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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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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7.05 17:0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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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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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723

작성
24.05.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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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세상에는 ‘갑’이 너무 많아

DUMMY

“안녕하십니까? 무천시 시의원 예비 후보 김갑수입니다.”


김갑수가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면서 넉살 좋게 술을 따랐다.


“원정 시장 공용 주차장! 원정 지구 재개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술잔을 받은 사람들은 김갑수의 말에 파이팅을 외쳤다.


어떤 사람들은 김갑수에게 술을 따라주고 고기쌈을 싸주기도 했다.


보아하니 지역에서 얼굴깨나 팔린 인물인 것 같다.


“감사합니다. 원정동의 일꾼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거짓말.


나는 김갑수의 말과 행동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자는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몇 표가 될지에만 진심일 거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으니까.


“아이고~~ 고 보좌관님.”


김갑수가 고영일 선배를 알아보고 얼른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김갑수 의원님.”


고영일 선배의 표정에서 얼핏 귀찮음이 스쳤다.


“식사하러 오셨나 봅니다. 박문술 의원님은 잘 계시죠? 아, 고 보좌관님 여의도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이제야 큰물로 가시네요. 그럼요, 그럼요. 고 보좌관님 같은 분이 지역구에서 썩으면 안 되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역시 김갑수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자꾸 이 인간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게 되지?


“그럼 지역구 사무실에는 어떤 분이 오시는 겁니까?”

“그 문제는 의원님이 저한테 일임하셔서 적당한 사람을 물색 중입니다.”


고영일 선배가 나를 빤히 보면서 말했다.


마치 지역구 사무실 직원으로 나를 낙점했다는 듯.


“아이고! 고기 탄다.”


김갑수가 얼른 자리에 앉더니 삼겹살을 잘라서 나와 고영일 선배 앞에 한 점씩 놓았다.


고영일 선배가 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실로 놀라운 넉살과 순발력이다.


물론 그 속을 빤히 아는 내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인사드려. 이분은 무천시 김갑수 시의원님.”


고영일 선배가 마지못해 김갑수에게 나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김강국입니다.”

“반갑습니다. 무천시의 일꾼 김갑수입니다.”


에이~ 아닌 거 같은데.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역구에서 근무하는 걸 썩는다고 말할 정도면 올바른 일꾼은 아니지.


“고 보좌관님 대신 지역구 사무실로 오시는 겁니까?”


전생에서는 내 인생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아니요, 아직 몇 사람 더 만나봐야 합니다.”


나 대신 고영일 선배가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지금 이 자리가 일종의 면접? 그런 겁니까?”

“네. 여의도로 들어가기 전에 식사 한 번 하시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좋~~은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길게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김갑수가 가게 주인을 불렀다.


“여기 계산은 내가 할 거니까 서비스 잘해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가게 주인이 김갑수에게 공손히 대답했다.


“아니요, 그러지 마세요. 제가 계산할 겁니다.”


고영일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갑수에게 말했다.


“어휴~ 무슨 말씀을 그리 섭하게 하십니까? 지역을 위해 애쓰시는 분께 한 끼 대접하는 게 뭐 대단한 거라고. 지역 주민이자 시의원으로서 당연한 도리죠.”


김갑수가 나가고 주문하지도 않은 계란찜과 항정살 1인분이 서비스로 나왔다.


“국회의원 보좌관 끗발 좋네. 대놓고 식사 대접까지 받고.”

“속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아까 그 사람이 현역 시의원인데, 여기 건물주야.”

“어쩐지, 주인이 쩔쩔매는 것 같더라.”

“넌 우리가 먹은 거 누가 계산할 거 같냐?”


검사와 판사, 경찰이 룸살롱에 가면 누가 계산할까?


룸살롱 주인이다.


“건물주한테 돈 달라고 입도 못 열걸? 김갑수 의원이 알아서 줄 것도 아니고.”

“인간성이 별론가? 아까 보니까 선배도 그 사람 별로인 것 같던데.”

“강약약강. 강한 사람한테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한 인간이야. 우리 영감한테는 허리가 부러지도록 굽신거리고 세입자들한테는 갑질깨나 하는 모양이야.”

“개새끼네.”

“그래서?”

“뭐가?”

“그래서 내 후임으로 올 거냐고? 지역구 사무실 말이야.”

“미안.”

“인마, 이번 기회에 신분 세탁하고 좋은 데 꽂아준다니까. 우리 영감한테 부탁하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그동안 내가 영감한테 들이 공이 얼만데.”

“선배, 앞으로는 나한테 그 ‘공’ 좀 들여줄래?”

“뭐?”

“학원 그만두고 새로 시작할 일이 있거든.”

“무슨 일인데?”


고영일 선배가 서비스로 나온 계란찜에 항정살까지 모두 계산했다.


“어휴, 이러시면 안 되는데. 이럼 저 의원님한테 혼나요.”

“김갑수 의원이 물어보면 계산 안 했다고 해요. IMF 때문에 힘드실 텐데 공짜 손님까지 민폐 끼치면 안 되니까요.”

“그러다가 의원님께서 또 계산하시면······.”

“그럼 또 받아요. 그럴 리는 없을 거 같지만.”


고영일 선배의 말에 가게 주인이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숙였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김갑수가 계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가게를 나온 고영일 선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보았다.


“너, 건물 있냐?”

“아니.”

“그럼, 학원이랑 투 잡 뛰시게?”

“아니.”

“그럼 돈 한 푼 못 받는 무보수 명예직은 왜 하겠다는 거야? 시의원이 무보수인 건 알지?”


기초의원들의 의정활동비가 지급된 건 2006년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부터다.


“돈은 됐고, 세상이나 한번 뒤집어보려고.”

“미친놈. 기초의원이 뭐 대단한 벼슬이나 되는 줄 알아? 국회의원 머슴이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지역구 사무실에나 들어와.”


기초의원 공천권이 국회의원 손에 들어간 것도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부터다.


그때부터 국회의원은 기초의원의 확실한 ‘갑’이 된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국회의원과 기초의원들은 공생 관계였다.


정부 예산을 따오는 건 국회의원이지만 현장의 민심을 완성하는 건 기초의원들이기 때문이다.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의 선거를 돕고 정책을 밀어주는 행동대장들이다.




*******




며칠 뒤 삼겹살집 앞을 지나는데 불이 켜진 입구에 ‘closed’ 명패가 걸려 있었다.


‘이상하네. 9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 문을 닫았나?’


그런데 가게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주인 내외와 정장 차림의 김갑수가 보였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가게 안에 김갑수가 있는 것도 찜찜했다.


모른 척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에 차린 제사상이 보였다.


설마 제사 때문에 벌써 영업을 끝낸 건가?


나를 알아본 가게 주인이 얼른 다가왔다.


“이거 어쩌죠? 오늘은 일이 있어서 영업을 일찍 끝냈거든요.”

“제사 때문에요?”

“아······ 네.”


가게 주인이 곤란한 질문이라도 받은 듯 대충 얼버무렸다.


뭔가 이상한데?


설이나 추석 때도 오전에 차례를 지내고 영업을 하는 게 식당이다.


그런데 제사 때문에 미리 문을 닫다니.


“장사까지 접으면서 치르는 걸 보면 귀한 분 제사인가 봐요.”

“아······ 네.”


가게 주인이 ‘아······ 네’만 되풀이하는데 김갑수가 다가왔다.


“아이고~~ 고 보좌관님이랑 같이 계셨던 분 맞죠?”

“안녕하세요?”

“마침 오늘이 저희 할아버님 제삿날이라서 가게 문을 일찍 닫았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제가 한잔 사겠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삼겹살집 주인이 김갑수인 줄.


어이가 없었다.


삼겹살집이 문을 일찍 닫은 건 주인이 아니라 김갑수네 제사 때문이었다.


하아~ 이런 개새끼를 보았나?


다음날 오후, 학원에 출근하기 전에 삼겹살집을 찾았다.


“사장님, 저랑 얘기 좀 하실래요?”


삼겹살집 사장의 이름은 이정태.


올해 39살. 원정사거리의 8층 건물 ‘아름빌딩’ 1층에서 ‘복덩이’라는 삼겹살집을 2년째 운영 중이다.


현재 그와 건물 세입자들은 김갑수의 갑질에 시달리는 중이다.


김갑수는 조부모와 아버지의 제사는 물론이고, 설과 추석의 차례도 삼겹살집에서 치렀다.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을 내쫓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위해서 편의점 입구를 막아버리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작년에 터진 IMF 때문에 월세를 동결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김갑수는 세를 올렸다.


뿐만 아니라 김갑수의 시의원 선거 운동에 세입자들이 강제로 동원되고 있었다.


“지금쯤 집사람은 원정 시장에서 김갑수 의원의 명함을 돌리고 있을 겁니다.”


이정태 사장과 세입자들에게 김갑수는 끔찍한 ‘갑’이었다.


제기랄, 세상에는 ‘갑’이 너무 많다.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건물주, 사장, 조합장,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들까지.


“더럽고 아니꼽지만 어쩌겠습니까?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죠.”


시의원에 출마하려는 내 계획에 이정태 사장을 태우기로 했다.


“사장님, 더럽고 아니꼽지 않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들어보실래요?”

“네?”

“그런데 이건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되는 일입니다.”


이정태 사장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들어나 보죠.”

“사장님이 시의원에 출마하는 겁니다.”

“네?? 제가 무슨 시의원 선거에 나갑니까? 저는 선거가 뭔지도 몰라요.”

“몰라도 됩니다. 시의원에 출마하고 명함만 돌리면 당선은 제가 시켜드릴게요. 시의원에 당선되면 김갑수 의원도 더 이상 갑질을 못 할 겁니다.”

“이거야 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정태 사장이 더 이상 할 말도 들을 말도 없다는 듯 생수만 벌컥벌컥 마셨다.


“되지도 않는 선거에 나갔다가 김갑수 의원한테 찍히면 무슨 봉변을 당하라고요. 당장 가게 앞에 돌덩이라도 쌓아놓을 위인입니다.”


그래, 가능성 없는 희망보다 당장의 고통이 더 두렵겠지.


그렇지만 어느 시인의 시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생각할 시간을 드리죠. 시의원 후보 등록까지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그렇지만 두 번은 없습니다. 이런 기회는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전생에 대통령쯤은 됐어야 하나?


며칠 후,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이정태 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정말 출마만 하면 시의원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썅 거, 안 되더라도 한번 해볼 테니까 도와주세요.”


그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정태 사장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들어보니 김갑수 의원의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고, 이정태 사장의 아들이 1학년이었다.


“그놈이 우리 애 몸에서 삼겹살 냄새난다고 놀리고, ‘꿀꿀’ 소리 내라고 괴롭히고, 코와 귀를 당기면서 괴롭혔답니다. 그걸 애랑 엄마가 쉬쉬했는데 제가 알아버렸어요. 나는 몰라도 우리 애까지 당하는 건 도저히 못 보겠어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그래, 다른 건 다 참아도 부모 욕하는 것과 자식이 당하는 건 못 참지.


“사장님 가게에서 시의원들 회식도 하죠?”

“네, 그런데 그건 왜?”

“계산은 주로 김갑수 의원이 하겠죠?”

“그렇긴 한데······.”


원정동 선거구의 유권자는 12,500명.


당선자는 두 명이다.


투표율이 대략 50% 정도 될 테니까, 2,000표 내외면 당선권이다.


그러나 그건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졌을 때의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건 무투표 당선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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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돈이 원수다. 원수를 사랑하라 +3 24.05.12 1,819 43 12쪽
6 6화. 무천시 의장단 완성 +5 24.05.11 1,859 47 14쪽
5 5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2) +6 24.05.10 1,959 49 12쪽
4 4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1) +8 24.05.09 2,235 50 13쪽
3 3화.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죠 +7 24.05.08 2,291 58 13쪽
» 2화. 세상에는 ‘갑’이 너무 많아 +3 24.05.08 2,598 57 11쪽
1 1화. 목표가 달라졌으니 다르게 걷는다 +5 24.05.08 3,460 6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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