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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사랑하니까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로즈아라
작품등록일 :
2020.07.02 23:26
최근연재일 :
2020.08.06 22:35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00
추천수 :
5
글자수 :
101,495

작성
20.07.04 16:09
조회
25
추천
1
글자
17쪽

같이 프리하게 잘 해봅시다

DUMMY

“여자친구도 없으면서 괜한 소리 한다.”


은지는 심드렁하게 여기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도운의 발언은 파동을 일으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 중독의 대표주자가 누굴 좋아할 시간이나 있어?”


그는 지독한 워커홀릭이기 때문에.


은지의 말에 도운은 ‘모르지?’라고 하듯 쓱 쳐다보고는 제 할 일을 해나간다.


“드라마 끝나고 바로 예능 들어가자고 해서 오케이 했는데 내가 미쳤지. 괜히 한다고 했어. 나도 쉬고 싶다고.”


그녀의 넋두리에 막내 작가인 수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권 PD님이 일복이 넘치시잖아요.”


수아가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있는 도운을 가리켰다. 그의 손을 거치고 난 자리는 마치 전문 화가가 그려낸 듯 수준급이었다.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릴 거 미대에 가서 화가를 하지 그랬어.”


“내가 워낙 다재다능하지? 뭐 미대에 갔으면 유명한 화가가 되어 있었으려나.”


“아주 팔방미인 납셨네. 그런 건 이런 쓸데없는 곳에서 어필하지 말고 괜찮다 싶은 여자 앞에서나 어필하셔요.”


“김은지 작가님의 연애 꿀팁입니까?”


“꿀팁까지는 아니고 그냥 뭐 그렇다고.”


“뭐야. 새겨들으려고 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거면서. 청춘을 모조리 일에 갈아 넣을 만큼 일이 그렇게 좋냐?”


“응. 후회는 전혀 없는데.”


“태평도 하셔라. 젊을 때 만나야지. 사람은 추억으로 먹고사는 거란다.”


“역시 작가님이라 낭만적이시네요.”


“아니야. 난 철저히 물질주의야. 권 PD랑 일하면 빡센 거 알면서 옆에 계속 있는 게 뭐겠어? 결과가 좋잖아. 결과가 좋으면 뭐다? 돈이 많이 들어온다.”


그녀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랗게 만들어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하여튼 짠순이 좋은 일만 시켰어.”


둘의 모습에 막내 작가가 웃음을 터뜨렸다.


“얘 막내야. 나 농담 아니고 진담이다.”


“그래 수아야. 김 작가님이 이렇게 물질적인 사람이란 걸 오늘부로 깨닫기 바란다.”


둘의 유쾌한 모습에 막내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유. 두 분 진짜 못 말리셔요.”


그때 편집실 문의 노크 소리와 함께 조연출이 고개를 내밀었다.


“피디님. 사전답사 가시게요.”


도운은 팔목에 두른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다.


“알겠어.”


자리정리를 하고 일어난 도운은 조연출과 함께 편집실을 나섰다. 그가 나가고 난 뒤 어쩐지 은지의 표정이 맥이 빠진 느낌이다.


“작가님. 왜 그러세요?”


“너도 알다시피 권 PD 차기 예능이 마지막이잖아.”


“아···. 그러죠.”


“이제 이 방송국을 이끄는 사람뿐만 아니라 거대 기업을 이끄는 사람이 될 거니까. 더 일에 미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리고 마음 한켠이 섭섭하네.”


“저도 섭섭해요, 작가님. 권 PD님 일도 엄청 잘하시고 시청자들한테 제일 사랑받는 PD잖아요.”


“그래. 그리고 권 PD랑 일할 때가 제일 내 실력이 발휘됐어. 사람 성질 돌게 만드는 PD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하하···.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PD들 다 이상한 사람들처럼 들리겠다. 좋은 PD들도 많은데 권 PD만큼 두루 갖춘 실력자가 또 있나 싶기도 해서.”


남다른 동료애를 넘어서 친동생만큼이나 아끼는 도운이기에 은지는 그의 퇴사가 섭섭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쩌랴. 그의 또 다른 길이 펼쳐져 있는데.


“그런데 말이야.”


은지가 안경을 손으로 고쳐 쓰며 예리하게 화제를 돌렸다.


“네.”


“권 PD 진짜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거 아니야?”


“에이. 설마요.”


“아냐. 가만 생각해보니까 직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 게 이상하네.”


“그래요?”


“응.”


다시 생각해보니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자의 촉이라고 했던가. 은지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여자를 만날 시간은 없었던 것 같고.”


그렇다면 방송국 내의 사람일까.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일하다가 좋아하게 된 케이스!


같이 일하면서 좋아하게 된 사람이 누굴까 라고 골몰하는 사이.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 작가님 계셨구나. 오랜만이네요. 수아씨도 오랜만.”


한창 마지막 방송을 찍고 있는 ‘너를 보고’의 주연배우 고혜미였다.


그녀는 손에 들린 간식 꾸러미를 테이블 위에 두고 편집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애타게 찾는 눈동자는 찾는 이가 이곳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권 PD님 안 계시나 봐요.”


혹시 그 좋아한다는 사람이 고혜미?


“권 PD 답사갔는데.”


은지의 촉은 방향부터가 잘못되고 말았다.


***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제시간에 맞춰 도착한 도운과 조연출은 촬영예정장소의 상태를 살폈다. 풍성하게 만개한 벚꽃 나무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내일은 더 예쁘겠는데요?”


조연출인 나영선 PD가 흐뭇해했다.


“이쯤에서 풀샷으로 담아도 괜찮겠다.”


“사전답사는 이쯤에서 마칠까요?”


“그래.”


도운은 연출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짐작해보았다. 인물들 간의 거리도 이만하면 적당하고. 아름다운 명장면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학교는 유독 벚꽃이 많고 예쁘네요. PD님은 이런 명소를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이 학교를 다녔거든.”


“미국서 학교 다니셨다면서요.”


“그러기 전에 이 학교에서 1년 정도 다녔지.”


“완전 유학파이신 줄 알았는데. 암튼 저는 다른 곳도 좀 보다가 카페 사전답사 갈게요.”


“그래. 수고해.”


나 PD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도운도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바람결에 휘날리며 제 곁으로 날아온 벚꽃들에 저절로 멈추게 되었다. 맞다. 봄이지. 지금이 어떤 계절인지 알고 있는데 왜 이제야 봄에 물들여진 느낌일까. 떨어지는 벚꽃잎이 땅에 닿는 게 아쉬워 손으로 받아본다.


고개를 들어보니 유독 커다랗고 아름답게 핀 벚꽃 나무 앞이었다. 발걸음을 잠시 굳혀보기로 했다. 시선을 빼앗긴 마법에 걸려든 듯 추억이 깃든 벚나무에 매료된 그가


“유희진 아나운서님!! 여기서 뵙게 되네요!! 와!! 정말 반갑습니다.”


‘유희진’이라는 이름에 마법에서 깨어나게 된다.


***


해맑게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희진의 곁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


“나영선 PD님 안녕하세요. 어머나··· 하하···. 여···. 여긴 어쩐 일이세요?”


희진이 한때 출연했던 인기 예능의 조연출을 맡은 PD였다.


“드라마 사전답사하러 왔어요.”


희진을 국민 딸, 국민 며느리로 불리게 한 1등 공신이기도 했다. 희진에게 있어선 더없이 고마운 귀인이었다. 최근에 다른 방송국으로 옮겼다고 듣기는 했는데.


“PD님 드라마도 연출하세요?”


“아. 모르셨구나. 저 저번 드라마 조연출 처음 해봤는데 결과가 괜찮게 나왔더라고요.”


“축하드려요. 연락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살았다. 드라마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악플이 무서워서, 쏟아지는 날조 기사가 무서워서 일부러 안 들어갔다. 그저 제 할 일만 묵묵히 하며 살아왔기에 희진이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괜찮아요. 오히려 부담감만 더 쌓여요.”


워낙 소탈한 성격 탓에 대성공을 거두어도 내색하지 않은 겸손한 성품의 PD였다. 그렇기에 희진과도 예능을 하면서 죽이 잘 맞았다.


그건 그렇고. 그녀의 눈길은 저 멀리 벚나무가 있는 곳으로 은근슬쩍 옮겨갔다. 그가 없었다.


다른 쪽을 슬쩍 보아도 그는 없었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설마 내가 잘못 본 건가.


“저···. 같이 오신 분 계시나요?”


확인차 물어봤는데


“아! 권도운 PD님이랑 같이 왔어요.”


본 건 정확했다.


“······그렇군요.”


“희진씨는 여기 웬일이세요?”


“제 예전 담임 선생님한테 강연 부탁받고 온 거예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여기가 모교겠네요?”


“그렇죠.”


행여나 도운과 마주칠까 봐 희진은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희진은 정말로 일 때문에 가야 했다.


“저 이제 가봐야겠어요. 2시에 라디오 방송이 있어서요.”


“아. 예예. 가셔야죠.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같이 방송해요. 희진씨.”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운전석에 탑승한 희진은 시동을 걸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똑똑똑.


희진과 헤어지고 나서 몇 걸음 떼지 않은 나 PD가 차의 결함을 알아채고 창문을 두드렸다. 차문을 열고 희진이 밖으로 나왔다.


“좀 전까진 분명 멀쩡했는데 왜 이럴까요?.”


나 PD는 희진의 차에 반쯤 들어가서 상태를 살폈다.


“배터리 방전 때문에 시동이 안 걸렸네요.”


뭣이라.


“당장은 운전 못 하시겠는데요.”


안돼! 어째서 지금 이 순간에!!


“지금 출발하셔야 할 텐데. 라디오방송까지 얼마 안 남으셨어요.”


시계를 보며 나 PD가 걱정스러워했다.


“지금 시간대는 택시도 잘 안 잡힐 텐데요.”


“일단은 불러봐야죠.”


희진이 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지 마시고 같이 가시죠. 마침 저도 희진씨 방송국 쪽으로 일 때문에 가야 해서요.”


“괜히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 아니죠?”


“아뇨. 부담 갖지 마세요.”


“혹시··· 권도운 PD님도 같이 가시나요······.?”


이게 중요한 대목이에요.


“사전답사는 이쯤에서 마쳤고, 피디님은 저와 다른 스케줄이 있으셔서 따로 이동합니다.”


다행이었다.


“그럼 차에 타시죠.”


나 PD의 말을 듣고 희진은 BNJ 로고가 붙여진 차로 걸어갔다. 뒷좌석에 올라탄 그녀는 어쩐 일인지 사라졌던 도운이 차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도운이 향한 곳은 운전석 쪽이었다. 그가 창문을 두드려 나 PD를 불렀다.


“방금 통화했는데 미팅 시간 변경됐어. 나도 그쪽으로 바로 가야겠다.”


“아. 그래요?”


“운전 내가 할 테니까 조수석에 타.”


“오. 그거 잘됐네요. 그럼 피디님 옆에서 자료정리 좀 할게요.”


뭐라구?!!


“피디님. 뒷좌석에 손님이 계십니다.”


조수석에 앉은 나 PD가 밝게 말했다. 그렇게 얘기 안 하셔도 돼요···. 생각지도 못한 동행에 희진은 멘탈을 붙잡느라 힘에 겨웠다.


“희진씨가 오늘 마침 모교로 강연 왔더라고요.”


나 PD의 말에 희진은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앞을 바라보긴 해야 해서 보는데 리어뷰 미러로 도운의 깊고 까만 눈동자와 얽히고 말았다. 아···안녕하세요. 당황하여 저도 모르게 머리만 숙인 채 가볍게 인사를 한다. 그러자 도운도 가볍게 눈인사로 했다.


“그러고 보니까 두 분, 같은 학교 다니셨네요. 권 PD님은 1년간만 다니셨다지만, 그래도 아는 사이이거나 최소 한 번 이상은 마주쳤을 것 같은데요.”


나 PD의 말에 무어라 희진이 답하기도 전에


“글쎄.”


도운이 간결하게 답했다.


······.


***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그와 그녀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주로 나 PD와 도운의 일 적인 대화였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도운은 어마어마하게 바쁜 사람이었다.


궁금했던 그의 근황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좀 전에 최희자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도운’에 대해 대화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되리라 예고한 것인가.


“저 먼저 내립니다. PD님 좀 이따 봬요. 희진씨 방송 잘 들어가세요.”


나 PD가 먼저 내렸다. 두 사람만 남겨지게 된 상황. 유연하게 빠져나가는 차에서 적막감이 감돌았다.


희진은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창가만 응시하다가 그녀의 눈이 슬쩍 운전석으로 향했다.


차에 타는 순간을 떠올려보건대 그의 몸짓은 우아했고 운전하는 모습 자체도 다른 이들과는 태가 달랐다. 일 적인 대화에 있어서 프로의 모습이 보였고 막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의식하지 않으면 저절로 그에게 눈이 돌아갈까 봐 내내 필사적으로 창가에 시선을 붙여두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고 희진은 눈길을 다시 창가로 돌렸다.


도착하고 나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그래도 여기까지 태워다 줬는데 아무 말 안 하고 내리기도 뭐하고.


겨우 생각해서 나온다는 말이······.


“······고맙습니다.”


망할.


그가 이러한 희진의 인사에 응답하듯 살짝 고개만 돌아보았다. 그의 옆얼굴이 보였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희진은 눈을 아래로 지긋이 내린 그의 옆얼굴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미쳤나 봐 나!


속마음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후다닥 차에서 내려버렸다.


어쨌든 덕분에 라디오방송을 무사히 마쳤고. 오늘도 일과를 무사히 마쳤다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언니···. 저기···. 할 말이 있는데요.”


방송이 끝나고 가려는 사람을 붙잡으며 작가들이 서로 눈치를 엄청 보았다. 할 말이 있다면서 미루는 모습을 보면 답은 하나다.


“저 짤린 거죠?”


불편한 말을 상대가 먼저 하기 전에 해주었다. 결과야 뻔하니까. 말하는 자나 듣는 자나 기분만 불쾌하잖아.


“죄송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통보해서··· 어···. 음······. 저희가 면목이 없네요.”


죄인이 된 듯 고개를 푹 숙인 작가들, 그리고 라디오 PD. 그들은 죄가 없다.


“죄송할 게 뭐 있어요? 국장님 지시라는 것, 저도 잘 알아요.”


***


“저 오늘 꼭 국장님 만나 뵈어야겠습니다.”


희진이 정중하게 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한사코 안된다는 답이었다.


“지금 중요한 손님과 미팅 중이시라 안 됩니다.”


“항상 그러셨어요. 제가 찾아올 때마다요. 그치만 오늘은 제가 꼭 따질 일이 생겨서 도저히 물러가지 못하겠네요.”


그때 국장실 문이 열리면서 그토록 만나 뵙고 싶은(?) 인물이 보였다. 희진의 얼굴은 분노가 서려 있는데 반면 국장의 얼굴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희희낙락하다. 그녀는 비서의 만류를 뿌리치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국장님!”


희진의 얼굴을 본 국장은 그녀를 피하려 다시 국장실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희진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같이 국장실로 들어갔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청취율도 올랐고 다른 경쟁 라디오들과 비교했을 때 뭐하나 뒤처지는 게 없는데 이런 식으로 사람 자르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이봐 유희진 아나운서.”


“국장님 뿐만 아니라 방송국에서 제가 제 발로 나가 주기를 원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이 말이야. 위아래가 있어야지. 이게 무슨 하극상이야?”


“그동안 저 참을 만큼 참아서 이 정도는 따질 자격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참. 본인을 탓해야지.”


“네. 버티고 버틴 저를 탓해야겠죠. 진작 나갔어야 했는데.”


“프리라도 선언하겠다는 거야 뭐야? 생각 잘해야 할 텐데? 본인이 다른 아나운서들과 똑같다고 생각하나?”


국장이 같잖다는 눈빛으로 희진을 쏘아보았다. 이런 눈빛. 이혼하고 나서 사람들한테서 많이 봤잖아. 괜찮아. 괜찮아······.


“네. 프리 선언 하겠습니다.”


“프리가 뭐 개나 소나 다 하는 줄 아나 본데,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프리 한다 해서 여기저기서 프로에 섭외가 될 줄 아나 본데···.”


국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일어나더니 희진과 국장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거 잘됐네요. 프리 선언이라. 방금 한 그 말, 말 바꾸기 없기입니다.”


남자가 싱긋 웃으며 국장에게 계속 말을 이었다.


“희진씨가 한 말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게 국장님이 증인 좀 돼주셔야겠습니다.”


“권 PD,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국장이 당황해하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분명 남자가 친절한 미소를 띠었는데 어딘가 상대를 압도하는 위압감 같은 게 느껴졌다.


“희진씨 같은 인재를 놓쳐버리면 제 스스로에게 매우 화가 날 것 같아서요.”


희진에게도 미소를 띠며 제안을 계속 이어가는 그 남자는


“같이 프리하게 잘 해봅시다.”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이 눈빛 깊숙한 곳에 깔려있었고


“유희진 아나운서님, 아니 이제는 프리랜서 유희진씨.”


내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고백을 이제야 쏟아냈다.


“저의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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