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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연 독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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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최근연재일 :
2022.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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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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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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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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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용의자(1)

DUMMY

026 용의자(1).



가을의 끄트머리. 찬 바람과 함께 기말시험이 코앞까지 다가온 룬 아카데미는 사늘했다.


"시간은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했다만."


베르망은 레렌, 리린 남매에게 내주었던 과제를 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그의 앞에 앉아 있는 남매는 울상을 지었다. 베르망은 차분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종이를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남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그게. 요즘 대장이 바빠서 과외를 제대로 받지 못했잖아. 그래서 그런지 막히는 부분이 많아서. 하하. 그렇지 리린."

"......"


레렌이 머쓱하게 웃으며 리린을 바라봤다. 리린은 입을 다물 뿐이었다.



"그렇군. 내 잘못이군."


베르망의 고저 없는 음성이 남매의 귀에 박혔다.


딸꾹.


레렌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해댔다.


"레렌. 내 사과를 바라나?"

"대, 대장이 사과를? 그, 그럼 재밌을 거 같긴......"


레렌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렀다. 그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다만 자신의 뒤통수를 갈긴 리린 탓에 말을 끝내지 못했다.


"우리가 잘못했어. 하하-. 다 풀고 찾아올 게."


리린은 목덜미에 땀이 송골송골 했다. 장난을 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레렌의 귀를 잡아 뜯을 듯 당기며 기숙사 방을 나섰다. 베르망은 남매를 별말 없이 지켜만 봤다. 테이블 밑에 숨겨진 그의 손에는 뽑힌 호리병의 뚜껑을 쥐고 있었다.


"뭘 잘했다고 눈을 부릅떠? 오늘따라 분위기 파악을 왜 그리 못 하는 거야!"


문밖에서 리린의 사나운 고함이 울렸다.


"그게...... 너무 재밌어서. 아무튼, 고맙다. 리린."


레렌은 혼이 나면서도 해맑은 목소리를 냈다. 베르망은 창가를 바라봤다. 둥글 달이 환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연유 없이 못마땅해 커튼을 쳤다.


- 어르신.


베르망의 품속에서 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베르망은 익숙하게 수정 구술을 꺼냈다.


"말해라."

- 그, 그 알아보라던 라골 일가의 살인 사건이 생각 이상으로 큰 사건인 듯합니다. 제 권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입니다.

"......"


베르망은 침묵했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 그, 그렇다고 정보를 못 구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다른 루트로 정보를 얻느라 적잖은 노력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하는 바람에......

"반."

- 예, 어르신.

"벌써 내가 쉬운가?"


침묵이 내려앉았다. 수정 구술 뒤편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 죄, 죄송합니다.

"알아낸 것이나 말해라."

- 현재 경찰은 과거 검귀라 불렸던 검사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검귀에 대한 작은 신원 정보조차 밝히지 못한 상황이라 조사에 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


베르망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는 심호흡을 길게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검귀라 특정한 연유는 무엇이지?"

- 감시용 수정 구슬에 녹화된 침입자의 영상과 간수들의 목격 진술을 토대로...... 정년을 앞두신 선배. 아니, 경찰들이 검귀로 확신에 가깝게 특정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범인이 신원을 노출할만한 증거를 하나도 남기지 않다 보니 과거 검귀의 활동 시기를 직접 겪었던 경찰들의 의견이 유일한 증거라. 참. 죄송합니다.

"그게 다인가."

- 그리고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검귀는 라골이 부활하는 걸 그 자리에서 기다리며 3회에 걸쳐 목을 그었지만, 부모를 살해하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는 라골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자결했습니다. 제가 알아낸 정보는 이게 다입니다.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직접 들고 와라. 내게는 불편하나 네게는 좋겠지."

- 알겠습니다.


수정 구슬 너머로 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베르망은 수정 구슬은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괜스레 머리를 쓸어 넘겼다.


"무엇이 꼬인 거지."


베르망은 의자에 기대며 천장을 바라봤다.


"베호닉이 라골을 한 번 죽이고도 라골에 대한 살의가 남아있는 건. 역시...... 부활한 라골을 잠깐 이나마도 돌보지 않아서인가."


베르망은 베호닉을 떠올렸다. 본 스토리였다면, 베호닉은 라골을 살해하고 바로 잡히지 않았다. 살인 후 한 달의 시간이 지난 후에나 경찰에 잡혔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저스틴과 아이가 된 라골을 돌본다. 아이가 된 이에게 죄를 물을 순 없다는 저스틴의 신념에 의한 타의였지만, 그 탓에 베호닉은 끝내 라골에 대한 복수심을 비워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베호닉 덕에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진 경비원의 고소로 라골이 살해당할 때 베호닉은 구치소에 있었으니. 무엇보다...... 본 스토리대로라면 라골은 교도소에서 욕심을 비운 부모 손에 나름 바르게 자라는 설정이었는데. 어째서 살인을 당한 거지. 그것도 라골과 아무 연관도 없는 검귀의 손에.'


머리가 복잡해진 베르망은 방을 나섰다. 우연찮게라도 검귀 얀을 다시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다만 결실은 없었다.



***



실습실에 모인 학생들은 실기 교수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러분을 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모의 전투가 몇 회 남지 않았다니. 참 우울하네요."


퇴출당한 베호닉을 대신해 새로 부임한 란마 교수가 닭똥 같은 눈물을 몇 방울 흘렸다. 그의 우락부락한 근육도 꿈틀댔다. 학생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란마 교수님은 덩치와 안 어울리게 눈물이 많단 말이지."


레렌이 키득거렸다.


"실전 같은 훈련이 여러분의 생명을 지킬 겁니다. 최선을 다하세요. 저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지도하겠어요."


란마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는 실습실 제어용 수정 구술에 손을 올렸다. 50미터는 훌쩍 넘는 거목으로 울창한 숲이 형성되었다.


"오늘은 토벌전입니다. 제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마수를 토벌하세요.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 마수는 대형 마수입니다. 일반 마수 10마리와 같은 점수니 기억해 두세요. 자! 값진 경험을 얻으러 출발합시다."


란마의 출발 신호에 따라 학생들은 조원들과 함께 숲으로 뛰어들었다. 베르망은 숲에 뛰어들지 않고 호리병에서 작은 배를 꺼냈다. 사람 한 명 태우기에 적절한 배에 오르고는 물을 조작해 하늘을 날았다.


'비행 마수는 없는 건가.'


베르망은 시야에 닿는 곳을 한 번 훑었다. 그리고는 사람만 한 물줄기를 조가 할당받은 입구 주변에 쏟아냈다. 소용돌이치며 꽂힌 물주기가 숲을 박살 냈다. 레렌과 리린이 익숙하게 파괴된 숲을 조사했다.


"대장! 파괴된 숲에는 마수의 시체는 몇 구 없어. 파괴된 숲 근처에는 마수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이번 녀석들은 잽싸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녀석들은 아닌가 봐. 공중에서 요란하게 공격을 퍼붓는 건 효율적이지 않을 거 같아."


레렌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베르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상에 내려왔다. 그는 도깨비 체술을 발동 시켰다. 다만 도깨비 방망이는 꺼내지 않았다.


"내가 선두에 서겠다. 마수의 흔적도 내가 쫓을 테니. 뒤따라라. 그리고 내게 접근하지 말고 주변 마수만 처리해라."


베르망은 말을 빠르게 내뱉고는 숲으로 달려들었다. 저스틴, 아멜리, 레렌, 리린이 말없이 뒤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 머리만 한 과일이 나무 위에서 비 오듯 우수수 떨어졌다.


탁.


베르망은 과일을 그대로 받아내면서 도약했다. 그의 두 발이 나무의 옆면에 안착했다. 그 상태로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는 나무를 땅이라도 되듯 박찼다. 매서운 속도로 나무를 올랐다. 지면과 수직임에도 흔들림조차 없었다. 다만 그가 지나간 나무의 옆면은 깊은 발자국이 남았다.


우끼기.


긴팔원숭이 형태의 마수 무리가 베르망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장한 남서보다 덩치가 큰 마수가 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베르망은 마수의 팔을 쉽게 낚아채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맹수의 발톱 모양을 만든 손 갈퀴를 마구 휘둘렀다. 마수는 다섯 갈래로 쫘악 갈라졌다.


휙.


베르망은 한 번의 도약으로 나무를 옮겨 마수를 계속 찢어발겼다. 눈을 흘겨 지상을 확인했다. 레렌과 리린 그리고 아멜리가 역삼각 편대를 맞추어 표범 마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칼을 들고 있는 레렌과 리린이 앞에서 마수를 부딪쳤고. 소총을 들고 있는 아멜리가 뒤에서 엄호했다.


이제는 나름 호흡이 맞아 떨어져 셋은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베르망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 명이 없었다. 역삼각 편대는 늘 4인이 만들었었다. 레렌과 리린 옆에서 근접전을 벌이고 있어야 할 저스틴이 보이지 않았다.


뎅강.


섬뜩한 소리에 베르망은 고개를 돌렸다. 저스틴이 자신과 같은 나무 꼭대기에서 마수를 베어내고 있었다.


"씨발."


베르망은 저스틴이 만들어 내는 검붉은 궤적을 보고는 욕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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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미행(1) +2 22.01.01 155 11 9쪽
11 011 아델 패밀리(3)<수정> +4 21.12.31 178 11 11쪽
10 010 아델 패밀리(2) +1 21.12.30 174 13 13쪽
9 009 아델 패밀리(1) +1 21.12.29 201 10 9쪽
8 008 격변 +2 21.12.28 210 12 10쪽
7 007 룬 아카데미(4) +2 21.12.27 24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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