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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ANG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는 회귀자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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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사능
작품등록일 :
2021.04.06 15:11
최근연재일 :
2021.05.26 19:5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83
추천수 :
2
글자수 :
81,331

작성
21.05.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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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군인 하병우(1)

DUMMY

여러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영혼을 만나다보면, 가끔씩 전생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흔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괜··· 찮소."


1호는 전혀 괜찮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고 보기엔 땀을 너무 흘리시는데요?"

"끄응··· 가끔 이럴 때가 있소. 신경 쓰지 마시오."


화영은 앓는 소리를 내며 심호흡을 하는 일호를 부축해 천천히 그를 벽에 기대게 했다.

주르륵.

일호는 벽에 기대어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일호 씨는 여기서 쉬고 계세요. 괜찮죠?"

"잠깐!"


탁!

일호는 마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가려는 화영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가 몸을 돌린 순간 머리 위에 있던 수명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가지마시오. 가면 낭자는 죽소."

"그럼 저 사람들이 죽게 내버려두라구요?"

[아가씨, 이 자의 말을 들어유!]

"할아버지는 시끄러워요!"


허억, 허억.

일호는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전생의 기억 때문에 발작이 오는 것은 여러 번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심한 것은 처음이었다.


"어차피 가도 구할 방법은 없소. 사람 수명이란게 쉽사리 늘어나는게 아니란 말이오."


말하는 도중에 화영이 손을 뿌리치려하자 일호는 재빨리 덧붙였다.


"제발!"

"읏···!"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일호 때문에 화영은 몸을 움츠렸다.


"마지막으로 말하겠소. 가지 마시오."

[아가씨, 제발···!]


그녀의 수호령도 그녀를 말렸다.

일호는 더 이상 그녀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

이 이상 그녀가 가겠다고 고집부리면 그녀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수명이 꽤나 남아있기에 죽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할 뿐, 딱히 그녀를 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친 사람을 구하러 가는 것도 안되나요?"


일호는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전부 죽을거요."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저승사자라도 되요?"


화영의 말투는 조금 화가 난 듯 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구요!"

"그대에게 설명 할 이유는 없소. 저들을 구하러 가겠다면 가시오. 난 당장 떠날터이니."


몸을 일으킨 일호는 발작의 여운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화영은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일호와 마물에게 죽기 직전인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꾸욱.

주먹을 말아쥔 화영은 사람들 쪽으로 달려갔다.


"나, 나중에 제가 인천으로 갈게요!"

"휴우···"


일호는 그녀의 머리 위로 보이는 수명이 일렁이는 것을 보곤 한숨을 쉬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녀는 죽을 것이다.


"착한 사람은 쉽게 죽는 세상이라니, 너무 슬프구나."


수호령이 있으니까 살 가능성도 있었지만.


"산다면 그 또한 그녀의 운명이겠지."


일호는 이탈영혼을 추적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

행주대교 근처에 다다르자 건물들 사이로 치솟고 있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꽤나 옅은 색깔의 연기는 무언가가 일어난지 며칠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리가 무너져있군."


평균 1km의 넓은 폭을 자랑하는 한강. 그리고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많은 다리 중 하나인 행주대교는 그 가운데가 폭삭 무너져내려 있었다.


'무너진 부분 근처의 차들이 널부러져 있고, 지면이 그을려 있으며, 절단면이 깔끔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폭약을 사용해서 다리를 무너뜨렸군.'


일호는 행주대교로 접근하며 생각했다.

다리 위에는 멀쩡한 차들도 있었고, 마물의 발톱에 갈가리 찢겨 걸레짝처럼 변한 차도 있었다.

차의 시트에는 피가 말라붙어있었고 시체가 썩어들어 가고 있는 것도 있었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는 다리 위를, 일호는 조용히 걸어갔다.

퍼엉!

생사부가 공중에 나타나자 일호는 그것을 잡았다.


"흐음··· 생사부에 따르면 여기에 있어야 할 영혼이 총 24명. 헌데···"


무너진 다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 명의 영혼을 제외하곤.



"한 명밖에 없군."


무너진 다리의 끝. 그는 남쪽에 걸터앉아 북쪽에서 다가오는 일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아있음에도 키가 큰게 느껴질 정도의 거구.

군복을 입은 그는 소총을 어깨에 메고 다리를 덜렁덜렁 흔들고 있었다.

바람만 불면 중심을 잃고 떨어질 것 같은 위태위태한 자세였지만,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곳에 앉아있었다.

일호는 생사부를 흘끗 보고 영혼의 이름을 알아냈다.


"하병우. 그대는 죽었소."


일호는 다짜고짜 말했다.

이미 그의 눈빛은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영혼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압니다. 당신은 누구시죠?"


일호는 보란듯이 팔을 펼쳤다.

검은 갓과 검은 도포. 그리고 손에 들린 생사부.

누구라도 저승사자를 떠올릴만한 복장과 물건이었다.


"영혼관리국 이탈영혼관리부 372기 사신 1호. 당신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요. 당신은 이제부터 내 인도에 따라 영혼관리국··· 아, 인간의 말로는 저승이오. 저승으로 가서 삶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오."


나긋나긋하며 살짝 가벼운, 사극에 나올 법한 말투를 쓰는 일호를 보고 병우는 상대가 저승사자가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죽었고 영혼만 있는 상태인데, 그런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호의 겉모습이 상상속의 저승사자와 똑 닮아있었다.


"전역도 못하고 죽는 것도 서러운데 심판이라··· 마지막까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었는데. 뭐, 가산점이라도 없습니까?"


일호는 빙긋 웃었다.


"심판이란게 벌만 주는게 아니오. 당신이 태어나서부터 해왔던 행동들. 그것들의 선함과 악함을 판단해 전체적으로 선하다면 상을 주고, 악하다면 벌을 주는것이지. 보통 남을 구하는 직업, 그러니까···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은 상을 많이 받는 편이오. 안심해도 좋소."


보통 죽은 영혼들은 심판에 대한 두려움이 많기 때문에 일호는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어두침침한 얼굴이었던 병우의 얼굴에 미약하게나마 미소가 떠올랐다.


"그거 참 다행입니다. 먼저 죽은 제 동료들도 같은 대우를 받았을테니 말입니다."


병우는 하늘을 보고 동료들을 생각했다.

친한 선임과 동기. 그들은 후임을 지키다가 마물에게 잡아먹혀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기껏해야 남은 것은 팔이나 다리 한 쪽.

그것으론 누구의 것인지 알수도 없었다.


"총알이라도 있었다면 그 괴물 새끼들과 맞서 싸울수라도 있었을텐데..."


병우는 울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껏해야 우리에게 있는 것은 총알 없는 멍청한 총과 벼려지지 않은 대검뿐이었습니다! 간부들은 위험하다며 대검의 날을 세우는 것을 막았죠. 평소 빨갱이 새끼들을 조심하라며 교육하던 놈들이 멍청한 이유로 막았던 그것만···! 겨우 이 조그만 대검에 날만 세웠어도 우리는 덜 죽었을겁니다!"


병우는 어깨에 메고 있던 총 내려놓고 몸에 붙어있던 대검을 떼어냈다.


"도움도 안되는 쓰레기같은 것들! 후우..."


병우는 모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어서 데려가주시죠."


마치 수갑에 자신의 팔을 묶으라는 듯, 병우는 자신의 양 손을 내밀었다.

일호는 다리 건너편에서 고개를 저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그는 이탈영혼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죄인이 아니오. 비록 그 영향력이 크지 않아 영령의 자리에는 오를 수 없지만, 분명히 사람을 지킨 영웅이지. 포박할 필요는 없소."


일호가 자신을 칭찬해주자 병우는 낯 부끄럽다는듯 피식 웃었다.


"다만 당신에게 물어볼게 있소."

"뭡니까?"


일호는 생사부를 흝어보았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일주일 전에 21명의 영혼이 여기서 수거됐어야했고. 일주일 사이에 4명··· 그리고 오늘 24명의 영혼이 추가로 여기서 수거됐어야 했소. 당신은 혼자 죽은거요?"

"동료들은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엄청나게 강한 사람 두 명이 와서 중대장님을 설득했고 물류창고로 가서 식량을 챙기려고 했죠."

"두 명이라··· 혹, 둘 중 한 명이 여자를 업고 있지 않았소?"


병우는 그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저승사자가 사람을 찾는다면 그건 분명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함일 것이다.


"아시는 분입니까?"

"내가 죽일 녀석이오."


단호하게 말하는 일호의 말투는 방금까지 병우를 위로해주던 말투와는 180도 달랐다.


"...잘못들었습니다?"

"내가 죽일 녀석이라고 했소. 녀석 때문에 살아야할 사람이 살지 못하고, 죽어야 할 사람이 죽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소. 난 녀석을 죽여 비틀어진 운명을 바로 잡아야하오."


****


4일 전.


행주대교 입구.

시련이란 것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차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곳곳에 마물의 발톱자국으로 추정되는 찢어진 자국들도 있었다.


"찌지지직!"


고막을 긁는 듯한 쥐새끼의 울음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마물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녀석은 총으로 맞추기엔 너무 움직임이 빨랐다.


"젠장···! 이번 녀석은 왜 이렇게 빠른거야!"


뾰족한 주둥이를 갖고 있는 마물은 긴 몸과 짧은 다리를 갖고 있었다.

흡사 수달같은 모습의 마물.

물론 그것에게 수달같은 귀여움은 없었다.

생김새도 징그러웠고 크기가 거의 사람만했기 때문이었다.


타다다닷!

마물은 길다란 몸을 스프링처럼 튕겨가며 다가와 병우를 덮쳤다.

우당탕!


"찌직! 찌지직!"

"으아아악!"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마물의 아가리에 총을 쑤셔넣었다.


"케흑! 찍!"


깊숙히 찔려들어간 총이 내장을 찔러 괴로운 것인지 마물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몸부림 치는 마물 때문에 병우의 몸도 흔들렸다.


"으윽! 저리 좀 가! 괴물 새끼야!"


마물의 아가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끈적한 침들은 위장크림을 바른 병우의 얼굴에 쏟아졌다.

운이 좋게도 그의 전투조끼에서 대검이 떨어졌다..


"이···! 망할!"


병우는 그것을 재빨리 주워 마물의 대가리에 꽂았다.

푸욱···!

같은 시원한 감각은 없었다.


딱!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낸 대검은 마물의 두개골을 깨지 못했다.

"젠장···!"

"케헥!"


두개골을 박살내는 것을 포기한 병우는 대검을 잡은 손을 마물의 아가리에 처넣었다.

아무리 날이 서있지않은 대검이라도 내장을 헤집는다면 충분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촤악! 촤악!

마물의 내장에서 나온 피는 입으로 토해졌고 병우의 온 몸을 빨갛게 물들였다.


"찌이이이익!"


마물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으윽!"


병우는 힘을 잃고 자신의 위로 쓰러진 마물의 시체를 치우며 재빨리 일어났다.

끔찍하게 물컹한 식감의 무언가와 쓴 맛의 피가 입 안에서 느껴졌지만 그는 헛구역질 할 시간도 없었다.

마물은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추정으론 최소 8마리입니다!"

"부상자는 뒤로 빠져!"


다른 곳에서 큰 목소리로 보고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앞에 있던 병우는 그 소리를 듣고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중대장님! 누가 다리로 접근합니다!"

"젠장! 이럴 때? 몇 명이나?!"

"민간인 2명, 아니 업힌 사람까지 3 명입니다! 근데 뒤에 괴물 새끼들이 쫒아옵니다!"

"자원도 부족한데··· 일단 그 사람들을 지원해!"


병우는 그 소리에 욕을하며 민간인이 달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아··· 이러다가 진짜 죽는거 아니야? 오늘 꿈이 뒤숭숭했는데!"


하지만 병우의 걱정은 곧 멈췄다.

스각! 퍼억!

한 남자가 주먹을 휘두르자 마물의 턱이 박살났다.

공중으로 살짝 뜬 마물의 복부에 한 번 더 주먹을 꽂자 마물은 날아가서 다른 차의 천장으로 떨어졌다.


"역시! 스텟 포인트를 모은 보람이 있네!"

"방심하지 마세요, 형!"


다른 남자는 하얀색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등 뒤에 누군가를 업고 있었음에도 움직임이 재빨랐다.

두 명 다 만화 속에서나 볼 법한 움직임으로 마물을 때려눕히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봐요! 이 쪽으로 와요!"


병우는 그들을 인솔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군인이다! 군대는 살아있던게 틀림 없어!"


일주일 만에 제대로 된 조직을 보게 된 지환은 기뻐하며 말했다.

기뻐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병우였다.

그들이 나타나 마물을 때려눕히며 온 덕분에 마물을 쉽게 처리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각!

류진이 마물의 등뼈를 갈아만든 검을 휘두르자 마지막으로 남았던 마물이 산산조각나며 죽었다.


"여기 중대장이 누굽니까?"

류진은 병우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병우에게 그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나타난 만화 속 영웅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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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는 회귀자가 싫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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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4.빙의자 구민식(1) 21.05.26 25 0 13쪽
13 3.군인 하병우(3) 21.05.24 27 0 12쪽
12 3.군인 하병우(2) 21.05.23 27 0 13쪽
» 3.군인 하병우(1) 21.05.20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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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귀자 이류진(3) 21.05.06 42 0 13쪽
2 회귀자 이류진(2) 21.05.05 76 1 12쪽
1 회귀자 이류진(1) 21.05.04 10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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