침음성을 흘리다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렇군. 내가 너무 과민반응이었어.”


빠르게 사과하는 모습을 본 부관이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도 대장처럼 빠르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장의 실력보다 대장의 그런 면이 더 가치 있다고 전 생각해요.”

“뭐 임마! 그럼 네 대장으로 군림할 수 없잖아!”

“아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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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1부를 마치며 +5 18.10.30 242 6 1쪽
83 에필로그 18.10.30 230 7 33쪽
82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6) +3 18.10.05 279 11 14쪽
81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5) 18.10.04 210 7 12쪽
80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4) 18.10.03 199 4 10쪽
79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3) 18.10.02 205 5 10쪽
78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2) 18.10.01 204 3 11쪽
77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1) 18.09.28 211 6 9쪽
76 13장 - 리바이어던(5) 18.09.27 220 7 11쪽
75 13장 - 리바이어던(4) 18.09.26 217 7 11쪽
74 13장 - 리바이어던(3) 18.09.25 216 6 9쪽
73 13장 - 리바이어던(2) 18.09.24 227 8 12쪽
72 13장 - 리바이어던(1) 18.09.21 214 4 14쪽
71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7) 18.09.20 225 5 10쪽
70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6) 18.09.19 223 5 10쪽
69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5) 18.09.18 229 5 11쪽
68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4) 18.09.17 232 2 9쪽
67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3) 18.09.14 241 8 13쪽
66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2) 18.09.13 220 5 9쪽
65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1) 18.09.12 266 5 10쪽
64 11장 - 기다림(4) 18.09.11 240 4 14쪽
63 11장 - 기다림(3) 18.09.10 222 3 10쪽
62 11장 - 기다림(2) 18.09.07 252 4 11쪽
» 11장 - 기다림(1) 18.09.06 205 6 10쪽
60 11장 - 세척(2) 18.09.05 229 3 13쪽
59 11장 - 세척(1) 18.09.04 219 4 11쪽
58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6) 18.09.03 224 6 11쪽
57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5) 18.08.31 234 4 11쪽
56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4) 18.08.30 238 6 11쪽
55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3) 18.08.29 24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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