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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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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2.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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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글자
11쪽

철십자 훈장

DUMMY

영국 병사는 아직 안전핀을 뽑지 못한 수류탄을 떨어트리고, 총을 맞은 팔을 잡고 울부짖었다.


“으아악!!!”


한스는 나머지 탄환을 그 영국 병사 쪽으로 발사했다.


타앙!


영국 병사가 툭, 고개를 떨구었다. 다시 아군 기관총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한스는 재빨리 근처 포탄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머리를 감싸고 웅크렸다. 사방 팔방에 총알과 포탄 파편 등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재수없게 파편 하나라도 목이나 머리에 스치면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젠장!!!’


조금이라도 머리를 내밀었다간 아군의 기관총의 총알을 맞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잠시 총소리가 멈추었다. 지금은 장전하는 시간이다. 한스는 재빨리 구덩이에서 뛰어나와 지그재그로 파여진 참호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한스는 발을 헛디뎌, 진흙 투성이의 참호 바닥에 머리를 찌었다.


“아이쿠!”


참호 속에서는 영국 병사와 독일 병사들이 근접전을 펼치고 있었고, 바닥에는 수많은 부상병과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자신의 철모로 적군의 머리를 내려치는 병사, 목을 조르는 병사, 어디서 주웠는지 장교용 지팡이를 휘두르는 이등병, 그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것은 삽을 휘두르는 한 대머리 영국 병사였다. 한스는 그 놈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그 영국 병사는 독일 병사들에게 무자비하게 삽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많이 싸워봤는지, 잘도 어깨와 턱 사이 급소만 골라서 공격하고 있었다. 한스는 분노가 치솟아서 권총을 빼들었다.


“이 놈!”


딸깍, 딸깍 딸깍


그러나 한스의 권총의 총알은 다 떨어져 있었다. 그 영국 병사는 이미 다른 독일 병사를 향해 삽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한스는 재빨리 권총으로 그 대머리 영국 병사의 머리를 내려쳤다.


“으아악!!!!!!!!!!!!!!!!!!!”


그 대머리 영국 병사가 괴물 같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한스를 향해 삽을 내려치려는 순간!


타앙!


천만 다행히 그 대머리 영국 병사 뒤에 있던 독일 신병이 소총을 쏘았다. 커다란 덩치의 영국 병사가 바닥에 쓰러졌다. 한스는 권총을 집어 넣고 영국 병사가 쥐고 있던 삽을 들었다. 한스가 신병에게 외쳤다.


“장교들은 모두 어디 있는 거야!”


신병이 소리쳤다.


“모두 지원 참호로 갔습니다!”


그 때, 한 영국 병사가 한스를 향해 소총을 겨냥했다.


“으아악!!!”


한스는 재빨리 삽으로 영국 병사의 긴 소총을 쳐냈다. 훈련소에서 고약한 교관한테 팔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맞으며 훈련을 받은 보람이 있었다.


타앙!


영국 병사의 소총에서 탄환이 발사되어 참호 벽에 박혔다. 한스는 아까 그 대머리 영국 병사처럼 괴성을 지르며 자신에게 총을 쏜 영국 병사의 급소를 노렸다.


“으아아악!!!!”


그 영국 병사는 급소를 맞고 커다란 눈으로 한스를 바라보며 참호 벽에 기대어 스르륵 쓰러졌다. 그 영국 병사는 눈을 아래로 굴려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영국 병사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한스는 지금 이 상황에 미안해 할 틈도 없었다. 한스는 독일 병사에게 착검한 소총을 휘두르는 다른 영국 병사에게 삽을 휘둘렀다.


“으아악!!!”


다른 때였다면 지원 참호로 후퇴했을 것 이다. 하지만 한스에게는 최전방 참호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놈들에게 티거를 빼앗길 수 없었다. 아군의 시체와 적군의 시체가 참호 바닥에 뒤엉켜 있었다. 아군을 옮기다가 총 한 발 쏴 보지 못하고, 적에게 죽은 의무병도 있었다. 한스들은 부상병과 시체들을 넘어서 아직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떤 영국 병사는 긴 막대에 3개의 가시가 달린 철퇴가 사슬에 달려 있는 근접 무기를 쓰고 있었다. 영국군에서 중세시대에서 썼을 법한 무식한 근접 무기를 병사들에게 일부 보급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정말로 사람에게 저딴 것을 휘두르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 영국 병사는 철퇴를 빙빙 돌리며 한스에게 다가갔다. 한스가 삽을 들고 그 병사로부터 뒷걸음질쳤다. 그 때, 그 영국 병사 뒤에서 독일 신병이 곤봉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콰앙!


“으아악!!”


그 영국 병사의 허리춤에는 단도가 달려 있는 작은 웨블리 권총이 있었다. 앵글로 섹슨 족은 잘도 요상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한스는 재빨리 그 단도가 달린 웨블리 권총을 쥐었다. 몇 독일 장교들이 쓰던, 개머리판이 부착된 권총보다는 훨씬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그 때, 누군가가 외쳤다.


“독가스다! 가스다!!! 가스!!!”


한스는 방독면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한스는 재빨리 영국 병사 시체의 가방을 뒤졌다. 다행히도 방독면이 있었다! 한스는 재빨리 방독면을 썼다.


만약 염소 가스 공격이라면 황록색 가스가 참호 바닥을 채웠을 것 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스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방독면을 쓰지 못한 부상병들이 호흡곤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켁···.켁···”


“으윽···숨을···못 쉬겠어···”


그 때, 한 부상 당한 영국 병사가 한스의 방독면을 빼앗으러 달려들었다. 한스는 방독면을 뺏기지 않으려고 그 영국 병사를 세게 밀쳤다. 영국 병사가 바닥에 넘어졌다. 벌써부터 그는 극심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이 충혈된 상태에서도, 한스의 방독면을 뺏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한스는 방독면을 양 손으로 얼굴에 꼭 붙이고 있었다. 그 영국 병사가 한스의 방독면을 벗기려 했지만 이미 손에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 영국 병사는 참호 바닥에 거품을 토하며 쓰러졌다. 순간, 한스의 오른 팔에 포탄 파편이 스쳤다.


“아아악!!!”


한스는 왼손으로 자신의 방독면을 얼굴에 꽉 붙인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방독면 안이 한스의 입김에 의해 뿌옇게 되었다. 그렇게 한스는 의식을 잃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한스는 몸이 이리 저리 흔들리는 느낌에 의식을 차렸다. 한스의 눈 앞에는 뿌연 매캐한 공기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죽은 건가···’


한스는, 자신의 담가병들의 들것에 실려 운반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른쪽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의무병이 한스의 팔을 소독하기 시작했다. 한스가 중얼거렸다.


“티거는···티거는 무사한가···”


생전 처음 보는 의무병이 한스의 헛소리를 듣고는 말했다.


“독가스 때문에 정신이 나갔군.”


한스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다시 몇 시간 뒤, 한스는 요나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스는 단추 구멍마다 철십자 훈장을 하나씩 받아야 해.”


니클라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같은 이등병은 아무리 열심히 싸워봤자 슐츠 중위 승진이나 도와주는 거지.”


거너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 전차가 대단하긴 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타고 싶지 않아요.”


롬멜 소위도 자리에 있었다.


“이보게 한스. 들리는가? 자네의 공적 덕분에 상부에서 전차 노획단을 꾸리기로 결정했네. 영국놈들이 작동하지 않는 전차를 그대로 버리고 간다더군. 전차 부품을 보충할 수 있는 재생 공장에도 투자가 이루어질 것 같네.”


한스가 중얼거렸다.


“제 티거는···아니···제 마크 전차는 무사합니까···”


에밋이 말했다.


“궤도를 청소하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아직 멀쩡합니다.”


한스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며칠 뒤, 한스는 부상에서 꽤 회복되었다. 전투 때 지원 참호로 피신해 있던 슐츠 중위는 1급 철십자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한스는 일등병으로 진급했다. 슐츠 중위가 한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상부에 자네 공로를 잘 말해 두었네. 앞으로도 잘 하면 금새 상등병으로 진급할 걸세.”


슐츠 중위의 군복에 철십자 훈장이 반짝거렸다.


“감사합니다.”


한스는 부상에서 회복되자 당장 티거를 보러 갔다. 여기 저기 장갑에 총알과 포탄 파편으로 인한 자국이 생겼지만, 놀랍게도 궤도도 멀쩡했다. 에밋이 말했다.


“제가 열심히 손질했습니다.”


한스가 에밋의 어깨를 두드렸다. 궤도를 살펴보니, 정말 잘 손질되어 있었다.


한스는 티거 뒤에서 수류탄을 던지러 다가온 영국병을 후진으로 깔아뭉갠 것이 생각났다. 한스는 속이 불편해서 다른 곳을 쳐다 보았다. 그 때, 이 참혹한 전선을 종이에 그리고 있는 한 독일 병사가 보였다. 한스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그 거칠게 생긴 남자가 먼저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가 한스 파이퍼로군. 나는 오토 딕스일세.”


한스가 말했다.


“참 강렬한 그림이군.”


오토 딕스의 그림은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정말로 흉측하고 잔인했고 이런걸 미술관에 걸어놓으면 관객들이 욕을 내뱉을 것이 분명했다. 오토 딕스가 말했다.


“참 흉측하지? 난 이런걸 그리려 입대했네. 잔인하고 추한 것이 내겐 아름답게 보이거든.”


“그림을 그리려 입대했다고?”


오토 딕스는 스케치를 멈추지 않고 중얼거렸다.


“누구는 조국을 위해, 누군 가족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데, 그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이상한가?”


한스는 순간 뜨끔해서 대답했다.


“아니, 이상하지 않네.”


오토 딕스가 스케치를 마치며 말했다.


“자네도 남자니까 이해하는군.”


오토 딕스의 그림에는 철조망에 널려 있는 시체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내가 입대하지 않았으면 몇 명이 살았을까···’


한스는 불현듯 죄책감에 속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애써 합리화를 시작했다.


‘내가 그 놈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분명 내가 죽었을 거다. 살려두었다면 다른 아군 병사들이 죽었을 거야. 그래.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독일 병사 수 십 명을 살렸을지도 모른다..’


그 때, 한스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아돌프! 자네 아닌가!”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난 이 친구의 목숨을 구했지 않은가!’


아돌프 히틀러도 반가운 얼굴로 한스에게 화답했다.


“자네도 살아있었군!”


통신병 아돌프 히틀러는 군복에 2급 철십자 훈장을 달고 있었다.


“자네 훈장까지 받았군!”


아돌프 히틀러가 말했다.


“아, 이거. 운이 좋았네. 하지만 이거야 별거 아니지.”


“별거 아니라고?”


아돌프 히틀러가 콧수염을 움직이며 말했다.


“남자라면 마땅히 인류 역사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나한테 이 2급 철십자 훈장 따위는 아주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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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암표범 +6 20.12.03 3,235 87 11쪽
34 씻을 수 없는 죄 +1 20.12.03 3,296 89 11쪽
33 두 번째 전차 노획 작전 +1 20.12.03 3,439 85 11쪽
» 철십자 훈장 +9 20.12.02 3,518 83 11쪽
31 대의명분 +5 20.12.02 3,440 85 11쪽
30 전차 VS 전차 20.12.02 3,484 89 11쪽
29 영국군의 전차 공격 +4 20.12.01 3,608 87 11쪽
28 티거 +8 20.12.01 3,603 99 11쪽
27 최초의 독일 전차장 +3 20.12.01 3,662 97 11쪽
26 전차 노획 작전 +3 20.11.30 3,642 92 11쪽
25 무인지대에 피어오르는 불꽃 +5 20.11.30 3,607 99 11쪽
24 아돌프의 조언 +6 20.11.30 3,728 94 11쪽
23 죽어가는 영국 병사 +8 20.11.29 3,711 92 11쪽
22 패배 +4 20.11.29 3,743 90 11쪽
21 마크 전차와 한 판 승부 +4 20.11.29 3,837 95 11쪽
20 탈영병 처형 +5 20.11.29 3,904 91 11쪽
19 스톰트루퍼 +2 20.11.28 4,037 94 11쪽
18 빗줄기 속에 참호전 +6 20.11.28 4,230 97 11쪽
17 죽음의 안개 +7 20.11.28 4,108 99 11쪽
16 비 속에 불꽃 +9 20.11.27 4,248 98 11쪽
15 빡빡이가 된 독일 병사들 +5 20.11.27 4,360 99 11쪽
14 지옥 +7 20.11.26 4,323 101 11쪽
13 데뷔 전투 +6 20.11.25 4,432 1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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