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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연 독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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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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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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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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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라골(4)

DUMMY

020 라골(4).



베호닉은 베르망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의 얼굴이 급격하게 상기됐다. 아카데미에서의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대부분 실습실에서의 추억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실습실에 들어서서야 감상에 빠졌다.


'모두 빛나.'


베호닉의 눈에 학생 무리가 담겼다. 학생들은 하나하나 모두 빛났다. 드디어 자신이 교수가 됐음이 실감 났다.


"베르망!"


베호닉은 다급히 베르망을 불렀다. 베르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베호닉은 가볍게 지면을 박찼다. 그녀는 하늘을 도약하듯 하늘을 활보했다.


"안녕! 오늘부터 너희를 담당할 실기 교수 베호닉이야!"


베호닉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그녀는 학생들을 보며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자신과 겹쳐 보였다. 그 탓인지 자신을 가지고 수군대는 것도 마냥 귀여웠다.


'교수답게.'


베호닉의 안광이 번뜩였다. 그녀는 학생들을 바르게 이끌고 싶었다.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답을 내렸다.


"애들아."


베호닉은 자신의 마음을 목소리에 담았다. 그녀의 진실한 울림에 모두가 주목했다. 그녀는 천천히 정권을 내질렀다. 참 오랜만에. 10년여 만에 진심을 담은 정권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찬란한 빛이 발산됐다.


"......."


실기실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애들아! 수업 시작하자."


베호닉이 팔을 저으며 신호했다. 학생들은 한마음으로 반응했다. 너나 할 거 없이 필드로 달려들었다.




***



잠시나마 베호닉을 우러러본 게 창피했다. 모의 전투 필드를 최단으로 돌파한 우리 조는 베호닉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었다.


"저스틴, 레렌, 리린 셋 다 모두 검이 느리고 힘도 없어."

"교수님. 그럼 어떻게 해야 더 빠르고 강하게 휘두를 수 있을까요?"


레렌은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저스틴은 진지한 얼굴로 베호닉을 바라봤다. 리린은 관심 없는 척 곁눈으로 베호닉을 바라봤다.


"힘을 실으면 되지?"

"그러니까 어떻게요."

"최선을 다해 휘두르면 되잖아."

"이미 최선을 다해 휘두르고 있는데요."

"그게 최선을 다해 휘두른 거라고? 그렇게 느린 게?"


베호닉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학생을 자신과 동일 선상에 놓고 있었다.


"네!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니까 더 강하게 힘을 실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레렌은 아직은 기대에 찬 눈으로 베호닉에게 자신의 칼을 건넸다. 베호닉은 떨떠름한 얼굴로 칼을 받았다.


"그냥 이렇게."


피이익-.


베호닉은 수직으로 칼을 가볍게 휘둘렀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퍼졌다. 레렌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 해볼래?"

"연, 연마 후에요."


베호닉이 건넨 칼을 받은 레렌은 식은땀을 흘렸다.


"연마? 그래. 아멜리는 무기를 바꾸는 게 어때. 총은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없잖아. 고작해야 마력 조금 싣는 게 다지."


베호닉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멜리를 바라봤다.


"본, 본인은 총이 좋소. 부족한 힘은 마력이 응축된 총알을 사용해 극복하겠소. 본인은 화기 제작도 공부하고 있소. 발전 가능성을 믿어 주시오."

"음. 잠시 총 좀 줘 볼래."

"알겠소."


베호닉은 건네 받은 총으로 벽을 겨냥했다.


탕.


그녀가 방아쇠를 당겼다. 마력이 담긴 총알이 벽에 닿았지만, 마석을 쏟아부은 실습실의 벽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휘이익-.


베호닉은 탄창에서 총알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총알을 튕겼다. 매서운 속도로 날아간 총알이 벽에 박혔다.


"자! 힘을 직접 싣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베호닉은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다만 아멜리는 어리벙벙했다.


"베르망은 물줄기의 크기에 비해 힘이 약해. 속도는 크기에 비해서는 봐줄 만하지만. 아직 부족하고."


베호닉은 나를 보며 지적했다. 무시하고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베호닉은 일단 교수기에 실습 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나를 제외한 1조 인원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실습실을 빠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2조가 모의 전투 필드를 돌파했다.


"늑대 마수가 흩어지기 전에 일망타진했어야지. 마수들이 진을 짜니까 상대하기 어려워졌잖아. 그리고 고릴라 마수는 머리만 날리면 되는데 쓰잘머리 없이 팔과 다리는 왜 공략한 거야! 아니, 나머지도 다 그러고 있잖아. 뭐하는 거야."


2조를 힐난하던 베호닉은 아직 모의 전투를 돌파 못 한 나머지 조들이 투영된 영상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잠시나마 존경 어린 마음을 품던 2조의 얼굴이 어리둥절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먹을 힘을 주고 내지르면 되는걸. 왜 그렇게 잡기술을 사용하는 거야. 함정 만들 시간에 전진했으면 이리 늦게 모의 전투를 돌파했겠어?"


베호닉은 주먹을 대충 휘둘렀다. 그럼에도 거친 풍압이 허공을 갈랐다.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의 기준으로 피드백을 건넸다.


"교수님! 늑대 마수가 모여 있을 때 저희도 최대 전력으로 피해를 준 건데요. 저희가 듣고 싶은 건 늑대 마수의 진에 대응해서 저희가 짠 대열의 평가와 조언인데요."


핑크빛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있는 호즈가 반 무테안경을 검지로 올려 쓰며 베호닉을 노려봤다.


"무슨 소리야? 설마...... 그 정도 마수 무리를 한 번의 타격으로 못 끝낸다는 거야? 다섯 명이?"


베호닉은 턱을 만지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보였다.


"교수님. 저희는 대형 마수의 뚜렷한 사각을 공략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움직인 겁니다. 이번 고릴라 마수는 입에서 불도 뿜었는데 마구잡이로 얼굴을 날렸어야 한다는 건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모의 전투에 배치된 마수는 늘 새로운 마수고. 저희는 상대의 정보를 모를 때 최대한 변수를 줄이는 식으로 전투하라 배워왔습니다."


팔이 잘 붙은 아델도 차가운 시선으로 베호닉을 쳐다봤다.


"라골이 그러디? 약골한테 배우니 애들도 약해진 건가."


베호닉은 탄식과 함께 한숨을 내뱉었다. 2조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너희는 힘부터 길러야겠다. 이렇게 약해서야 2학년 때 살아남겠니. 오늘은 이만 가보렴."


베호닉은 2조의 의견을 뭉개고는 손을 휘휘 저으며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후 모의 전투를 돌파한 조들도 비슷한 피드백을 받았다.



***



베르망과 베호닉은 땅거미 진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알찬 하루였어!"


베호닉은 팔을 포개어 십자가로 만들며 몸을 풀었다. 그녀는 첫 수업을 떠올리며 보람을 느꼈다.


"알찮다라."


베르망은 베호닉을 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는 베호닉의 피드백을 받은 학생들의 반응을 다신 한번 상기했다. 어리둥절한 표정뿐이었다. 피식. 그의 입술이 비틀렸다.


월! 월! 월!


개 짖는 소리가 교정에 퍼졌다.


'분, 분명 죽였는데.'


베호닉은 반사적으로 개 짖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찍이 세워진 거물 위에 살아 있으면 안 되는 머리 셋 달린 개가 서 있었다.


으드득.


베호닉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녀의 뇌리에 자신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던 에드가 떠올랐다. 이어서 어두컴컴한 숲이 주위를 감쌌다.


- 살려줘.


에드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팔과 허리가 뜯겨 나갔다. 그는 뜯겨 나간 허리를 남은 손으로 막으며 베호닉을 향해 도움을 갈구했다. 당황한 베호닉은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참극이 벌어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콱-.


어둠 속에서 나타난 케르베로스가 에드의 머리를 삼켰다.


- 악!


베호닉의 눈이 뒤집혔다. 그녀는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케르베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케르베로스는 베호닉을 피해 도망쳤다. 빠른 몸놀림이었지만, 베호닉을 따돌리기에 부족했다.


- 깨갱.


베호닉에게 꼬리가 밟힌 케르베로스는 바닥을 긁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팍.


베호닉은 케르베로스의 머리 하나를 밟아 터트렸다. 붉은 선혈이 베호닉의 옷을 적셨다.


팍. 팍.


베호닉은 케르베로스의 남은 머리를 모조리 짓밟아 터트렸다. 그런데도 분통이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의 피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는 느릿한 걸음으로 에드의 사체를 향해 걸어갔다.


- 에, 에드.


베호닉과 같이 실전에 투입된 라골이 에드 앞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베호닉은 라골을 살짝 밀치며 목이 사라진 에드클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월-.


케르베로스의 짖음에 베호닉은 회상에서 벗어났다. 케르베로스는 어느새 도망치고 있었다.


"어딜."


베호닉은 지면을 박찼다. 지진처럼 지면이 흔들렸다. 그녀는 살의 가득한 눈으로 도망치는 케르베로스를 쫓았다. 베르망의 호위 임무는 그녀의 머릿속에 조금도 남지 않았다.


"베르망."


베호닉이 나아간 곳과 반대 방향에서 라골이 나타났다. 그는 반갑다는 듯 웃고 있었다.


"개새끼 사냥 날이 오늘이었나."


베르망은 동요 없는 얼굴로 도깨비방망이를 허공에 휘두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몸은 도깨비 불에 감싸여 있었다. 도깨비 불에 반응하듯 도깨비방망이가 붉은빛을 발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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