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잉여를위해 님의 서재입니다.

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중턱
작품등록일 :
2018.06.16 20:44
최근연재일 :
2018.10.30 03:0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7,336
추천수 :
545
글자수 :
445,694

작성
18.09.04 20:00
조회
219
추천
4
글자
11쪽

11장 - 세척(1)

DUMMY

다음날 아침. 나는 총 두 척의 군함과 여객선 다섯 척, 그리고 어선 열 척을 나포하여 과장 아저씨네로 향했다. 그리고 배에는 사람을 꽉꽉 채워 놨다. 아저씨는 선두에 선 배의 갑판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날 보지 못했다면 쏴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락이라도 좀 하지.”

“여기 전화 안 되잖아요.”

“그렇긴 한데···신호탄 있잖아.”

“커럽터 오면 어떡해요. 그리고 신호탄 비슷한 건 쐈잖아요. 안 그래요?”


그 말에 과장 아저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거 말 하려고 했어. 이 자식아, 천둥번개로 하늘을 가르는 모습을 보여 놓고서, 뭐? 눈에 띄면 어떡하나 라는 듯이 말해?”

“괜찮아요. 일부러 커럽터 놈들 속이려고 하루나 며칠 정도의 텀을 두고 일부러 이곳저곳에서 번개를 뿌렸거든요. 8년 동안 계속!”


그 말에 과장 아저씨는 황당한 어조로 물었다.


“대체 언제?”

“몬스터 영역 정리 하러 갈 때나, 시간 남을 때 마다요.”

“그것 때문에 일부러 하늘을 향해 벼락을 쏜 거야?”

“아뇨. 하늘을 향해서 쏴야 하나씩 사냥할 수 있거든요. 마나를 경제적으로 쓰는 거죠.”


직접 쏘는 건 상대가 커럽터일지라도 튀겨버린다. 마나 저항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 결국 오래 지지면 다 튀겨진다.


“물론 구름이 없는 날엔 안 해요. 구름이 있는 곳에 가서 하지.”

“···.”


과장 아저씨가 째려보는 게 영 신경 쓰이긴 했지만,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보다, 해적 중에 국군 프락치가 있었어요. 몰래 숨어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네. 그래서 데려왔어요. 이봐요 프락치 아저씨!”

“···.”


해적들 중에서 묶여있지 않았던 남자가 한 명 나왔다. 그러자 일본어와 영어로 욕설이 터져나왔다.


“이 조센징놈!”

“이래서 한국인 받지 말라고 했잖아!”

“널 믿었는데!”


그리고 조센징이라고 말한 놈은 과장 아저씨가 직접 지명했다.


“폴른 나이트야. 저기 저 일본인 지금 조센징이라고 했다. 당장 끌고 와.”

“네.”


난 놈을 과장 아저씨 앞으로 집어던졌고, 과장 아저씨는 집어던져져서 혼비백산인 놈이 급히 고개를 드는 것을 예상하고서 안면에 제대로 로우킥을 박아버렸다.


퍽!!


“으겍···.”

“야 민기야. 총 가져와.”

“예 선배.”


과장 아저씨는 곧바로 놈의 뒤통수를 개머리판으로 내리찍었고, 난 깜짝 놀라서 녀석에게 마나를 주입시켜 신체의 치유능력을 상승시키며 따졌다.


“사람 몸이 그렇게 강하지가 않아요! 그렇게 하면 단번에 죽을 수도 있단 말이에요! 더 아프게 해야죠!”

“아참. 그랬지. 저번 놈은 조센징이란 말을 안 했거든. 나도 모르게 세게 쳤네.”

“조심하세요!”


우리의 이 대화는 저들 중에서 한국말을 어설프게나마 들을 수 있던 놈들이 번역했고, 순식간에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 물론 이전에는 공포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뜻은 아니다.


“으아아!!”


이런, 마나를 너무 많이 부여한 탓에 녀석이 밧줄을 풀고 과장 아저씨에게 달려들었다. 이건 막아야하겠는데.


탕탕!!


“컥···!!”


순식간에 두 발의 총성이 들렸고, 총성이 들린 방향은 형 쪽이었다. 민기 형은 자신의 권총집에 권총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억울하면 총을 쓰던지.”


과장 아저씨는 녀석이 맞은 양 허벅지를 개머리판으로 내리찍었다. 녀석이 비명을 지르자 과장 아저씨는 왼발로 놈의 관자놀이를 세게 걷어찬 다음, 양 손을 개머리판으로 마저 내리찍었다.


“그,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당신 군인이라며? 나 군인일 땐 빌런에겐 이렇게 했어.”

“구, 군인이셨습니까? 설마 상하이···.”

“조용히. 지금 작업중입니다.”


과장 아저씨는 완전히 넝마가 돼서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왜구의 머리채를 붙잡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조센징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이렇게 된다. 자살 희망자가 있으면 반드시 참고하도록.”


그리곤 바닥에 내던지고서 마저 말했다.


“물론 비협조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자살희망자로 간주하여 그 사람의 희망사항을 아주 친절하게 실천해주겠다. 너희들에겐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만 알아둬. 우리도 빌런이거든. 야, 이 새끼 치워. 죽지만 않게 해.”

“네 선배. 근데 저것들 다 알아듣긴 할까요?”

“일부만 알아들어도 돼. 나머지 내용은 공포 분위기가 알아서 내용을 그려 넣어줄 테니까.”


가장 큰 적은 자신이란 뜻이라고 말하며, 과장 아저씨는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해적 프락치 짓은 끝났으니 같이 보내드리면 되나? 후배님.”


하지만 과장 아저씨가 후배님이라고 부른 양반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다.


“···아뇨. 제가 여기 온 건 사실 저 해적들을 적절히 이용해서 해저 몬스터들이 이곳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였는데요···.”

“뭐?”

“···젠장. 공짜로 써먹을 수 있는 해적 놈들을 이젠 못 써먹게 됐군.”


그 말에 과장 아저씨가 정색하고서 물었다.


“야. 이거 계획 누가 짰어. 본토냐, 아니면 강화도냐.”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습니다. 섬을 점령하는 거였죠. 물론 강화도에서는 반대했습니다. 몬스터와 커럽터를 상대할 병력도 부족한데 이런 곳에 보낼 병력이 있겠냐고 따졌죠. 그래서 해적을 이용하는 걸로, 그들을 감시할 병사 한 명만 보내게 됐습니다. 그게 저였죠.”


프락치는 본인이 해적의 일원이 되기 위해 얼마나 자신이 고생을 했는지, 해적들의 노예로서 얼마나 긴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설명하려던 찰나, 과장 아저씨가 그의 입을 막고서 물었다.


“그럼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떡하고?”

“···.”


대답이 없다. 실망감이 크다.


“그것까진 대책을 안 세웠군. 이거 하나만 말하자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엔 저 병신들이 타고 온 전함에 함포를 맞을 뻔 했던 사람도 있어. 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뭐라고 할까?”

“계속해서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출했는데 반려 당했으니까 후배님이 여기 있는 거겠지, 안 그래?”

“······.”


그 말에 프락치 아저씨는 말을 잃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까? 여길 빠져나가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인간쓰레기가 돼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누군가는 해야만 했던 희생이었다. 이딴 60,70년대에나 먹힐 이야기를 하면 된다.


“진짜 군인이란 놈들은 정말···. 내가 이 꼬라지 보기가 싫어서 군에서 나왔는데···. 똥별 새끼들은 바뀌는 법이 없어.”

“누가 아니래요? 폴른 나이트야, 넌 이런 거 절대 배우지 마라···.”


그 말에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배울 수도 없겠는데요? 이렇게 쓰레기처럼 될 자신이 없어요.”

“그러냐? 나도 그래. 하지만 우리 쓰레기 똥별 여러분들은 그걸 해냈지. 참···세월이 지나도 좆같은 놈들이야. 댁은 뭐 할 말 없어?”


민기 형이 프락치 아저씨에게 묻자, 그는 힘없이 대답했다.


“···상관 모독죄는 마법으로 감시하거든요.”


그 말에 과장 아저씨가 참고 또 참은 욕을 기어코 뱉어내고 말았다.


“애미 없는 새끼들! 국군 장병들 무기에 하나라도 더 인챈트 해줄 생각을 안 하고 자기 욕 했나 안 했나를 감시해? 이 병신 새끼들은 나라도 못 지켜, 군인들에게 잘 해주지도 못해, 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있던 애미도 사라지는 마법 부리는 거?

아니지! 부모님이 돌아가신 폴른 나이트는 완전 착실하게 자랐잖아! 그냥 싹수부터 노란 새끼였네! 가정교육부터 기초 교육과정까지의 구간이 어땠을지 눈에 훤히 보인다!”


그리곤 갑자기 희번덕거리며 해적 놈들을 돌아보곤 다시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우린 군이랑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겠어. 저런 놈들과 똑같이 되고 싶진 않아.”

“뭘 어쩌시려고요?”

“이 섬들, 우리가 지키자.”


과장 아저씨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자, 잠깐만요. 섬을 지킨다니요?”

“그 말대로야. 이 섬들, 우리가 지키자고.”


이건 너무 황당한 이야기 아닌가. 우리 원래 목표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거였잖아.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총알은 한정돼있어요.”

“한반도에 얼마나 많은 5.56mm Nato탄이 버려져있다고 생각해? 그것만 가져다줘도 저 사람들은 네가 인챈트한 무기로 섬을 안전히 지킬 거야.”

“사람도 많지 않잖아요.”

“모자란 사람은 충당하면 돼. 마침 저기 충당할 인원들이 있네.”


과장 아저씨는 돌아보지도 않고 왼쪽 어깨 뒤로 자신의 엄지를 겨누며 말했다. 그 끝엔 당연히 해적들이 있었고, 난 극구 반대했다.


“절대 안 돼요.”

“왜? 우린 기회를 주는 거야. 죽지 않을 기회. 다시 떳떳해질 기회 말이야.”


죽지 않을 기회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설마 저 사람들 죽일 생각이었어?


난 가슴 한편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죽지 않을 기회라뇨?”

“저 놈들, 강화도로 보내면 어떻게 되게? 싹 다 즉결처형이야. 우리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 강화도로 보내는 거지.”


···아. 그랬지. 잠시 잊고 있었다. 워낙 저 해적들을 살벌하게 팼기에 직접 죽이려는 줄 알았다.


“···아 맞다. 그랬네요. 하지만 떳떳해질 기회는요?”

“죽지 않을 기회와 함께 주는 건 놈들에게 주어지는 의무와 보수. 의무와 보수가 있으면 언젠가 사람은 스스로의 일에 떳떳해져. 그게 얼마나 더럽더라도 그건 이뤄지는 일이고, 더군다나 이건 꽤 이로운 일이거든. 여러모로.”


그리곤 총을 하늘로 겨누고서 세 발, 긴 박자를 두고 발사했다. 갑작스런 총소리에 해적들은 물론 근처에 있던 우리들까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과장 아저씨는 내 귀에다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예?! 지금 그걸 말이에요?”

“그래.”


···젠장, 왜 또 그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4 1부를 마치며 +5 18.10.30 242 6 1쪽
83 에필로그 18.10.30 230 7 33쪽
82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6) +3 18.10.05 279 11 14쪽
81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5) 18.10.04 210 7 12쪽
80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4) 18.10.03 199 4 10쪽
79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3) 18.10.02 205 5 10쪽
78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2) 18.10.01 204 3 11쪽
77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1) 18.09.28 211 6 9쪽
76 13장 - 리바이어던(5) 18.09.27 220 7 11쪽
75 13장 - 리바이어던(4) 18.09.26 217 7 11쪽
74 13장 - 리바이어던(3) 18.09.25 216 6 9쪽
73 13장 - 리바이어던(2) 18.09.24 227 8 12쪽
72 13장 - 리바이어던(1) 18.09.21 214 4 14쪽
71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7) 18.09.20 225 5 10쪽
70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6) 18.09.19 223 5 10쪽
69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5) 18.09.18 229 5 11쪽
68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4) 18.09.17 232 2 9쪽
67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3) 18.09.14 241 8 13쪽
66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2) 18.09.13 220 5 9쪽
65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1) 18.09.12 266 5 10쪽
64 11장 - 기다림(4) 18.09.11 240 4 14쪽
63 11장 - 기다림(3) 18.09.10 222 3 10쪽
62 11장 - 기다림(2) 18.09.07 252 4 11쪽
61 11장 - 기다림(1) 18.09.06 205 6 10쪽
60 11장 - 세척(2) 18.09.05 229 3 13쪽
» 11장 - 세척(1) 18.09.04 220 4 11쪽
58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6) 18.09.03 224 6 11쪽
57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5) 18.08.31 234 4 11쪽
56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4) 18.08.30 238 6 11쪽
55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3) 18.08.29 247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