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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ANG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는 회귀자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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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사능
작품등록일 :
2021.04.06 15:11
최근연재일 :
2021.05.26 19:5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85
추천수 :
2
글자수 :
81,331

작성
21.05.05 19:05
조회
76
추천
1
글자
12쪽

회귀자 이류진(2)

DUMMY

빠아앙!


"헉!"


커다란 클락션 소리에 거칠게 숨을 들이키며 류진은 눈을 떴다.

곧바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으나 검은 잡히지 않았다.

잡히는 것은 따뜻한 손.


"아얏! 뭐하는거야!"


다짜고짜 손을 잡힌 한성아는 당황했지만 그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녀의 손이 부서질 듯 꽉 잡힌 것도 있었으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류진을 보고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왜, 왜 그래?"


성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류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 앉아있는 류진의 눈에 그리운 풍경이 들어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햇살을 따뜻했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멀쩡한 건물들이 도로를 따라서 곧게 서있었다.

류진은 말을 할듯 말듯 입을 벌렸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로 돌아왔어···!'


과거로 돌아왔다는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가이아를 희생시켰다는 슬픔의 감정이 그의 머릿 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류진아?"


성아가 류진을 불렀지만 그는 연신 두리번거리느라 그녀를 보지 않았다.

슬슬 손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팠기 때문에 성아는 왼손으로 류진의 얼굴을 잡고 자신 쪽으로 얼굴을 홱 틀어버렸다.


"괜찮은거야?"

"성아야···"

"손 좀 놔줄래?"


그제서야 류진은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성아는 욱신거리는 자신의 손을 만지며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휴, 부러지는 줄 알았네. 갑자기 울먹거리길래 미쳤나 싶었는데... 알아보는걸 보니 미친건 아닌 것 같고··· 어제 밤샘과제가 너무 빡셌어? 아니면 이게 너무 무거워?"


성아는 류진의 발치에 놓여있는 커다란 상자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밤샘과제···?"


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단어는 류진에게 무척이나 불길하게 다가왔다.

5년 전 그 날,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되는 날에도 류진은 대학교에서 밤새 과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팀플 과제를 매주 3번이나 했다며, 교수가 진짜 선 넘었다니까."


그 때도 성아가 같이 돌아가고 있었고, 다짜고짜 눈 앞에 메세지가 나타났었다.


"성아야, 오늘이 며칠이지?"


원래라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을테지만, 스마트폰도 없이 생활한 기간이 너무 길어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이 더 익숙했다.

이전 생에서 날짜를 세며 사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으니까.


"13일 금요일인데, 왜?"

"몇시지?"

"12시 1분전."


13일, 금요일. 오후 12시.


'젠장...'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각이었다.


"아, 이제 열 두시다."


띠링!

성아의 말과 함께 눈 앞에 알림창이 나타나며 푸른색 알림창에 초록색 글씨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가이아··· 기왕이면 좀 더 과거로 보내주지.'


[알림]

[안녕하십니까, 지구의 크리쳐(생명체).

4089327412년 동안 이어져 왔던 '생명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이게 뭐야?"

성아는 그것을 읽어내려가며 그것에 손을 뻗어보았지만 그녀의 손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알림]

[이로서 다른 행성들도 생명을 잉태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위해 이전 크리처들의 말소가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 다른 행성들은 크리쳐들에게 시련을 내릴 권리 행사할 것입니다.

이전 싸움의 승리자였던 지구의 크리쳐들, 그 중 MVP였던 인간 종에겐 방어권이 부여되며 총 7번의 시련을 통과하면 지구는 계속해서 크리쳐를 소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시련?"


성아는 그것을 주의깊게 읽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가는 사람, 신기해하며 자세히 그것을 읽어내려가는 사람, 몰래카메라라면서 카메라를 찾으려는 사람.

그런 사람들 앞에 새롭게 나타난 것은 붉은 색 알림창과 검은 글씨.

행성급 시련의 등급을 나타내는 색깔이었다.


[첫번째 시련]

1차.

크리쳐는 생존 가능성이 부여되며 머리 위에 표시된다.

가능성이 낮을 수록 마물에게 어그로가 끌린다.

가능성은 타인에게 양도 혹은 강탈이 가능하며, 강탈의 경우 해당 크리쳐를 살해해야한다.


목표:제한 시간까지 살아남아라. (15분)

보상:목숨 연장


뿌득!

류진이 턱을 악 물자 이가 갈려나갔다.


"안타라카···"


최초의 시련의 주인.

처절한 싸움을 좋아하며 인간에게 있어선 화성이라 불리는 존재이자 눈 앞에 있는 친구인 한성아가 죽게되는 원흉이다.

가능성을 강탈하려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처참하게, 그리고 류진은 눈 앞에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속되어 그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성아야, 내 옆에 붙어있어."


[시련의 시작까지 10초]


푸른색 알림창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류진은 성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아까처럼 힘을 꽉 준 것이 아닌, 의지가 될 정도로 꼭 붙잡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믿지 못해 어리둥절 하는게 정상이었다. 이전 생에선 류진도 그랬으니까.


[시련의 시작까지 5초]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테니까."


하지만 류진의 말투가 너무 진지했기에 성아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무운을 빕니다. 크리쳐 여러분.]


사하아아-

메세지가 사라지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불길한 붉은 기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렁이던 기운들은 서서히 형체를 갖추며 숫자들을 표시했다.

류진의 머리 위에 떠오른 숫자는 78.

성아의 머리 위에 떠오른 숫자는 22.

각각 78퍼센트의 확률과 22퍼센트의 확률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확률까지 전생과 똑같아. 그렇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도 전생과 똑같다는 말이겠지.'

"이게 뭐야?"


성아는 자신의 머리 위에 나타난 숫자를 보며 말했다.


"이류진은 한성아에게 77의 확률을 양도한다.


[생존 가능성이 지나치게 낮아집니다! 그래도 양도하시겠습니까?]


"그래."


알림창에 대고 말하자 류진의 머리 위에 있던 숫자가 무너져내리며 붉은 기운을 되돌아갔다.

일렁이던 붉은 기운은 아주 작은 양만 남기고 성아의 숫자를 휘감았다.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숫자는 1로 바뀌었으며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숫자는 99로 바뀌었다.

생존가능성 단 1퍼센트.

시련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행동에 경악할게 분명했다.

78퍼센트의 높은 생존확률을 전부 타인에게 줘버린다니. 생존이 우선시 되는 시련에서 그런 짓은 자살행위다.


'노리는 것은 숨겨진 보상.'


류진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섯 번째 시련에서 들은 얘기가 있었다.


[나는 생존 확률이 연속 세번이나 1퍼센트였다. 극악의 확률이었지. 하지만 살아남으니 보상이 짭짤하더군. 그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왔지.]

그는 해당 시련에서 죽었다.


'가능성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확률이지, 확정이 아니야. 99퍼센트의 생존가능성도 1퍼센트의 확률로 죽을 수 있어.'


게다가 마물을 죽이면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첫 번째 시련의 마물들은 그다지 강하지 않으니 지금의 나라도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가능할거야.'


물론 그것은 나중에 나올 마물들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것이지, 지금의 인간들에겐 한 마리 한 마리가 맹수보다 위험하다.


'당장 내 힘으로는 성아 한 명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성아를 지키면서 낮은 확률에서 생존으로 추가 보상을 노려야 해.'


왜애애애애앵!

공습경보에나 쓰일 법한 사이렌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퍼졌다.

고막을 긁어대는 듯한 거슬리는 기계음.

묘하게 소름 끼치는 소리에 성아는 자기도 모르게 류진의 팔을 붙잡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걸음을 멈췄고 소리가 들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학살자 '안타라카'가 마물이 소환합니다!]


키잉!

공간이 찢어지며 그 너머의 쌔까만 공허가 보였다.


"께르르륵!"


가래가 끓어오르는 듯한 꺼림칙한 숨소리.

공허 안을 가득 채운 것은 마물들.

구멍을 통해 기어나온 마물은 한 눈에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갖고 있었다.

조류의 대가리와 파충류의 몸통 그리고 원숭이의 팔과 다리를 가진 키메라.

생명을 만들고 남은 재료들을 대충 뭉쳐 만든듯한 혐오스러운 형태였다.


"꾸르르륵!"

그것들의 손에는 보기에도 흉악한 곤봉이 들려 있었다.

류진은 자신의 팔을 붙잡은 성아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 둘 땅에 떨어진 그것들은 곧바로 움직이진 않았다.

녀석들은 주변 인간들의 머리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인간들을 찾는 행동이다.


"영화촬영인가?"

"잠깐!"


머리 위에 숫자 51이 달려있는 남자가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류진은 소리쳐서 그를 말리려했··· 콰득!


"께륵!"


마물 중 한마리가 곤봉을 휘두르자 남자의 머리가 터졌다.

사방으로 피가 튀겼고, 머리를 잃은 몸은 한걸음도 더 걷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잠깐의 정적.

한 여자가 자신의 얼굴에 튀긴 뇌수를 닦아냈다.

그녀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살면서 그런 것을 볼 일이 없었을테니까.

하지만, 소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현실감과 본능적인 거부감.


"꺄아아아아악!"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께루루루!"


그 비명을 시작으로 마물들이 고함을 지르며 움직였다.

마물들이 사람들을 사냥하고 잡아먹기 시작했다.

퍼억! 빠악!

곳곳에서 사람들의 머리가 사라지고 또 다시 피가 흩뿌려진다.

낭자한 유혈과 내장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이질적인 광경이었다.


'또 다시 이 지옥을 보게 될 줄이야.'

"류진아···"


성아의 겁먹은 듯한 목소리에 류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다른 사람에게서 튀긴 피가 묻어있었다.

류진은 옷소매로 그 피를 닦아주었다.


"괜찮아."


류진이 가능성을 양도한 덕분에 그녀의 생존 가능성은 99퍼센트.

1차 시험에서 그녀가 죽을 가능성은 1퍼센트다.

방심해서는 안됐지만 안심할 수는 있다.

오히려 류진 자신를 걱정해야 할 때다.

자신의 생존 가능성은 단 1퍼센트.

주변에서 서서히 마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류진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성아야, 걱정하지마."


류진이 죽지 않는 한, 마물들이 그녀를 먼저 공격할 일은 절대 없다. 생존가능성이 가장 낮은 류진의 옆이 반대로 가장 안전하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99퍼센트의 생존가능성을 가진 그녀보다 주위에 수치가 낮은 사람들을 공격할 것이다.

류진은 발치에 놓여있던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여러 운동기구들과 호신용품이 들어있었다.

경호학과에 다니는 성아의 것들.

그 중에서 삼단봉을 두 개 꺼낸 류진은 하나를 성아에게 내밀었다.

성아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잡아. 그리고 저것들이 다가오면 있는 힘껏 내려쳐."

"나,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께룩!"


등 뒤에서 마물의 소리가 들리자마자, 류진은 몸을 숙이며 성아의 머리를 잡고 아래로 숙이게 만들었다.

콰앙!

그들의 몸 위를 스쳐지나간 곤봉이 버스정류장의 기둥과 부딪혔다.

쇠로 만들어진 기둥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당장은 설명해 줄 시간 없어. 잡아!"


류진이 소리를 지르자 놀라서 움찔한 성아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잡았다.


"걱정마."


[살아남아라, 싸워라!]


강렬한 메세지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시스템을 만들고 힘을 잃은 가이아의 잔재가 보낸 메세지였다.

류진은 한 손에 삼단봉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이번엔 지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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