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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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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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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재판(2)

DUMMY

024 재판(2).



병실은 비릿한 향이 가득했다. 사지가 뭉개진 반은 침대 위에 겁먹은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경찰들은 속옷만 입은 채로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반."

"예."


'나가면 콩밥을 꼭 먹이겠어.'


베르망의 부름에 반은 눈을 내리깔면 답했다. 다만 남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고개를 들어라."

"예."


'마도구는 모두 압수해 놓았을 텐데? 제대로 하는 게 뭐야.'


반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보라색 구슬이 반짝이고 있었다. 속옷 차림의 경찰들을 흘겼다.


"봐라."


베르망은 명령조를 툭 내뱉었다. 그리고는 보라색 구슬에 담긴 영상을 재생시켰다.


보라색 구술에서 흘러나온 빛이 홀로그램을 만들었다. 라골과 베르망의 격전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영상이었다. 반의 눈으로는 쫓기도 힘든 움직임이었다.


'라골 교수를 제압했다고. 고작 학생이. 그것도 1학년 따위가. 이게 무슨.'


반은 눈을 떼지 못하고 영상을 숨죽여 계속 바라봤다. 뼈가 으깨진 고통도 잠시 잊은 듯 보였다. 영상이 끝나고 이내 마른침을 삼켰다. 생각이 실타래처럼 엉켜 어지러웠다.


"아직도 거짓으로 보이나?"

"......"


반은 베르망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입만 반쯤 벌렸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지."


베르망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는 고저 없이 차갑게 읊조렸다. 입에서는 매연도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도깨비 불도 드문드문 그의 몸에서 튀기었다.


"믿습니다."


'어떻게 도망가지.'


반은 빠르게 주억거렸다. 그러면서도 눈알을 굴렸다. 뭉개진 사지로는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봐라."


베르망은 병실에서 있었던 자신과 반의 난투극을 투영했다. 반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한 트럭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을 상대에게 날린 주먹을 보자니 오금이 저렸다.


"정당방위라 생각되지 않는가?"

"그, 그렇습니다."


반은 식은땀을 흘렸다. 더는 콩밥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베르망은 비릿하게 웃더니 반의 귓가에 입을 대었다.


"매년 불여우 주점에서 1,000만 린, 눈토끼 주점에서 1,500만 린, 요정의 술 주점에서 1,200만 린 정말 하찮은 수준의 비리 마법경찰이군. 평생 그리 하찮게 살 건가?"

"어, 어떻게 그것을."


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는 눈동자가 덜덜 떨렸다.


"조용하고 들어라. 나를 도우면 2억 린을 주겠다."

"2, 2억린 말입니까?"


반은 일순간에 정신이 맑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금액이 그의 뇌리를 맴돌았다. 그는 조심스레 베르망을 위아래로 훑었다.


'리트마인 가문이 그리 돈이 많은 가문인가? 1,000만 린 정도 뜯어낼 생각이었는데. 2억 린을 대차게 말하다니.'


반은 골몰이 아팠다. 교수급 인사들의 살육전이었다. 경찰에서는 사실 학생 따위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 격전이 아니었다. 다만 돈에 눈이 먼 반은 이름도 잘 모르는 지방 가문을 보고는 겁이나 줄 심산으로 반을 찾았었다.


'라골 교수를 제압한 녀석이라면...... 2억 린이 헛소리는 아닐지 몰라.'


현실은 생각 이상으로 거물이었다. 반은 베르망의 가문을 보지 않았다. 영상에 담긴 그의 무력을 보았다.


"무,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일단 날 풀어라."

"알겠습니다."

"저들은?"


베르망은 속옷 차림의 경찰들을 바라봤다. 차가운 시선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십니다. 저,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부하들이니."


베르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경찰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반 녀석이 본청에 연락을 취하는 게 다였다. 반 녀석을 만난 것부터 운이 트였다 할 수 있었겠지만.


"치료비 감사합니다. 어르신."


치료 마법으로 사지가 멀쩡해진 반이 고개를 조아렸다. 채찍부터 받고 당근을 받았음에도 벨 없이 행동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잘 어울리십니다. 어르신."


반 녀석은 옷 가게에 들려 새 옷을 걸치는 내게 아부를 떨었다. 내가 알던 캐릭터의 성향 그대로라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반은 작은 악역 캐릭터다. 돈 있는 범죄자를 돕는 녀석이 저스틴의 지인과 얽혀 끝내 비리가 까발려지고, 파면당한다. 돈에 눈이 먼 녀석인 건 알지만 어르신이라니. 녀석에게서 베호닉의 향이 나는 듯했다.


"알아보라는 건 알아봤나?"

"예, 현재 베호닉 교수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베호닉 교수가 주장하는 건 라골 교수의 살인뿐인데 딱히 증거가 없어서요. 게다가 여론도 명망 높은 라골 교수를 살해한 베호닉 교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라골 교수가 살인자라도 그걸 처벌한 권한이 베호닉 교수에겐 없죠."

"베호닉의 변호인은?"

"그게...... 아무도 없습니다. 여론도 안 좋은데, 베호닉 교수는 평민에 돈도 없다 보니. 나서는 변호인이 없습니다. 사족이지만, 라골 교수 집안의 눈치를 보는 이도 있을 테고요."

"아는 것과 크게 변한 건 없군."


본 스토리에서도 베호닉은 라골을 죽인다. 라골은 저스틴의 재능에 질투를 느끼고 작전 중 저스틴을 제거하려 움직인다. 같은 지역에서 의뢰를 수행하던 베호닉은 라골이 케르베로스를 부리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 자리에서 라골을 죽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베호닉을 구해내기 위해 움직이는 게 저스틴이 아닌 나라는 점이다.


"변한 거라면?"

"아니다. 베호닉과 면회를 잡아라."

"알겠습니다. 언제 잡을까요."

"지금."

"알겠습니다."


반이 서둘러 수정 구슬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는 경찰차를 통해 나를 구치소에 안내했다.


"꼴이 좋군."

"여기까지 시비 트러 왔어?"


죄수복을 입은 베호닉이 눈을 치켜떴다. 마력 억제 구속구가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평생 감옥살이를 하거나 처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그녀는 진심으로 편해 보였다.


"내가 그리 한가해 보이나."


나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댔다. 그리고는 깍지낀 손으로 턱을 괴고는 방화 유리 너머에 있는 베호닉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럼 왜 왔어."


베호닉은 괜스레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걱정 따위는 없어 보이는군."

"걱정할 게 뭐 있어? 곧 풀려날 텐데."

"어째서?"

"나는 쓰레기를 치운 거뿐이니까. 녀석이 저지른 살인만 밝혀지면 정상참작 되겠지?"

"정상참작이라. 라골의 죄를 어떻게 밝힐 거지?"

"경찰이 잘 밝히겠지."


베호닉이 어깨를 으쓱했다. 거짓 없이 웃음조차 안 나왔다.


"밝힌다 치자. 그게 네 형별을 크게 좌지우지할까? 네가 사형을 집행할 권한은 없을 텐데."

"악인을 처리했는데. 잘 넘어가 주지 않겠어."

"주름 없는 뇌가 부럽군."

"쓰잘머리 없는 소리 할 거면 가시지?"


베호닉이 콧방귀를 꼈다. 가여웠다.


"그럴순 없지. 본론은 얘기도 안 했는데."

"본론?"

"배상금 얘기를 하러 왔다."

"무, 무슨 배상금."

"호위를 내팽개치고 개새끼를 쫓지 않았나. 계약금이 5억 린. 그리고 주급이 1억 린이나 받아먹고 말이지."

"그, 그건."

"5배였지. 그곳에서 나오면 30억 린만 토해내면 되겠군."

"토, 토해내면 되잖아."


베호닉은 사색이 된 얼굴로 떠들었다.


"돈은 있나."

"벌면 되지."

"네가? 네 따위가?"


나는 눈에 보기에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웃어? 네가 뭔데 내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데!"


베호닉은 나를 표독스럽게 바라봤다.


"안 웃으려야 안 웃을 수가 없지 않나. 베호닉."


나는 말을 잠시 멈추고 정적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호위를 내팽개치고도 사과조차 안 하는 네게 뭐 기대하라는 거지?"


나는 베호닉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튕겼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미, 미안해."

"들리지 않는군."

"미안해."


그녀는 부끄러운지 사과처럼 붉어진 얼굴로 용서를 빌었다.


"받아들이지. 그만 가보겠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면회실을 나섰다. 속이 좀 후련했다.



***


면회를 마치고 라골과 격전을 벌였던 교정의 외각을 찾아갔다. 전투의 흔적은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여기다."


나는 라골의 사지가 터진 곳을 가리켰다. 플로토는 주위를 두리 번 거렸다. 그리고는 사일런스 마법을 주변에 쳤다.


그가 완드로 지면을 가리켰다. 염동에 묶인 바닥이 부양했다. 어른 셋은 들어갈 만한 구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낑낑.


머리 둘 달린 강아지가 세 살쯤 돼 보이는 아이를 감싸며 구덩이 안에서 으르렁거렸다.


"어, 어머 진짜 있네요."


플로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말을 믿지 않았던 듯했다.


"아이와 개나 챙겨라."

"네."


플로토는 염동으로 조심히 아이와 강아지를 챙기고는 나를 뒤따랐다.



***



동녘과 함께 재판 당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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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미행(1) +2 22.01.01 155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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