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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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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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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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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5화

DUMMY

드디어 그 개 같았던 옷을 벗고, 원래의 것을 입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다. 로단은 ‘버그’라는 단체에 잠시 멈칫했지만, 아직 피곤한 기색으로 말했다.


“푸에르테는 들어본 적 있어.”


하지만 같이 일하거나 마주친 적은 없었다. 그들은 자존심이 너무 세서 절대 개인용병과 함께 고용되지 않았다. 만약 의뢰인이 그것을 원하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그래서 아는 것이 얼마 없었다.


“박사님은 뭐라셔?”


프레스코의 연락망을 교묘히 피해야했기 때문에 메시지의 교환 속도는 느렸다. 이준의 재능에도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보낸 메시지의 답변은 보낸 지 한참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에이스가 그때의 답장을 대신 보여주었다.


[때가되면 윌리엄씨가 먼저 연락을 취할 것이라는 말밖에 없었네. 그리고 그 섬의 이름은 ‘폴트’라 불린다더군. 아쉽지만 그 이상은 모른다고도 전해달라고 했네.]


박사도 더 도와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이 상황에 대한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존슨박사를 향한 불만은 아니었다. 다만 루카스를 향한 것은 맞았다.


대체 그 인간이 원하는 건 뭔지.


로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에이스와 테리 그리고 부족민 네 명을 그곳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저번에 그들을 도와줬던 이들로 구성해서. 이왕이면 익숙한 사람과 함께 가면 좋을 것이다.


“나야 좋긴 한데, 웬일이야? 본인이 안가고?”


에이스는 약간 놀리듯이 말하면서 작게 웃어보였다. 이런 중요한 일에는 꼭 자신이 가야한다면서 직접 움직일 줄 알았다. 그러자 로단은 허탈한 헛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내가 언제 푹 잤는지도 기억 안나. 난 잠 좀 자야겠어.”


신교에 갇혀있는 동안 항상 밤을 샜더니 피로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이런 꼴로는 어디를 가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먼저 가서 고객인척 알아보고, 돌아와서 보고해줘.”


최대한 조심하고 싶었다. 푸에르테가 어떤 집단인지를 먼저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고, 이미 자존심이 높고 전투력이 뛰어난 그들을 능숙하게 다뤄야했다.


아쉽게도 이라셰마는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의미한 ‘동맹’에는 그런 제약이 걸려있다. 그에 이번에는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패를 얻어야 했다. 게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프레스코를 적대하면 할수록, 조심할 수 있는 여유도 점점 사라질 터였다.


에이스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으니까 좀 즐겨.”


집?


로단은 가족을 바라보았다. 노라를 보고 돌아온 리암과 에밀리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국 가족이 있는 곳이 집이기는 했다. 로단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고, 에이스는 금방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테리와 그의 사람들도 불러야하니, 해야 할 것이 많았다.



***



해변 주변에 있던 배 하나를 빌려 폴트를 향해 항해했다. 그리고 이내 눈에 보인 것은 하나의 ‘요새’였다. 그것도 최첨단 시설들로 둘러 쌓여있는.


“...미친”


결국 에이스는 작은 목소리로 욕을 중얼거렸다.


요새의 벽에 붙어있는 무인무기는 당장 그들을 노리지는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그럴 준비가 된 것처럼 총구 끝의 붉은 빛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하늘에는 존슨박사의 것과 비슷한 비행체 여러 대가 주변을 감시하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프레스코는 그들을 건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프레스코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큰 피해를 입힐 테고, 그럼 그들의 신격화까지 되는 이미지에 강한 타격을 줄 터였다.


더 이상 반란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 그들을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다. 그 점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테리와 그의 사람들조차도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지만, 경이로움에 가까운 에이스와는 달리, 그들의 얼굴은 악마의 무기라도 목격한 것 같은 충격이 그득했다.


그렇게 서서히 배를 고정시키는 항구로 가까워졌을 때, 그들은 바로 무기를 양손으로 잡고 싸울 준비를 시작했다. 에이스가 급하게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테리를 향해 조금 신경질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여기에 손님으로 온 거야! 적어도 지금은. 네 친구들 좀 진정시키지 그래.”


에이스는 진입하기 직전이라는 사실에 조금 긴장했고, 그런 상태에서의 거슬리는 행동은 그를 짜증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자 테리가 에이스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곧 부족민은 순순히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에 안심한 것도 잠시, 육지에 다다라 발을 내딛으려고 하는 그들을 향해, 그곳에 대기 중이던 두 명의 남자가 총을 겨누었다. 신분을 밝히라는 명령과 함께.


또 다시 경계태세로 돌아가려는 이들의 앞을 다급히 가로막고, 에이스가 물었다.


“지금 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목소리는 날카롭고 써늘하기만 했다. 그 차이에서 오는 위협적인 분위기는 그 두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 꼴을 보며 에이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모양새를 보아하니 신입이거나, 혹은 경력은 있지만 여전히 바닥신세거나, 둘 중 하나겠다고.


이렇게 큰 용병집단인 경우에는 뒤늦게 입단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혹여 있어도 아주 뛰어난 실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면 이렇게 문지기를 시킬 리가 없다. 그러니 아무래도 후자의 가능성이 높았다.


멍청이가 걸렸구먼.


에이스는 그들이 들었다면 무례하다고 여길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린 이곳에서 용병을 살 수 있다고 해서 온 건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잡놈과 손님도 구분 못하면 어디 가서 장사하겠어?”


뻔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반응에 당황을 숨기지 못한 그들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빠른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따라오시죠.”


안도의 한숨을 삼킨 에이스가 칭찬을 바라는 것처럼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았다. 하지만 불신의 눈을 하고 있는 테리와 포르테들이 그 앞에 서있었다.


그들은 이미 에이스가 이런 경험이 많은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사의 명예를 중시하는 포르테로서는 용병을 사고 파는 건 있을 수 없는 거래였다. 동맹이라면 모를까.


‘연기였어! 연기였다고!’


왠지 억울해진 에이스는 그들에게 다급하게 속삭이며 변명을 해댔다. 그러나 테리는 여전히 찝찝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일 뿐, 딱히 믿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안 오십니까?”


그런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남자 때문에, 결국 성공적인 진입에도 마냥 기분이 좋진 않은 상태로 안내를 받아야 했다.


섬 안으로 깊숙이 발걸음을 옮기며 본 광경은, 이미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하나의 ‘군대’였다. 다 큰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하나같이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고 있다. 쉬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한 누구 하나 웃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평소에도 그렇다 단정 짓기는 힘들었다. 섬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향한 시선들이 꽤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이내 두 남자를 따라 건물에 들어가서, 승강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지하마을에도 이와 비슷한 것은 있었다. 이것보다 훨씬 낡고 구지지만. 에이스는 힐끗 뒤를 확인했다.


테리와 그의 사람들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있었다. 승강기는 처음 타본 것처럼.


거래를 위해서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지만, 에이스의 눈에는 다 보였다.


잠시 후 한 커다란 방이 나왔고, 그 방에는 거대한 책상 하나와 수많은 의자들이 차례대로 놓여있었다. 테이블의 한 가운데에 작은 키를 가진 통통한 근육질의 남자가 홀로 앉아있다.


에이스은 의아해하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들의 보조원이라면 모를까, 이 용병들이 따르는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남자는 연신 기분 나쁘게 히죽 웃으면서, 양 손을 모아 쥐었다.


“아이고, 손님이 오셨는데 몰라봐서 죄송합니다요. 걔네는 제가 알아서 나중에 처리하겠습니다. 그래서 얼마정도 생각하고 오셨습니까?”


영 비호감적인 남자다. 에이스는 무표정하게 그 얼굴을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


“바로 사려는 건 아니야. 우리 보스가 한번 훑어보고, 괜찮은 놈으로 봐놓으라 했거든.”

“그분 성함이?”

“그건 아직 댁이 알 바가 아니고.”


날카롭게 던져지는 말에 기분이 상한 남자는 희미하게 에이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오래간만의 손님을 잃을 수는 없었기에 겨우 분노를 삼켜냈다.


“네, 뭐, 결제는 그쪽 보스가 ‘직접’ 해야 합니다.”


에이스는 한쪽 입 꼬리를 삐죽 올렸다가 내리며 대답했다.


“원하시는 대로.”


굳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남자에게 예의를 차릴 정도로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에이스의 곁에 앉아있던 테리는, 맡아진 일은 제대로 하되 은근히 뒤는 생각하지 않는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그때 남자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아까부터 감정을 숨긴다고 숨기는데, 형편없었다.


“그리고 고용할 용병을 살펴보는 동안 보증인으로 저 다섯 명은 우리가 데리고 있도록 하죠.”


테리와 포르테들이 와락 인상을 구겼다. 에이스 또한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통 그렇게 까지들 하나?”

“요즘이 불경기라 아무도 못 믿는 세상이죠.”


그리 말하며 웃는 얼굴이 음흉하기 그지없어,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었다. 에이스는 그 더러운 느낌을 애써 외면하며 덤덤하게 답했다.


“뭐, 나야상관없어. 그 대신 여기서 며칠 지내고 싶은데, 그건 괜찮나? 신중하게 고르고 싶거든.”


상관이 없다는 말에 테리의 불신의 눈빛이 더욱 강해졌지만, 그것도 외면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그쪽보스가 결제하는 날까지 이곳에 있어야할 거요.”

“문제없어.”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뒤에 서있던 거대한 키의 용병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흠, 앤드류, 네가 안내해.”


키가 꽤 큰 편인 에이스보다도 두 뼘은 더 큰 것 같았다.


표정 없이 절제 있게 다가온 앤드류는 에이스를 잠시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지금 출발하자고 말하는 것처럼, 묵묵히 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안.


마음속으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은 테리와 그 외 네 명에게 사과한 에이스가 그의 안내를 받으며 잠자코 방을 나섰다. 여전히 뒤통수가 따가운 것을 보아하니 열렬히 노려보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앤드류는 훈련장으로 들어가 한 명 한 명을 소개시켜주었고, 로단에게 보고하기 위해 순순히 듣고 있던 에이스의 눈에 문득 아주 어린아이들이 보였다.


처음 섬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아이들보다도 훨씬 작고 어렸다. 훈련실의 한 구석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얻어맞고 있는 애도 있었다. 에이스가 인상을 구겼다.


“저거 그대로 내버려 둬도 되나?”

“...저런 모습은 여기서 흔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이곳에서는 누군가에게 맞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저것도 그에 대한 일종의 훈련이죠.”


분명 조용하던 에이스의 입은 그 대화이후에 쉬도 때도 없이 움직였다.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지만 그 이후로는 도저히 답변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포기해야 하나 생각할 때쯤이었다. 앤드류는 갑자기 근처에 서있던 사람에게 개인훈련을 명령했다. 잠시 그들을 돕기 위해 함께 있던 훈련장 사람이었다.


이내 그 자리에는 그와 에이스만이 덜렁 남아있게 되었다.


“당신”

“음?”


에이스는 이 상황이 내심 당황스러웠다.


너무 질문을 많이 했다고, 나댄다고 죽이려는 건가?


조금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저 거대하고 튼튼한 몸이 덤빌 경우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하고 있는 에이스에게 앤드류는 담담히 물었다.


“용병 사러온 거 아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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