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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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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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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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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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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봉전별 (2)

DUMMY

찌르기.

창을 다룬다면 가장 기본으로 배워야 하는 자세.

그만큼 가장 원초적이고도 강한 파괴력을 가진다.

하나 아윤은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찌르기로 상대를 공격한 적이 없다.

오로지 베기와 돌리기만으로 공방을 시행했다.

창을 사용하는 아윤으로써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공격 방식이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이 목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전과 달리 붉게 물든 창끝에서 믿을 수 없는 위력의 충격파가 발생했다.

사실 아윤이 처음부터 찌르기를 숨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찌르기를 남발했다.

때는 아윤과 벨리알이 암두아시스의 행성을 침공하며 전쟁을 선포하기 조금 이전의 일.


벨리알은 아윤을 숨겨진 전쟁 병기로 만들기 위해 그녀를 극한으로 단련시키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윤은 「불꽃 생성」과 「암흑 다루기」를 벨리알로부터 전수받았고, 이는 「관념화」가 진행되어 재능이 극에 치달은 아윤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아윤에게 코셰흐샤비브를 쥐어 주던 어느 날, 벨리알은 시연 삼아 격을 담고 창을 찔러 보기를 요했다.

아윤이 자연스레 창을 쥐고 찌르기의 기수식을 취하자 공기가 아윤에게 빨려 드는 느낌과 함께 창끝에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어둠이 스며들었다.


한없이 깊은 격의 깊이와 오른발보다 앞으로 나와 있는 왼발이 하체에 힘을 더해주고, 두 손으로 잡은 창은 아윤의 오른쪽 복부 쪽으로 움직였다.

마침내 빨려 들어가던 공기가 일순 멈췄고, 아윤이 오른발을 한발짝 내딛으며 왼손을 놓고 오른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앙!


멈추었던 공기가 아윤의 주변 모든 것을 밀어내듯 반발력을 실었고, 폭음과 어두운 공허의 빛살을 머금으며 반짝였다.


이와 동시에 벨리알은 어떤 것을 느꼈다.

마치 구십구억 년 전에 《관념》을 뛰어 넘고는 미지의 세계로 건너간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는 화마(火魔)로 불리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 그 화마의 잔재가 희미하게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아윤의 엄지발가락 바로 앞에서부터 반경 이십 미터 가량의 공간이 텅텅 비어 황무지가 됨과 동시에 운석이 충돌한 것 같은 부채꼴의 구덩이가 생겨났다.

이에 기겁한 벨리알과 당시의 부성주 마세도가 이를 급격히 저지했다.


“찌······찌르기는 안될 것 같은데요?”


[아니······네 찌르기가 나보다 강하면 되냐? 아니 이런 허망한 경우가······.]


그저 재능이 출중하다는 말로 통용될 것이 아니었다.

이는 분명 「관념화」의 영향이 컸을 테지만, 결코 이 재능 모두가 「관념화」 때문이 아닌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내 살아생전······이런 찌르기를 보게 될 줄은······.]


목이 메여 말이 나오지 않은 벨리알을 대신해 마세도가 대신 벨리알의 뜻을 전했다.


“찌······찌르기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사용하지 말래!”

“왜?”


눈앞의 광경을 흘끗 쳐다본 마세도가 눈치를 보며 아윤에게 말을 꺼냈다.


“단순한 찌르기로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다른 곳에서 너를 제거할 거라고······? 이거 맞아요?”


놀란 광경을 복기하듯 멍 때리던 벨리알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앞으로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절대로! 찌르기를 사용하면 안 돼!”


***


미안해 마세도.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화화의 창끝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벨리알의 행성을 초토화로 만든 일격.

그 일격이 아윤의 손에서 피어나며 아이들의 스승이라 불리는 자를 타격했다.


분명 타격이 있다.


아윤은 무언가 피격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먼지가 걷힌 후 보이는 풍경에선 분명 쓰러져 있어야 할 영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스슥.


또다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위치를 찾아내기는커녕 발자취조차 느낄 수 없었다.

기감을 아무리 올려도 장내에는 자신과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 둘의 기척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때.


뚝.


무언의 단서가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붉은 선혈이 눈에 띄었다.

한 방울의 선혈이 의미하는 것은 명백했다.


찌르기에 맞았다.


가히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일격을 완벽히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게다가 굵은 한 방울이 결코 적은 피를 흘리지 않았음을 방증했다.

그러나 악재가 있었다.

아윤의 상상력과 체력이 바닥났다.

이는 격을 운용하는 모든 영혼에 있어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였다.

혹여나 벨리알이 아윤을 지원해주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도 있었으나 언제까지고 부모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처럼 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누군가 아윤의 눈앞에 나타났다.

아이들의 스승이라 불리는 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강하군.”


모습을 드러낸 스승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조금은 깊은 상처가 발했을 것이라는 아윤의 예상과 달리 남자의 온 몸은 피투성이였다.

이는 아윤의 찌르기를 정확히 맞은 것은 아니더라도 꽤나 크게 타격되었음을 어림짐작하게 해 주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조금의 상상력이라도 회복하기 위한 아윤의 대화 요구가 시작되었다.


“말할 수. 없다.”


아무래도 아이들 말투의 출처는 이자인 모양이었다.

격도 전수받은 마당에 말투라고 닮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사실 짐작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떻게.”

“어떻게는. 딱 봐도 여기 부근에 살고 있으니 주민일 가능성이 높고, 무위도 다른 이들보다 높은 것을 보니 꽤나 높은 신의 주민일 테고. 지금 이 전쟁통에 있다는 건.”


아윤이 그의 정체를 확답하듯 말했다.


“당신은 이 세계관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겠군요. 예를 들면, 군단장?”


정곡을 찔린 듯 남자가 몸을 떨었다.


“그 정도. 알았으면. 소용 없겠지. 맞다. 내가 이 네노쿠니의 4군단장이다.”


선뜻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는 4군단장을 보며 아윤은 놀랐다.


‘이게 맞다고?’


사실 별 확신도 없이 내뱉은 말이라 수틀리면 일절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나를 안다고 거짓말 하다니. 죽어라!


와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아 다행으로 여기는 아윤이었다.

그 사이에 아윤은 상상력을 순환시키는 데에만 몰두하며 평소 상상력의 5할 가까이 회복했다.


역시 템빨이 최고지.


벨리알에게서 받은 기의 운용을 도와주는 무림의 신공 여럿은 아윤의 상상력을 복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물론 무림의 내공심법도 이 세계에서는 격으로 취급된다.

어쨌거나 상상력을 늘려주기에.


화산의 육합공.

무림의 육양신공 등.


여타 다른 격을 익혔으나 다음 소개할 '영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림의 소환단.

대환단이나 다른 문파의 최고 영약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거나 소환단도 전 무림을 통틀어 굉장히 귀한 영약이었다.

아윤은 그와의 대화 도중 잽싸게 아공간에서 소환단을 꺼내어 삼켰다.


화아아아.


아윤이 읽은 무림 소설의 일부는 꽤나 과장된 표현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약에 대한 표현도 그랬다.

그러나 적어도 영약에 대한 소설의 표현은 아윤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입 속에 들어간 소환단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입을 통해, 팔, 다리, 머리로 흩어지고 흩어진 소환단의 내력이 온몸에 더해진다.

아윤은 눈을 감았다.

상대의 존재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을 감은 그 순간에도 4군단장의 위치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흔히 무림에서는 영약이 가진 기의 운용을 위해 모든 내력을 다해야 했지만, 관리성에서 특별히 개조한 영약은 별다른 기의 운용 없이 대부분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그만큼 기운의 총량이 줄어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사실 일전에 벨리알은 아윤에게 소환단을 쥐어주며 말했다.


-이거 내가 주는 거긴 하지만 되도록 먹지 말고 싸움은 피해. 이거 비싸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귀한 영약을 써야 할 상황이 생기고 말았는데.


아윤은 서서히 눈을 떴다.

세상이 또렷이 보였다.

자신의 눈은 세상이 이렇게나 밝은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이어 아윤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분명 좋은 자세를 잡았음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지금의 자세는 아까와는 궤를 달리했다.

천하제일인.

무림이 지정한 천하제일의 고수.

지금의 아윤은 무림의 천하제일인에 꿀리지 않는 기세로 4군단장을 노려봤다.


"지금부터."


아윤이 자신 있게 4군단장을 보며 말했다.


"당신은 날 한 번도 베지 못할 겁니다."


4군단장은 강하다.

이는 바깥에서 공룡과 전투를 벌이던 군대들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모든 군사들이 하나하나 위협적인 격을 뿜어대고 있었기에 아윤은 그들로부터 4군단장의 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전각을 딛음과 동시에 다리에 격을 가하자 그녀가 빛살처럼 쏘아졌다.


“하앗!”


4군단장이 아윤의 격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 발겨지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길고도 예기 서린 팔 척의 장도는 마치 과일을 깎기 위해 제련된 과도와 다름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과도로 아윤의 마기 가득한 창을 견디기엔 도는 한없이 나약하고 하찮았다.


챙! 챙!


“크아아악!”


날붙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남성의 비명이 장내를 울렸다.

마침내 소리가 멎었고, 동시에 먼지 또한 내려앉았다.

한 영혼과 한 인간이 있었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아윤이었고, 그곳에 엎드려 기절한 영혼은 4군단장이었다.

손수건을 꺼내 창에 붙은 끈적한 선혈을 닦아낸 아윤이 아이들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나랑 밖으로 가자. 세상은 너희들 생각보다 넓어."


아이들은 무심결에 아윤이 내민 손을 잡았다.

아윤과 벨리알의 새 동료가 생겨나는 영광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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