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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ANG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는 회귀자가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광사능
작품등록일 :
2021.04.06 15:11
최근연재일 :
2021.05.26 19:5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82
추천수 :
2
글자수 :
81,331

작성
21.05.04 19:05
조회
106
추천
1
글자
13쪽

회귀자 이류진(1)

DUMMY

쐐애애애액-!

공기가 지상을 질주했다.

초속 300미터가 넘는 초강풍. 지구에서 불만한 바람은 아니었다.

쿠드드득!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 모래성 무너지듯 바람에 부서져 날아갔다.

류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끔찍한 풍경이야."


산산조각 난 달은 무수한 파편으로 나뉘어 지구 주변에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7개의 행성.

낮선 달들이 손을 뻗으면 보일듯한 크기로 하늘에 떠있었다.

류진은 하늘로 손을 뻗고 그것들을 향해 중지를 치켜세웠다.


[파괴자 '카하진'이 폭소를 터뜨립니다.]


빠지지지직!

콰앙!

동시에 류진과 멀리 떨어진 곳에 벼락이 떨어졌다.

그 크기만해도 나라 하나는 가볍게 집어삼킬 정도.

벼락이 떨어진 곳은 새까맣게 그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녀석들에겐 가벼운 장난 수준이다.


"짓궂은 녀석들이야."


등 뒤에서 들려온 말에 류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뒤를 돌아보자 생명력이 넘치는 에메랄드 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가이아, 당신의 눈에는 저게 짓궂은 정도입니까?"

"응."


가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만도 하겠군요."


그녀는 지구의 화신.

비슷한 힘을 가졌던 그녀의 관점에서는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류진에게는 아니었다.


"하찮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저런거 하나하나가 재난입니다. 절대로 이겨낼 수 없는 재난."

"하찮다고 하지마. 그리고 넌 이겨냈어."

"모두가 죽고나서 말이죠."


지구 최후의 인간이자 최후의 생명체. 그것이 류진이었다.


류진을 제외하곤 세포단위까지 절멸해버려 지구 어디에도 살아있는 생명체는 없다.


"모든 생명체가 죽고, 그것들의 힘을 이어받아 겨우 녀석들의 시련을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의미가 있을까요?"

"당연히 있지."


가이아는 미소를 짓고있었다.


"어떤 의미가 있죠?"

"가능성."

"하!"


류진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0퍼센트인 가능성 말인가요?"

"가능성이 0 퍼센트에 무한히 가깝더라도 결과적으로는 0퍼센트가 아니야. 가능성은 있어."


인간의 수가 1억 명도 남지 않고서야 그녀는 현실에 강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인간을 도와준 것도 아니었다.


"극한으로 따지면 똑같이 0퍼센트 취급인거 모르십니까?"

"재미없는 얘기는 하지 말고."


그녀는 가만히 인간들의 죽음을 방관했다.

도와주는 시늉조차 하지도 않고 그저 옆에 있을 뿐.


"내 마지막 힘을 쓰면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나중에서야 류진은 알았다.

그녀에겐 힘이 없다.

그녀의 힘의 결정체가 바로 생명체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힘이요···?"


그녀는 스스로의 힘을 전부 써서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녀가 인간들을 도와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던 인간들은 죽기 전까지 자신들을 돕지 않는 그녀를 원망하고 저주했다.

그럴 때조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보내줬다.


"지구 상에 남은 생명체는 너와 나 단 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겠지."


잘 알고 있었다.

초속 수백 미터의 초강풍, 미친듯이 몰아치는 뜨거운 열기와 냉기, 끓어오르는 바다와 지상으로 떨어지는 수백 개의 운석.

지구 상의 생명체가 줄어들수록, 남은 생명체에게 생명력이 집중된다.

지금 류진은 지구의 생명력을 대부분 갖고 있었다..

그것 덕분에 류진이 지금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행성급에 가까운 힘. 하지만 온전하진 않았다.


"날 죽이면 지구의 모든 힘을 갖게되면, 넌 과거로 돌아갈 정도의 힘을 얻게 돼."

"내가 그럴 것 같습니까!"


류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가이아는 그것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난 분명 너희에게 기회를 줬어. 시스템을 만들어 너희를 도우려했지만 너희들의 힘은 너무 약했지. 그러니 난 내 목숨을 걸고 마지막 도박을 하겠어."


여태까지 부드럽게 말했던 가이아와 동일인물인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말투였다.


"인간에게 시련을 내리겠다. 눈 앞의 지구의 화신을 죽여라."


그 말과 함께 류진의 눈 앞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붉은 색 알림창과 검은 글씨.

행성급 시련의 등급을 나타내는 색깔이었다.


[시련]

지구의 화신 '가이아'를 죽여라.

보상:회귀(1회)

실패 패널티:지구멸망


"당신을 죽이라고? 혼자 남은 나에게 당신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서 이런 짓을 하는겁니까?"

"알아."


류진은 그녀의 눈에서 굳은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절대 뜻을 바꾸지 않는다는 눈빛.


"내가 따르지 않겠다면?"

"너도 죽고, 나도 의미없이 죽게되는거지."


완벽한 외통수다.

어차피 그녀는 죽는다. 시련이 시작된 이상 그것은 멈출 수 없다.

그녀는 류진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죽이고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지, 아니면 개죽음을 당할게 놔둘지.

류진은 검을 들었다.

그것을 보고 가이아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명심해. 기회는 한 번 뿐이야···"

"당신을 원망할 겁니다."


푸욱!

그리고 그대로 가이아의 심장을 찔렀다.

극한에 다다른 검술에 가이아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류진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어머니가 자식을 살리고 싶은 것은 당연하잖니."


****


염라대왕의 사무실 앞

1호는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다시 한 번 복장을 점검했다.


"저승사자 도포, 깔끔하고. 갓, 손질 잘 되어있어. 좋아."


제 아무리 천 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저승사자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염라대왕을 대면하는 것은 무척이나 긴장되는 일이다.


"후우···"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은 1호는 문에 노크를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탈영혼관리부 372기 사신 1호 입니다!"

"들어와."


문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피곤에 찌든 목소리. 하지만 온 몸이 바싹 긴장하는게 느껴졌다.

1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왔냐?"


천장이 보이지 않는 방이었지만, 그에 따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서류 때문에 원래 방의 형태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작은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염라대왕이 보였다.


"자나 깨나 망자 조심! 죽은 망자···!"


염라대왕이 손을 살짝 들어올리자마자 1호는 입을 다물었다.


"머리 울려. 조용히 해. 앉아."


염라대왕님 보면 이탈영혼관리부의 슬로건을 꼭 외치라고 했던 부장을 욕하며 1호는 지시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1호가 앉아있는 탁자로 왔다.

쪼르르르.

염라대왕이 테이블 위에 있던 차를 따라 그에게 내밀었다.


"372기! 1호! 감사합···!"

"조용히."


피곤하다고 해도 염라대왕이었다. 카리스마가 담겨있는 목소리에 말년 사신인 1호라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널 왜 불렀을까?"


그 말에 1호의 머리 속은 300배 빨라졌다.


'왜 불렀지? 굳이 물어보신단건 일 관련된게 아닌가? 휴가증 돌려쓴게 걸렸나? 연수 빼먹고 기숙사에서 놀던게 걸렸나?'


연신 고민하던 1호는 가장 적절한 대답을 내놨다.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먼저 실토하면 손해만 본다.


"이탈영혼관리부 사신을 내가 왜 불렀겠어. 과자나 멕이려고 불렀겠냐?"

"아, 그럼?"


염라대왕은 차를 들이켰다.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뱉은 그는 말을 시작했다.


"이탈영혼이 발생했다."


다행이다. 뭐가 걸린건 아니구나.


"근데 좀 묘해. 분명히 이탈영혼인데 다른 세계로 넘어가지도 않았고, 다른 몸에 들어간 것도 아니야. 근데 업경에는 이탈영혼이라고 뜬단 말이지."


모든 평행 우주의 영혼을 감지하는 업경은 신의 힘으로 만들어져 절대 고장날리가 없다.


"그렇다는것은··· 저를 보내시려는 겁니까?"

"그럼 내가 너를 과자나 멕이려고 불렀겠냐고."

"아닙니다! 근데···"


1호의 말에 염라대왕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근데?"


"제가 근무기간이 몇 개월도 안 남아서··· 이번에 파견을 나가면··· 얼마나··· 걸릴··· 지···"


1호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그에 반해 염라대왕의 눈에 붙은 불꽃은 점점 커졌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불이 붙었다.


'망했다!'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예상한 1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엥?'

하지만 염라대왕은 화를 내지 않았다. 눈에 불을 켠 채로 그는 찻잔을 들어올렸다.

염라대왕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시작했다.


"너가 형기가 얼마나 남았지?"


갑자기 형기는 왜 물어보는걸까, 생각하면서도 1호는 머릿 속으로 남은 형기를 계산했다.


"999년 형 중에 998년을 진행했으니 앞으로 1년 정도 남았습니다."

"얼마 안남긴 했군."


고민하는 듯한 염라대왕의 말투에 일호는 속으로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염라대왕은 서류더미로 손을 뻗더니 종이를 한 장 집어왔다.


"읽어."

"죄목, 공문서위조죄. 근무기간 21년 추가. 죄목, 업무태만죄. 근무기간 19년 추가 그리고··· 상관지시불이행 132년 입니다."


1호가 지난 998년 동안 저승사자 업무를 수행하며 저질러왔던 죄목들.

마지막은 방금 염라대왕이 추가한 죄였다.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쩌적!

염라대왕이 들고 있던 찻잔에 금이 나기 시작했고, 눈의 불꽃은 더욱 커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도합 172년이다. 어차피 너희는 죄를 지어 저승사자가 된 죄수들. 마음만 먹으면 종신형도 가능하지."

"염라대왕님, 아무리 그래도 몇 개월이면···"


쨍그랑!

찻잔이 박살나며 들어있던 파퍈과 차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망했네.'

"그래서, 못 하시겠다? 염라대왕을 실망시킬 셈이냐?"


쿠구구구구!

온 몸이 짓눌릴 것 같은 기운.


"큭!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죽고 싶지 않았던 1호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뚝.

압박감이 사라졌다.

염라대왕의 눈에 붙었던 불도, 깨진 찻잔도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수척한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그치? 1호가 잘 해줄거라 염라대왕은 믿는다."

'젠자아아앙!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저승사자가 된거냐!'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기억 지워달라한거 너가 부탁했다."


생각이라도 읽은듯한 염라대왕의 말에 1호는 얼른 표정관리를 했다.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라며 중얼거린 염라대왕은 또다른 서류를 1호에게 내밀었다.


"해당 영혼의 정보다. 그 세계로 가서 읽어봐."


1호는 그것을 받아들며 흘끗 염라대왕을 바라봤다.


"이걸 지금 주신다는 것은···"

"당장 가라는 말이지."


딱!

염라대왕이 손가락을 튕기자 땅바닥에서 기왓집 대문이 튀어나왔다. 그 위에 있던 서류들은 공중으로 날아가 눈처럼 내렸다.


"지금이요?"

"요?"

"지금··· 말입니까?"

"내가 분명 천천히 오라고 했을텐데···"

'그러고보니 그러셨었지!'


그 말은 철저히 준비하라는 염라대왕의 지시를 무시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시간에 철저한 염라대왕이 유일하게 배려해줄 때였으며 그 이상의 자비는 바래서는 안됐다.

파직!

염라대왕의 눈에 다시 한번 불꽃이 튀었다.


"아, 아닙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1호는 문을 박차고 그 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슈르륵!

문 사이로 사라진 1호를 보고 염라대왕은 한숨을 내쉬며 그가 인간이었을 시절을 떠올렸다.


[허억···! 허억···!]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한 숨을 몰아쉬며, 인간은 검으로 염라대왕을 가리켰다.


[네 놈이... 염라대왕인가?]


살아있는 몸으로 저승까지 온 당돌한 인간.

그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고 몸에선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살아있는 인간이 저승에는 왜 왔지?]

[이미 알고 있잖아! 생사부를 내놔! 난 살려야할 사람이 있어!]


염라대왕은 생사부를 펼쳐 단숨에 그가 찾는 영혼의 페이지를 읽었다.


[이미 제 수명을 전부 써버린 영혼이군. 제 수명을 다 살고 죽은 영혼은 다시 살릴 수 없다. 그것이 이 우주의 법칙이지.]


[네 놈을 죽이고 생사부와 붓을 빼앗는다면 가능하겠지..!]

[하하하하하!]


염라대왕은 인간의 몸에서 끓어오르는 투기를 보며 폭소했다.

눈 앞의 남자는 진심으로 자신에게 덤빌 작정이었다.


"그랬었지. 하하하!"

당장이라도 자기를 죽일 듯한 인간 시절의 1호의 눈빛을 떠올린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네 죄를 씻을 기회다,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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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4.빙의자 구민식(1) 21.05.26 25 0 13쪽
13 3.군인 하병우(3) 21.05.24 27 0 12쪽
12 3.군인 하병우(2) 21.05.23 27 0 13쪽
11 3.군인 하병우(1) 21.05.20 30 0 13쪽
10 2.사신 1호(4) 21.05.17 34 0 13쪽
9 2.사신 1호(3) 21.05.16 46 0 14쪽
8 2.사신 1호(2) 21.05.13 31 0 13쪽
7 2.사신 1호(1) 21.05.12 29 0 13쪽
6 회귀자 이류진(6) 21.05.11 32 0 12쪽
5 회귀자 이류진(5) 21.05.10 39 0 14쪽
4 회귀자 이류진(4) 21.05.07 38 0 13쪽
3 회귀자 이류진(3) 21.05.06 42 0 13쪽
2 회귀자 이류진(2) 21.05.05 76 1 12쪽
» 회귀자 이류진(1) 21.05.04 10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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