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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님의 서재입니다.

LSD[Last Sweet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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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작품등록일 :
2014.07.15 23:28
최근연재일 :
2017.03.03 01:19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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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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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수 :
17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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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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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부 2장 – 격명(搹命)

DUMMY

일단 손을 깨끗이 씻고 쌀을 적당량 덜어 밥솥에 넣었다.

깨끗이 쌀을 씻고 밥솥의 전원을 키자 즐거운 알림음과 함께 밥솥의 뚜껑이 닫혔다. 이걸로 밥은 문제없겠군.

밥을 더 고소해지게 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참기름을 꺼내 두 방울 정도 뿌려놓았다.

밥은 다 될 때까지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제 간단한 반찬을 준비해볼까?

냉장고의 아래 칸에서 양상추와 토마토를 꺼낸 난 흐르는 물에 야채를 깨끗이 씻고 토마토를 얇게 썰었다. 넓은 그릇을 꺼내 밑에 토마토를 깐 나는 곧바로 양상추를 조그맣게 찢었다.

아리카도 먹을 것이니까 크게 찢었다간 미엘에게 어떤 잔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잘게 찢은 양상추 위에 방울토마토를 몇 개 올려놓고 드레싱 소스를 뿌렸더니 이걸로 샐러드 끝!

이제 하연이가 좋아하는 감자튀김의 차례다.

일단 위아래로 깊은 후라이팬을 꺼내 튀김용 기름으로 채웠다. 많이 튀기지는 않을거니까 반 정도만 채웠다. 그리고 마트에서 사온 감자 두 개를 깨끗이 씻어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감자튀김의 크기만큼 감자를 썰었다.

그리고 썬 감자들에 밀가루를 묻히고 털었다.

튀길 재료에 밀가루를 많이 묻히는게 더 좋은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밀가루를 왜 터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튀길 재료에 밀가루를 많이 묻히게 되면 오히려 밀가루 때문에 속까지 제대로 안 익게 되며, 건져낸 튀김을 먹게 되면 기본적으로 텁텁해진다.

그래서 튀김을 할 때 밀가루는 묻히고 털어서 겉을 감쌀 정도로만 놔두는 것이 좋다.

밀가루를 턴 감자를 그대로 기름에 퐁당 담군 난 환풍기를 키고 시계를 보았다.

오후 6시 30분이군.

보통 이때쯤이면 누나가 집에 온다.

학교에선 그렇게 이지적인 선생님이 집에만 오면 바로 풀어진다는게 우습지만, 이미 습관이 돼서 그럴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보통이라면 집에 올 누나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도 야근이라는 소리군.

불쌍한 누나...어딜가든 능력 있는 사람은 그 직장에서 써먹히기 마련이다. 누나의 능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야근을 한다는 건 누나에겐 안 좋은 상황일 것이다.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을테니, 오늘은 동생답게 저녁 도시락을 싸고 가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미 감자가 다 튀겨져 있길래 재빨리 감자를 걷어내고 그릇에 키친타올을 얹은 후 그 위에 감자를 내려놓았다.

이걸로 하연이가 좋아하는 감자튀김 완성!

냉장고에서 케챱을 꺼내 종지에 담은 후 셋팅해 놓으면 오늘 저녁 끝!

고기는 사왔지만 밥을 간단하게 먹는 나와 하연이는 많은 반찬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바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아리카, 하연, 미엘! 밥 다 됐어! 나와서 먹어!”

각자 따로 있는 사람들을 불러 식탁에 앉힌 후, 저녁을 먹었다.

내가 만든 감자튀김을 먹어 본 사람들의 평가는 다양했다.

“괜찮네.”

이것은 미엘의 평가.

“아빠, 맛있어!”

이것은 아리카의 평가.

“그럭저럭.”

이것은 뚱한 표정의 하연이의 평가.

넌 도대체 나에게 무슨 불만이 있는거냐?

하연이의 평가에 살짝 기분이 상해진 난 조용히 밥을 먹고, 하연이를 방으로 불렀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거야? 이유나 좀 알자.”

하연이는 나를 그냥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내린 후 말했다.

“저 두 사람이 오빠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건 알겠어. 하지만 대뜸 엄마라던가, 아빠라던가, 고모는 단어가 들리면, 하물며 당사자인 나도 받아들이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아, 그랬던건가...하연이의 말을 듣고 난 새로이 깨달았다.

처음 겪는 낯선 상황에 처했던건 나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는 특수 케이스라고 쳐도, 하연이도 하루 안에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느닷없이 생겨난 조카, 그리고 내 옆에 붙어있던 미엘의 존재까지도 하연이에겐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보면 그 상황을 하루만에 받아들인 나는 정말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물론 그걸 확실하게 받아들이게 해준 건 제운의 덕이지만, 하연이에겐 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 그것도 모른채, 아리카와 미엘에게만 신경을 썼으니, 받아들여야하는 당사자는 마음고생이 심했을지도.

“미안해. 나도 당황했던 터라 너에게 미처 신경 써주지 못했어. 처음이라 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씩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힘들면 이 오빠가 옆에서 의지가 되어줄게.”

하연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하연이가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는데도 힘들어 한다면 그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오빠가 되어주고 싶다. 제대로 된 오빠는 아니지만 힘들어 하는 동생을 위해 그 정도라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응? 뭔데?”

말을 늘이는 하연이를 보며 난 고개를 갸웃했다.

“그...미엘언니에게 들어온 모델 제의 말야.”

아! 그러고 보니 감독님이 미엘에게 제의했었지!

“응.”

“그거 나랑 같이 한다는 조건이면 받아들여도 된다고 전해줘.”

느닷없는 하연이의 말에 난 멍해진 표정으로 되물었다.

“응?”

“나도 오빠가 미래에 결혼할 사람이랑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친해져야 되잖아. 어차피 오빠는 미엘언니와 아리카에게 신경을 많이 쓸테니까 나도 노력해 보겠다는거야.”

미래에 결혼할 사람은 아니지만, 현재 아리카가 나와 미엘을 자신의 부모로 인식하고 있다. 한동안은 맡기로 했으니 하연이와 친해지는게 나중에 생겨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지.

“어, 그래, 알았어. 미엘에게 저녁에 말해둘게.”

“응. 고마워, 오빠.”

난 노력하는 하연이의 모습이 대견해져서 나도 모르는 사이 하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헤~”

나의 쓰다듬이 기분이 좋은지 하연이는 베시시 웃었고, 그 모습에 나도 입꼬리를 올리고 말았다.

하여튼 제멋대로인 동생이라니까?


미엘과 아리카가 저녁을 다 먹은 걸 본 후, 후딱 설거지를 마친 나는 누나에게 가져다 줄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밥과 김치, 그리고 감자튀김과 계란말이를 빠르게 싸고, 디저트용으로 과일을 썰어 넣었다.

그렇게 완성된 도시락을 들고 가려던 찰나, 미엘이 나에게 물었다.

“어디 가?”

“아, 누나가 오늘도 야근인거 같아서 도시락 좀 가져다주려고. 같이 갈래?”

난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미엘에게 물었고, 미엘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카도 같이 가겠다고 쪼르르 달려왔지만, 학교에 갔다가 금방 올 생각이라 아리카는 하연이에게 맡겼다.

실상은 좀 더 친해지라고 맡긴거지만.

그렇게 정리된 상황을 뒤로 한 채 나와 미엘은 집을 나섰다.

“누나라는 분은 계속 야근만 하시는거야? 어제도 안 보이시던데.”

갑자기 들려온 미엘의 질문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누나? 한 달에 두 번정도 들어오나? 많이 바쁜거겠지. 이젠 익숙해졌어.”

생각해보면 누나와 같이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 엄마는 언제나 바쁘다고 집에 안 들어오셨고, 누나도 엄마와 똑같이 바쁘다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 많지 않았으니까. 그 덕에 엄마 얼굴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솔직한 심정으로서는 바쁜 일이 있더라도 하루정도는 내팽개치고 집에 와줬으면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힘드시겠지. 일이 있는데 내버려둔다는건 회사를 때려친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니까.

그래도 계속 신경 써주시는 덕분에 용돈도 매달 받고, 기타 생활비도 보내오신다. 덕분에 나와 누나, 하연이는 궁핍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래도 엄마가 그리워지는건 어쩔 수 없구만.

“그렇구나.”

“그래도 이 세상에선 부모라면 자식의 얼굴은 보러오는게 맞는거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와 미엘은 미엘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난 잊고 있었으니까 깜짝 놀란건 둘째치더라도, 미엘, 넌 계속 알고 있었을거 아니야? 너의 계약자잖아.

“깜짝이야. 말할 땐 기별이라도 달라구. 키렌.”

내가 투정부리며 말했다.

“난 육체가 없다. 미엘의 반지를 통해서만 말을 전할 수 있지. 너에게 기별을 주기 위해선 내가 말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운.”

“그건 그렇지만.”

키렌의 말에 난 그저 우물거리며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부모라고 해서 자식의 얼굴만 볼 순 없는거겠지. 너와 내가 봐온 이 세상에선 부모 자식간의 정은 많이 돈독해보이지 않았는걸?”

미엘이 반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세상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란 그저 혈연관계밖에 안 되는 것 같아. 그저 피가 이어진 관계. 낳은 정과 키운 정이 틀리다고 하지만, 개인 생활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 결국 얼굴 보는 횟수도 줄어드는 거겠지.”

“으음...”

미엘이 슬픈 목소리로 반지를 만지며 이야기 하자 키렌은 그저 신음소리만을 흘리며 침묵했다.

“미엘, 무슨 일 있었어?”

처음 들어보는 미엘의 슬픈 목소리에 내 기분이 슬퍼지는 것을 느끼며 미엘에게 물었다.

그러자 미엘은 깜짝 놀라며, 아니라는 대답만 했을 뿐이었다.

미엘에겐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는걸까? 궁금하지만 사생활을 캐묻고 다니는 나쁜 버릇은 없어서 그저 의문으로만 남겨둔 채, 나와 미엘은 학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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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부 2장 – 격명(搹命) 16.09.27 269 0 11쪽
» 0부 2장 – 격명(搹命) 16.09.18 181 0 10쪽
24 0부 2장 – 격명(搹命) 16.09.11 226 0 7쪽
23 0부 2장 – 격명(搹命) 16.08.28 235 0 9쪽
22 0부 2장 – 격명(搹命) 16.08.19 189 0 7쪽
21 0부 1장 - 인세(印勢) - Finish 16.08.17 278 0 6쪽
20 0부 1장 - 인세(印勢) 16.06.29 211 0 9쪽
19 0부 1장 - 인세(印勢) 16.06.28 232 0 7쪽
18 0부 1장 - 인세(印勢) 16.01.20 307 0 10쪽
17 0부 1장 - 인세(印勢) 16.01.07 340 0 8쪽
16 0부 1장 - 인세(印勢) 15.12.19 179 0 11쪽
15 0부 1장 - 인세(印勢) 15.04.14 389 0 7쪽
14 0부 1장 - 인세(印勢) 15.04.07 357 1 8쪽
13 0부 1장 - 인세(印勢) 15.04.06 434 0 10쪽
12 0부 1장 - 인세(印勢) 14.09.18 349 0 12쪽
11 0부 1장 - 인세(印勢) 14.09.16 244 0 10쪽
10 0부 1장 - 인세(印勢) 14.09.14 375 0 10쪽
9 0부 1장 - 인세(印勢) 14.09.10 433 0 7쪽
8 0부 1장 - 인세(印勢) 14.08.19 281 2 8쪽
7 0부 1장 - 인세(印勢) 14.08.03 30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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