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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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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7.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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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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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723

작성
24.05.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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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12쪽

5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2)

DUMMY

“그럼 역시 강용준 의원을 밀어주는 게 좋을까요?”


이정태 의원이 표심을 정하려는 듯 내게 물었다.


“강용준 의원이라면 시의장으로서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전반기는 아니에요. 강용준 의원은 후반기 때 밀어주죠.”


김충선과 강용준이 전후반기 시의장을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도 있지만, 둘은 정파가 다르다.


보수와 진보.


정당의 공천이 없어도 정파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전반기 시의장을 맡고 나서 후반기 때 다른 소리를 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악착같이 전반기 시의장을 하려는 이유다.


“선 수가 높은 사람 중에 시의장을 뽑는다던데, 셋 다 아니면 더 이상 3선 의원이 없어요.”

“선 수에 따라 의장을 뽑는 게 관행이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죠. 초선이 의장이 될 수도 있어요.”

“네?”

“그래서 제가 나갈 생각입니다만.”

“정말이요?”


이정태 의원이 깜짝 놀라서 나를 보았다.


“뭘 그렇게 놀라요? 제가 나가면 초선이라고 안 찍어주실 거예요? 나가지 말까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야 의원님이 하신다면 무조건 찬성이죠. 그렇지만 다른 의원들이 어떻게 나올지······.”


이정태 의원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의원님만 저한테 투표할까 봐요?”

“시의원 선거 때처럼 다른 후보들이 모두 사임하면 모를까, 쉽지 않은 건 사실이잖습니까?”

“맞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김충선과 강용준 의원이 시의장에 입후보하지 못하게 하고 단독 출마하려고요. 김충선이 시의장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무천시 공금을 횡령할 거예요. 그러니까 김충선이 시의장이 되는 것도 막아야 하고······ 저도 시의장 자리가 필요하거든요.”


내 말을 들은 이정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야 어쨌든 저는 의원님 편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나는 무천시의회 시의장과 무천시장을 거쳐 국회로 진출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의장의 직함이 필요하다.


인지도가 깡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지도이기 때문이다


삼겹살집을 나오기 전에 무천시청 행정지원과 이호식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동안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알고 있습니다.>


김충선이 무천시의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 중 일부를 횡령할 수 있었던 것은 담당 부서 이호식의 공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천시청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이호식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무천시청 이호식입니다. 저한테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은데, 만나서 얘기하시죠.]


문자를 보낸 지 10분 만에 전화가 온 걸 보면 이호식이 내 문자를 제대로 이해한 것 같다.


협박······.


많이 당황한 목소리다.


상대가 당황할수록 이쪽에 여유가 생긴다.


“그러시죠. 시간과 장소는 문자로 보내드리죠.”




*******




저녁 무렵, 무천시 외곽의 상곡공원 벤치에 이호식이 나타났다.


찢어진 눈매에 왜소한 체격의 이호식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몇 년 뒤, 무천시 감사에서 김충선과 이호식의 횡령 건이 터진다.


그때 박문술 의원에게 찾아와서 어떻게든 사태를 무마해달라고 사정하던 김충선과 이호식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


그때 알게 됐다.


이호식이 해먹은 게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김충선은 의원직 사퇴로 마무리됐고, 이호식은 징역 1년을 받았다.


“이호식 주무관님.”


통상 9급부터 6급 공무원을 주무관으로 호칭한다.


이호식은 7급 주사보다.


싸우자고 부른 자리가 아니라 협상안을 제시하고자 부른 자리다.


협박은 이미 문자로 했으니까 어르고 달랠 차례다.


미리 준비한 캔 커피를 이호식에게 건넸다.


“누구시죠? 제 연락처는 어떻게 안 겁니까?”


이호식이 캔 커피를 받지도 않고 경계심과 불안감이 뒤섞인 눈빛으로 물었다.


“박문술 의원 사무실에서 알려줬습니다. 그쪽에 부탁했더니 금방 알려주던 걸요.”

“네??”


이호식의 전화번호는 박문술 의원의 사무실에 꽂아준 사람이 알려준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그에게 이호식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더니 시청에 확인해서 곧바로 알려주었다.


이호식의 표정을 보니 국회의원 사무실을 통해서 전화번호까지 알아냈다는 사실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도대체 그쪽이 누구시기에······?”

“반갑습니다. 무천시 시의원 김강국입니다.”


깜짝 놀란 이호식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잘못했습니다, 의원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천시의원이 제가 지은 죄를 알고 있다면 끝장이다.


감사에서 탈탈 털어버리는 순간 구속이다.


“제발 한 번만 선처 부탁드립니다.”

“잘못한 게 한 번이 아닌데, 어떻게 한 번만 선처합니까?”

“네?”


순간, 나를 바라보는 이호식의 눈빛에서 공포가 느껴졌다.


내가 아는 게 연미 시장 건만이 아니라는 걸 느꼈겠지.


“괜찮아요. 잘잘못이나 따지자고 부른 거 아니니까. 같이 잘살아보자고 부른 겁니다.”

“그럼······?”


이호식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일말의 희망이 동시에 스쳤다.


“앉아요.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공무원 생활에 아무 지장도 없을 테니까.”

“정말입니까?”

“네, 그러니까 앉아요.”


이호식이 조심스런 눈빛으로 다시 벤치에 앉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호식의 나이는 서른이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부터 횡령이나 하는 꼴이라니.


지금부터 이놈은 내가 무천시에 있는 동안 써먹을 도구다.


절대 갑이 된 기분.


전생의 마용진도 나를 옭아맬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마용진을 생각하니 기분 더럽네.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김충선 의원을 찾아가서 시의장 후보에 나가지 말라고 해요. 시의장 후보에 나가면 그동안 연미 시장 활성화 자금 횡령한 게 세상에 알려질 거라고.”

“누가 그랬냐고 물으면 뭐라고······?”

“모른다고 해요. 전화 통화만 해서.”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시키는 대로만 하면 저는 무사한 거죠?”

“재래시장 간판정비업체한테 리베이트 받았죠?”

“네?”

“관할지역 식당 사장들한테 위생 점검 일정 알려주는 대가로 얼마나 챙겼어요?”


내 말을 들은 이호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이호식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살려달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살려달라는 말을 거짓으로 하는 인간은 없을 테니까.


“어서 일어나요. 죄인이라고 동네방네 소문나고 싶어요?”


다시 벤치에 앉은 이호식은 고개도 들지도 못한 채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이호식 주무관이 죄지은 것만큼 차근차근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김충선 의원부터 만나요.”

“네······.”

“앞으로도 내가 시키는 일이 있으면 ‘네’라고만 대답하고.”

“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캔 커피를 따서 이호식의 손에 쥐여주었다.


“내가 시키는 일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갑과 을이 명확해졌고 목줄을 채웠으니, 더 이상의 존대는 필요 없다.


“네, 알겠습니다.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사람도 죽일 수 있나?”

“네??”


이호식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농담이야.”

“아, 네······.”


이호식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걱정 마. 사람을 죽이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럼······.”


내가 공원에서 멀어지는 동안에도 이호식은 벤치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생각이 많을 거다.


초선 시의원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시키는지.


어떻게 자신의 비리를 다 알고 있는지.


당장 김충선에게 도움을 청할까, 고민도 하겠지.


그러나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거다.


자신의 목줄을 쥔 게 나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공원을 나오자마자 강용준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강국이라고 합니다.”

[하이고~ 김강국 의원님. 그렇지 않아도 어제 안 오셔서 서운했습니다. 하하하.]


시의장이 되기 위해서 한 표가 아쉬운 강용준이다.


곧바로 무천시 정동에 있는 강용준 의원의 대형 중국집 ‘만강’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




어제 시의원들이 모였던 만강은 2층과 3층에 열두 개의 크고 작은 룸과 홀이 있다.


박문술 의원이 가끔 이용하던 곳이라서 잘 알고 있다.


“어서 오세요. 강용준입니다.”


50대 초반의 강용준 의원이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김강국입니다.”


향이 좋은 차와 고급 요리가 들어왔다.


“저녁을 들기에는 늦은 시간이지만 저희 식당에 오셨는데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어서요. 소화에 부담이 없는 요리들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드세요.”

“감사합니다.”


잠시 요리에 대한 품평과 시의회의 이야기가 오갔다.


‘인사치레는 이 정도면 됐고······.’


두 번째 맥주병을 따면서 내가 먼저 시의장 이야기를 꺼냈다.


“실은 어제 김충선 의원의 식당에 있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열네 명이 모였다고요.”

“정확히 말하면 열두 명이죠. 거기 모인 의원 중 두 명은 강용준 의원님 사람이니까요.”


맥주잔을 들던 강용준 의원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냐는 듯 나를 보았다.


“나란히 앉은 재선 의원 두 분이 영 불편해 보여서요. 물과 기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내가 강용준 의원님이라면 여기 분위기가 궁금하겠구나 하고요.”

“눈치가 빠르군요.”


강용준이 꿀꺽꿀꺽 맥주잔을 비우고 나에게 물었다.


“시의장 선거에서 저를 지지해주면 원하는 상임위를 보장하죠. 제가 전반기 시의장이 되면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회도 드리고요. 재선에 도움이 될 겁니다.”


강용준 의원이 시혜라도 베푸는 듯 말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군요. 저는 제안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제안을 하러 온 겁니다.”

“뭐요?”

“후반기 시의장 자리를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상반기 상임위원장도 네 개 모두 의원님 사람으로 앉힐 수 있게 해드리죠.”

“헛!!”


강용준 의원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음식이 상했나? 멀쩡한 음식을 먹고 헛소리라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강용준 의원의 말이 짧아졌다.


“이봐, 새파란 초선. 김충선 의원이 보냈어? 제깟 놈이 전반기 시의장을 할 테니까 나보고 찌그러지라고?”

“아니요. 김충선 의원은 전반기든 후반기든 시의장에 출마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물론입니다.”


강용준 의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럼 나한테 전반기 의장을 포기하라는 건 누구 뜻이지?”

“제 뜻입니다. 전반기 의장은 제가 해야겠습니다.”

“초선 주제에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시의장이 되려면 시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된다는 건 알고 있나? 시의원 중에서 너한테 표를 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김충선 의원과 강용준 의원님이 시의장 출마를 포기하시고 저를 밀어주시면 과반은 충분할 것 같은데요.”

“미쳤군. 김충선 의원은 몰라도 내가 왜 의장 출마를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때 테이블에 놓인 강용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여보세요?”


강용준 의원이 전화를 받았다.


[강 의원, 당신 지금 선 넘었어!! 나한테 이러고도 당신은 무사할 거 같아?! 네가 감히 나를 협박해?!!]


휴대폰 너머 김충선의 고함이 맞은편의 나한테까지 들렸다.


“김 의원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좀 알아듣게 말씀해보세요.”


이호식이 정확한 타이밍에 김충선을 만난 것 같다.


김충선은 이호식에게 협박 전화를 한 사람이 강용준 의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한 명의 3선 조성호 의원은 그럴 배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르는 척하지 마! 당신은 얼마나 깨끗해서 이러는지 몰라도 두고 보자고! 내가 네놈 조상 무덤 속 백골까지 탈탈 털어줄 테니까. 에라이!! 나쁜 놈아!!]


김충선이 남의 조상 ‘파묘’까지 들먹이면서 전화를 끊었다.


강용준 의원이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김충선 의원이 시의장 출마를 포기한 것 같군요.”


내 말을 들은 강용준 의원이 믿기 어렵다는 듯 끊어진 휴대폰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말도 안 돼. 도대체 이게 무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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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돈이 원수다. 원수를 사랑하라 +3 24.05.12 1,819 43 12쪽
6 6화. 무천시 의장단 완성 +5 24.05.11 1,859 47 14쪽
» 5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2) +6 24.05.10 1,960 49 12쪽
4 4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1) +8 24.05.09 2,235 50 13쪽
3 3화.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죠 +7 24.05.08 2,292 58 13쪽
2 2화. 세상에는 ‘갑’이 너무 많아 +3 24.05.08 2,598 57 11쪽
1 1화. 목표가 달라졌으니 다르게 걷는다 +5 24.05.08 3,460 6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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