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채즈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인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김채즈
작품등록일 :
2020.12.10 14:32
최근연재일 :
2021.04.30 16:4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7,452
추천수 :
231
글자수 :
543,239

작성
20.12.11 18:37
조회
684
추천
6
글자
12쪽

3. 복수하고 싶어?

DUMMY

마을을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정착지를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된 리안은 왠지 모든 것이 잘 풀릴 거 같은 막연한 기대에 사로잡았다.


‘나는 죽었다가 새로 태어났으니까 분명 이제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릴 거야.’


폐허가 된 마을을 벗어나는 그의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깃털처럼 가볍던 그의 발걸음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평지 앞에 조금 무거워졌다.

그와 함께 그의 잘 풀릴 거 같은 막연한 기대에 작은 의심이 생겼다.


‘하루 동안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온종일 걷기만 했는데 심지어 먹을 때도 걸으면서 먹었는데 어떻게 마을은커녕 사람 하나도 마주치지 못할 수가 있지? 아니야 부정적인 생각하지 말자 아직 여행을 떠난 지 하루밖에 안 됐어. 그래, 아직 하루밖에 안 됐어···.’


리안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살짝 무거워진 발걸음에 힘을 주며 다시 한번 깃털로 만들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 사흘째가 되었다.

마을에서 총 4개의 빵을 챙겼던 리안은 출발하기 전에 하나를 먹었고 이틀째 한 개를 먹었고 오늘 또 한 개를 먹으며 걸으면서 자신의 기대에 심겼던 의심이 더욱더 커졌다.


“아씨, 어떻게 잠자는 시간 빼고 온종일 걷기만 했는데 왜 아무것도 안 보이냐고! 응? 마을이 안 보이면 강이나 우물이라도 보여야 할 거 아니야! 아씨, 목말라 뒤지겠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평야를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며 물도 못 먹어 바짝 마른 입안에 딱딱한 빵을 겨우겨우 씹어 겨우겨우 목 안으로 집어넣으며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있는 힘껏 배출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나흘째 되는 날 마지막 빵을 먹으면서 걸어가는 그는 이제 이 빵을 먹으면 먹을 것이 없는데 아직도 마을은커녕 강이나 우물, 심지어 사람 하나 어쩌면 이렇게 마을을 찾아 하염없이 걷기만 하다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그는 얼른 고개를 들고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제발, 신이시여 마을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강이나 우물이나 상관없으니까 물이라도 좀 먹게 해주세요. 저 이러다 죽어요. 이렇게 죽이실 거였으면 그때 죽었을 때 다시 살리지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 제발 마을이나 강이나 우물이나 뭐 하나라도 나타나게 해주세요. 아니면 비···. 비라도 제발···.’


그의 간절함을 하늘도 불쌍히 여긴 것일까? 그나마 가리고 있던 구름이 사라지며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게 된 태양이 더욱더 찬란한 빛을 발하며 간절한 그의 몸을 위로하듯 꼭 안아주었다.

달라는 물 대신 화려한 태양 빛이 그를 감싸자 그 품이 너무나도 따뜻하여 결국 그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이런 XX X 같은 신 같으니라고 아니 내가 마을을 나오게 해달라고 했어? 응? 그냥 강이나 우물, 아니면 비만 좀 내려달라니까 비 대신 햇빛이나 내리고 자빠졌네. 내가 다음에도 너에게 뭔가를 부탁하면 내가 X신이다. X신이야!!”


꼬르륵.


하늘을 바라보며 꽥꽥 소리를 질러대고는 배고픈 배를 감싸 안고는 다시 마을을 찾아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 닷새가 되는 동안 그는 여전히 물 한 모금 먹지 못하였고 마을에서 가져왔던 빵마저 어제 다 먹어서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죽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어···.


“신이시여!!!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이렇게 죽기 싫어요. 제발!!! 이번에 살려주신다면 정말 하라는 모든 것을 다할 거고요. 항상 신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제발!! 저를 불쌍히 여겨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이제는 그의 마음속에 의심도 화도 원망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 하나···.


살고 싶다는 이 마음 하나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이제 말할 힘조차 남지 않은 그는 속으로 계속해서 재발이라는 단어를 되뇌며 걸음을 옮겨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음을 옮겼는데 그의 눈앞에 드디어 마을처럼 보이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 마을···. 마을이다!!!”


걸을 힘조차 없어 겨우겨우 걸음을 옮겨가던 그가 마을을 발견하자마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미친 듯이 마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 걸음은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을 안은 자신의 마을처럼 괴물들에 의해 폐허가 되어 건물들의 잔해와 잔인하게 죽은 사람들의 사체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멈추어 서서 무너진 건물 잔해와 잔인하게 죽어있는 시체들과 사방에 피로 가득한 마을 안을 휘둘러보며 눈을 찌푸렸다.


“물, 물 어딨어! 무울!!!!”


그렇다


그는 물 있는 곳을 더 잘 찾기 위해서 눈을 찌푸렸던 것이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는 멈추었던 걸음을 떼며 미친 듯이 물을 찾아 마을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마을에 있는 우물을 발견하고 얼른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셨다.

우물에도 피가 들어갔는지 그가 기른 물에도 피가 보였다.

하지만 리안에게 있어 우물에 피가 들어갔든지 말든지 그건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오직 물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캬아, 이제야 살겠네.”


미친 듯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그는 갈증이 해소가 되자 드디어 괴물에 폐허가 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마을만 괴물에게 피해를 봤을 거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다른 마을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마을도 이렇게 괴물들에게 피해를 봤다면 앞으로 찾은 마을도 이렇게 되어 있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어···.


‘꼬르륵’


배에서 울리는 고동 소리가 리안의 현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렇다.


그는 배고팠다.


“크흠, 일단 먹을 것을 찾아볼까?”


일단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생각은 접어두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한참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찾아 마을 여기저기를 뒤지고 있는데 말발굽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얼핏 들어도 한 마리는 아니었다.

리안은 혹시 몰라 그나마 덜 무너진 벽 뒤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기사 여섯 명과 리안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이 말을 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심각한 표정을 지었으며 기사 중에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자가 좋은 옷을 입은 소년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괴물들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괴물들의 습격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 괴물들의 습격이 늘어나고 있다고? 그럼 예전부터 괴물들이 습격하긴 했다는 거야?’


리안은 여전히 숨어있는 상태로 그들의 대화를 엿듣다 괴물의 습격에 대한 말이 나오자 귀를 쫑긋 세워졌다.


“그러게요···. 오늘은 옆 마을까지만 돌아보고 복귀하는 것으로 해야겠습니다.”

“예.”

“자, 잠깐!!”


그들이 마을을 나가려고 말을 돌리자 다급해진 리안이 얼른 뛰쳐나가 그들을 불러세웠다.


“저기 괴물들의 습격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질문하기 전에 먼저 네가 누군지부터 말해라.”


기사 중 한 명이 다가오는 그를 제지하며 신분을 물어오자 리안은 아차 싶은 생각에 얼른 자신을 소개하였다.


“저는 남쪽 성문 오-1 게터 출신인 리안이라고 합니다.”


원래 포러들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자신의 게터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이 의아하긴 하지만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지냈다던 게터가 다음 순찰 장소였기에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은 그의 말에 관심이 갔다.


“거기는 이곳까지 걸어서 하루 정도 걸리는 곳인데 여기엔 무슨 일이냐?”

“네? 하루거리라고요? 저는 여기까지 오는 데 닷새나 걸렸는데···.”


리안은 분명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은 닷새 만에 이곳에 도착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


“저기 정말 제가 있던 곳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하루밖에 안 걸리나요?”


하지만 그의 마음을 생각할 리가 없는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은 다시 한번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그래, 확실하다. 내가 이 지역 순찰을 맡아 온 지 한 달이 넘었기에 이쪽 지역은 꽤 잘 알고 있다. 그럼 이제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답을 해라.”


‘젠장···. 아니 이게 말이 돼? 걸어서 하루거리를 닷새나 걸려서 도착한다고?’


그는 자신의 이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 억울함을 분출했다가는 저 눈앞에 있는 좋은 옷을 입은 소년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기에 그는 억울함을 가까스로 참으며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의 물음에 얼른 답했다.


“제가 살던 게터도 괴물들에게 습격을 당해서 게터에서 살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게터로 가기 위해 5일 동안 헤매다가 방금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흠···. 확실한 거겠지?”

“예. 확실합니다. 괴물이 쳐들어오는 것을 제가 직접 봤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괴물들이 가고 난 후에 들어가서 확인까지 했습니다.”

“근데 자네는 어떻게 살아있나?”


‘어? 나는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그렇게 사실대로 말해도 되나? 혹시 자신들을 우롱했다며 죽이거나, 잡혀가서 실험을 당하거나, 거짓말쟁이가 되어 더 이상 게터에서 살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리안은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되는 것이 느껴졌다.

빨리 답을 해야 하는데 머리가 새하얘서 도무지 좋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 그것이···. 어쩌다가···. 운이 좋게···.”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은 자신의 앞에서 고장 난 채 어버버 거리고 있는 포러를 보며 생각했다.


‘괴물들을 만난 충격이 너무나도 컸나 보군.’


그렇게 생각하자 다 찢어지고 해진 포러의 옷과 먹을 것을 못 먹었는지 마른 그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은 저 포러가 너무 불쌍해 보였다.


“그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보십시오.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말도 제대로 못 하겠습니까.”


‘어? 뭐지?’


리안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비친 이는 더 이상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이 아니었다.

천사였다.

천사가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눈만 마주쳐도 뒤에서 비쳐오는 후광이 리안의 눈을 찔러왔다.


“윽!”


그는 얼른 자신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볼수록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의 안쓰러움은 더욱 짙어졌다.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은 여전히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소년을 무시한 채 그가 했던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들이 그곳에 가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포러의 말이 사실인지 그들도 확인을 해봐야 하기에 얼른 그곳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말머리를 돌리려다 멈춰선 좋은 옷을 입은 소년이 리안을 바라보고 물었다.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냐?”

“다른 게터를 찾아갈까 생각 중입니다.”

“정해둔 마을은 있고?”

“평생을 한곳에서만 살아왔는데 그런 게 있겠습니까? 그냥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 하나 나오겠지요. 아···. 이참에 근처에 게터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년은 그의 물음에 잠깐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다른 마을에 가지 말고 그냥 나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떤가?”


작가의말

마을을 찾아가는 부분에서 늘린 거 같은 기분이 드신다면 그 기분이 맞습니다.ㅎ

이메일 : [email protected]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괴물인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6. 내 제안은 아직 유효한데…. 20.12.16 340 5 13쪽
6 5. 복수하고 싶어? 20.12.15 466 5 14쪽
5 4. 복수하고 싶어? 20.12.14 542 5 11쪽
» 3. 복수하고 싶어? 20.12.11 685 6 12쪽
3 2. 복수하고 싶어? +2 20.12.10 892 8 11쪽
2 1. 복수하고 싶어? 20.12.10 1,156 11 9쪽
1 0. 프롤로그 +4 20.12.10 1,603 13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