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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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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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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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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대체 모의 전투(2)

DUMMY

015 대체 모의 전투(2).



도마뱀 마수 무리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고깃덩어리는 사지가 한군데 이상은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사지를 잃은 단면은 살덩이가 녹아내려 바닥에 진득하게 붙어 있었다.

무자비한 화형을 연상시키는 참상이었다.


그 광경을 보자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탁-.


들뜸과 안달이 난 감정이 뒤섞인 상태로 앞으로 나아갔다.

고깃덩어리를 일부러 짓밟아 내장이 터지는 걸 목도 했다.

빨리 살아 숨 쉬는 살덩이들을 터트리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렬한 보랏빛이 눈에 들어왔다.

빛의 진원지에 다다르자 상당히 널찍한 공동이 나왔다.

천장도 제법 높아 물의 권능을 자유롭게 운용할 만한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사람 머리만 한 쥐 형태의 마수 무리로 가득했다.

녀석들은 앞다리를 들며 일어났다. 쥐 특유의 구부정한 자세로 앞다리를 마구 흔들었다.

날카로운 역삼각형 머리통과 기다란 앞니를 가지고는 그 짓거리를 하니 혐오스러웠다.


치지직-.


녀석들을 몸을 감싸고 있는 보랏빛 스파크의 크기를 더욱더 키웠다.

그러자 보랏빛 털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곤두서더니, 배후 방향으로 휙 꺾였다.

쥐새끼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전광석화처럼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각성한 도마뱀 마수보다도 재빨랐다. 다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상체를 틀어 쉬이 피했다. 곧바로 수도를 내려쳤다.


팍-.


쥐새끼는 찍소리 한 번 내뱉지 못하고 공중에서 터졌다. 검은 핏물과 스파크가 마구 튀었다. 손이 찌릿했다.

몸에 두른 도깨비 불꽃을 압축시켰다. 호신강기와 흡사한 막이 나를 보호했다.

혀를 날름거려 얼굴에 뭍은 핏물을 맛봤다.


"쩝-."


허한 마음이 들었다. 쥐새끼는 몸뚱이가 작아 도마뱀 마수보다 터트리는 맛이 없었다.

순간 명안이 뇌리를 스쳤다. 입꼬리가 절로 솟구쳤다.

뚜껑을 따버린 호리병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포탈까지 열었다. 굵은 물줄기가 포탈에서 쏟아져 나왔다.

물줄기를 거대한 파도 형태로 변형시켰다. 그리고는 쥐새끼 무리를 향해 몰아쳤다.

쥐새끼 무리가 압살당하며 만들 멋진 하모니가 벌써 들리는 거 같았다.


치지지지직-.


쥐새끼들을 감싼 스파크가 구 형태로 변형됐다. 마치 보라색 구술 같았다.


쾅-.


파도가 쥐새끼 덮쳤다. 거대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바닥을 가득 메웠어야 할 파도의 잔재가 일순에 증발했다.

쥐새끼를 감싼 수십 개의 보라색 구술은 어느새 사람 만한 크기로 불어나 있었다.


뜨드득.


보라색 구술들이 일제히 금이 갔다. 이윽고 깨지더니 사람만 한 쥐새끼들이 나를 보며 찍찍거렸다.

예상밖에 상황에 손이 간질거렸다.

차오른 기쁨을 주체 못 하고 미친 듯 돌진했다.


치지직-.


스파크 튀기는 소리가 공동 전체에 울렸다. 쥐새끼들은 다시금 털을 곤두세웠고, 스파크로 몸을 감쌌다.

손가락을 갈고리 형태로 만들어 휘둘렀다.

쥐새끼가 다섯 갈래로 나뉘었다. 예상대로 꽤 괜찮은 손맛이었다.

도깨비 불에 타버린 쥐새끼의 살점이 만든 고약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반대로 쥐새끼를 감싼 스파크는 압축된 도깨비 불을 뚫지 못했다.

옆구리 쪽으로 쥐새끼가 들어왔다. 눈으로 움직임은 좇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어 보였다. 쥐새끼의 움직임은 몸뚱이를 키우기 전보다 빨랐고, 범위도 넓었다.

팔을 들어 올려 막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쾅-.


공격을 막아낸 팔이 으스러졌다.

한 걸음 정도의 고랑이 지면에 두 갈래 만들어졌다.

내게 돌진한 쥐새끼는 어째서인지 대가리가 터져있었다.

머리통을 잃은 목이 꿀렁거리며 피를 쏟아냈다.

온몸이 검붉은 피로 끈적거렸다.

강렬한 피 냄새가 코끝에서 진동했다. 그게 몸속에 봉인된 도깨비를 더욱더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덮은 옅은 붉은 막이 더 진해졌다. 세상은 온통 붉어졌다. 명암으로 사물을 구별했다. 이지가 흐려졌다.

살의가 몸을 통제했다.


칙-.


쥐새끼들이 사방에서 돌진해 왔다. 피할 곳은 없었다.

다만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어 보였다.

가장 가까운 쥐새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정권을 내질렀다.

주먹이 마수의 눈을 터트리며 관통해 들어갔다. 그리고는 뇌를 움켜쥐어 터트렸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과정이었다. 살육에 취할수록 강해지는 '도깨비 체술'의 성향이 여실히 체감됐다.

팔을 휘둘러 아직 팔에 꽂혀 있는 고깃덩어리를 옆으로 치웠다. 활로가 생겼다. 서둘러 활로로 몸을 던졌다.


쾅-.


돌진했던 쥐새끼들은 멈추지 않고는 자기들끼리 부딪혔고, 대가리가 터졌다. 이내 목을 잃은 몸뚱이만 바닥에 나뒹굴었다.

쥐새끼는 제풀에 죽어 나가는 놈이 확실했다.

몸이 이끄는 대로 땅을 박찼다. 쥐새끼의 품속에 어깨에 쑤셔 넣었다. 으스러졌던 팔을 휘둘러 쥐새끼의 목을 뚫었다.

휘둘러지는 감각을 보니 어느새 회복된 듯 보였다.

목을 관통한 팔에 도깨비 불을 집중시켰다. 쥐새끼는 몇 번 발버둥 치고는 숨이 끊어졌다.

불타는 고깃덩어리를 방패처럼 사용해 돌진해 들어오는 쥐새끼 무리를 막았다.


팡-.


돌진한 쥐새끼 무리와 방패가 닿았다. 쥐새끼들은 머리가 터졌고, 방패도 걸레 조각이 됐다.

긴 고랑을 남길 만큼 밀려났지만, 방패 덕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너덜너덜해진 방패를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목을 잃은 새로운 고깃덩어리 방패를 집어 들었다.

방패를 앞으로 들며 쥐새끼 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돌진해온 쥐새끼 몇 마리를 견디자 이내 쥐새끼 무리의 목전에 도달했다.

짐승을 발바닥처럼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리고는 팔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눈앞에 있던 쥐새끼들 대가리가 한 번에 갈라졌다.

머리를 잃은 고깃덩어리 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의 가슴을 뚫어 방패 손잡이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돌진했다.


나만 살아 있을 때까지.



***



대기 장소에 모인 관객들은 숨죽여 화면을 바라봤다.

번개 쥐 무리는 공동에 발을 들인 베르망을 발견하고는 공격 태세를 취했다.

앞발을 들고는 털을 곤두세웠다. 이내 번개 쥐 하나가 베르망을 향해 돌진했다.


파아악-.


베르망은 쉬이 피하고는 반격해 번개 쥐를 터트렸다.

화면을 보던 라골의 낯빛이 심각하게 어두워졌다.


"와-. 저걸 보자마자 피하네. 게다가 반격까지. 나는 움직임이 눈에 익기 전까지는 못 피했는데. 리린!."


레렌은 입을 과장되게 벌렸다. 그러다가 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응?"

"대장 움직임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거 같지 않아? 번개 쥐보다 느린 도마뱀 마수의 공격은 허용했잖아. 아닌가. 내 착각인가?"

"아니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주먹구구식으로 휘두르는 공격에 속도랑 파괴력만 붙은 거긴 하지만. 그보다. 수(水) 속성 능력에 강한 것만 해도 의심스러웠을 텐데, 공격 속도도 최상위 권인 마수를. 대장이 뜬금없이 신체 강화 능력을 사용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물 조작 능력을 사용하기도 전에 당했을 거야. 라골 녀석 일부러 악질적으로 짠 게 맞아.'


리린의 뇌리에 상념이 스쳤다. 그리고는 라골을 보며 살의를 태웠다.


"그치! 대장은 지치지도 않나 보네. 아! 벌써 다 떨어졌네."


레렌은 비어버린 팝콘 바구니를 보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것 봐. 번개 쥐의 움직임을 가볍게 웃돌잖아. 번개 쥐는 돌진만 피할 수 있으면 상대도 안 되는 마수라고. 녀석들은 직선 공격밖에 못 하고, 자신의 힘도 감당 못 해서 대가리가 터지니까."


편애 들먹였던 학생 더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목청을 더 키우며 말을 이었다.


"수(水) 속성에 강한 번개 쥐는 그저 편애를 교묘하게 숨기려는 수작이었어. 수(水) 속성 능력 없이 상대할 수 있으면, 약점은 없는 거와 같고. 저 정도의 신체 강화 능력이면 번개 쥐를 배치한 건 이점을 쥐여 준 거니까!"


더크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이점? 여기 모인 놈들 중 태반이 번개 쥐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텐데 이점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 너는 피할 수 있어서 이점이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레렌이 팝콘 바구니를 구기며 물었다. 팝콘 때문에 아쉬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신이 난 듯 보였다.


"그, 그건."


더크는 레렌의 눈을 피했다.


"아닌가 보네? 야! 너 재밌다. 우리 베르망 패밀리에 들어오지 않을래. 우리 대장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좋아하거든. 넌 보나 마나 합격이야."


레렌이 비릿하게 웃으며 더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놀, 놀리지 마! 그리고 이상하잖아. 모의 전투에 한 번 이상 배치된 마수는 다시 배치하지 않는데. 번개 쥐는 이미 모의 전투에 배치된 마수라고."


더크는 레렌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대장은 번개 쥐가 배치된 모의 전투가 있었을 때 연수에 가 있었는걸."

"그래서 뭐. 누군가 알려 줬겠지."

"난 아니지만. 리린 네가 가르쳐 줬어?"


레렌의 시선이 리린을 향했다. 다만, 리린은 레렌과 더크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리린은 심각한 얼굴로 화면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베르망이 포탈까지 열어 물을 뽑아내고 있었다.


"안 돼!"


파도를 일으킨 베르망을 보고는 리린이 소리쳤다.


"몰랐던 거 맞네. 알았으면 저렇게 물을 들이부었겠어. 그것도 저 많은 물을. 그랬다면 그건 미친 거나 마찬가지지. 하하. 대장 고생 좀 하겠네. 저렇게 커진 번개 쥐면 도대체 얼마나 빨라지는 거야"


레렌은 화면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웃었다.

번개 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나누던 관객들의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번개 쥐는 물을 흡수할수록 힘과 속도가 강해졌다.

단, 직선 공격이라는 단일 패턴과 공격 후 대가리가 터지는 건 여전했다.


"와-."


레렌은 베르망의 움직임을 보고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레렌과 달리 관객 대부분은 못 볼 걸 본 표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망은 번개 쥐를 깡그리 토벌했다.


"저, 저게 말이 돼. 저렇게 커진 번개 쥐의 움직임을 따라잡는다고. 나는 움직임도 좇지 못하겠는데."

"따라잡은 게 아니라 뛰어넘은 거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고기 방패도 쓰지 않고. 여유 있게 피하는 동시에 마수의 몸뚱이를 찢어내고 있잖아."

"저게 같은 학년이라고. 학년 수석은 4년 내내 저 녀석이겠네."

"10반 녀석들 베르망 별거 없다고 떠들더니. 그냥 자격지심이었네. 쯧."


관객들이 한탄하듯 생각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직도 편애라 생각해?"

"그, 그게. 그러니까."


더크는 레렌의 질문에 그저 더듬거렸다.

레렌은 박장대소를 터트리고는 더크를 향해 단어 하나를 내뱉었다.


"병신."

"......"


더크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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