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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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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77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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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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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8화

DUMMY

“날 대체 뭐로 보는 거야. 애한테 위험할 짓은 안 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이는 그가 어이없어 퉁명스럽게 답하자, 이번에는 에이스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저 아이는 인질 같은 거지.”

“앤드류의?”

“당연히 심한 일은 안 시킬 거고. 그 앤드류라는 인간이 우리를 돕게 하려면 저 아이가 필요해.”


쉽게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스와 달리, 리암은 아직까지도 불만이 가득했다.


“그건 이미 얘기가 된 거지만, 애를 직접적으로 이용한다는 말은 없었잖아?”

“위험한 일 안 시킨다니까.”

“그럼 대체 뭘 시키게?”


왠지 알버트가 봤다는 시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때 누군가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말없이 로단이 방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그들의 예상대로 앤드류가 서있다. 아마 에이스 때처럼 안내를 위해 온 것일 터였다.


전처럼 표정 없는 얼굴은 써늘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무례하지는 않은 선에서 말한다.


“나오시죠.”


그런 그에게, 로단은 먼저 안으로 들어오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거절할 줄 알았지만, 앤드류는 기다렸다 듯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사무엘을 쓰고 있다던데, 거래를 받아드리는 건가?”

“아직은 아니야.”

“그럼 뭘 원하지?”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꽤 담담해보였다. 즉시 원하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로단 또한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를 위해 정보를 모아 줬으면 해. 잘만 되면 너와 그 아이 둘 다 이곳을 나갈 수 있을 거다. 안전하게.”


당연히 그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고?”

“그건 내 알바 아니라서. 사무엘은 우리와 함께 있잖아?”


무신경하게 들리는 위협적인 도발에 앤드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덜덜 떨리고 있는 돌덩어리 같은 주먹이 당장이라도 앞으로 뛰쳐나가 로단을 내려칠 것 같았다.


리암과 에이스는 그 거대한 몸으로 힘을 날린다면 종이짝처럼 쓰러질 그를 상상하니 내심 아찔해졌지만, 로단은 그런 앤드류를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진정해. 어려운 걸 시키는 것은 아니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앤드류는 일단 진정하기 위해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사무엘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건 열 받지만,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그는 노기를 잠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정확히 무슨 정보를 원하는 거지?”


로단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곳에 대한 모든 정보. 여기 대장이라는 놈부터.”


선택권은 없다는 생각에, 앤드류는 잠자코 로단이 원하는 답을 내주기 시작했다. 물론 이곳에 애착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무엘은 그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아이였다.


“대장은 여기 용병 중에 하나였어. 하지만 전(前) 대장이 사고로 죽으면서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꼴은 보지 못하겠다면서 비다 매치를 신청했어.”


그의 말에 따르면, 근육질이라지만 작고 통통한 남자는 실력도 좋지 않아 자주 무시를 당했다. 그렇기에 모두 하나 같이 그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자리에 마지막으로 서있는 사람은 그 남자였다.


“어떻게 이긴 거지?”

“우리야 모르지. 의심도 당연히 했지만 그저 우린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계속 살아왔을 뿐이니까.”

“따르지 않는 사람도 있나?”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야 많아. 하지만 따르기는 해. 앞에서 말했듯이, 그게 우리 방식이니까.”


에이스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로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앤드류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일반 용병들과 달리, 여기는 나름대로의 전통이 쌓여있던 모양이다. 그건 마음에 들었다. 소속감은 무시할 수 없는 큰 힘이었다.


“그렇다면 그를 따를 생각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수상하기 짝이 없는 로단의 말에, 앤드류는 의심스러운 눈빛과 함께 말을 멈추었다.


에이스는 진정하라는 듯이 어깨를 가볍게 두어 번 쳐줬지만, 그는 로단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왜 그걸 묻지?”

“대답이나 해줬으면 좋겠군.”

“...같은 방법으로 하는 거지. 비다 매치를 신청해. 그리고 이겨.”

“그걸 상대방이 거절 할 수도 있나?”


두 눈에 있는 의심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본인이 순순히 그 자리를 포기하겠다는 말이 되겠지.”


앤드류는 로단이 다른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약간의 염려가 섞인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당연히 그 걱정은 그들이 아닌, 사무엘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실패에는, 그 아이의 인생도 달려 있을 테니까. 정확히 그들이 무얼 계획하는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본인이 싸울 생각이라면 다른 얘들은 당신을 따를 생각이 없을 거야. 저 거지같은 놈이 대장이 된 것도 여기출신이라는 점이 크거든. 아무리 비다 매치에서 이겨도, 여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놈을 따를 리는 없어.”

“그럼 날 따르게 하려면 어떡해야 되지?”


아까와 같은 이유로 또 다시 멈칫한 앤드류는, 이내 덤덤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능력이 좋은 것 같았다.


“...그쪽에서 먼저 싸움을 걸게 만들어야지. 그러면 네가 그럴만한 놈이라고 생각할거다.”

“그 남자가 대체 어떻게 이겼는지 알 수 없다고 했지. 부당한 방법으로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 사람은 충분히 강했어. 지금의 대장이 아니면, 아무도 매치를 신청하지 않았을 거야.”

“그럼 증거로 내세울 건 있고?”


로단의 물음에 가만히 기억을 되살리던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슬슬 앤드류의 인내심은 떨어져가고, 이 상황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의 표정에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충분한 참을성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철저히 숨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에게 로단이 대장이 되던지는 중요치 않았다. 사무엘만 괜찮으면 모든 것이 괜찮았다. 그 아이만이 자신의 이성을 잃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었던 앤드류는 부러 답답함을 숨기지 않으며 지금까지 말한 것을 한 번에 정리해주었다.


“아니.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건 우리한테 중요하지 않아. 우선 이긴 자를 따르는 것이 규칙이고, 여기서 지위를 차지하는 방법은 비다 매치가 전부야. 원하면 목숨을 걸면 돼. 싫으면 따르면 돼. 간단해. 유일한 문제는 아무도 당신이 여기에 소속돼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거지.”

“그럼 그 남자가 먼저 신청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어?”


아까부터 비슷하게 반복되는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에이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지 몰라.”


로단을 포함한 시선들이 그에게 집중되자, 그는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여기에 소속돼있다고 느끼게 하면 되잖아? 그 다음에 대장 놈한테 시비를 걸고 열 받게 한 후에, 네가 매치를 신청하는 거지, 거절하면 지위를 포기하게 되는 거고, 받으면 죽여 버리면 돼.”


게다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앤드류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꽤 두터운 신임을 받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주로 팀을 이루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도, 대부분이 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모습을 며칠 동안 보았었던 에이스는 분명 그가 로단을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로단은 솔깃해하는 얼굴로 앤드류에게 물었다.


“그렇게 도와줄 수 있어?”


높낮이가 없는 물음에 숨길 수 없는 기대심이 느껴졌다. 앤드류는 괜스레 드는 불안감에 꺼림칙함을 느꼈다.


“...잘만 입을 놀리면 그렇게는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만약 이 일이 실패해서 사무엘이 위험에 빠지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지?”


결국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로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침 테리와 네 명의 포르테가 이곳에 있었고, 그들 모두 하나 같이 뛰어난 전투원들이었다. 웬일로 딱딱 상황이 맞아 떨어지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증인신세로 갇혀있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강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앤드류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웬만한 군인들도 쉽게 제압할 수 있지. 하지만 난 그걸 시키지 않을 거야.”


앤드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무엘이었다. 그렇게 훤히 보이는 감정을 놓칠 리가 없었고, 로단은 그 아이만 사로잡는다면, 그가 아무런 불만이나 반항 없이 그들을 도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만약 우리가 실패하면,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쏠려있는 동안, 그 아이를 데리고 우리가 타고 온 보트로 여기서 빠져나가라고 하겠어.”


하지만 그 제안도 제대로 된 제안은 아니었다. 그들이 성공할 거라는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고심하는 앤드류에게, 로단은 묵묵히 덧붙였다.


“언제 올지 모를 다음 손님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물론 그 손님이 사무엘을 사달라는 부탁을 들어줄지도 미지수였다.


결국 앤드류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로단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다.


“좋아. 다만 내게 한 말들이 모두 사실이어야 할 거야.”


성공적으로 약조를 받아냈다. 그러나 앤드류를 돌려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의문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왜 지금까지 아무도 그 남자에게 비다매치를 신청하지 않은 거지?”


그는 특히나 이번이 더 대답하기 싫은 눈치였다. 하지만 곧 체념한 말투로 말했다.


“미신 같은 거지.”


용병은 모든지 무서워하지 않고, 어느 곳이든 뚫고 갈 수 있는 용맹함이 필요했다.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그런 이미지가 있어야 임무를 받고 돈을 받았다. 그 덕에 자신감과 자존심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자신만만한 집단일수록 일종의 미신을 믿었다.


임무를 나가기 전에 파란색 캔디를 먹으면 죽을 확률이 높다던가, 총격전 중에 껌을 씹으면 머리에 구멍이 난다는, 그런 미신들을 말이다.


그 중 하나가, ‘비다매치에서 이상하게 승리한 상대와 매치하게 되면 죽게 된다.’였다.


설명을 마친 앤드류를 돌려보낸 그들은 도로 사무엘을 불러들였다.


희망으로 가득 차서 눈을 반짝이는 아이에게, 로단은 쪽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갇혀있는 동료들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며 이것을 함께 전해달라고 말했다.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 사무엘은 바로 밖으로 달려 나가, 그들에게 음식과 쪽지를 전해주었다.


그 쪽지에는 [소동이 일어날 경우, 이 아이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라.] 라고 쓰여 있었다.



***



앤드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다른 용병들과도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밀었던 금액 덕분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부족하지 않았고, 초반의 의심도 슬슬 거두어졌다. 이곳에서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는 앤드류의 보탬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복도를 지나가고 있는 로단에게, 문득 눈에 익은 사람이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지속적인 교류에 먼저 말을 거는 사람도 한두 명씩 생겨났다. 삭막한 편인 이곳에서 저런 인사는 제법 친근한 편에 속했다. 로단은 손을 들어서 인사를 받았고, 함께 걷고 있던 리암과 에이스 또한 남자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후에 로단은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며 앤드류에게 물었다.


“어때?”


이제는 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도 되는지 묻는 거였다. 앤드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대답에 로단의 입 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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