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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연 독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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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최근연재일 :
2022.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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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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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 미행(2)

DUMMY

013 미행(2).



구름 한 점 없었고, 달은 어느 때보다 맑고 환했다.

그 덕에 밤하늘의 시계[視界]는 확 트여 있었다.

나는 베호닉이 목적지를 제대로 찾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망원경에 들여다봤다.

우거진 숲 사이에 솟아오른 언덕은 풀 한 포기 없었고, 언덕 꼭대기에는 바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푸른빛 불꽃에 뒤덮인 바위는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연이 잠든 땅이 확실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베르망! 베르망! 네가 찾던 언덕 맞지? 응? 맞잖아?"


베호닉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스틴은 언덕까지 얼마나 남았지?"


나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며 물었다.


"아니, 네가 찾던 언덕 맞느냐니까!"

"내가 찾던 언덕이 맞다. 애당초 찾던 언덕이 아니면, 저스틴이 언덕에 언제 닿을지 물어봤겠나? 제발 장식품으로 사용하지 말고. 그 머리 좀 굴려라!"

"언덕 찾았으니 약속한 추가금 꼭 지켜. 입 닫으면 죽어."


베호닉은 욕을 먹든 말든 인지 그저 실실 쪼갰다. 탐욕 덩어리 그 자체였다.


"알겠으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아! 음...... 대략 한 시간 정도."

"준비해라. 속도를 더 올리겠다."


나는 베호닉의 목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베르망...... 전부터 생각했는데. 너 나한테 반했니? 처음 만날 때부터 자꾸 업히고. 나 연하는 별로인데. 후-. 내 마음을 얻고 싶다면 일단 왕방울만 한 다이아 반지부터 시작해서......."


나를 업고 있는 베호닉이 한숨을 내뱉고는 중얼거렸다.

이성의 끈이 끊길 듯 화가 몰아쳤다.

화를 애써 참고는 업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설명하려 했지만, 이내 화가 터져버렸다.


"네 생각은 잘 알았다."


나는 그녀를 감은 손을 풀고는 갑판 위에 발을 디뎠다.

중심 잡기가 힘들어 난간에 서둘러 기댔다. 그리고는 범선의 비행 속도를 낼 수 있는 최대치로 높였다.


세상이 빨리 감기를 한 듯 빠르게 움직였다. 거세게 몰아치는 풍압이 내 몸뚱이를 붕 띄웠다. 난간을 잡았던 팔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 풀렸다. 이내 범선에서 튕겨 나갔다.


"미친-."


탁-. 베호닉이 내 손을 잡아채며 끌어안았다. 그녀의 호신강기가 내게도 퍼지자 풍압의 압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베호닉, 혹시 날 좋아하나. 이리 끌어안고. 안타깝지만 넌 내 취향이 아니다. 아주 미력한 만큼도 없다. 그러니 내 기분을 생각해 그 분수도 모르는 마음을 접어라."


나는 불쾌한 얼굴로 베호닉을 쳐다봤다.


"네가 이겼다."


베호닉은 고개를 몇 번 내저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나를 업었다.


"안개? 갑자기?"


느닷없이 나타난 안개에 베호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앞까지 다가온 언덕은 옅은 안개로 덮여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보이지 않던 안개였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는 요상할 만했다.


"내려가겠다."


범선을 하강시켜 착륙시킬 생각이었지만.


"간다!"


무식한 베호닉은 맨몸과 같은 상태로 범선에서 뛰어내렸다. 말려 볼 틈도 없는 재빠른 몸놀림이었다.

쾅-. 짧지 않은 강하 시간 끝에 언덕 꼭대기에 발을 디뎠다.

그녀의 발바닥이 닿은 지면은 무참하게 무너졌다. 그런데도 그녀의 등은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주었다.


"색시가 남자에게 어지간히 푹 빠졌나 보군. 그리 업고 다니는 걸 보니."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느새 바위 위에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시뻘건 눈동자는 으스스한 안광을 뿜었고, 녹빛 피부는 괴랄 했다.

머리는 상투를 트고 있어 이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예스러움이 보였고, 바지만 달랑 입고 있어 우락부락하고 굵은 몸뚱이를 훤히 드러났다.

허리가 기괴하게 넓은 저 사내는 분명 도깨비였다.


"마수가 말을 해?"


베호닉은 의문 가득한 투로 말했다.


"나보고 마수라니. 생긴 것처럼 멍청한 계집이군. 남자가 답답한 거 참고 살려면 고생 좀 하겠어!"


도깨비는 걸걸하게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멍청이? 마수가 아닌지는 몰라도. 말본새를 보아하니 맞아야 하는 것 같네."


베호닉은 나를 내려놓고는 한쪽 팔을 휘휘 돌리며 앞으로 나갔다.


"싸움 좀 하는 계집인가 보군. 좋아 상대해 주지."


도깨비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압도적인 풍채를 뽐내며 다가왔다.

이내 도깨비와 베호닉은 서로의 숨결이 닿을 거리에 다다랐다.

둘 사이에 불꽃이 튀기는 듯했다.


"한 번의 기회를 주지. 사과해."


베호닉이 으르렁거렸다.


"계집이라 역시 말이 많군."

"이게!"


베호닉이 도깨비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쾅-.


도깨비는 주먹을 쉬이 피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팔을 잡아채 업어 쳤다.


"어?"


자빠진 베호닉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미간을 구기며 일어섰다.


"이게."


베호닉은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결과는 같았다.

그녀는 끈질기게 일어나 주먹을 휘둘렀다.

어느새 도깨비와 베호닉이 겨루는 주변 지반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끝이다."


도깨비는 베호닉을 바닥에 꽂으며 외쳤다. 딱 백 번째 업어치기였다.


"뭐, 뭐가 끝이야. 난 아직 할 수 있어."


베호닉은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금세 무너졌다.

나는 그녀를 지나쳐 도깨비 앞에 섰다.


"계집 뒤에 오래도 숨어 있더군. 멋진 기생오라비야."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도깨비는 나를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렸다.


- 룬과의 약속을 이행해라.


나는 룬어를 내뱉었다. 도깨비는 찰나 당황한 안색을 보이더니, 이내 표정을 갈무리했다.


- 룬의 핏줄이 아니군.

- 그게 중요한가? 룬과 약속했을 텐데. 룬어 사용자를 집으로 인정하기로.

- 그래. 그런 약속을 했었지. 다만 시험이 있다는 건 몰랐나 보군.


도깨비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내 바지를 샅바 잡듯 잡았다.

나도 도깨비의 바지를 샅바 잡듯 잡았다.


"패기만 있을 뿐 힘아리 없구나. 네놈보다 네 색시가 더 강했다!"


도깨비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내 바지춤을 잡은 것만으로도 실력을 가늠한 듯 보였다.

그의 바지를 쥔 손의 감각은 마치 바위를 잡은 듯 무겁고 단단했지만, 패색 따위는 없었다.

나는 도깨비의 안다리를 걸었다.

동시에 미리 꺼내놓은 물을 조작해 도깨비가 앉아 있던 바위에 엎어버렸다.


"어, 어떻게!"


도깨비의 붉은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바위처럼 무겁던 도깨비는 어느새 깃털보다 가벼웠다.

나는 도깨비를 쉬이 넘어트리며 바닥에 내다 꽂았다.


"덩칫값을 못 하는군. 입만 산 놈인가."


나는 바닥을 나뒹구는 도깨비를 가소롭다는 듯 내려다봤다.


"어떻게 알았지. 바위가 내 본체라는 걸."


도깨비는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패배자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승자의 디딤돌 따위가 할 수 있는 전부지."


플레이어라 알고 있었다는 말은 할 수 없었기에, 대충 닥치라고 말했다.

본 스토리에서는 저스틴이 도깨비에게 백 번 도전한다.

도깨비는 저스틴의 끈기에 감명받아 백 번째에 제 손으로 바위를 엎으며 패배한다.

베호닉을 보니 역시 룬어 사용자가 아니면 백 번을 채워도 소용은 없는 듯했다.

"하하-. 거만한 녀석! 좋다. 너를 집으로 인정하지. 좋은 승부였다."


도깨비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호탕하게 웃더니, 이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바위를 감싼 푸른 불꽃이 내 육신에 스며들었다.

언덕 주위를 가득 채웠던 안개는 어느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무너졌던 지반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 어? 엉?"


베호닉은 자신을 몸을 어루만지더니, 어느새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베르망 이것 봐 상처가 사라졌어. 무너졌던 땅도 원상태로 돌아오고. 어,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베호닉은 내게 다가와 물었다.


"도깨비에 홀린 거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플로토 교수! 지금 미친 건가. 수업에 불참한 베르망에게 기회를 주라니. 그것도 감점 요소 하나 없이.'

'라골 교수님. 다행히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 베르망군은 무단결석이 아니에요. 1학년 대표로 마도공학 연수에 참가 중이죠.'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독단적이야. 자네 결정 하나만으로 베르망에게 그런 특혜를 줄 수 없네.'

'제 독단이 아니에요. 이걸 보세요. 저를 포함한 1학년 이론 교수 모두가 베르망군의 연수 참가에 동의한 동의서죠. 그의 결석 사유는 합당합니다. 설마 저희 이론 교수 전부의 의견을 무시할 생각은 아니시죠?'

'알, 알겠네. 그럼 실기 교수진과 의논해 보겠네.'

'그럴 필요 없으세요. 실기 교수 모두가 라골 교수님에게 권한을 위임하셨어요. 여기 위임서요.'


라골은 베르망을 위한 새로운 모의 전투를 준비하던 중 문득 잘해보라는 듯이 웃던 플로토가 떠올랐다.


"플로토 이 뱀 같은 자식. 내게 독박을 씌워."


라골은 미간을 험하게 구겼다. 그는 반강제로 주말을 반납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베르망이 불참한 모의 전투를 그대로 사용할 순 없었다.

이미 유출된 모의 전투라며 학생들이 불만을 표출할 게 자명했다.

거기다 실기 교수들은 위임장만 던져놓고 도망쳤기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새 모의 전투를 짜야 했다.


"이게 무슨 고생...... 그래!"


툴툴거리던 라골의 눈이 번뜩였다.


"베르망 녀석 특성만 개안 했을 뿐 아직 기초 마법이나 신체 강화를 못 하는 건 여전했었지."


라골은 실실거리며 베르망에게 불리하도록 모의 전투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휴일 반납의 분노가 베르망에게 향하는 순간이었다.



***



아카데미 복귀 후 참여한 첫 모의 전투가 끝난 참이었다.


"역시 대장이 있어야 편하다니까."


레렌은 가벼운 걸음걸이로 모의 전투 필드에서 나갔다.

리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레렌을 따라나섰다.


"베르망군 마도공학 연수에 갔다 온 게 정말 맞소?"


아멜리는 늘 그렇듯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그녀를 무시하고는 필드에서 빠져나왔다.


"베르망이 오자마자 기대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 서로의 기량을 조화롭게 선보일 방법을 고민해라. 이상이다. 베르망만 남고 돌아가도 좋다."


라골은 모의 전투에 대한 의견을 짧게 말하고는 나를 붙잡았다.


"뭐지?"

"불참한 모의 전투에 대해서 공지할 게 있다. 결석 사유가 합당하기에, 대체 모의 전투 기회를 주겠다. 개인 참가며, 단 한 번의 대체 모의 전투로 불참한 모든 모의 전투의 점수를 책정하겠다. 이의 있나?"

"없다."

"알겠다. 대체 모의 전투 날짜는 다음 주 월요일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고 바로 치르겠다. 이상이다. 돌아가도 좋다."


라골은 왠지 모를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일주일 후 대체 모의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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