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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님의 서재입니다.

LSD[Last Sweet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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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작품등록일 :
2014.07.15 23:28
최근연재일 :
2017.03.03 01:19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022
추천수 :
26
글자수 :
17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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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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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0부 1장 - 인세(印勢)

DUMMY

두 명은 다급히 소년을 향해 달려가서 소년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심한 상처, 그리고 멈추지 않는 피, 뭐에 쎄게 얻어맞은 듯 안으로 들어간 옆구리.

입에서 흘렸던 피들과 피로 물든 땅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장의 무서움을 아무런 위화감 없이 재현하고 있었다.

“아빠...”

그 모습을 보고 아리카는 심한 충격에 빠진 듯 손으로 입을 막고 중얼거렸고, 미엘은 소년의 옆에 빠르게 다가가 앉아서 상태를 살펴보았다.

등은 건물에 부딪쳤는지 척추를 따라 살이 찢어져있었다. 입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고, 눈은 힘 없이 감겨있었다.

현재의 상태로 보건대 옆구리에 공격을 직격당해서 내상을 입고 날라와 건물에 충돌한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듯 했다.

‘계약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공격을 못 버틴건가?’

미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운의 목과 손을 들어서 무언가를 찾는 듯 빠르게 흝어보았다.

소년이라면 얼굴을 붉힐 상황에서 정신을 잃은 하운은 그저 미엘의 손길을 따라 움직이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빠르게 하운의 몸을 스캔하고 있던 미엘은 마침내 찾은 듯, 하운의 왼손을 들었다.

하운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 반지는 가운데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미엘은 상황을 드디어 이해했다.

“그렇게 된거였군.”

“응. 이거라면 이 소년이 정신을 잃은 것도 이해가 돼. 어제 팬텀에게 당했을때도 멀쩡했었는데 갑자기 이러는건 이상했어. 그래도 문제를 찾았으니 답은 결국 기다리는 것뿐일까?”

조용히 자신에게 존재를 알려준 계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미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하운의 왼손을 놓으면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엄마, 아빠 괜찮은거야?”

하운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 아리카는 어느덧 미엘의 뒤로 다가와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고, 미엘은 상황을 다 이해한 상태에서 아리카에게 말했다.

“아리카, 아빠는 잠시 휴식이 필요한 것뿐이야. 일어나면 괜찮을거야.”

그렇게 소녀를 보며 말한 미엘은 위를 쳐다보았다.

소년을 일격에 기절시킨 존재를 올려다보며 미엘은 조용히 자신의 무기를 꺼냈다.

철컥-

챙그랑-

한 손엔 총이, 한 손엔 검이 나왔고, 아리카는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닌걸 알았는지 혼자서 하운의 곁으로 걸어가 하운의 손을 잡았다.

물론 하운의 피가 철철 흐르는건 문제가 됐지만, 세라핀은 저 정도로 죽지 않는다. 기본적인 소멸방법은 피가 없는게 아니었으니까.(뱀파이어가 인세에서 피를 다 쓰게되면 ‘천국의 악’으로 강제귀환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아리카, 아빠는 걱정 안해도 괜찮아. 그래도 만약 걱정된다면 손을 꼭 잡고 있으렴. 엄마가 금방 갔다 올게.”

어느새 자연스럽게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미엘은 아리카에게 말하고나서 위로 점프했다.

“엄마, 갔다오세요!”

아리카는 위로 향하는 미엘을 향해 외쳤고, 미엘은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위로 향했다.

‘칭호가 이젠 자연스럽군. 너가 엄마라는 단어를 그리워했으며 저 아이로 그 부분을 대리만족할줄이야.’

언제나 자신을 지켜봐 온 계약자, 키렌의 생각에 미엘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마음 속으로 대답했다.

‘나의 가족관계는 최악이었잖아. 물론 과거에 그랬었다는거지만, 하운의 말을 듣고나니 그렇게까지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더라고.’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꾸밈없이 계약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계약자는 ‘음...’이라는 짧은 소리와 함께 함구했다.

어느새 그 존재의 앞까지 뛰어오른 미엘은 발에 영입자를 밟고 그 존재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잘도 저 소년을 날려버렸더군.”미엘은 표정이 없는채로 입을 열었다.

“하! 저 애송이는 몸이 약하더라고. 내 주먹이 쎄다고 해도 저렇게 못 버틸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말이지.”

미엘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들썩이는 그 존재는 미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세라핀이 저렇게 약했다면 나의 주인님은 왜 갑자기 돌아오셨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당신을 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군. 느껴지는 위압감만으로 이미 힘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져.”역시 본능이라는 것 때문일까? 아니면 미엘이 그 존재를 향해 자신의 살기를 감추지 않아서일까?

미엘의 살기는 그 존재의 피부를 찌릿찌릿하게 자극했고, 그 존재는 그 살기를 받아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뭐, 내 입장에선 내 주먹에 겁내지않고, 돌진한 저 세라핀과는 한번 더 겨뤄보고싶어. 거기다 이번 외출은 주인님께 허락받지 않은 채 마음대로 나온거라 나와의 승부는 다음에 해보는게 어때? 물론 어디서 싸우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세라핀이라도 저렇게 피를 많이 흘리면 죽진 않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겠지. 거기다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로 변장했었는데, 저런 반응을 한 세라핀과 당신에게도 흥미가 있어. 부디 주인님의 의식에 죽지말라구.”

그 거구의 존재는 느닷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검은 연기만을 남기며 미엘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쳇, 자신이 하고싶은 말만 하고 사라지다니. 하여튼 그 자식에 그 부하야.”

미엘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고, 키렌은 그 중얼거림에 조용히 대답했다.

“기회는 아직도 있다. 천천히 확실하게 잡기만 하면 된다.”

키렌의 대답에 미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 밑에 모여있는 영입자들을 흐트렸다.

그리고 시작되는 낙하...

“엄마!”

아리카는 떨어지는 미엘을 봤는지 손을 흔들며 외쳤고, 땅에 거의 다다랐을 쯤, 미엘은 발 밑에 영입자의 발판을 만들어 살짝 점프해서 땅에 착륙했다.

하운의 상태는 방금 전보다 더 안 좋아진 듯했다.

피부가 더 창백해진 듯한 하운은 슬슬 한계에 부딪혔나보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세라핀의 힘이 전부 소실될지도 모르는데도, 미엘은 그저 팔짱을 끼며 하운을 보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눈을 뜨질 않아.”

하운이 눈을 안 뜰까봐 걱정됐는지 아리카는 미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미엘은 하운에 관하여 아리카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아리카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을테니...

“아리카, 아빠는 사실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미엘의 이야기.

자신과 키렌에 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한 프리스트를 쫓아온 얘기, 거기서 만난 한 소년, 그리고 세라핀, 그리고 훈련의 이유로 지목되었던 팬텀과의 싸움, 아리카의 만남.

간단하게만 말했음에도 어림잡아 15분은 걸린 듯 했다.

그러자 하운의 몸이 갑자기 빛에 휩싸이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인가? 키렌,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하기 싫어.”

떠오르는 하운의 몸을 보며 미엘은 입을 떼었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이미 너가 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가차없는 말이 미엘의 귀에 들려왔다.



“으음...?”

온 몸에 몰려오는 피로감에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뜬 내 앞에 보이는 것은 미엘과 아리카의 얼굴이었다.

“어?”그것만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던 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황은 이미 끝났는지 그 존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고, 난 설명을 듣고 싶었기에 미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흥-!”

눈을 감으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리는 미엘의 모습이었다.

내가 그 존재에게 한번 맞고 날라갔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까?

솔직히 내가 한방에 나가 떨어질거라고 나도 예상치 못했었지만...

“너가 날 구해준거야? 고마워, 미엘.”난 그 표정을 모르는 척 하며 미엘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미엘은 조용히 고개를 돌린채로 가만히 있었다.

“아빠! 다행이다!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걱정했단 말이야!!”

그런 행동들 뒤에 난 아리카의 울음을 달래며 진을 뺐다.

느닷없는 아이가 생긴 부모가 아이의 울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어찌할 방법도 모른 채 허둥지둥하겠지.

“그 존재는 갑자기 사라졌다. 확실한 등장 이유도, 사라진 이유도 모르겠다만 너가 살아있고, 전부 봉인진이 알아서 수복해주겠지.”

어느새 키렌이 등장해도 아리카가 놀라지 않게 된 듯하다. 내가 쓰러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그러고 보니 옆구리와 등에 충격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데?

난 이상한 마음에 옷을 젖혀 내 옆구리를 내려다보았다. 결과는 흔적도 없이 말끔. 전혀 맞은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난 등 뒤로 손을 돌려 등을 만져보았다. 등도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난 분명 피를 펑펑 쏟으면서 기절했었다. 그런데도 상처가 없이 멀쩡하다는건 누군가가 치료를 해줬기 때문이겠지.

내가 기절했을 때 미엘이 치료를 해주었나보다. 안 그러면 그런 심한 상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리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일단 그 존재는 없어졌다고 하니 오늘은 별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얼른 하연이를 촬영장으로 데려다줘야...!

“끄아아악!!”

난 하연이에게 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바로 머리를 잡고 소리를 지르면서 나를 멍하게 쳐다보는 아리카와 미엘을 뒤로 한 채, 하연이를 숨겨놓았던 곳으로 점프했다.

“하연아!”

물론 큰일은 없을거라고 믿고 있지만, 만의 하나라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나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작가의말

드디어 0부의 1장이 끝나가네요....

한 파트까지 쓰는데 너무 오래걸린듯한 느낌이 드는건 착각이 아닐겁니다...

그만큼 오래걸렸으니 말이죠...

다음편은 1장의 끝입니다.

그리고 다음장으로 넘어가니 나름 기대해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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