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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즈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인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김채즈
작품등록일 :
2020.12.10 14:32
최근연재일 :
2021.04.30 16:4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7,744
추천수 :
231
글자수 :
543,239

작성
20.12.10 21:26
조회
895
추천
8
글자
11쪽

2. 복수하고 싶어?

DUMMY

“허억. 허억. 헉. 헉. ”


리안은 눈을 뜨며 가쁜 숨을 몰아쉬다 얼른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휴우.”


다행히 얼굴은 뭉개지거나 다친 곳 없이 멀쩡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온 세상이 피로 물든 듯한 붉은 빛을 띠며 식물이라곤 하나도 없는 돌로 된 삭막한 땅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어디지? 지옥인가?”

“크하하하. 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리안은 자신의 혼잣말에 누군가가 대답을 하자 깜짝 놀라 얼른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눈과 입이 뚫려있는 검은 그림자가 불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방금까지 없었는데 어디서 나온 거지?’


분명 주위를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그림자가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나자 리안은 그림자를 경계하며 물었다.


“당, 당신은 누구시죠?”

“나? 나는···. 음···. 이곳이 천국이니까···. 그래, 나는 천사야. 아니, 아니지···. 신···. 그래, 나는 신이야. 크하하하.”

“아···. 네···.”


웃을수록 거칠게 일렁이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리안은 생각했다.


‘뭐지? 자신의 정체성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 아니 미친 그림잔가?’


그는 이 미친 그림자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근데, 벗어나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죽었는데, 죽고 나서 이곳에 있는 거라면 여기에서 죽지도 못하고 이 미친 그림자와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미친 그림자가 심각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리안을 향해 물어왔다.


“죽어보니 어떤 기분이야?”


어떤 기분이냐고? 아팠다. 정말 무진장 아팠다. 정말 죽을 정도로 아팠다······.

아 나 진짜 죽었구나···.


죽은 기분에 대해 생각하니 정말 자신이 죽었다는 것이 머리에서 마음으로 깨달아졌다.


“아팠어요···. 그리고 허무하기도 하네요.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쳤는데···. 근데 당신도 죽어봐서 알 텐데 왜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어? 난 죽어본 적 없는데?”


순간 미친 그림자가 정색하며 답했다.

그리고 그림자의 입꼬리가 진하게 올라간다.


“죽여 본 적은 있어도.”


그 모습이 참 잔인해 보였다.

근데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암튼, 그림자를 보면 볼수록 한 가지는 확신하게 되었다.

이 그림자는 미친 그림자가 확실하다.

이 미친 그림자에 꾀이기 전에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리안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희망을 품으며 물었다.


“저기 그림자님···.”

“그림자 님이 아니고 신님, 신님이라고 불러.”

“아네, 저 신님 저는 계속해서 여기에 있는 건가요?”


리안의 물음에 마치 고개를 좌우로 젓는 것처럼

그림자의 좌우로 일렁였다.


“아니, 너는 곧 여기서 나갈 거야.”


‘나갈 거라고?’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졌다.


“그게 언젠데요?”

“내가 원할 때?”


좋았던 기분이 살짝 언짢아졌다.


“그때가 언젠데요?”

“모르지 지금 당장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림자는 리안을 바라보며 또 진한 미소를 지었다.


“평생 여기서 못 벗어날 수도 있지.”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하였다.

젠장, 뭔가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린 거 같다.

앞으로 평생을 이 미친 그림자와 함께 살아야 할 판이다.

그는 절망에 휩싸여 무릎을 꿇고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런데 이 미친 그림자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여기저기를 방방 뛰며 돌아다녔다.

얼핏 들으니 콧노래도 흥얼거리는 거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서더니 또 묻는다.


“그니까 죽으니까 어땠냐니까?”


이젠 짜증이 확 올라왔다.

평생 여기서 이 미친 그림자와 함께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심란해 죽겠는데 이 미친 그림자는 눈치도 없이 혼자 신나서 질문을 해댄다.

심지어 이미 했던 질문을 똑같이···. 답도 했는데···.


“대답했잖아요! 허무했다고요! 아팠고! 내가 이렇게 죽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기도 했다고요!”

“화나지는 않았어? 복수하고 싶다던가. 다 죽이고 싶다던가.”

“복수요? 하고는 싶죠. 근데 저는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복수를 해요?”


자신은 이미 죽었는데 뜬금없이 복수 타령을 한단 말인가?

이 미친 그림자는 미친 것도 모자라 머리도 좋지 않은 거 같다.

친구가 없어서 그런가?

그러고 보니 자신이 여기에 있는 동안 다른 생명체를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

“저기 혹시 여기 혼자 계신가요?”

“응! 여기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이런 슬픈 이야기를 너무 밝게 말하지 마! 내가 다 미안해지잖아.’


리안은 이제야 왜 이 미친 그림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 때마다 이렇게 신이 났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지, 왜 이해력이 달리는지, 왜 이렇게 멍청한지 다 이해가 되었다.

갑자기 숙연함이 밀려왔다.

혹시 자신이 그에게 못되게 군 건 없는지, 잘못한 점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다.

이 미친 그림자가 잘못을 했으면 했지, 그가 못되게 굴거나 잘 못 한 건 없는 거 같다.

암튼, 리안은 앞으로 호칭을 미친 그림자에서 외로운 그림자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힘내세요. 언젠가는 꼭 다른 누군가가 생기실 거예요.”

“응! 알았어!”


외로운 그림자가 밝게 답할 때마다 리안의 마음이 답답해지며 눈동자에서 습기가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복수하고 싶지? 그렇지? ”


‘근데 이 외로운 그림자는 복수를 못 하고 죽은 귀신인가 왜 아까부터 이렇게 복수에 집착하는 거야?’


“저기 혹시 복수 못 하고 돌아가셨나요?”

“아니, 말했잖아 나는 죽여 본 적은 있어도 죽은 적이 없다니까. “


리안의 물음에 자랑하듯 일렁이는 외로운 그림자를 보며 리안은 참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외로운 그림자는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여본 것이 그의 유일한 자랑인가 보다.

그 말을 할 때마다 뭔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근데 왜 이렇게 복수에 집착하세요?”

“아. 네가 복수를 원해야 네가 여기서 나갈 수 있거든.”


‘그런 거였으면 진작에 그렇다고 말을 했어야지!’


그는 얼른 외로운 그림자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최대한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저 정말 진짜 맘속 깊이 복수가 하고 싶습니다! 제발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크하하하!! 리안! 너에게 내가 복수할 힘을 주마!”


리안이 외로운 그림자에게 복수를 부탁하자 외로운 그림자가 몸집을 키워 순식간에 리안을 덮쳐왔다.

그리고 리안의 시야가 완전히 어둠으로 덮어졌다.


“허억! 헉! 허억! 헉! 헉!”


리안은 눈을 뜨며 가쁜 숨을 몰아쉬다 얼른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휴우.”


다행히 얼굴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


‘뭐지? 전에도 이랬던 거 같은데? 데자뷔인가?’


왠지 모르게 예전에 한 번 했었던 거 같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털어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때는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부서져 잔해로 바뀌었고 한때는 같은 마을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여기저기가 뜯겨지고 뭉개지고 부서진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고 그들의 몸에 있었던 피가 땅이며 건물이며 풀이며 나무며 할 것 없이 사방에 뿌려져 있었다.


“우웩, 웩.”


바닥에서 올라오는 짙은 혈향과 잔인하게 죽어있는 시체들을 보니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물어뜯기는 소리, 몽둥이에 맞는 소리, 자신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던 괴물의 모습과 그 괴물의 숨소리 하며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몽둥이 모습까지 그날의 모든 것이 떠올랐다.


‘꿈이 아니었구나···. 꿈이 아니었어···.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아직도 괴물에게 맞았을 때의 그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았지만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혹시 싶어 옆구리도 만져 보았지만 역시 멀쩡했다.

꿈인가? 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괴물이 쳐들어온 것이 진실이라는 증거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버젓이 펼쳐져 있기에 부정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서 답을 찾아보려고 해도 무언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기만 할 뿐 더 생각하려 하면 머리만 아파지고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리안은 자신이 왜 멀쩡히 살아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과감하게 패스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일단 폐허가 된 이 마을을 벗어나 새로운 게터를 찾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폐허가 된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행에 필요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잠시 뒤 자신이 일했던 식당 근처에 피가 묻어있지 않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얼른 빵을 향해 다가갔다.

비록 땅에 떨어져 흙이 묻어있었지만, 그것조차도 못 먹고 살아온 리안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겐 진수성찬이었기에 얼른 주위에 있는 그나마 깨끗한 천 하나를 가져와 빵을 한 번씩 털고서 그 안에 담아 떨어지지 않도록 묶었다.

작업을 마치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빵이든 보따리를 들고 일어섰다.


“꼬르륵.”


갑자기 자신의 뱃속에서 울려대는 고동 소리에 리안은 깨달았다.

아 나 아직 밥을 안 먹었구나···. 심지어 방금 토까지 했구나···.

그는 얼른 자신이 들고 있는 보따리를 내려놓고 묶여있는 매듭을 풀러 그 안에 있는 빵 한 개를 허겁지겁 먹어 치운 뒤 다시 보따리를 묶고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는 마을에 있으면서 있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먹을 것을 구했는데 누군가에게 처맞고 빼앗겼던 추억. 식당의 빵을 몰래 먹었다가 식당 주인아주머니에게 비가 오는 날에 먼지 나도록 맞았던 추억, 같은 포러이면서 식당 주인 딸이라고 나이도 어린 게 매일매일 그를 무시하고 괴롭히던 추억, 키가 작고 몸이 말랐다며 맷집을 키워준다는 이유로 매일 샌드백 역할을 해야 했던 추억, 종업원이라고 자신들의 일을 그에게 떠넘기곤 못해내면 못해냈다고 처맞았던 추억, 일할 때 혹시라도 실수를 하나라도 하면 실수했다고 풀죽을 주지 않았던 추억, 언제나 그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던 시당 주인아주머니와의 추억 등등.


‘어? 갑자기 화가 나네?’


그는 추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이가 갈리고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이렇게 안 좋은 추억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주인집 어르신을 만나 빵을 얻어먹었던 추억과 주인집 어르신이 식당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었던 추억, 풀죽을 못 먹는 날에 몰래 와서 빵을 주었던 추억, 주인집 딸이 잘 때 몰래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아 울렸던 추억 등등.


주인집 어르신을 비롯한 좋은 추억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미래가 아닌 그의 추억 속에서만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는 그들과의 추억으로 무거워진 발을 천천히 떼어내며 앞으로 내디뎠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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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복수하고 싶어? 20.12.14 54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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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복수하고 싶어? +2 20.12.10 896 8 11쪽
2 1. 복수하고 싶어? 20.12.10 1,160 11 9쪽
1 0. 프롤로그 +4 20.12.10 1,610 1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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