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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의 서재입니다.

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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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연재수 :
1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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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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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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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무장 (4)

DUMMY

부웅!


가스페르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동희의 얼굴을 가격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동희는 고개를 전력으로 숙여 이를 가까스로 피해냈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고르는 동희가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사방을 탐색했다.

이런 주먹을 피하기도 어언 서른 번째.

하나도 빠짐없이 피하고는 있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인 듯 자리에서 깊은 숨을 내쉬고는 가스페르의 기감을 느꼈다.


쐐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동희가 가스페르의 주먹을 주먹으로 맞받아치는 데 성공했다.

가스페르의 왼 주먹 마디마디가 고통을 토해냈다.


“크윽.”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린 가스페르가 오른쪽 손으로 왼손을 부여잡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가스페르에게 한 방을 먹인 동희가 한 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떠냐. 너 같은 귀공자 따위는 감당하지 못 할 힘이지.”


딱히 반박을 할 수 없었다.

활을 쏘는 솜씨가 뛰어나다 한들 그는 얼마 전까지 잘 나가는 왕국의 왕자였다.

그럼에도 가스페르는 평정을 유지했다.


“산적같이 생긴 게 어디서 귀공자한테 말을 거나.”


가스페르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동희가 당황한 듯 오른쪽 눈썹을 실룩거렸다.


“쓰레기 같은 잔말 말고, 안 갈 거면, 내가 간다.”


동희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가스페르에게 달려들었다.


쿵쿵쿵!


달리는 속도마저 둔중했다.

무겁지만 빠르고 확실하게 가스페르의 앞에 당도한 동희가 오른손 주먹을 높이 들어 크게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이와 동시에 흙먼지가 일었다.

얼마가지 않아 걷힌 흙먼지 사이로 있어야 할 가스페르는 온데간데 없고 연무장의 바닥만이 움푹 파인 채 그의 주먹을 견디고 있었다.


“이런!”


고함을 내지른 동희가 뒤를 돌아 보았으나 이미 늦었다.

뒤를 돌아 본 그의 코앞엔 검은 무언가가 당도해 있었다.

그것은 가스페르의 신발 밑창이었다.

반응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그는 가스페르가 내지른 발차기에 맞아 저 결투를 지켜보던 그들의 일행 속으로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후.”


다쳤던 왼쪽 손이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보며 가스페르는 생각했다.


‘국밥의 효능인지 숙취해소제의 효과인지 부서졌던 뼈마디가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다.’


씨익 웃은 가스페르가 격장지계를 사용했다.


“어이! 돼지 새끼! 죽었나?”


그러자 관중 속에 숨어있던 동희가 빠르게 튀어 오르며 가스페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가스페르는 이 모든 것이 예상 범주였다는 듯 가볍게 몸을 움직여 피해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희가 속한 집단의 두목 강환중은 생각했다.


‘동희의 단순 무력은 우리 일행, 아니 우리 행성에서도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어떻게 그런 녀석의 힘을 피하는 것도 모자라 맞받아 치고 있단 말이냐.’


가스페르는 동희의 웅혼한 격이 담긴 주먹을 요리조리 피해낼 뿐만 아니라 피하지 못 하는 일격들은 여유롭게 받아 치며 물러섰다.

마치 이딴 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6군단장과의 전투로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6군단장의 무시무시한 무력을 직접 겪어본 가스페르에게 동희의 주먹은 그저 조금 힘이 센 어린아이의 주먹과 별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그나저나 저 기생오라비, 단순한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다. 게다가 저 무술들은 우리 성단의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 순간 가스페르가 공중에서 몇 바퀴를 회전하더니 오른발을 아래로 내리며 동희를 향해 낙하했다.

그 눈으로 쫓기도 힘든 일격을 맞은 동희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막기위해 코를 움켜잡으며 물러났다.


‘이찬에게 배워 놓길 잘했군.’


가스페르는 쿠에비코로 인해 이곳으로 강제 송환되기 전, 이찬에게 몇 가지 지구의 무술들을 격의 형태로 전수받았다.


-혹시나 활이 없거나 부러진 상태에서 싸워야 할 순간이 분명 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육탄전에 유용한 격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찬.’


복싱, 주짓수와 같은 유명한 무술들부터.

한국의 태권도까지.

그리고 그 덕에 가스페르는 활이 없는 이 순간에도 「광휘의 발걸음」와 궁합이 좋은 「태권도」를 응용해 순수 힘 최강의 동희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연무장을 둘러싸고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입을 모아 술렁였다.


“저거 태권도 아닌가?”

“내가 살아생전 태권도 4단이었네. 빨라서 잘 안보이긴 하지만 저건 분명 태권도야!”

“왜 <켈트>의 머저리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건가?”

“나야 모르지. 농락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말끝을 흐린 화자를 대신해 옆에 있던 다른 관중이 말을 이었다.


“저 자가 <켈트>의 일원이 아닌 것이지.”


그들의 시선은 다시 결과가 예정된 연무장으로 옮겨갔다.


빠아악!


왼발로 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오른발을 하늘로 높게 뻗어 동희의 턱을 걷어찬 가스페르가 다시 정자세를 잡고 말했다.

하늘을 높이 난 동희의 둔한 몸이 빠르게 아래로 추락했다.


쿠우우웅!


마치 지진이 인 것처럼 땅이 수차례 흔들렸다.

오죽하면 그 여파가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이찬에게 미량 감지될 정도.

가스페르의 발차기를 맞은 동희는 더 이상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지 못했다.


“켈튼지 컬툰지 난 잘 모르겠고, 잘 배웠습니다.”


진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연무장 전체에 흩뿌린 가스페르가 유유히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정확히는 내려가려 했다.


“잠깐!”


누군가 그를 불러 세웠다.


“뭡니까?”


가스페르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살의를 내비쳤다.


“워워, 살의는 뿜지 말고.”


그는 다름아닌 이 사태를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이자 이 사태를 방관하며 주도한 장본인.

방금 그가 쓰러뜨린 동희가 속해있는 그룹의 두목.


“누구십니까?”


살의를 거둔 가스페르가 정중히 신변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인사가 늦었군. 행성 「가야의 화랑」의 주민 강환중이다.”

“그런데?”

“·······”

“할말 없으면 가겠습니다.”

“잠······잠깐!”


다급히 가스페르를 불러 세운 강환중이 그에게 제안했다.


“다른 아이와 한번 더 싸워주게.”

“내가 왜요?”

“국밥.”

“예?”

“자네가 이기면 아까 그 국밥 한 그릇 사겠네.”


마냥 건들거리던 가스페르의 모습이 한층 진지해졌다.


“또.”

“또, 상상력을 주겠네. 꽤나 많이 말이야.”


이곳에서 상상력은 돈이 된다.

그제서야 만족한 듯 씨익 웃는 가스페르가 강환중의 의견에 동의했다.


“좋습니다.”


그와 동시에 눈 깜빡할 새 사라진 가스페르의 모습이 연무장의 바깥 계단에 나타났다.

그 덕분에 싸움이 끝난 줄 알고 뒤돌던 관중들이 다시금 연무장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한번 더 싸운다는군.”

“뭐? 누가?”


저벅저벅.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관중들이 일제히 고개를 젖혔다.

아까 그 켈트에서 온 남자였다.


“저자가 또 전투를 치른단 말인가?”

“지치지도 않는군.”

"근데 저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우리가 서양인을 언제 봤다고."

"아니, 말고. 진짜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입 닥치고 앞이나 보세."


일전에 받은 경멸 섞인 시선과는 다른 약간의 경외가 심어진 눈빛을 쬐는 가스페르는 괜히 뿌듯해졌다.


“승현. 네가 나가라.”

“예? 저까지 나가야 합니까?”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연무장의 계단으로 걸어 나왔다.


“맙소사, 저자가 나온다고?”

“왜 그러나? 저자가 누군데?”

“······대화랑 승현 아닌가!”


대화랑(大花郞) 승현.

그 이름이 장내에 울리자 관중들의 반응이 한층 아니, 격하게 증가했다.


“뭐? 진짜 대화랑이 이곳에 왔다고?”

“무신 중 하나의 행성 이인자가 여기서 결투를 치른다니 이건 내 영생(靈生)에 다시 없을 기회야.”


가스페르가 언짢은 얼굴로 승현을 바라봤다.


“꽤나 유명하신가 봅니다? '대화랑'이라니.”

“과분한 별호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승현이 가스페르를 응시함과 동시에 일전에 강환중과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재차 여쭙겠습니다. 정말 저까지 나가야 합니까?”

“나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아······아닙니다.”

“흥미가 가서 말이다.”

“예?”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강환중의 말뜻을 이해한 승현이 목례를 하고 연무장의 위로 올라갔다.


'저자에겐 내가 알 수 없고, 스승님에게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


다시 연무장의 상황.


“인사 드리겠습니다. 대화랑 승현입니다.”


어떨결에 가스페르가 인사를 받았다.


“가스페르입니다.”

“가스페르······.”


서로 가볍게 목례를 행한 뒤 각자의 자세를 잡았다.


스르릉.


그의 등에 꽂혀있던 거대한 검집에서 검집의 크기에 맞는 거대한 검이 뽑혀 나왔다.


“어?”


당황한 가스페르의 침음이 흘러나왔다.


“······무기 써도 되는 거였습니까?”

“당연하죠······?”


물론 자신의 애병을 사용하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으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가스페르는 거의 평정을 잃은 상태였다.

이는 서로 죽이기 위함이 아닌 서로의 격을 겨루고 제압을 위한 것.

그런 결투에서 이토록 거대한 검을 집어 들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가스페르의 안면이 뒤틀렸다.

그런 상황에 승현이 선뜻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승현과 같은 표정으로 애써 미소를 지으며 가스페르가 답했다.


“아 씨발. 조졌네.”


작가의말

금일은 연참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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