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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 님의 서재입니다.

생계형 게이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J.H.Kim
그림/삽화
J.H.Kim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1
최근연재일 :
2020.06.12 11: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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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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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글자수 :
21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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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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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그 이름 주연

DUMMY

오랜만에 수호가 도장에 들렸다. 장 범과 대사부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먼저 나와 있었다. 도장 한 가운데 정좌를 한 상태로 수호는 앉아 있었다.


“입문 한지 얼마나 됐지?”


“한 달 반쯤 됐습니다.”


장 범은 수호의 레벨을 확인했다. 1단의 조건에 아직도 도달하지 못 한 상태였다. 이렇게 속도가 느린 수련생은 지금껏 없었다.


대사부는 형형한 눈빛으로 수호를 쳐다보았다. 수호는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가 싶어 주눅이 들었다.


“아직 인가···. 때가 되면 이야기하라.”


대사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둘이 남게 되자, 장 범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수호의 활동에 대해서 물었다.


수호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자신이 한 것들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장 범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동쪽 숲이면 초보자 사냥터다. 한 달이나 있을 곳이 아니야. 왜 거기를?”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빼놓아서 묘하게 수호의 말이 앞뒤가 달랐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던 수호는 입을 다물었다.


“1단의 조건은 레벨 50 달성이다.”


“네.”


“이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처음 요구 조건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한 달이면 대부분 50을 달성해 오던데. 흐음.”


장 범도 회사에 휴가까지 내가면서 레벨 50을 달성한 과거가 있다. 성장 속도는 저마다 다를 수 있어서 장 범도 더 깊이 따지지 않았다.


드림 월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 마다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돈이 필요해 현실과 게임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기에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서쪽 숲은 중급 유저들이 가는 곳이고, 북쪽이 지금 네 레벨에 맞는 사냥터야. 거기서 수련하는 게 도움이 될 거다.”


드림 월드도 여타 온라인 게임과 같이 초반 레벨을 올리는 코스가 정해져 있다. 시작하는 마을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미 그 길을 지나온 유저들이 정보를 공유해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코스를 만들어 두었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서쪽 숲에서의 사냥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장 범이 보기에는 수호가 서쪽 숲에서 사냥을 했음에도 레벨이 낮은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루에 사냥은 얼마나 하지?”


“평균 대여섯 마리 정도요.”


“뭐?”


하루 종일 사냥에 몰두하면 백여 마리는 잡는다. 물론 수호는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몬스터를 잡아왔기에 사냥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여섯 마리는 너무 적었다.


“게임광들에게 말하면 부르주아라는 소리 듣겠군.”


돈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면 사냥보다는 구경에 집중한다. 사냥은 조금만 하고 여행이 목적이기 때문.


저마다 즐기는 방식이 있기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네가 빨리 성장을 해야. 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만 성공하면 금방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하지만 그 계획 미뤄야 할 것 같다.”


장 범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도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한 명의 여인이 밝게 장 범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호는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자, 숲에서 만난 그 여성 플레이어였다. 그녀는 수호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그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소개하지. 예전 제자였던 주연이다. 대학생이야.”


“아, 안녕하세요.”


“역시 여기 제자 맞았구나.”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수호는 그녀가 후드를 벗는 모습을 보았다. 금빛 머리칼이 흘러내려 딱 어깨선에 걸렸다.


“둘이 벌써 만났나?”


“숲에서 죽을 거 같아서 구해줬어.”


“너는 그 숲에 왜 들어갔어?”


“오랜만이라, 몸 좀 풀려고. 이름 있는 애들 위주로 놀아주고 있었는데?”


별을 달고 있는 몬스터가 바로 주연이 표현하는 이름 있는 몬스터였다. 혼자서 그런 몬스터만 골라서 처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플레이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애들이 허약해. 뭘 잘 못 먹나봐.”


“어차피 네 수준에 그 숲 몬스터는 학살 대상 아니냐.”


“아저씨도 충분하잖아?”


둘의 나이차가 확실히 있었기에 주연이 장 범을 부르는 호칭은 아저씨였다. 수호는 사범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나는 왜 불렀어?”


“아, 둘이 이미 안면은 있는 거 같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 할게. 너 얘 좀 2주 만 봐줘.”


“음. 오랜 만에 돌아와서 할 일 많은데?”


“그냥 데리고 다니면서 가끔 사냥도 좀 데려가.”


장 범이 말하는 것은 일명 쩔 이었다. 느린 수호의 성장 때문에 도통 1단으로 진입 할 수가 없어서 내린 극단의 조치였다.


“너. 몇 살?”


“17살이요.”


“누나랑 같이 갈래?”


“길에서 어린애 꼬시는 것처럼 말하지 마.”


수호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장 범의 의도대로 도움을 받아서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면 나름 편하다.


“갈게요.”


“그래. 그럼 바로 따라와. 의로가 들어와 있어서 지금 가봐야 돼.”


“네, 네.”


수호는 주연을 따라 도장을 나갔다. 길거리에서 쫙 기지개를 펴는 주연은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자, 이거 하나 먹어.”


언제 구매 했는지 꼬치하나를 수호에게 건네주었다. 본인은 이미 반 정도 먹고 있었다. 주연을 따라서 간 곳은 경비대였다.


“의뢰가 여기서 들어온 건가요?”


“응. 여기가 내 일터니까.”


의아한 표정으로 따라 들어간 수호는 또 다시 지저분한 경비대 건물을 보게 되었다. 지난 번 보다 훨씬 더 어질러져 있는 경비대.


이번에는 담당 경비도 어디 갔는지 없었다. 주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건물 밖으로 나왔다.


제법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는 주연. 그 뒤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는 수호는 자신이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구역이라는 걸 알았다.


어두운 골목길에 건물이 쭉 늘어져 있었다. 그 중 한 건물의 문을 거칠게 열어 버리는 주연.


건물 안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빛에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주연이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 한 사람의 귀를 붙잡아 끌고 나왔다.


“아. 아. 왜 이래!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 거···. 어!”


“나 왔다? 경비대 비워 놓고 또 도박이야?”


“아니, 그게. 심심해서. 일도 없고···.”


“일이 없다고? 쌓인 의뢰만 열 개. 네임드 처리 의뢰가 하나 있는데 뭐가 일이 없어!”


주연에게 끌려나온 인물은 수호도 일전에 본적 있었다. 경비대에서 잠을 자던 인물이었다. 의뢰를 맡기자 담당자가 없어서 못 한다고 말하던 NPC였다.


경비대로 돌아온 NPC는 주연이 보는 앞에서 건물 내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의뢰에 관한 이야기를 자동으로 나누었다.


“건물 수리는 신입이 갔습니다. 나머지도 신입들이 갔어요. 3개는 토벌 의뢰인데, 저희 끼리 어떻게 합니까?”


“너희들 레벨이 100이야. 왜 경비병이야? 몬스터 토벌 못 해?”


“죽으면 누가 보상해줍니까. 목숨이 담보인데.”


“하여튼···. 지들만 알아.”


대충 건물 내부가 청소가 되자, NPC는 쉬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주연은 창틀을 손가락으로 쓸어 먼지를 보여주었다.


바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길러 NPC는 나갔다. 잠시 후 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주변을 닦기 시작했다.


“경비대는 고수나 달인이 없으면 일을 안 하는 게 사실이에요?”


“맞아. 한 동안 바빠서 못 들어왔는데. 엉망진창이네.”


“네임드 몬스터 의뢰. 그 얘가 했습니다.”


“그래? 네가 의뢰 맡긴 거구나.”


수호는 동쪽 숲의 도마뱀 우두머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죽은 몸에서 더 자라난 생명체로 다시 부활하는 특이한 몬스터라고 했다.


“그런 오버 스펙을 가진 몬스터는 없을 텐데···.”


“정말이에요. 있어요.”


“알겠어. 예외는 어디든 있는 거니까.”


주연은 잠시 기다리라며 수호를 남겨 놓고 건물을 나갔다. NPC는 잠깐 쉬면서 수호에게 말을 붙였다.


“저 누님이 우리 경비대 소속 달인이다. 네 의뢰도 금방 해결해 줄 거야.”


“달인이요?”


“그래. 고마운 분이지. 달인이면 도시에서도 꽤 대우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시골 마을에 계셔주니까.”


고수 플레이어라고 불리려면 레벨 100이 넘어야 한다. 달인들은 그보다 보통 2배 정도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다.


현재 주연의 레벨은 250이 넘었다. 게임을 시작한지 3년이 넘은 플레이어다.


건물로 돌아온 주연은 나름 깔끔해진 내부를 보며 흡족해했다. 그리고 수호에게 동쪽 숲으로 안내하라고 이야기했다.


“가자.”


“지금요?”


“성가신 건 원래 가장 먼저 처리하는 거야.”


수호는 앞장서서 동쪽 숲으로 들어갔다. 주연은 오랜만에 와본 다면서 예전과 다른 부분을 설명해주었다.


주연과 숲속을 걷고 있으면 몬스터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이유는 주연이 내뿜는 특이한 기운 때문이었다.


고수부터는 자신의 몸에서 특이한 기운을 방출한다. 약한 몬스터들은 그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약하면 선제공격을 해오지 않는다.


수호는 협곡에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긴장을 했다. 협곡 아래에는 도마뱀 병사들이 바글바글 했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 저 놈이야?”


“네. 죽으면 시체에서 바로 부활해요.”


“그렇구나. 누나가 혼내주고 올게.”


주연은 가볍게 협곡으로 뛰어내렸다. 상당히 높은 절벽이었음에도 상처하나 없이 멋진 동작으로 착지를 했다.


도마뱀 병사들은 두려움 때문에 접근하지 않고 길을 터주었다. 마침 잠들어 있던 도마뱀 우두머리는 주연을 발견하지 못 했다.


“여보세요? 자나요?”


“누구냐! 이 몸의 잠을···.”


“안녕. 너도 말 할 수 있구나. 비명을 질러도 되는데, 아프다고 봐달라고 하면 안 된다?”


“이 인간은 먹으면 맛있을 것 같군.”


도마뱀 우두머리는 입을 쫙 벌려 주연을 집어 삼켰다. 수호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절벽을 타고 내려왔다.


만만한 수호는 도마뱀 병사들이 길을 가로막았다. 수호는 병사들을 하나씩 던지며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


“정권 찌르기!”


퍽!


“간지럽지도 않···. 우웩!”


수호는 자신의 주먹이 이렇게 강한지 처음 알았다. 한 방에 도마뱀 우두머리가 몸을 움츠렸다.


도마뱀의 배가 들썩들썩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호는 자신의 공격으로 도마뱀이 몸을 움츠린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게···. 속에서!”


도마뱀 우두머리의 배가 갈라지고 그 안에서 주연이 튀어나왔다. 전신에 끈적끈적한 점액질을 뒤덮고 있었다.


“죽었네.”


“나는, 다시 부활한다!”


방금 주연이 뚫고 나온 뱃속에서 우두머리가 더 큰 몸집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주연은 수호의 말이 사실이란 걸 확인했다.


“너, 죽을 수 없는 거지?”


“안 죽는다! 나는 불멸의 존재.”


“얘 악성코드네. 이거 신고하면 지워주니까, 신고하고 있어.”


“네?”


수호는 주연이 알려준 대로 신고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연은 도마뱀 우두머리를 계속 죽이기 시작했다.


“신고 접수 됐대요.”


“그럼 5분정도 놀 수 있겠다.”


주연은 부활하는 도마뱀 우두머리의 머리를 부할 할 때마다 뚫었다. 계속해서 살아나던 도마뱀은 갑자기 대화를 시도했다.


“사, 살려줘라.”


“너 살아 날 때마다 레벨 계속 올라서 놔두면 안 돼.”


악성 버그로 도마뱀 우두머리는 죽어서 되살아 날 때마다 레벨이 2씩 계속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아나도 주연의 레벨에는 한참 못 미쳤다.


“자, 마무리!”


주연의 주먹이 도마뱀의 배를 뚫고, 등까지 뚫었다. 상당한 타격에 도마뱀 우두머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천천히 몸이 회색빛이 되더니, 재가 되어 사라졌다.


“자, 의뢰하나 끝났고. 다음 거 잡으러 갈까?”


“끝난 거예요?”


“왜? 네가 잡고 싶었어?”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수호는 나름 자신이 마무리를 하고픈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한 실력이 드러날까 봐 참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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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레드 길드 성 20.05.31 9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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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단 승단 20.05.29 122 6 12쪽
26 숲의 왕권 쟁탈 20.05.28 126 3 13쪽
25 곰과 호랑이 +1 20.05.27 139 6 12쪽
24 뱀들의 부탁 +1 20.05.26 143 8 12쪽
23 동료 +1 20.05.25 130 5 12쪽
22 지룡 vs 뱀신 20.05.24 161 5 12쪽
21 레드 길드 임실장 20.05.23 139 5 11쪽
20 거래와 위기 20.05.22 153 7 12쪽
19 도둑질 20.05.21 145 5 13쪽
18 지룡 20.05.20 159 5 12쪽
17 올바른 스킬 사용 20.05.20 161 6 12쪽
16 주연의 과외 +1 20.05.19 168 6 12쪽
» 그 이름 주연 +1 20.05.19 187 8 12쪽
14 의문의 방문자 +1 20.05.18 18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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