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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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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작품등록일 :
2020.07.02 23:26
최근연재일 :
2020.08.06 22:35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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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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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101,495

작성
20.07.0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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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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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얼굴 빨개진 것도 이쁘네

DUMMY

(서혁 → 현호

현호그룹 → 이원그룹으로 수정하였습니다.)



그랬다.


그와 결혼식을 올린 그 날. 신혼여행을 떠난 그 날 호텔 안에서의 밤이었다.


희진은 그동안 쌓여왔던 피로감과 긴장감 탓에 현호가 샤워하던 도중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버렸다.


그게 다였다.


그 이후 현호가 바라보는 눈빛은 180° 달라져 있었다.


눈을 떴을 때 괴물을 바라보듯 보는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어디 아프냐고 물으며 그의 어깨를 잡았을 때 그는 차갑게 뿌리쳤다. 마치 벌레를 쫓아버리듯.


먼저 곯아떨어져 버린 자신이 센스 없다며 과하게 그가 삐진 것이리라. 처음엔 그리 여겼다.


어르고 달래면 괜찮아지겠지. 하루가 지나면 그다음 날은 풀리겠지.


아니면 그다음 날은.


아니면 그다음 날은······.


그것도 아니면 일주일 후는······. 그것도 아니면······. 아니면······.


생각했던 그다음 날은 오지 않았다. 절대로.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가요.”


와이셔츠의 팔목 단추를 채우는 그를 붙잡으며 희진이 절박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가 절박함으로 붙잡은 희진의 손을 잔인하게 뿌리쳤다.


첫날밤, 벌레를 쫓듯 희진을 뿌리친 그때처럼.


“난 당신이 소름 끼쳐.”


그 말을 들은 희진은 도저히 더 이상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


“백배 천배 아니 만 배 그것도 아니고 일억 배! 아니 무한 배 멋진 남자 만나서 복수해버려.”


옛 스승님이 마치 맥주 한 잔을 들이켜듯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원샷했다.


희진은 아메리카노가 핫이 아니라 아이스인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아뇨. 이제 결혼 같은 거 지긋지긋해요.”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그 새끼가 이상한 거야.”


국어가 전공이며 항상 아이들에게 비속어가 아닌 바른말을 쓰라며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신 최희자 선생님. 그녀의 입에서 ‘새끼’가 나올 줄이야.


“제가 이상하다는 소문이 압도적인데요.”


“비열한 새끼. 그거 그 새끼 집안에서 일부러 헛소문 퍼뜨려서 기사 낸 거잖아. 위자료 넉넉히 준다면서 행여 깎으려는 수작인가? 하여튼 이래서 재벌들은 재수가 없어.”


“선생님. 모든 재벌들이 다 그러진 않아요.”


“그 새끼 면상부터가 X 같았어. 면상이 꼭 버터 한 사발 들이마신 것처럼 생겼더라고. 역시 관상은 과학이야. 부정할 수 없어.”


육두문자가 사정없이 나왔다. 최희자 선생님의 흥분은 가실 줄 모르는 듯싶었다. 희진은 그런 선생님을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결국은 빵 터져서 크게 웃고 말았다.


“어머. 얘가 왜 이러니.”


계속 웃음이 멈추지 않는 희진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는 선생님. 얘가 실성을 하고 말았나? 딱 이 표정이었다.


“아 선생님 덕분에 웃다가 눈물 나왔어요.”


“왜?”


“선생님 욕하시는 게 웃겨서요. 선생님 실은 욕 잘하시죠? 근데 저희한테 숨기신 거죠?”


“어머 얘는. 너랑 관련됐으니까 욕한 거지 선생님 욕 못해.”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신데요.”


“아니라니까, 얘는! 선생님 놀리면 못써요.”


“예예. 알겠습니다.”


우울한 마음을 풀어준 선생님이 고맙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 희진을 아낀 선생님. 최희자 선생님은 좋은 분이었다. 희진뿐만 아니라 최희자 선생님의 모든 제자들도 희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희진아.”


“네.”


“도운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니?”


그 물음에 희진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첫 이혼 기사가 터졌을 때보다 더 놀란 마음이었다.


“그걸 왜 물어요?”


“뭘. 선생님도 눈치가 있어.”


“?.”


“네 첫사랑이 도운이잖아.”


대충격이었다. 어떻게 선생님이 알고 계실까.


싱긋 미소를 짓는 선생님이 어쩐지 세상 짓궂어 보였다. 충격의 도가니에서 벗어나지 못한 희진은 입을 벌리고 선생님을 쳐다볼 뿐이었다.


“얘. 그렇게 계속 입 벌리고 있으면 파리 들어가겠다.”


“와. 선생님 대단···. 하시네요.”


“지금은 남녀 분반이지만 너 때만 해도 남녀 합반이었잖아. 너희 둘 다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는 애들이었어. 둘 다 외모도 눈에 띄고 공부도 살벌하게 잘했잖아.”


선생님은 기특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너희들이 무슨 서로 경쟁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들 같았다니까.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서 미쳐있는 사람들이랄까.”


“하하. 걔는 완전 여유로웠어요. 제가 그랬죠, 제가. 이겨보겠다고 난리 쳤으니까요. 걔는 타고난 거고 저는 완전 노력형 인간이니까요.”


희진이 머쓱하게 말했다.


“첨엔 둘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한 경쟁자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분위기가 묘해지더라고. 꼭 첫사랑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다고 해야 할까. 나까지 마음이 풋풋해지더라.”


좀 전에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날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최희자 선생님의 눈빛은 아련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희진은 그저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무슨 말을 꺼내기가 뭐했다.


“둘이 정말 잘 어울렸어. 선남선녀라는 말이 얘네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희자 선생님의 얼굴은 아름다운 것을 얘기하듯 따뜻했다.


희진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등학생 때···. 그때···. 그 아이를 처음 만났지. 도운이를.


어쩌면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단순히 행복하다가 아니라 마음에 환하게 핀 하얀 꽃다발이 가득한 느낌이랄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시간이고 다시는 볼 수 없는 남자였다.


그래서 잠시 행복했던 마음은 슬프게 적셔진다. 그저 커피 한 모금을 다시 마실 뿐.


“난 너가 도운이랑 결혼하지 않을까 싶었어.”


“그 정도였어요?”


선생님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 그런 거 잘 봐 얘.”


희진은 피식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어머 어머 얘 좀 봐. 내가 결혼할 것 같다고 한 사람들 죄다 결혼했어. 심지어 잘 살아. 깨가 쏟아진다니까.”


선생님은 진지하게 자신의 예지력을 입증하려 했다.


“선생님은요?”


“나?”


“네.”


그러자 선생님은 과하게 쑥스러워하며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저었다.


“나도 내가 이 사람과 결혼 할 것 같다 했는데 결혼했지.”


“정말로요?”


“응.”


진실이건 아니건 간에 어쨌든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결혼하여 잘 사는 모습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어디서 만나셨어요?”


“나이트클럽.”


“네?!”


가히 예상치 못한 장소였다. 이쯤 되면 최희자 선생님의 정체가 과연 어떤 분이신지 희진은 궁금했다. 반전 매력의, 매력의, 매력의 소유자였다.


“······하하···. 몰랐어요.”


“당연히 모르지. 말을 안 했으니까.”


희진의 반응에 머쓱한지 올림머리를 쓸어올리며 선생님은 연신 손을 내저었다.


“아유.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알고 있었던 오빠였어. 선생님 날라리 아니다, 얘. 아주 번듯한 남자야. 지금도 그러지만.”


“알겠어요.”


선생님의 머쓱한 해명에 희진은 대강 고개를 끄덕이며 믿어주는 척했다.


“암튼 말이다······.”


선생님이 희진의 가느다란 양손을 부여잡고 포개었다.


“너무 이런저런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선생님은 여전히 네가 엄청 자랑스러워.”


“고마워요. 선생님.”


희진은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실은 도운이 결혼식장에서 봤었어요.”


“결혼식? 누구 결혼식?”


“제 결혼식이요.”


“······.”


“신랑 측 하객으로 왔었어요. 전남편하고 둘이 아는 사이더라구요. 꽤 친해 보이기도 했고요.”


선생님은 가만히 희진의 말을 들어주었다.


“BNJ 방송국 스타PD 되었던데. 처음 도운이 소식은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서 알았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도운이는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할 줄 알았거든요.”


“너도 성공했잖아.”


“저야 뭐···. 이제 성공이라기 보다는······.”


말끝을 흐린 희진은 자신의 이야기에 더는 사족을 붙이지 않았다.


“어머 얘, 그러고 보니 너 그 소식 알고 있니?”


선생님은 아주 중요한 소식이라도 되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도운이 재벌가 아들 된 거.”


“결혼식장에서 전남편한테 들었어요.”


‘인사해. 새로 알게 된 동생이야. 희진씨랑 동갑이더라고. BU그룹 회장님 아드님이자 BU그룹의 방송국인 BNJ 권도운PD님이기도 하지.’


신부 대기실에서 전남편 현호가 도운을 이리 소개했다. 분명 BU그룹 회장님 아드님이라고.


“어떻게 된 사연인지. 내가 속물처럼 보일 수 있겠는데 저번에 통화한 김에 물어봤거든. 그랬더니 만나서 말씀드리겠대. 통화 중에 도운이 옆에 지인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요.”


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대꾸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알게 되면 말해 줄까? 궁금하지 않니?”


“아뇨. 아뇨. 괜찮아요.”


손사래를 치며 희진이 거절했다.


“다들 엄청 궁금해하는 것 같던데? 특히 너는 더 궁금해할 것 같아서.”


“아뇨.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아뇨. 알고 싶어요.


마음속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메아리쳤다.


그가 재벌 2세가 된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부재의 시간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고 싶었다.


정확하게 어떻게 살았는지. 잘 지냈는지.


“너 거짓말하고 있는 거야.”


선생님의 의미심장한 말에 희진은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쩜 이다지도 희진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지.


“실은 알고 싶잖아. 누구보다도 많이.”


“······.”


“나보다도 더 많이 알고 싶을걸?”


“제가 물어볼 처지나 되나요. 재벌가 아들 되었다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싫어요. 속물 같네요.”


“얘. 진짜 속물은 그런 생각 안 해. 속물은 뻔뻔하지. 네가 진정으로 도운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네가 조심스럽게 여기는 거야. 어떻게 둘이 헤어졌는지 난 모르지만, 대놓고 물어보지 못하는 점에 있어서 헤어진 이유도 들어있겠지?”


어쩜 자신의 심중을 이리도 꿰뚫는단 말인가. 희진은 거짓말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선생님의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어떻게 둘이 헤어지게 되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으마. 궁금하긴 하다만 그건 내가 열어볼 영역이 아닌 것 같으니.”


만약 선생님이 물어봐도 희진은 별말을 못할 것이 분명했다. 둘의 헤어짐에 분명 어떤 일이 있을 거라는 것도 선생님은 짐작했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를 더 하지 않고 여기서 끝맺기로 했다.


“암튼 말이다······.”


선생님이 희진의 어깨를 매만지며 다음 말을 이었다.


“너무 이런저런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선생님은 여전히 네가 엄청 자랑스러워.”


“고마워요. 선생님.”


“언제든 놀러 오고 싶으면 놀러 와. 알겠지?”


“귀찮으시면 어떡해요?”


“귀찮을 게 뭐 있어? 전혀. 네버, 네버.”


선생님은 희진의 머리를 넘겨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희진에게 있어서 선생님은 제2의 엄마 같았다.


물론 희진의 엄마는 선생님과 스타일이 달랐다······.


만약 선생님이 엄마였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희진에게 엄마란······. 애증의 관계였으니까.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들리고 이제 이들은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선생님 그럼 들어가세요.”


“그래. 너두.”


선생님은 희진에게 손을 흔든 뒤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간 그녀는 창가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희진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았다.


“아쉽게 오늘 둘이 시간대가 안 맞나 보네. 일부러 마주치게 불렀는데 말이지.”


짧은 한숨을 쉰 선생님은 수업을 위해 이동했다.


희진도 일터로 가기 위해 차키를 눌렀고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차가 번쩍였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꽃잎이 눈앞을 어른거린다.


꽃잎이 날아온 방향대로 돌아보니 저 멀리서 바람에 날린 꽃잎들이 풍성하게 흩날리고 있었다.


분명 봄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으로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녀에겐 지난날의 상처로 인해 봄은 그저 형식상의 계절에 불과했다. 물론 다른 계절들도 마찬가지였다.


여름은 그저 덥고 가을은 그저 서늘하고 겨울은 그저 추웠고···. 그냥 그게 다였다. 계절의 풍미를 느끼기엔 그녀 안에 여유는 일절 없었으니까.


“예쁘네.”


희진은 손을 내밀어 보았다. 마치 잊고지냈던 가련한 봄을 담아보려는 듯이. 벚꽃 예쁘네. 우리 학교 벚나무들이 만개하면 유독 예뻤지.


희진은 자신에게 흩날려오는 벚꽃의 방향을 눈으로 따라가 보았다.


다른 벚나무보다 유난히 풍성하고 꽃다발을 연상케 하는 벚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날려 손안에 들어온 벚꽃잎은 저 벚나무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10년 전, 꽃잎이 풍성한 벚나무를 바로 앞에서 바라보고 있던 도운이 눈앞에 떠오른다.


활짝 핀 벚나무보다 그는 더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교복이 잘 어울렸던 그는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을 배경 삼아, 마치 화보를 찍고 있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그가 희진을 발견하더니 청량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었다.


‘이리와 희진아.’


낮고 고운 목소리로.


맞잡은 손에 이끌리듯 당겨지는 힘에 그에게 안겼다. 서서히 다가오는 특유의 까만 눈동자에 홀리듯 바라보다 입술에 따뜻한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가볍고 풋풋한 입맞춤일 테지만 벚꽃 향인지 도운에게서 나는 향기가 원인인지 설레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숨이 막혀왔다.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움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도운의 모습은 이 세상 가득 분홍빛 봄을 담고 있었다.


‘얼굴 빨개진 것도 이쁘네.’


그 시절 그의 다정한 음성과 말투가 바람결을 타고 들려온다. 그렇게 과거의 추억에 젖어있던 중 그녀의 두 눈이 서서히 커지게 되었다.


그 남자가···도운이 벚나무 앞에 서 있던 것이었다···.!


***


피곤에 몹시 찌들어 보인 30대 가량으로 보이는 여자가 편집실 안에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도운이 연출하고 있는 드라마 ‘너를 보고’의 메인 스타 작가 김은지 작가였다.


“아~ 도저히 안되겠어서 왔어. 좽일 글 쓰려고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폐인 될 것 같아.”


그녀가 손에 들려 있는 커피 캐리어와 간식을 보이며 편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짜잔. 빈손으로 오지 않은 센스.”


“뭔 일이래. 짠순이가.”


도운의 의심스러운 말에 은지는 표정을 확 굳혔다.


“참나. 사줘도 뭐라 하네. 먹지 마!”


은지가 도운의 아메리카노를 건네려다가 도로 가져가려 하자


“아냐. 잘 마실게. 고마워요. 누나.”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특유의 사근사근함 때문에 은지는 아메리카노를 다시 건넬 수밖에.


도운이 아메리카노를 한입 마시고 펜을 들어 스토리보드를 마저 그렸다. 그 모습에 은지는 가재눈을 한 채 입을 열었다.


“그놈의 벚꽃 엔딩 그렇게 넣고 싶었어?”


“응.”


“그래. 벚꽃 예쁘지. 권 PD가 감각이 있으니까 내가 말 들어야지, 뭐.”


덤덤하게 칭찬하는 은지는 도운이 그리고 있는 스토리보드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마침 도운은 벚꽃나무 앞에 서 있는 여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다. 교복을 입고 있었고 어깨까지 닿아있는 긴단발 머리의 여학생을.


“이봐, 이봐. 권도운 PD님도 실수를 하시네요.”


“뭐가?”


전혀 알 수 없다는 듯 도운이 물었다. 그러자 정답을 알려주는 선생님이라도 된 듯 은지가 그림 속 여자의 머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유년시절 여주인공은 단발머리거든요? 이 여자애는 누구 신데요?”


아······.


“처음으로 헷갈린 거 알아? 한 번도 틀린 적 없잖아.”


“피디님도 사람이신데 틀리실 수도 있죠.”


은지의 말에 막내작가는 도운의 쉴드를 쳐주기라도 하듯 말했다.


“틀린 건 아니고.”


도운은 펜을 내려놓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럼?”


10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의식하지 않으면 안에서 무섭도록 튀어나오는 존재.


“좋아하는 사람이야.”


이렇듯 넌 여전히도 내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구나. 선명하게.


작가의말

2화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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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같이 프리하게 잘 해봅시다 20.07.04 26 1 17쪽
» 얼굴 빨개진 것도 이쁘네 20.07.03 24 1 17쪽
1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결혼한 죄일까 +1 20.07.02 85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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