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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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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6.29 18:2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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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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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163

작성
24.05.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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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글자
12쪽

(Ep.20) - 브라우닝의 관심

DUMMY

- 1889년 9월 18일.


프레디는 나름 열심히 사업 운영을 돕고 있다. 그렇게까지 유능하다는 느낌은 아직 아니지만,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겠지.


몇 년이 지나고 나면 프레디는 대학교에 들어가 경영학과 졸업장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침내 완벽한 조력자로서 활약해 줄 것이다. 그때까지는 조금 힘들더라도 사업 관리와 총기 개발을 병행하자고.


“자동권총 생산은 잘 되어 가고 있는 거지요, 아버지?”


“물론이다, 램지. 지금 설비 수준이라면 매달 500정을 찍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구나. 네가 요구했던 대로 표준 정밀도 역시 1/130인치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말이지.”


“좋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서 기병대용 말고 장교용으로까지 납품해 보는 겁니다. 아직은 무리겠지만 나중엔 수출도 해보자고요. 그러니 내년엔 지금 생산 규모의 두 배로 늘려봅시다.”


내 말을 들은 아놀드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현재 규모에서 더 확장해 버리면 직원만 족히 50명이 넘어갈 거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나는 앞으로는 이것보다 수십 배는 규모가 더 커질 거라고 말하면서, 너무 힘들면 공장 한 군데만 담당해 줘도 된다고 소곤거렸다.


“마음 같아선 모든 공장에 직접 다니면서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싶긴 하지만··· 내 체력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구나, 램지. 네가 괜찮다면 올드 캐롤라이나 공장만 담당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아버지. 전 아버지가 사업을 도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들 덕택을 아주 많이 보는군. 아참, 너를 만나고 싶다는 손님이 어제 찾아왔었어. 네가 잠시 외출하고 있을 때라 일단 연락처를 받고 돌려보냈는데, 확인해 보겠나?”


나를 찾는 사람이라는 말에 나는 역시나 육군성과 관련된 인물이겠거니 하면서 아놀드가 건네는 종잇장을 받아 들었다. 연락처에는 그가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여관 주소가 적혀 있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로군요. 그러면 갔다 오겠습니다. 누군지 꽤 궁금하군요······.”


- 잠시 후.


‘제기랄, 존 브라우닝이 여기서 왜 나와?’


나를 찾아왔던 사람은 다름 아닌 총기 업계의 큰아버지, 존 브라우닝이었다.


그는 내 얼굴을 맞닥뜨리는 즉시 복사기 스캔하듯이 두 눈으로 내 전신을 훑었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소이다. 램지 맥도날드 씨 맞소?”


“맞습니다만···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존 브라우닝 씨?”


“나를 알아보는군. 아무튼 찾아온 이유는 간단하오. 그쪽이 만든 자동권총을 보고 감명받아서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었거든. 실례가 아니라면 아래층에서 식사나 가볍게 하면서 말해볼까 하는데, 어찌하시겠소?”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중절모를 푹 눌러쓴 존 브라우닝과 함께 여관 로비로 내려갔다. 잠시 후 적절하게 익은 돼지고기가 나와 브라우닝 사이에 놓인 가운데, 그는 턱을 긁적이며 내 나이를 물었다.


“스물한 살입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는 젊지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존 브라우닝은 두 눈을 심각할 정도로 떨어대더니, 정말로 21살이 맞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슨 약을 하면 이 혁신적인 자동권총을 만들어 낼 수 있던 거냐며 의심하는 듯한 투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이럼 맥심이 도와줬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요?”


“도움을 아예 받지 않은 건 아닙니다. 맥심 기관총 설계 도면을 넘겨받긴 했으니깐요. 다만 권총 설계 자체는 제가 직접 한 겁니다.”


“이럴 수가··· 혼자서 했다고?”


“그렇습니다. 거짓말 하나 안 섞고 제가 했습니다.”


존 브라우닝은 매우 놀란 얼굴로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렸다. 땡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흐르는 것도 잠시, 브라우닝은 표정을 가다듬고 목을 가다듬은 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촉각이 잔뜩 곤두선 느낌이야.’


그는 본능적으로 나를 경계하는 듯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존 브라우닝 역시 20대 시절부터 천재성을 보이며 여러 명총을 설계했지만, 나처럼 ‘초신성’에 가깝게 자동권총을 1년도 안 되어 뚝딱 만들어 내진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특허 문제로 하이럼 맥심과 마찰이 있었다. 맥심이 직접 편지에 적은 바에 따르면 자동화기 매카니즘 특허 문제로 브라우닝과 안 좋은 접점이 있었다고 했으니깐.


하지만 그런 브라우닝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오히려 하이럼 맥심의 도움을 받아 세계 최초의 자동권총을 만들어 낸 사람이었다. 맥심이야 이제 사실상 영국인이니 그렇다고 쳐도, 같은 미국인인 브라우닝으로선 내가 성가실 수밖에 없다.


‘그래, 한 하늘에는 태양이 두 개씩이나 떠 있을 순 없다······!’


역시나, 존 브라우닝은 나를 견제했다. 그는 약간 예의에 어긋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해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내게 조심스레 자신의 특허를 베끼거나 하지 말아 달라고 못 박았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만든 걸 그대로 베껴서 쓰는 건 저 역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브라우닝 씨가 우려하실 부분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긴 하지. 다만 맥심과 만나봤다면 확실히 알겠지만, 특허라는 건 절대 간단한 게 아니오. 난 우리가 서로 특허 가지고 마찰이 없었으면 하는데.”


나는 존 브라우닝에게 그런 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도리어 나 역시 특허 사용권에 있어선 깐깐하게 다루고 있다고 역으로 답했다. 이에 브라우닝은 점차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거의 식어버린 돼지고기를 조심스레 나이프로 한 점 잘라냈다.


“이거 기껏 시켰는데 다 식어버렸군. 제길, 이러면 맛이 없는데.”


“아무튼 다른 이야기 하실 건 없으십니까?”


“난 그저 램지 맥도날드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었을 뿐이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사실 전 브라우닝 씨를 한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걸출한 총기를 여럿 만들어 내셨잖습니까. 저도 그런 총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곧 그렇게 될 거요. 11년 뒤에 새 세기가 찾아오지 않소? 세상은 새 시대에 걸맞은 무기를 필요로 할 것이니······.”


존 브라우닝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돼지고기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뒤로 이 자리에선 간단한 안부 대화 정도만이 오갔다. 서로를 무시하거나 대놓고 견제하진 않았지만, 은은히 감도는 경계. 그것은 나와 브라우닝 모두 숨길 수 없는 본심이었다.


마침내 식사가 끝난 후, 존 브라우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설계도 한 장을 건넸다. 내게 주는 선물이라면서, 이건 그 어디에도 공개한 적 없는 녀석이라고 소곤거렸다.


“이거 참 영광이로군요, 브라우닝 씨.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거 저도 뭐라도 보답을 드리고 싶긴 합니다만··· 급히 오느라 준비를 못 했군요. 이름이라도 남겨주셨으면 가져오는 건데 말이죠.”


“괜찮으니까 받아두시오. 그러면 전 이제 유타주로 돌아가야 해서, 이만 헤어집시다. 내 집 주소를 남겨둘 테니, 심심할 때 편지 한 번 하시면 성실히 답장해 드리겠소.”


“제 주소도 적어드릴까요?”


“마음은 고맙네만 이미 수소문해서 찾아낸지라 알고 있소. 이거 뒷조사를 한 것 같아 가슴에 좀 걸리는군.”


“아닙니다. 아무튼 나중에 편지 한번 하겠습니다.”


떠나가는 존 브라우닝을 뒤로하고 나는 조심스레 그가 남기고 간 설계 도면을 확인해 보았고, 그 뒤에야 나는 그가 나를 찾아온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건··· 자동권총 설계인 것 같은데?’


설계 도면에 적힌 날짜를 보아하니 대략 1년 전부터 설계하던 것으로 보인다. 노리쇠 구조와 형태, 탄창의 존재와 결정적으로 기역 자로 된 형태는 이것이 확실히 자동권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지 작동부가 세부적으로 그려져 있지 않을 뿐.


이것으로 유추해 보건대, 존 브라우닝 역시 자동권총 개발을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항이랄까. 어찌 됐든 그가 자동권총의 개념을 정의하고 개발하려 했다는 것 자체는 확실하다.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건, 내가 존 브라우닝의 계획을 방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원래 역사에서도 존 브라우닝은 그 타이틀을 가져가지 못한다. 그 대신 약 10년 뒤 최초의 슬라이드식 권총을 만들어 내게 되지만, 그것 역시 내가 머지 않아 만들어 낼 놈이지······.


‘이거 존 브라우닝이 자극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 계획이 틀어졌으니, 그는 나를 확실히 경쟁자로 인식할 거야.’


존 브라우닝과 경쟁하게 될 거라는 건 사실 예측하였지만, 이런 식으로 엮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그의 코털을 모르고 뽑아버린 거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나를 확실히 ‘라이벌’로 볼 거고, 나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획기적인 총기 매카니즘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겠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나 역시 뒤처져선 안 된다. 그에게 밀렸다간 앞으로 사업을 제대로 키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 좋든 싫든 간에 나는 존 브라우닝과 라이벌 관계가 됐다.


‘후우··· 그렇다는 건 앞으로 브라우닝과 군납 경쟁도 해야 한다는 이야긴데.’


존 모세 브라우닝은 미국에 내려온 ‘모세’와도 같은 존재. 그는 미국이 앞으로 사용할 갖가지 총기를 만들어 내고 그걸 팔아서 많은 돈을 벌었다.


당연하지만 군납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존 브라우닝을 꺾지 못한다면 제대로 군납하는 것도 힘들 거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존 브라우닝을 이길 순 없겠지만, 적어도 쟁쟁하고 대표적인 총기 품목에선 앞서야만 한다.


그렇다는 건··· 자동권총보다도 더 효과적이고 신세대적인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확실히 돈이 되면서 군대가 아주 좋아하게 될 그런 화기. 바로 기관총이다.


그래, 존 브라우닝은 기관총 설계로 미국을 꽉 부여잡은 사람이다. 그가 만들어 낸 가스압 작동식 기관총들은 미군의 제식화기로 채택되어 널리 쓰였고, 50구경 M2 중기관총 물건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조금 개량만 되어 계속 쓰일 정도이니······.


이거 아주 돌아버리겠다. 이제는 소화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한 중화기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총기 시장 생태계에서 브라우닝에게 밀려 도태될 테니까.


‘기관총이라··· 이건 진짜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는 종류인데.’


전생에 총포상을 운영하면서 기관총을 접했던 적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애초에 완전 자동사격이 가능한 기관총을 민간인이 소유하는 건 사실상 불법이다 보니 사격장이나 전문가들만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이 나를 큰아버지와 싸우게끔 밀어붙이고 있는걸. 좋든 싫든 맥도날드 가문의 미래를 위해선 존 브라우닝을 뛰어넘을 기관총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내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삼시 세끼 고기 반찬을 먹는 호화는 즐기지 못할 테니까.


작가의말

이거 브라우닝이 너프?된 느낌이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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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p.24) - 수출 계획 +13 24.05.27 4,124 122 12쪽
23 (Ep.23) - 오픈 볼트 +11 24.05.26 4,272 124 11쪽
22 (Ep.22) - 경쟁의 시작 +6 24.05.25 4,294 124 12쪽
21 (Ep.21) - 시작하는 기관총 +14 24.05.24 4,469 124 12쪽
» (Ep.20) - 브라우닝의 관심 +6 24.05.23 4,487 123 12쪽
19 (Ep.19) - 전쟁을 준비하라 +12 24.05.22 4,546 135 12쪽
18 (Ep.18) - 평화를 원한다면 +12 24.05.21 4,568 136 12쪽
17 (Ep.17) - 토글액션 +12 24.05.20 4,640 128 13쪽
16 (Ep.16) - 맥심 +10 24.05.19 4,695 139 12쪽
15 (Ep.15) - 흩뿌리다 +8 24.05.18 4,734 130 12쪽
14 (Ep.14) - 소울 푸드 +8 24.05.17 4,828 133 12쪽
13 (Ep.13) - 장군의 심장을 쏘다 +16 24.05.16 4,914 138 12쪽
12 (Ep.12) - 모던 테크놀로지 +9 24.05.15 4,949 1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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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p.10) - 사람은 곰을 찢어 (2) +9 24.05.13 4,955 132 12쪽
9 (Ep.09) - 사람은 곰을 찢어 (1) +8 24.05.12 5,109 1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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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p.06) - 맥도날드 공장 +10 24.05.09 5,270 1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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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p.02) - 회전 약실 +10 24.05.08 5,953 148 12쪽
1 (Ep.01) - 더 비기닝 +7 24.05.08 7,171 1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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