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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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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7.01 17:05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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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6,013

작성
24.05.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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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2쪽

7화. 돈이 원수다. 원수를 사랑하라

DUMMY

“너, 뭐야?”


시의회를 나와서 닭갈비에 맥주 한잔을 하는 동안 대학 때 이야기만 하던 고영일 선배가 못 참겠다는 듯 물었다.


“뭐가?”

“사시 말이야. 갑자기 그건 왜 다시 하라는 거야?”

“선배가 판검사 되는 거 보고 싶어서.”

“정말?”

“어.”

“정말 그게 다야?”

“솔직히 말하면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

“그게 진짜 이유겠네. 뭐야? 내가 사시를 다시 준비해야 하는 이유.”

“나중에. 선배가 사시 패스하면, 그때 말해줄게.”

“돈이 원수다. 내가 너한테 이런 소리를 다 듣고. 싫어, 인마. 네가 뭐라고 나를 장학생으로 키워? 진짜 이유 말하기 전까진 사시 얘기 꺼내지도 마.”


역시 고영일 선배다.


고영일 선배는 대학 때 수시로 데모에 참가했지만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눈치도 빠르고, 돌아가는 판을 읽는 눈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쏴라 있네!”

“뭐 인마? 그럼 내가 살았지, 죽었냐?”

“그러니까 단칼에 자르지 말고 생각이라도 해봐. 시의회에 입성하자마자 시의장이 된 후배가 어디까지 클 수 있을지, 그런 후배를 곁에서 지켜주고 밀어주는 게 어떤 의미일지.”


내 말을 들은 고영일 선배가 검지로 탁자를 톡톡 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설렁설렁 하쿠나마타타인 사람이 진심으로 고민에 빠질 때의 습관이다.


그래도 고맙네.


나의 제안을 무시하지 않고 고민해줘서.


“생각 좀 해보자.”


잠시의 고민 끝에 선배가 내린 결론은 ‘결론의 유예’였다.


사시를 준비하려면 멀쩡한 4급 보좌관을 때려치우고 불확실한 미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부양해야 할 가족까지 있다.


대번에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고영일 선배가 맥주잔을 채우면서 말했다.


“자주 못 본 사이에 무슨 일 있었냐? 갑자기 시의원이 되지를 않나, 뭔가 엄청난 일이라도 꾸미는 것처럼 굴지를 않나.”

“살아지는 대로 살았더니 후회되더라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살아야 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이것 봐, 이것 봐. 새끼, 이거 이상해졌다니까. 네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이거 왜 이래? 내가 얼마나 살았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인간은 갖지 못한 것을 욕망한다.


그중에서도 남의 떡과 놓친 물고기가 그렇다.


전자는 질투고, 후자는 아쉬움이다.


고영일 선배에게는 ‘사법고시’가 남의 떡이고, 놓친 물고기다.


“내가 선배 좋아하는 거 알지?”

“시끄러.”

“선배가 졸업 전까지 사시에 합격할 수 있을지 없을지 사람들이 내기했어.”

“몰랐네, 너는 어디에 걸었냐?”

“합격.”

“너 설마 그거 때문에 사시 보라는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선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지 말라고 한 말이야.”

“미친놈, 국어 강사 하더니 말발만 늘어서는······ 어따 약을 팔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영일 선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어쩐지 어깨도 아까보다 한 뼘은 더 올라간 것 같다.


고영일 선배에게 며칠 안에 연락이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고영일 선배와 헤어지고 계좌를 확인했더니 천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들어있었다.


국회의원의 4급 보좌관 연봉은 대략 5,000만 원 내외다.


그 정도 수준을 맞추려면 매달 400만 원 정도는 지원해야 한다.


통장에 있는 돈만 가지고는 두 달 치 지원금밖에 안 된다.


역시 돈이 원수다.


그러나 그건 내가 미래를 알지 못할 때의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돈이라는 원수를 사랑할 것이다.


그래서 나와 이웃을 널리 이롭게 하는 데 쓸 것이다.


더러운 정치자금에서도 자유로워질 거다.


‘그런데 코인은 왜 이렇게 늦게 나온 거야?’


아쉽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2009년 이후에나 세상에 나온다.


인생 한 방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군.



*******



다음 날 오전, 무천시 꽃마루 도서관.


1998년 오늘 자 일간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찬찬히 훑었다.


<손주환 씨 출국금지

-한은 관계자들, 협력사에서 100억대 받아 정‧관계 로비>


<정부, 주한 러외교관 ‘맞추방’

-아브람킨 참사관 72시간 내 출국 통보>


<공기업 수천억 세금 탈루

-한국통신 등 수백억씩 확인······ 임금‧수당 과다 지급. 국세청 대대적 세무조사>


세상 참······ 쉽게 안 바뀐다.


날짜만 지우면 회귀 전 신문이라고 해도 믿겠다.


‘다들 한 번씩 죽었다 깨어나야 정신을 차리려나.’


씁쓸한 마음으로 경제면을 펼쳤다.


전생의 기억과 경제면에 실린 기사를 조합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을 찾아야 한다.


일확천금까지는 아니어도,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정보가 어디 있을까?


국내 주식시장에서 최고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6개월 만에 거의 150배 상승한 새롬기술이다.


주인공이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는 웹소설에서도 새롬기술을 모티브로 썼다.


2,000원도 안 되는 새롬기술 주식이 2000년 초에 28만 원을 넘긴다.


그러나 새롬기술이 코스닥에 상장되는 건 내년 8월이다.


두 달 치 지원금밖에 없는데 1년이나 기다릴 수는 없다.


당장 이익을 봐야 하는데 딱히 주식 정보로 이어지는 기사가 안 보인다.


조급한 마음으로 신문을 계속 뒤적이는데 하단의 5단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맑고 신선한 해표 식용유. 좋은 식용유가 좋은 맛을 냅니다.>


뜬금없이 식용유 광고가 눈에 들어온 건 하단부에 적힌 ㈜신동방이라는 회사명 때문이다.


전생의 나는 이 시기에 박문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6급 수행비서로 근무했다.


물론 대외적으로 보좌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정확한 급수와 직책은 그랬다.


나와 함께 근무했던 9급 인턴이 주식을 했는데, 그러다 대박 난 게 바로 ㈜신동방 주식이었다.


세계 최초의 세제 없이 빠는 세탁기, 마이다스!


㈜신동방에서 마이다스 세탁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주가는 14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3천 원대였던 ㈜신동방의 주가가 일곱 배나 뛰었다.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신동방의 주식이 계속해서 상한가를 치자 뒤늦게 뛰어든 9급 인턴이 세 배를 벌었다면서 발리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고영일 선배가 사법고시를 결심해도 당장에 보좌관을 그만둘 수는 없다.


새로 4급 보좌관을 채용하고 인수인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천만 원을 투자할 시간이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마이다스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주식 계좌를 만들고 천만 원으로 ㈜신동방의 주식 3천 주를 샀다.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여름이 가기 전에 일곱 배가 뛰기를 기대하면서.


㈜신동방의 주식이 14번 연속 상한가를 쳤다는 사실만 잊지 않고 매도하면 된다.



*******



의장단 구성으로 시작된 무천시의회 임시회가 열흘간 이어졌다.


임시회가 진행되는 대회의장은 강용준 계파와 김충선 계파, 조성호 계파로 나뉘었다.


국회에 비유하면 거대 양당과 제3당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이선철 시장의 시정보고와 상임위별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이어서 ‘옥외 광고물 관리조례 개정안’과 ‘청소년수련관 운영 조례안’이 처리됐다.


쟁점이 없는 조례안들이라서 임시회는 별다른 마찰 없이 진행됐다.


“그럼 이것으로 임시회를 마치겠습니다.”


임시회가 끝나고 시청 앞 한정식 식당에 시의원들의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의장님, 3대 시의원들 첫 식사 자리인데 한 말씀 하시죠.”


부의장을 맡는 조성호 의원이 말했다.


“자, 다 같이 잔들 채우시고.”


회의 중에는 지루한 표정을 숨기지 않던 시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서로의 술잔을 채웠다.


그중에는 열심히 졸던 시의원들도 보였다.


“흐음······.”


배고픈데 밥이나 먹지,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딱히 하고 싶은 말은 없지만 뭐라고 한마디 해야 숟가락을 들 기세다.


후딱 한마디 하고 밥 먹자.


나는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러분 덕분에 무천시의회의 전반기를 이끌어가게 됐습니다. 무천시의 발전을 위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 끝! 건배!”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의장님.”


강용준 의원 쪽 시의원들만 한 마디씩 던졌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세 개의 계파는 잘 섞이지 못하고 저희들끼리 어울렸다.


그래, 여기도 작은 국회니까 ‘계파’ 가르고 ‘여야’ 갈라서 으르렁거리는 맛도 있어야지.


여야라는 생각을 하니까 저들 중에서 강용준 계파가 ‘여당’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회의 제3세력 조성호 계파와 연합해서 상임위를 독식했고, 시의장도 같은 편이니까.


‘여기가 맛집이네.’


전생에 박문술 의원과 함께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밖에서 대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만 처먹고 다니니까 끝이 안 좋지.


전생의 박문술은 대권에 도전하면서 고영일 선배에게 넘기기로 한 무천시 지역구를 엉뚱한 인물에게 넘긴다.


그가 거액의 정치자금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공천 하나만 바라보며 충성했던 고영일 선배가 박문술 의원의 부정을 언론에 흘리면서 돌아선 이유다.


고영일 선배는 박문술 의원이 경찰 수사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한다.


박문술 의원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생의 박문술 의원은 경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니까.


더불어 고영일 선배의 복수도 해주고.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김충선 의원이 슬쩍 다가왔다.


“의장님, 여기 음식이 입에 맞나 봅니다.”


지금 이거 나한테 비아냥거리는 거지 맞지?


‘밥은 먹고 다니냐?’ 이런 거지?


“의원님도 잘 드시던데요? 원래 이것저것 다 해먹는 스타일이라서 식성이 좋으신가?”

“뭐요?”

“제가 잘못 알았나요? 맞는 것 같은데.”

“이봐!”


김충선이 나를 노려보면서 뭐라고 대거리하려는데 한초영 의원이 나왔다.


“한초영 의원님, 김충선 의원님한테 연미 시장 건은 인수인계받으셨어요?”

“네, 김충선 의원님께서 예산과 감사까지 꼼꼼히 잘 정리해놓으셔서요.”


그래, 뭐든 불법으로 해먹으려면 꼼꼼해야 하니까.


“디테일은 행정지원과 직원들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안 그래요? 김충선 의원님.”


은근슬쩍 자리를 뜨려던 김충선이 멈칫했다.


“그렇죠. 내가 가진 자료는 다 넘겼으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그쪽에 알아봐요.”


김충선 의원이 억지 미소로 한초영 의원에게 말했다.


“김충선 의원님, 행정지원과 연미 시장 담당이 누구죠? 이름이······?”


내가 김충선 의원에게 물었다.


같이 해먹은 공무원 이름을 상기시키려고.


“행정지원과 이호식 주무관이요.”


김충선 의원이 이호식의 이름을 내뱉으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얼른 돌아서서 멀어졌다.


“김충선 의원님 바쁜 일 있나 봐요.”


속사정을 모르는 한초영 의원이 말했다.


“그러게요. 식당에 예약 손님이라도 밀렸나?”

“네?”

“김충선 의원이 연미 시장에서 커다란 한우정육식당을 하거든요.”

“아······.”

“언제 한번 같이 가시죠. 맛이 아주 좋습니다.”

“좋아요!”


나도 모르게 멀어지는 김충선의 뒷모습을 보면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김충선, 어따 대고 눈알을 부라려? 너는 내 밥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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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성동지역개발 (3) 24.06.02 1,000 35 14쪽
31 31화. 성동지역개발 (2) 24.06.01 1,020 38 13쪽
30 30화. 성동지역개발 (1) 24.05.31 1,049 35 12쪽
29 29화. 2억짜리 사과 상자 24.05.30 1,064 33 13쪽
28 28화. 해먹을 결심 24.05.29 1,044 39 13쪽
27 27화. 같은 편은 믿기 어려워도 믿어주는 거니까 24.05.28 1,044 35 13쪽
26 26화. 주객전도, 술 면접 24.05.27 1,059 39 14쪽
25 25화. 시끄러운 사람 24.05.26 1,093 35 12쪽
24 24화. 함께 걷고 싶은 사람들 +1 24.05.25 1,145 33 12쪽
23 23화. 개나리 동산 24.05.24 1,177 34 15쪽
22 22화. 무천시 복개천 공사 (2) 24.05.24 1,215 35 12쪽
21 21화. 무천시 복개천 공사 (1) 24.05.23 1,266 38 13쪽
20 20화. 무천시 야시장 24.05.23 1,290 35 12쪽
19 19화. 로엘 백화점의 정화 작업 (2) +2 24.05.22 1,308 34 14쪽
18 18화. 로엘 백화점의 정화 작업 (1) +1 24.05.21 1,346 35 12쪽
17 17화. 돈쭐 난 노점상 +1 24.05.20 1,346 35 12쪽
16 16화. 노숙자? 아니, 나숙자 변호사 24.05.19 1,366 38 12쪽
15 15화. 사뿐히 즈려밟아 드립니다 (2) +2 24.05.18 1,428 37 13쪽
14 14화. 사뿐히 즈려밟아 드립니다 (1) +2 24.05.18 1,446 38 13쪽
13 13화. 개와 밥. 주의, 개밥 아님 +4 24.05.17 1,459 40 13쪽
12 12화. 떡볶이가 뭐기에 +7 24.05.17 1,456 38 13쪽
11 11화. 정무적 판단 +3 24.05.16 1,510 39 14쪽
10 10화. 무천신문, 정언유착 +3 24.05.15 1,538 37 12쪽
9 9화. 조금씩 알아가는 사이 +6 24.05.14 1,593 38 13쪽
8 8화. 30년 만의 맛을 망치다니 +7 24.05.13 1,647 45 12쪽
» 7화. 돈이 원수다. 원수를 사랑하라 +3 24.05.12 1,680 41 12쪽
6 6화. 무천시 의장단 완성 +5 24.05.11 1,712 46 14쪽
5 5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2) +6 24.05.10 1,800 48 12쪽
4 4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1) +8 24.05.09 2,064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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