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7.05 17:0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6,127
추천수 :
2,282
글자수 :
368,723

작성
24.05.08 17:05
조회
2,291
추천
58
글자
13쪽

3화.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죠

DUMMY

전생에서는 고영일 선배의 말대로 박문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4년을 일했다.


덕분에 나는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원정동 선거구에서 있었던 일부터 4년간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남들이 모르는 미래를 나 혼자 안다는 건 엄청난 힘이다.


지금부터 나는 그걸 이용할 생각이다.


나와 이정태 사장은 선거 기간 개시일 90일 전부터 가능한 예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정태 사장이 예비 후보로 등록한 사실을 김갑수 의원이 알게 되면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고, 무투표 당선이 목적이었기에 굳이 선거 운동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드디어 시의원 후보자 등록 신청일.


“이정태 사장님, 준비됐죠?”

“네, 대가리가 깨지더라도 해 보겠습니다.”


이정태 사장과 함께 시의원 후보 등록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정태 사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 번호 표시 서비스가 시작되는 건 2001년부터다.


번호가 찍히진 않았지만 김갑수 의원일 것이다.


이정태 사장의 아내가 오늘부터 김갑수 의원의 선거 운동에 나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떡하죠?”

“받지 마세요.”


김갑수는 이제 곧 이정태 사장의 아내가 선거 운동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




그날 저녁 원정사거리 삼겹살집, 복덩이.


이정태 사장과 함께 김치찌개에 저녁을 먹는데 시의원 예비 후보 어깨띠를 두른 김갑수 의원이 씩씩거리면서 들어왔다.


시의원 후보 등록을 하면서 먼저 등록한 ‘이정태’의 이름을 확인한 것 같다.


그런데 함께 등록한 내 이름은 알려나?


“야, 너 당장 쫓겨나고 싶어? 가게 앞에 도랑 파서 장화 신고 건너게 해줘? 건물주가 시의원 하니까 시의원이 만만해 보여? 세나 사는 주제에 어디서 시의원이야? 격 떨어지게.”


가게에 손님이 있었지만 김갑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장 후보 사퇴하고, 네 마누라도 다시 내보내. 건물주가 시의원이면 세입자한테도 좋은 거 아냐?”

“······.”


이정태 사장이 대들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아무리 모진 마음을 먹었더라도 하루아침에 ‘갑’에게 고개를 쳐들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당하고 길들여진 세월이 있으니까.


“김갑수 의원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피선거권이 있다는 거 모르십니까?”


이정태 사장 대신 내가 나섰다.


“뭐요? 어? 그쪽은 고 보좌관이랑 같이 있던?”


그제야 나를 알아본 김갑수가 움찔했다.


“좋기는커녕 지금 이거 영업 방해라는 거 아십니까? 손님들 불편해하는 거 안 보여요?”


김갑수가 내 말을 귓등으로 흘렸다.


“설마 당신이 등 떠밀어서 이 인간 시의원 내보낸 거야? 고 보좌관도 당신 이러는 거 알아? 이거 정말이면 당신 실수하는 거야.”


자기편이라고 생각할 때는 세상 친절하더니 이제는 말끝마다 ‘당신’에 반말이다.


“김갑수 의원님, 유권자들한테 이런 모습 보이면 찍어줄 것 같습니까? 안 그래요? 김갑수 의원님.”


일부러 ‘김갑수’의 이름을 두 번이나 또박또박 부르면서 말했다.


그러자 김갑수가 어깨띠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슬쩍 가렸다


가게 안의 손님은 여덟 명이었지만 그들의 입소문에 수십 장의 표가 달렸기 때문이다.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후보 등록차 갔더니 마침 이정태 사장도 후보로 등록을 했기에 축하하러 온 겁니다. 이정태 사장, 선의의 경쟁 합시다. 우리 지역구에서 시의원 두 명 뽑는 거 알죠? 둘이서 나란히 무천시 의회에 들어가면 좋겠네요.”


김갑수가 갑작스런 존대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러나.


“그건 곤란하겠는데요. 저도 이정태 사장님과 함께 시의원 후보에 등록했거든요. 무천시 의회는 저와 이정태 사장님이 들어가게 될 겁니다.”


김갑수의 표정이 험하게 일그러졌다.


“뭐라고?? 당신도 시의원에 나온 거야?”

“선의의 경쟁 하시죠.”

“생판 처음 보는 이름이 후보에 있어서 어떤 놈인가 했더니 당신이었어? 둘이 무슨 개수작인지 몰라도 소용없이. 야, 삼겹살. 가게에 찌든 기름때랑 주방 내부 싹 다 원상 복구하고 벽이든 바닥이든 흠집 하나 없게 해. 조만간 가게 빼야 할 테니까. 어디서 되지도 않는 놈 뒤에 줄 서서 개기길 개겨?”

“의원님, 아직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았는데요?”


이정태 사장이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까고 있네.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는 거지, 뭔 말이 많아? 당장 후보 사퇴하고 저 새끼까지 사퇴시켜. 못하겠으면 당장 가게 비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2001년 12월에 제정된다.


이전까지는 계약서보다 건물주의 마음이 우선이었다.


김갑수 의원이 밖으로 나가자 억지로 버티던 이정태 사장의 다리가 휘청했다.


“어떡하죠? 당장 시설 정리하고 내부까지 원상 복구시키려면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닌데······.”


당장 나가라는 건물주의 한마디에 이정태 사장은 이미 패배자가 됐다.


그래도 후보 사퇴하자는 말은 안 해서 다행이네.


“그런 걸 왜 걱정해요? 시의원 되면 함부로 쫓아내지도 못할 건데.”

“정말 제가 시의원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김갑수 의원이 시의원 회식비 뻥튀기해서 뒤로 받은 내역은요?”

“네, 일전에 말씀하신 대로 싹 다 준비했습니다.”


이정태 사장이 누런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시의원들이 회식한 영수증과 매출 전표, 뻥튀기한 회식비 차액을 김갑수 의원에게 송금한 내역까지 들어 있었다.


됐다, 이걸로 김갑수를 잡는다.


전생에서는 국회의원까지 잡아먹던 나다.


시의원 하나쯤 날리는 건 문제도 아니다.


“사장님, 제 뒤에 줄 선 거 잘하신 겁니다.”




*******




원정사거리 위쪽 언덕길에 규모도 크고 장사도 잘되는 ‘사러 가 슈퍼마켓’이 있다.


‘사러 가 슈퍼마켓’의 이성진 사장은 김갑수와 함께 원정동 지역구 시의원이다.


그 역시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그는 예기치 않은 문제로 중도에 탈락했다.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내역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러 가 슈퍼마켓’의 계산대에서 일하는 내연녀가 화근이었다.


선거 기간 중에 이성진의 아내는 남편이 내연녀에게 오피스텔 전세를 얻어줬다는 사실을 알 게 되고, 이성진은 딜레마에 빠진다.


오피스텔 전세금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하자니 선관위에 재산 신고를 누락한 게 되고, 아니라고 하자니 천만 원 이상을 내연녀에게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론이 빠르게 났다.


이성진의 아내가 내연녀의 머리채를 잡고 한바탕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선거가 물 건너갔다고 판단한 이성진이 후보는 곧바로 사퇴했다.


그때는 이성진의 아내가 이성진이 내연녀와 통화할 때, 엿들은 게 발단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선수를 쳐야 한다.


그래야 김갑수 의원까지 날릴 수 있다.


밤 10시부터 ‘사러 가 슈퍼’가 내려다보이는 2층 카페에서 내연녀를 감시했다.


11시가 되자 내연녀와 슈퍼 직원들이 퇴근했다.


동성오피스텔 1204호로 내연녀가 들어가고, 30분 뒤에 이성진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로 찍어서 다음 날 일찍 메모와 함께 이성진의 아내에게 보냈다.


<더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저녁 6시에 원정공원 야외무대 뒤로 오세요.>


저녁 6시, 원정공원.


짜증과 신경질이 가득한 얼굴로 이성진의 아내가 나타났다.


나는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그 앞에 섰다.


“누구예요?”

“내가 누군지 궁금한 겁니까? 아니면 남편이 들어간 오피스텔에 누가 사는지가 궁금한 겁니까?”


이성진의 아내에게 보낸 사진은 오피스텔이 몇 호인지 나오지 않게 찍었다.


“그쪽이 누군지는 관심도 없어요.”

“오피스텔에 누가 사는지, 거기가 어딘지 알려주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5월의 날씨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자니 머리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돈이라면 얼마든 말해요. 당장 줄 테니까.”

“제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사모님의 입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남편이 슈퍼 직원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뭐라고요?!!”


남편의 내연녀가 슈퍼마켓 직원이라는 사실에 이성진의 아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생에서 내연녀의 머리를 다 뽑았다던데······.


“그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 김갑수 의원이라고 남편한테 말해요. 그럼 남편의 내연녀가 어느 오피스텔 몇 호에 사는지 알려드리죠.”

“됐어요. 그 쌍년이 슈퍼 직원이라면 집히는 년이 있으니까 내가 알아내죠.”


여자의 촉이란 이런 것인가?


언제 걸려도 걸릴 판이었다.


“아, 오피스텔도 남편이 얻어준 건 아세요? 전세로.”

“이런 미친 새끼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돌아서던 이성진의 아내가 멈칫했다.


“김갑수 이름만 말하면 되죠? 나중에 돈 달라거나 딴소리하기 없기에요.”

“물론입니다.”


그날 오후, 슈퍼에서 일하던 내연녀를 시작으로 남편의 영혼까지 털어버린 김성진의 아내가 김갑수 의원의 이름을 말해버렸다.


“야 이 개새끼야!! 김갑수 의원이 알려주더라!! 시의원이라고 잘난 척하더니 겨우 한다는 게 계집질이야? 그러면서 선거 때마다 원정동 발전시킨다고 떠들어? 제 아랫도리도 주체 못하는 새끼가 무슨 시의원이야!!”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유부녀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바람피우는 놈이다.


다른 건 몰라도 ‘바람’ 앞에서는 정치색과 상관없이 대동단결이다.


결국 시의원 후보에서 사퇴한 이성진 의원이 씩씩거리면서 김갑수 의원을 찾았다.


김갑수 의원이 자신을 떨어뜨리려고 아내를 이용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개놈의 새끼가 둘이 손잡고 나란히 재선에 성공하자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영문도 모르는 김갑수 의원과 미친놈처럼 열받은 이성진 의원이 싸우는 사이, 고영일 선배는 원정경찰서를 찾았다.


이정태 사장이 내게 준 누런 서류 봉투를 들고.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의 말은 곧 국회의원의 말이다.


굳이 의원님 뜻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알아듣는 게 이 바닥이다.


고영일 선배가 경찰서에 들어간 지 1시간도 안 돼서 삼겹살집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현직 시의원의 비위에 대한 고발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수사는 이정태 사장의 적극적인 협조와 고영일 선배가 들고 간 증거를 타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무천시 의회에서는 삼겹살집 회식비 횡령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항변했고, 고영일 선배는 김갑수의 전화를 차단했다.


궁지에 몰린 김갑수 의원은 시의원 후보를 사퇴하고 이정태 사장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김갑수 의원이 회식비에서 돌려받은 금액은 부풀린 차액 이상이었다.


이정태 사장의 주머니까지 삥을 뜯은 것이다.


“이 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더 받은 돈은 이자까지 쳐서 돌려드리겠습니다.”


김갑수 의원이 이정태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게도 십 년이든 백 년이든 원하시는 만큼 하세요.”

“가겟세를 두 배, 세 배 올리면 그렇게 있고 싶어도 못 있죠.”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로 가겟세는 올리지 않겠습니다.”

“지금 내는 가겟세도 주변 시세보다 비싼 건 아시죠?”

“가겟세도 주변 시세로 맞추겠습니다.”

“저만 그런 대접을 받으면 특혜니, 뭐니, 좀······.”

“그럼요, 그럼요. 다른 세입자들도 똑같이 내려드려야죠.”

“10년 동안 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계약서를 써주시면 생각해보죠.”

“바로 계약서 쓰시죠!!”


김갑수의 말에서 다급함과 진심이 느껴졌다.


이정태 사장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금품갈취가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왕 벗겨버린 거,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좋겠지?


“김갑수 의원님, 일전에 저와 고영일 보좌관이 먹은 식사비는 지불하셨나요?”

“네??”

“저랑 처음 인사하던 날 말이에요. 기억 안 나세요?”

“아닙니다. 기억납니다.”


김갑수가 얼른얼른 지갑을 꺼냈다.


“미안합니다. 제가 깜빡했네요. 얼마를 드리면 되죠?”


이정태 사장을 바라보는 김갑수 의원의 눈이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만 원만 주세요.”


이정태 사장이 돈을 받으면서 김갑수 의원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죠.”




*******




김갑수와 이성진이 후보를 사퇴하면서, 한 명의 후보가 남았다.


“고영일 보좌관이 제 선뱁니다. 이번에 저와 이정태 사장이 출마하게 된 것도 선배가 모시는 의원님의 뜻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말인데, 월급 한 푼 없는 명예직보다 실리를 챙기는 건 어떨까요?”


한 명 남은 후보까지 고영일 선배가 내게 제안했던 박문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6급 비서로 보내면서 원정동 시의원 후보는 나와 이정태 사장만 남았다.


6월 4일,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


무천시 원정동 지역구에서는 시의원 후보 두 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7화. 돈이 원수다. 원수를 사랑하라 +3 24.05.12 1,819 43 12쪽
6 6화. 무천시 의장단 완성 +5 24.05.11 1,859 47 14쪽
5 5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2) +6 24.05.10 1,959 49 12쪽
4 4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1) +8 24.05.09 2,235 50 13쪽
» 3화.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죠 +7 24.05.08 2,292 58 13쪽
2 2화. 세상에는 ‘갑’이 너무 많아 +3 24.05.08 2,598 57 11쪽
1 1화. 목표가 달라졌으니 다르게 걷는다 +5 24.05.08 3,460 6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