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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ANG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는 회귀자가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광사능
작품등록일 :
2021.04.06 15:11
최근연재일 :
2021.05.26 19:5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86
추천수 :
2
글자수 :
81,331

작성
21.05.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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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군인 하병우(3)

DUMMY

"제가 가서 폭탄을 터뜨리겠습니다."


병우는 창헌에게 말했다.

그 말에 발끈한 것은 류진이었다.


"병우 씨, 당신은 저와 함께 가셔야합니다. 당신같은 인재를 여기서 잃을 수는 없어요!"


두 번째 시련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귀영수를 볼 수 있는 인재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생명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재능이 뛰어난 존재.

분명 나중에 있을 시련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다.


'꼭 데려가야만 해!'


꽈악!

여차하면 부러뜨리겠다는 각오로 병우의 팔을 붙잡았다.

병우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마력을 전부 소모해 지쳤다고는 하나 스탯포인트의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탓!

병우가 힘을 주자 간단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름:하병우

나이:21세

직업:미정

근력D (84/100)

내구도D (10/100)

민첩D (7/100)

스킬: 없음


오로지 근력에만 투자한 스탯.

류진의 2배가 넘는 근력 스탯 포인트 덕분이었다.


"저는 갈겁니다."

"당신같은 사람은 많이 봐왔습니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하는 사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이죠!"

"제가 죽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맞습니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 미칠 것 같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괴물들이 동료들을 찢어죽일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때문에 죽고 싶어 미칠 지경이란 말입니다!"


병우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근데 살고 싶습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살고싶단 말입니다! 아무것도 못 해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도 살고 싶단 말입니다!"


추잡한, 하지만 당연한 자신의 욕망을 토해내는 병우의 눈이 분노로 시뻘겋게 변했다.


"다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순간에! 적어도 한 번쯤은 모두를 지킬 기회를 얻고 싶은겁니다! 무엇보다!"


병우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국민을 지키는게 군인의 의무니까요!"


그 때.


[알림]

[크리쳐 '하병우'의 직업이 결정되었습니다.]

[크리쳐 '하병우'의 직업:선봉에 서는 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 병우는 폭탄 쪽으로 달려갔다.

류진은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성아를 업고 있는 지환에게 막혔다.


"저 사람이 선택한거야. 넌 성아를 지킬 의무가 있어. 그게 너가 선택한거니까."



****



"그대는 최선을 다했소.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결심했고, 행동으로 옮겼지."

"날··· 죽이려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군요."


쿨럭!

병우는 땅에 누운 채 기침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죽었소. 난 그대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것 뿐.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은 그대이지."


등 뒤의 1미터. 폭발로 무너져내린 다리의 끝이 있었다.

온 몸에서 멀쩡한 것은 왼다리 하나.

나머지는 부러져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후우···"


미친 짓을 한번 더 해야겠군.

만신창이가 된 몸이었지만 마지막 한 번쯤은 발악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당신을 막아야··· 내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테니까···"

"그대가 고생한 것에 비하면 하잘 것 없이 짧은 시간이오."


병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일호는 그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만난 악령은 이상하게도 빠르게 악령으로 변했지만, 병우는 그럴 기색이 없었다.


'이 자의 행동은 살아있는 동료를 위한 것도 있지만, 그 기반은 먼저 죽은 동료에 대한 죄책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지금 자신의 행동으로 욕망을 풀고 있을테니 악령으로 변할 일도 없겠지.'


악령이나 마물이 아닌 이상 최대한 온건하게, 그것이 일호의 철칙이었다.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일호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으니까.


'결국, 이 저승사자를 막기 위해선 마지막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어.'


물론 그게 항상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은 꼭 제 영혼을 데려가야하는 겁니까?"

"그렇소."


씨익, 하고 미소를 지은 병우는 왼다리로 바닥을 밀었다.


타앗!


"그럼 그 시간이 좀 더 길어질겁니다."


공중으로 떠오른 병우의 몸은 뒤로 날아가 무너진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일호는 깜짝 놀라 손을 뻗었다.

촤르르르르르륵!

땅바닥에서 솟아오른 쇠사슬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다리 밑으로 추락하는 병우를 추적했다.


쐐액!

병우의 몸은 한강을 향해 가속했다.

가까워지는 헤엄치는 한강 수면.


"국민을지키는것은군인의의무국민을지키는것은군인의의무!"


병우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아버지의 말을 되새겼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리고 그 안에서 헤엄치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


[귀영수 라는 마물입니다.]


다리 위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한 순간, 떠오른 것은 류진의 말이었다.


[꼬리짓 한 번에 행주대교는 모래성 무너뜨리듯 부숴버릴 수 있는 강력한 녀석이죠. 이 다리에서 계속 싸우다보면 녀석을 자극하게 될 겁니다. 몸집은 크지만 잔챙이들만 잡아먹고 사는 녀석이라 작은 움직임에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떠올린 것이 녀석을 자극하는 것.


'영혼이니까 두 번 죽지는 않겠지! 저승사자도 엄청 강하니까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될거야!'


휘리리릭!

병우가 떨어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쫒아온 쇠사슬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크윽!"


병우는 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닿아라···!"


토옥.

닿은 것은 손가락 하나.

아주 작은 파문이 잔잔한 한강에 퍼져나갔다.


"젠...장!"


아무런 반응도 없는 귀영수를 보고 병우는 욕을 곱씹었다.


'겨우 나는 잔챙이도 안된다는건가···?'


차라리 몸 전체가 빠졌더라면 달라졌을지 몰랐다.

그의 몸은 쇠사슬에 이끌려 서서히 다리 위로 끌려올라갔다.


"수면 아래 저 녀석을 자극하려 한 것이오?"


일호는 쇠사슬에 묶여 거꾸로 매달려있는 병우를 보고 말했다.


"영혼은 죽지 않을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영혼도 죽소. 그대의 몸이 부서지는 것을 걱정한 것도 그 때문이오. 만약 녀석에게 삼켜졌다면 그대는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영멸하게 되었을 것이오. 더 이상의 말썽은 내가 용납할 수 없으니 힘으로 데려가겠소."

일호는 생사부를 꺼냈다.


"제발··· 제 동료들을..."

"영혼관리국 이탈영혼관리부 372기 사신 1호가 망자를 인도하려하니, 망자는 부름에 답하거라."


생사부에서 뿜어져나온 검푸른 연기는 공중에 하병우라는 글자를 나타내었다.


"마지막 부탁은 들어줄 수 없으나, 당신이 내게 했던 일은 없던걸로 하겠소. 그것이 당신의 긍지를 향한 나의 경의요. 하병우. 하병우. 하병우"

"미안··· 해···"


병우의 몸은 밝게 빛나더니 서서히 작게 압축되었다.

나풀나풀.

일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작은 영혼을 손에 쥐었다.


"성불하시오."


이번엔 영혼을 바로 영혼관리국으로 보냈다.


'이탈영혼 녀석도 같이 보내려다 성아 낭자의 영혼을 빼앗겼지.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성아 낭자의 영혼이라도 영혼관리국으로 보내야해.'


일호는 이탈영혼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려했다.

타앗!

그의 몸이 가볍게 떠오른 순간.


피슛!

수면 아래서 무언가 빠르게 튀어나와 그의 발목을 휘감았다.


"어라?"


슈우욱!

순간적인 가속.

풍덩!

평범한 사람이라면 온 몸이 산산조각 났을 충격과 함께 일호의 몸은 어느 새 한강의 수면 아래에 있었다.

부그르르르륵!

몸을 휘감은 공깃방울이 사라지자 그것이 보였다.


귀영수.

유리, 거울, 수면.

무언가 비춰지는 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며 살아가는 어류형 마물.

그것의 크기가 곧 강함이며, 가장 강한 것은 행성을 자신의 몸으로 휘감아 자신의 꼬리를 물 수 있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그것에 견줄 바는 아니었지만, 일호의 눈 앞에 있는 귀영수는 절대 작다고는 못했다.

우로보로스라 불리는 전설의 모체가 된 마물.

전체적인 형태는 동양의 용에 가까웠다.

길다란 몸과 온 몸에 박혀있는 단단한 비늘.

입은 조금만 벌려도 빌딩 하나는 통째로 씹어먹을 정도로 컸고 뿔은 달려있지 않았지만 목으로 추정되는 곳엔 갈기가 달려 있었다.


"─────────────────────────!!!!"


쿠구구구구!

고래의 울음소리 같은 그것의 괴성에 한강 전체가 들끓었다.


슈륵!

마치 뱀이 움직이듯 일렁이는 듯한 귀영수의 움직임.

순식간에 그것은 입을 벌리고 일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콰득!

거대한 이빨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정확하게 일호의 몸통을 노려왔다.

거대한 귀영수의 턱일호를 씹어삼키려했지만, 일호는 팔로 그것을 막았다.

그리고 다리와 몸으로 턱을 지탱해 녀석이 완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 녀석···!"

"──────!"


녀석은 일호를 깊은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몇 번 턱에 힘을 주던 녀석은 일호를 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를 뱉었다.

그 충격만으로 물 속에서 몇 십 미터는 날아가던 그는 물의 저항력 덕분에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수영은 싫어하는데···! 이 상태로 저 녀석이 덤벼든다면 귀찮게 된다. 게다가 숨도···!'


육체의 제약을 얻어 물 속에서 오래 싸울 수도 없었다.

여태까지 많은 세계를 돌아다녀봤지만 초반부터 이렇게 개고생을 하는 세계는 없었다.


'이래서 선임 저승사자들이 말년에는 굴러가는 먼지도 조심하라 했구나!'

"부그르아악!"


짜증이 몰아닥쳐 소리를 질렀지만 공기방울은 그의 분노를 대신할 수 없었다.

숨이 더욱 빠져나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래선 여기서 한번 죽고 말테지.'


일호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리저리 꼬여있는 녀석의 몸통 사이로 수면에 일렁이는 햇빛이 보였다.


'나와라, 사인검.'


부그륵!

물 속에서 공기방울이 터져나가며 사인검이 나타났다.

스윽.

그것을 허리춤에 맨 일호는 수면을 향해 헤엄쳐 올라갔다.


"───!"


일호의 움직임을 눈치 챈 귀영수가 거대한 머리를 돌려 일호를 쳐다보았다.


'아, 이런···'


이번에 녀석은 단 번에 일호를 삼킬 셈인지 입을 벌리고 일호를 그대로 통과했다.




촤아아아악!

물이 빨려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일호는 녀석의 위장에 내동댕이 쳐졌다.


"크윽! 냄새가!"


일호는 도포 끝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귀영수가 먹고 소화시키며 나오는 가스 때문에 녀석의 위장은 악취로 가득했다.


"도깨비 불."


포옹!

일호의 주문에 손 위로 푸른색 불꽃이 일어났다.

차가운 불꽃은 밝은 빛을 내뿜어 주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둥둥 떠다니는 인간의 두개골과 썩어가는 시체.

콘크리트 조각과 자동차의 엔진.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자신들을 서서히 녹여가는 귀영수의 위액 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끔찍하군."


그것을 볼수록 이탈영혼에 대한 화만 치밀어올랐다.


"짐승의 뱃 속에 들어온게 이번이 세 번째인가?"


첫 번째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카르탄 제국의 신수와 싸울 때였고,

세 번째는 바로 지금.


"후우···"


일호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깊게 숨을 들이키자 코가 썩을 것 같은 악취에 오히려 화가났다.


"젠장! 그냥 뚫고 나가야겠군!"


녀석의 몸통이 꽤나 두꺼워서 나갈 때까지 고생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소화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더 싫었다.

일호는 사인검에 기운을 모았다.


"어라?"


그것에 반응한 것은 생각치도 못한 존재였다.

살아있는 존재.

하지만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동공이 없는 눈은 통째로 황토색이었고, 무엇보다 머리 주위에 작은 고리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카하진 님께서 사자를 보내신건가? 그러실리가 없는데? 이봐! 아직 이 녀석이 나갈 때가 아니라고!"

"카··· 하진?"

"뭐야, 주인님 이름도 모르는거야? 멍청한 위성이구만! 난 '판' 인데. 넌 이름이 뭐냐?"


판은 일호의 머리에 쓴 갓을 자신의 머리에 있는 고리와 똑같은 것으로 착각했다.

일호는 '신일호'라는 이름이 떠올렸으나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없소. 1호라고 부르시오"

"뭐야, 이름도 없는 위성이야? 하긴 그러니까 나한테 메세지를 전하러 왔겠지."

"뭘 착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위성이 아니오. 애초에 위성이 뭔지도 모르겠군."


그 말에 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성이 아니야? 그럼 인간이라는 뜻이냐? 근데 어떻게 귀영수의 뱃속으로 들어왔지?"


스윽.

일호는 사인검에 손을 올렸다.


'이 녀석은··· 위험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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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4.빙의자 구민식(1) 21.05.26 25 0 13쪽
» 3.군인 하병우(3) 21.05.24 28 0 12쪽
12 3.군인 하병우(2) 21.05.23 27 0 13쪽
11 3.군인 하병우(1) 21.05.20 31 0 13쪽
10 2.사신 1호(4) 21.05.17 34 0 13쪽
9 2.사신 1호(3) 21.05.16 46 0 14쪽
8 2.사신 1호(2) 21.05.13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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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귀자 이류진(4) 21.05.07 38 0 13쪽
3 회귀자 이류진(3) 21.05.06 42 0 13쪽
2 회귀자 이류진(2) 21.05.05 77 1 12쪽
1 회귀자 이류진(1) 21.05.04 10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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