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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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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7.08 17:22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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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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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106

작성
24.05.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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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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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4쪽

6화. 무천시 의장단 완성

DUMMY

“초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강용준 의원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김충선 의원은 그동안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을 횡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충선 의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시의장 출마를 중단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물론 익명으로요.”

“뭐라고?”

“듣기에 따라서는 협박으로 느낄 수도 있겠네요.”


침착한 대답.


강용준 의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흐음······.”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김충선이 전화에 대고 난리 친 걸 보면 그 말이 사실인 것 같군.”


돌아가는 판세를 읽었는지, ‘초선’이라며 나를 무시하던 강용준 의원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여전히 반말이긴 하지만.


“이제 김충선 의원은 시의장에 출마하지 못할 겁니다.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지면 시의원 자리도 잃고 재판까지 받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 선출직은 영영 끝이죠.”

“김충선을 털면서 나도 털었나?”


강용준 의원이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아니요.”

“왜지?”

“이미 말씀드렸잖습니까? 전반기 상임위원장들도 의원님 사람들로 앉혀드리겠다고. 저는 거래를 하러 온 거지, 협박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규모는 작아도 무천시의회의 구성과 형식은 국회와 다르지 않다.


상임위원장의 의사 진행과 의결은 본회의 상정 전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러므로 상임위원장은 무천시의 행정과 예산집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전후반기 상임위원회를 의원님 사람으로 앉히고, 후반기 의장을 강용준 의원님께서 맡아주시겠습니까?”


정치는 입으로 흥하고 입으로 망한다.


선거철에는 대파든 양파든 물가를 언급할 때도 입조심을 해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을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건 정치인의 필수 덕목이다.


강용준 의원에게 내가 상반기 의장을 하겠다고 말하면 건방진 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강용준 의원에게 후반기 의장을 맡아달라고 말하면 공손한 부탁이 된다.


“김충선 의원은 시의장 출마를 못 하게 협박한 배후가 나라고 생각하고 있어.”


거절인가?


아니다.


지금 강용준 의원은 김충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내게 묻는 것이다.


“제가 전반기 시의장이 되면 김충선 의원은 익명의 제보자가 저라고 의심할 겁니다. 그럼 김충선 의원한테 사실대로 말할 작정입니다. 죄지은 쪽은 김충선 의원이고, 저는 증거를 가진 쪽이니까요. 제가 제보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이 정도면 됐나?


“좋아. 김충선 문제는 그렇게 해결할 거라 믿고, 나도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전반기 의장은 내가 맡고, 후반기를 김 의원이 맡는 건 어떨까?”


정치판에서 후일에 대한 약속은 휴지 조각이 되기 쉽다.


단일화를 해놓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적대 세력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요구다.


강용준 의원이 나를 빤히 보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저의 제안을 거절하면 이 자리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제안을 김충선 의원에게 할 겁니다.”

“뭐야? 아니라더니 내 약점이라도 잡았나? 그걸 들고 김충선한테 가겠다고?”


8년의 시의원 생활과 벌써 세 번의 선거를 치른 강용준이다.


그 동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무 문제가 없었을 리가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본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알아봐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의원님, 자신 있으십니까?”


마치 당신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난 깨끗해.”


정치인이 깨끗하다는 말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같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생긴 능력.


처음에는 전생의 30년 정치판에서 얻은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강용준의 흔들리는 눈빛과 대답을 듣고 확신했다.


나에게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강용준 의원의 말은 거짓이다.


“정말 없습니까? 김충선 의원의 비리를 덮고 의원님의 비리를 캐도 괜찮겠습니까?”


강용준 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괜한 수고할 것 없어. 후반기 의장에 대한 확실한 보장만 있다면 김 의원의 뜻대로 하지. 김 의원의 조건이 나쁘지 않으니까.”


재빠른 태세 전환.


이건 진심이다.


“후반기 의장에 대한 보장은 제가 아니라 조성호 의원이 해주실 겁니다.”

“뭐라고?”


강용준 의원이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




다음날 강용준 의원과 함께 조성호 의원을 만났다.


전반기 부의장을 생각하고 있던 조성호 의원에게 전후반기 부의장 연임을 제안했다.


“부의장 연임의 선례는 없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공짜는 아닐 거고. 내게 원하는 건 뭡니까?”


조성호 의원이 나와 강용준 의원을 보면서 물었다.


“전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할 때, 의원님과 의원님 사람들이 저와 강용준 의원을 밀어주시면 됩니다.”


강용준과 김충선에 비하면 소수파지만 조성호 의원이 붙는 쪽이 과반수가 된다.


즉, 조성호 원장이 시의회의 캐스팅 보트인 셈이다.


“어떻게 판을 짜든 부의장 연임만 보장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




1998년 7월 8일 수요일, 무천시의회 개원 첫날, 무천시의회 임시회.


시의원 중 최고령 의원의 사회로 시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다.


“무천시 3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 선출의 건은 재적 의원 35명 중 시의장에 단독 출마한 김강국 의원을 제외한 34명이 투표했습니다.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찬성 18명, 반대 15명, 기권 1명으로 김강국 의원이 무천시 3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짝짝짝!!


과반의 박수.


박수를 치는 의원들과 치지 않는 의원들이 극명히 갈렸다.


이어서 찬성 18명, 반대 15명, 기권 1명으로 조성호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의장과 부의장이 선출되면 회의는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이 이끌어간다.


최고령 시의원이 의장석에서 내려오고, 내가 의장석에 앉았다.


“지금부터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습니다.”


계획했던 대로 의회운영위, 기획재정위, 행정복지위, 건설교통위의 상임위원장은 강용준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의장석에서 슬쩍 강용준 의원을 보았다.


‘약속 지켰습니다, 강용준 의원님.’


강용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로써 무천시 3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구성을 마치겠습니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시의원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김 의원, 잠깐 봅시다.”


내가 시의장으로 선출됐을 때 박수 치지 않은 시의원 중 한 명이다.


굳이 나를 ‘의장’이 아니라 ‘의원’으로 부르는 것만 봐도 적개심이 느껴졌다.


“김충선 의원이 찾으시나요?”

“암말 말고 따라오쇼.”

“그러시죠.”


시의회 직원을 불러서 귓속말로 지시를 내리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




김충선의 시의원실.


내가 무천시를 떠나 국회로 들어갈 때까지도 무천시 의원은 2인 1실을 사용했다.


의원실에는 다섯 명의 시의원들과 김충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시선이 날카롭게 나를 향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김충선과 얽힌 건을 후딱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고영일 선배가 아까부터 의장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오라니까 뭐가 그리 급한지.


시의원들을 병풍 두른 김충선이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김강국 의원, 당신이랑 강용준이 한패지? 둘이 짜고서 나를 물 먹인 거 맞잖아? 다 알고 있으니까 오리발 내밀지 말고.”

“3선이나 하신 분이 촉이 흐리시네.”

“뭐라고?”

“생각보다 겁도 많으신 것 같고.”

“이 새끼가!!”

“그럼 아닙니까? 양아치도 아니고······ 뒤통수에 시의원들 세워놓고 초선 겁주는 겁니까?”

“야, 김강국! 똑바로 말해. 시의장에, 상임위원장에, 너희들끼리 다 해먹은 거, 이거 다 강용준 생각이지.”

“아닌데. 이거 다 제 생각인데요.”

“웃기지 마. 네까짓 게 어떻게?”


김충선은 진심으로 이 모든 게 강용준 의원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의장직 사퇴해. 강용준은 내가 다시 담판을 지을 테니까.”

“내 생각이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말귀가 어두워서 무천시민들의 민원은 어떻게 알아들으실지 걱정이네요.”

“너 이 새끼!!”


김충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앉아요!!”

“너······ 너 지금······.”


내가 소리를 지르자 김충선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주변의 시의원들이 나를 잡아먹을 듯 인상을 썼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김충선 의원님. 당신이 왜 시의장에 출마하지 않았는지, 여기 있는 의원들도 알고 있나요?”


김충선이 움찔했다.


눈치를 보니 나를 겁박하려고 앞뒤 생각 없이 시의원들을 세워둔 게 확실했다.


“여기서 한번 따져볼까요?”

“무슨 소리야?”


김충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의원들이 김충선의 눈치를 보았다.


나가야 하는지, 버티고 있어야 하는지.


“나가들 있어.”


김충선이 의자에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시의원들이 우르르 나간 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연미 시장 건은 내가 알아낸 겁니다. 행정지원과 이호식 주무관이 당신이 횡령한 돈을 적당히 눈감아준 것도.”

“그건······.”

“이번 일은 내가 주도한 거니까, 강용준 의원한테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강용준 의원도 연미 시장 건을 알고 있으니까 함부로 나대지도 말고.”

“······!!”

“저는 지금 의원직 날리고 다시는 선출직에 나서지 못할 횡령 건을 눈감아드리는 겁니다. 정 하고 싶으면 시의장은 4선 달고 하세요.”

“의정 활동 하면서 네 몸에는 티끌 하나 안 묻을 것 같지?”

“제 몸의 티끌은 제가 털겠습니다. 애도 아니고······.”

“너 이 새끼······!”


똑똑!!


문이 열리고 30대 초반의 당차게 생긴 여성 의원이 들어왔다.


김충선과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초선 한초영이다.


“한 의원, 무슨 일입니까?”


김충선이 물었다.


“의장님이 저를 여기로 부르셨다고 해서.”

“뭐요?”


김충선이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나를 보았다.


“제가 오라고 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한초영 의원님. 김충선 의원님께서 연미 시장 활성화 예산내역을 알려드릴 겁니다. 바로 인수인계받으세요.”

“네?”

“아실지 모르겠지만 김충선 의원님이 연미 시장 상인연합회 회장도 맡고 계십니다. 그러다 보니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이해 충돌’에 걸릴 염려가 있다고 걱정하셔서요.”

“아······.”


한초영 의원은 그렇구나 싶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충선이 이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봐봤자 뭐 어쩔 건데?


횡령 사실을 알고도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을 계속 맡길 수는 없다.


“김충선 의원님, 그간 마음고생 많으셨죠?”

“아, 뭐······.”


그것 봐, 네가 어쩌겠어?


“앞으로 연미 시장과 그 일대 상업 지구 건은 한초영 의원님께 일임하시면 됩니다. 마침 한초영 의원님께서 기획재정위 소속이니까 딱이네요. 그럼, 두 분이 말씀 나누세요.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만.”


사무실을 나오는데 뒤통수가 심하게 따가웠다.


김충선이 한초영의 시선을 피해서 나를 째려보는 게 느껴졌다.


그래,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째려라.


아무리 그래봤자 눈빛으로 나를 죽일 수는 없을 테니까.




*******




의장실에서 고영일 선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고~ 시의장님. 시의원 되자마자 시의장까지! 이게 웬일이십니까?”

“천천히 와도 된다니까. 많이 기다렸어?”

“보좌관 나부랭이가 시의장님 기다리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

“자꾸 놀릴 거야?”

“부러워서 그래, 인마. 나는 하루 종일 법안 만들랴, 영감 챙기랴, 허둥대는데 너는 수행비서에 관용차까지······.”

“수행비서는 거절했어. 불편해.”

“배부른 새끼. 와~ 나도 보좌관 때려치우고 시의원부터 시작할까? 하여튼 재수가 다 너한테 붙은 건 확실해.”

“무슨 소리야?”

“시의원 나가자마자 무투표 당선되더니, 시의장도 단독 출마였다면서? 너는 무슨 복에 재수까지 이렇게 덕지덕지 붙었냐?”

“선배, 그게 정말 재수랑 복이라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뭐?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 거?”

“어.”

“뭐?”


잠시 나를 노려보던 고영일 선배가 허공에 빈 주먹질을 했다.


“웃기고 있네. 인마, 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음 내가 여의도로 모셔갔다. 이거나 받아.”


고영일 선배가 선물을 내밀었다.


“이게 뭔데?”

“풀어 봐.”


만년필이었다.


“시의장님이 싸구려 볼펜으로 사인할 수는 없잖아.”

“고마워, 선배.”

“저녁은 네가 사.”

“알았어. 근데 사법고시는 아예 접은 거야?”

“뜬금없이 그 얘기가 왜 나와?”

“아쉬워서 그러지. 형이 과에서 탑이었잖아.”

“후우~~ 나라고 접고 싶어서 접었겠냐? IMF 때문에 아버지 실직하고 바로 접었다. 어머니, 아버지에 동생이 둘이잖아. 당장 내가 돈을 벌어야 했거든.”

“다시 시작하면 자신 있어?”

“몰라, 인마.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파.”


고영일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 내가 생활비랑 학비까지 다 책임지겠다면, 다시 시작할래?”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 아니야. 선배, 사시 다시 시작해라.”

“······.”


고영일 선배의 잔잔한 가슴에 짱돌을 던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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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조금씩 알아가는 사이 +6 24.05.14 1,844 40 13쪽
8 8화. 30년 만의 맛을 망치다니 +7 24.05.13 1,907 47 12쪽
7 7화. 돈이 원수다. 원수를 사랑하라 +3 24.05.12 1,956 43 12쪽
» 6화. 무천시 의장단 완성 +5 24.05.11 1,993 48 14쪽
5 5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2) +6 24.05.10 2,101 50 12쪽
4 4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1) +8 24.05.09 2,385 50 13쪽
3 3화.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죠 +7 24.05.08 2,454 61 13쪽
2 2화. 세상에는 ‘갑’이 너무 많아 +3 24.05.08 2,791 59 11쪽
1 1화. 목표가 달라졌으니 다르게 걷는다 +5 24.05.08 3,716 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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