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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사랑하니까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로즈아라
작품등록일 :
2020.07.02 23:26
최근연재일 :
2020.08.06 22:35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98
추천수 :
5
글자수 :
101,495

작성
20.07.1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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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선 넘지 마

DUMMY

걷고 있는데 자꾸만 중력을 거스르듯 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세상은 빙빙 돌고 바닥은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어.


“언니이이이. 제발 정신 좀 차려 봐요.”


잘못된 것은 세상이 아니라 희진이었다. 완전히 주연에게 기대다시피한 희진은 스스로 이족보행을 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를 부축하며 걷는 주연은 죽을 맛이었다. 희진의 핸드백을 제 목에 걸고 낑낑대면서 우격다짐으로 매니저와 접선 장소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술집과 도보로 약 3분 거리였으나 축 늘어진 사람을 부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간간이 지나간 행인들 때문에 고개를 돌리며 주연은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이 시각에 이 거리에서 낑낑대며 지인을 챙기는 사람이 K-pop 스타 주연일 줄 누가 알겠는가. 다행히 아무도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여보세요? 언니! 저 도착했는데 어디에요?”


술집 근처 번화가는 교통이 혼잡하여 좀 더 운전이 수월한 위치인 근처 공영주차장에서 매니저를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거의 도착지점에서 접촉사고가 일어났다.


그래서 대신 다른 매니저가 주연을 데리러 가기로 했는데 하필 이 매니저가 많이 길치였다···. 더군다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 안에 장착된 네비마저 고장 난 상황이었다.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빠져야 해요.”


주연이 전화상으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씨. 잘못 들어선 것 같아.]


매니저는 엉뚱한 곳으로 가버렸다. 특히나 교통도 혼잡하고 만나기로 한 공영주차장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낑낑대고 있던 주연에게 공영주차장 한구석 벤치가 눈에 들어왔고 주연은 일단 희진을 그 벤치에 앉혔다.


다행히 희진의 눈은 아까보다 총명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이긴 하지만···.


[대체 어디야?]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매니저의 목소리는 속이 타고


“아우. 언니 보이는 곳 말해요. 제가 찾아 나설게요.”


주연은 더 속이 타들어 갔다.


“여기가 어디냐면···.”


매니저의 위치를 들은 주연은 본인이 움직이면 1~2분 내에 매니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려면 희진을 어느 정도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


“희진이 언니.”


주연이 희진을 흔들었다.


“으······으응?”


“매니저 언니가 길을 잘 못 찾아서 제가 얼른 갔다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금방 다녀올게요.”


“다녀와요.”


“언니 졸면 안돼요.”


“알았어요.”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젓는 희진이 주연은 못 미더웠다. 하지만 주연은 자신이 얼른 매니저를 찾아 나서는 편이 나을 거라는 판단으로 후다닥 주차장을 벗어났다. 주연이 떠나면서 ‘아우 이 언니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야!’ 라는 말이 희미하게 희진의 귓가에 들렸다.


술기운에 눈이 스르륵 감긴다. 그러던 중 주차를 마치고 희진을 발견한 웬 남자 행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어? 유희진 아나운서 아니야? 아닌가? 닮은 사람인가?”


긴가민가하며 다가오는 남자 행인은 희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맞네! 유희진 아나운서.”


희진을 알아본 남자 행인은 주머니에서 다짜고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유희진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희진이 스르륵 눈을 떴다.


“저 희진씨 팬인데 사진 좀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행인은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미소를 띠었다.


“아···. 지금 사진찍기가···. 죄송합니다.”


희진의 발음은 술에 취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풀어져 있었다.


“그러지 말고 한 장만 찍어주세요.”


“안돼요.”


“아 거 되게 비싸게 구시네.”


희진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괴한이 된 남자 행인은 다짜고짜 희진의 옆에 앉더니 동의도 없이 셀카를 찍어댔다. 술에 취해 빨개진 희진의 얼굴이 고스란히 행인의 스마트폰에 찍혔다. 행인의 무례한 행동은 멈추지 않았고 연속 셀카 촬영까지 이행했다.


“아 뭐에요?”


희진이 뺏으려 들자 행인은 몸을 틀어서 스마트폰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 들었다. 그로 인해 희진은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했다.


‘와 대박! 이거 언론에 퍼뜨리면 돈 꽤 나 벌겠는데? 기사 타이틀에 술에 쩔어사는 유희진 아나운서의 사생활이라고 달릴까?’


행인이 음흉한 생각을 하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뭐 하는 짓이에요?!”


행인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은 누군가에게 순식간에 빼앗기고 말았다. 그 누군가에 의해 방금 찍었던 사진들은 모조리 지워졌다.


“다···. 당신 뭐야?”


“그쪽이 알 필요는 없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위협적이었다.


“상대가 거부의 의사를 밝혔는데도 초상권 침해에 유포는 엄연한 불법인 거 알 텐데.”


괴한 스스로 저지른 일에 대해서 남자는 차분히 말해 주었다.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상대를 단숨에 압도시켰다. 순식간에 폰의 주인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내뿜고 있는 상대의 아우라는 제가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아···. 사진 동의 없이 찍은 거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당장 꺼져.”


폰의 주인은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났다.


비틀거리며 희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녀는 균형감각을 상실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고 크게 휘청거렸다.


쓰러지면서 드는 찰나의 어떤 생각이 들었다. ‘땅바닥에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겠구나.’ 다행히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가 추측한 우스꽝스러운 일은 면하게 되었다.


차가운 땅바닥이 아닌 니트의 포근하면서 단단한 골격의 품속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헤어나올 수 없을듯한 까만 눈동자를 지닌 남자가 보였다. 아주 가까이서.


그 남자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희진의 눈에 선연히 비친 이 남자는 다름 아닌···.


“도운······아···.”


“······.”


“네가 여길······어떻게······.?


***


“권 PD 여기 안주가 기가 막히게 맛있어.”


국장과의 미팅이 끝나고 도운은 영선과 함께 타 방송국 PD 두 명과 작가 세 명과 술집에 왔다.


“배고팠는데 잘됐네요. 저는 술보다 안주파라서요.”


영선이 배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도운이가 밥 잘 안멕이고 부려먹기만 하나 보네. 이야~~ 악덕이 따로 없어.”


타 방송국 PD가 도운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이렇게 또 나쁜 사람 만듭니까?”


도운이 웃으며 받아쳤다.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 나 PD님 살 빠지신 게 아니라 전에 비하면 더 찌셨어요.”


옆에 있던 작가가 도운을 거들었다.


“나참! 살은 꼭 잘 먹는다고 찌지 않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이것저것 메뉴를 골랐다.


가게 안은 만석인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방송국 근처의 맛집이라서 그런지 대부분 손님이 방송국 사람들이었다.


도운이 메뉴판을 직원에게 건네주고 시선을 옮기려는데 스치듯 포착된 어느 얼굴에서 재빨리 눈길이 도로 갔다. 대각선 맞은편 자리에서 그녀가, 희진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도운이 희진을 발견했을 때 이미 희진은 많이 취해있었다. 볼은 볼 터치를 과하게 한 것처럼 빨개 있었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방긋방긋 웃어 보였다.


그 애교 섞인 웃음을 오늘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그 모습이 여전히 예뻐 보이긴 했다.


“짠! 치얼스!”


건배주와 함께 도운도 술을 마셨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도운은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은근슬쩍 희진을 틈나는 대로 지켜보았다.


“신입들이 빠졌네 어쩌네 하는 PD들이 있는데 당치도 않아.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잘 내는데.”


“맞아요. 젊은 피들이 오히려 감각이 더 뛰어나죠. 무례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게 또 연출의 재미 요소죠.”


“틀에 얽매이면 안돼. 틀을 깨야 해.”


방송가의 사람들 아니랄까봐 잠깐의 휴식이라 여긴 자리에서마저도 일 얘기였다.


“권 PD는 진짜 시대를 바라보는 눈이 탁월한 것 같아. 재미 감동 교훈 다 빠지지 않고 어떻게 다 살리지?”


“예능뿐만 아니라 요번 드라마도 성공했잖아?”


“성공뿐이 아니라 완전 휩쓸었죠. 부럽다 도운아.”


PD들과 작가들의 칭찬에 도운은 과찬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걸 또 승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여유의 미소라며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도운은 맥주를 마시면서 곁눈질로 희진을 보았다. 그녀는 이제 졸린 눈을 하며 고개를 꾸벅꾸벅했다. 그러자 앞에 있는 여자가 박수를 치며 희진을 깨웠다.


그런데 희진을 보면서 느낀 게 희진은 그다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오히려 희진의 맞은편에 있는 여자가 술을 많이 마시면 마셨지.


“뭐라구? 접촉사고?!”


희진의 지인이 전화를 받는데 꽤 큰 소리로 말했다.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 저기 유희진 아나운서님 아니에요?”


희진을 알아본 영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


영선이 바라보는 곳을 보기 위해 작가가 뒤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유희진 아나운서랑 친해?”


“친분이 있죠. 예전에 같이 방송 했으니까.”


작가의 물음에 영선이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너나 할 것 없이 PD들 작가들이 한마디씩 했다.


“이혼하고 나서 뭔가 조용히 사는 것 같은데 메스컴과 찌라시는 시끄럽잖아.”


“남자 문제 때문에 이혼했다는 소문 파다하잖아.”


“여태 언행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은데. 워낙 뒤가 구린 사람들이 많으니까 소문이 사실인 경우도 있었고.”


“결혼하고 나서 잃은 게 참 많은 사람이야.”


“이혼하고 나서겠죠. 아니 막말로 그런 대단한 집안에 응? 시집갔으면 더 욕심부릴 게 뭐 있어요? 일도 병행하게 허락해줘, 집안 어른들이 예뻐해, 뭐 하나 빠질 게 없는데?”


“유희진 아나운서가 인기가 대단했잖아. 별명이 국민 며느리, 국민 딸이었는데 결혼해서도 찝쩍거리던 놈들이 있었나 보지.”


“최현호씨만 불쌍하죠. 유희진씨 이미지에 속아서 결국엔 이혼남 되었잖아요.”


영선은 사람들의 말에 말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괜히 본인이 희진을 발견하고 얘기해서 이 자리에 함께한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해졌다.


“같이 일해본 사람으로서 희진씨 그렇게 보이진 않은···.”


“아이고. 그거 나 PD가 속은 거라니까.”


“맞아. 나 PD가 순진하구먼. 찌라시가 너무 자세하고 사실적인데.”


자신이 희진을 좋게 얘기할수록 그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하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가만히 있는 게 중이라도 간다 하지 않았는가. 그녀를 도와주는 건 이 방법인 듯했다.


도운은 사람들이 희진을 입방아에 올릴 동안 희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비틀거리더니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같이 있던 지인이 희진을 부축했다. 희진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혼자서 귀가하긴 불가능해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에 취해 흐트러진 희진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희진이 걱정스러운 도운은 그녀가 무사히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저 잠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도운이 끝내 일어서며 말했다.


“어디 가게?”


작가가 묻자


“통화 좀 하려고요. 여긴 시끄러워서 잘 안 들릴 것 같네요.”


그러자 사람들이 다녀오라며 얘기했다. 도운은 가려는 발걸음을 잠시 주춤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아 그런데 찌라시 말입니다.”


모두가 왜라는 얼굴로 도운을 바라보았다.


“진짜일 때도 있지만 때론 거짓일 경우도 있죠.”


“응. 근데 왜?”


작가가 궁금해 하며 묻자


“희진씨는 그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도운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가게 밖을 빠져나갔다.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뭐지? 라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들 그가 남기고 간 말에 대해서 토크를 했다.


“방금 권 PD 유희진씨 편든 거 맞지?”


“뭔가 알고 있나?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야?”


“권 PD가 저렇게 말하니까 왠지 희진씨 찌라시 말이야 완전 거짓말 같다.”


좀 전과는 다른 투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자 영선은 어이가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얘기한 것인데 본인이 얘기할 땐 ‘아니다’라며 날 세운 사람들이 도운의 말엔 그렇게 동요한다. 이 사람들이 말이야! 너무한 거 아니야? 똑같은 말을 해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서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영선은 앞에 놓인 오징어만 잘근잘근 씹어댔다.


***


“희진아”


“······.”


“왜 이렇게 마신 거야······?”


“······.”


걱정하는 것과 조금의 질타가 뒤섞인 그의 음성이 희진의 귓가에 들렸다. 다정한 듯하면서도 조금은 엄해 보인듯한 표정이 눈에 담겼다. 그의 품속에 있으면서 병행되는 이 모든 것들······. 위험했다.


“···저기.”


그래서 내린 결론.


“?”


그에게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희진은 그의 가슴팍을 손으로 밀었다. 그리고 두어 발자국 뒷걸음질을 하다 풀썩 주저앉았다.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는데 그가 손을 내미는 게 보였다.


희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땅바닥을 가리켰다.


“선 넘지 마.”


비틀거리며 그녀가 일어섰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도운의 발 바로 앞에 그려진 주차선이었다.


“이걸 넘지 말라는 거야?”


“그래.”


도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확고하고 새침한 희진의 말을 들어주기로 한 도운은 주차선 앞에 서 있었다.


“이게 이런 식으로 쓰이라고 그려진 선이 아닐 텐데.”


용도가 다른 식으로 바뀐 선에 대해 도운이 짤막하게 얘기해 본다.


“근데 말이야.”


“응?”


“계속 그렇게 휘청거리면 나 이 선 넘을 거야. 그러니까 앉아 있어.”


희진은 도운의 말에 바로 뒤에 있는 벤치에 냉큼 앉았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 진짜 오늘 하루는 유독 힘드네. 뭐 내내 힘들었는데 오늘만큼은 더 힘들었어.”


희진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힘든데?”


“봤잖아. 오늘 나 까인 거.”


얼마나 한심해 보였겠어.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너에게 오늘 보인 내 모습은 실망스럽잖아.


아니 그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고 무감정이려나.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다들 출처도 알 수 없는 이상한 헛소문만 믿고. 다 때려치우고 외국 나가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가지마.”


도운이 단호하게 희진의 뒷말을 잘라냈다.


“여기 계속 있어.”


“······.”


“어디 가지 말고.”


차가운 밤공기를 베어내고 들려온 그의 음성은 단호하고 진지했다.


도운은 갑자기 주차선을 넘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그녀의 바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손을 조금만 뻗어도 닿을 거리였다.


“뭐 하는 짓이야···? 휘청거리면 넘는다며.”


희진은 그런 도운을 외면하며 말했다. 계속 바라보기엔······그는 과거보다 한층 더 위험한 남자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애써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던 그녀는 어깨에 둘린 따뜻한 포근함에 눈앞의 도운을 보았다. 그가 겉옷을 벗어 희진을 걸쳐준 것이다.


“내가 분명 선 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너 벌벌 떨고 있는 것도 충분히 선 넘게 만드는 일이야.”


묵직한 겉옷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느껴졌다. 온기는 방금까지도 입고 있었던 도운의 체온에서 짙게 배어있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술은 많이 마시지 마.”


그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 걱정해주는 거야?”


“응.”


“왜 그러는 거야. 불쌍해 보여서···.?”


“전혀.”


그는 다음 말을 이었다.


“너 나한테 빚진 거 있어.”


“빚?”


도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 오디션 나 덕분에 무사히 봤다고. 그래서 원하는 소원 들어주기로 한 거.”


아······.!


“그 약속 지키라고.”


“다 예전 일이야. 어렸을 때 일이라구······.”


희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에 와서 약속 지키는 건 너한테 민폐나 끼치는 일이야.”


“왜 그렇게 생각해?”


그의 목소리는 엄격했다.


“그야······너도 잘 알고 있지 않아? 내가 지금 어떤······!”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그가 한 손으로 희진의 턱을 잡더니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하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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