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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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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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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라골(6)

DUMMY

022 라골(6).



초승달은 미약한 빛을 내뿜었다. 그나마도 구름에 막혀 세상은 무거운 어둠이 내려앉았다. 등불조차 희미한 교정의 외각은 베르망의 몸에서 타오르는 푸른 불꽃 덕에 어둠을 조금 들어냈다.


'학생 따위가 감히 나를 막아내.'


떨리는 손을 보며 당황한 것도 잠시. 자존심에 흠집이 난 라골은 불같은 격분을 내뱉었다. 그의 미간이 사납게 꿈틀거렸다.


'죽인다.'


칼을 고쳐 잡은 라골의 손에 살의가 가득 깃들었다. 푸른 호신강기가 그를 빽빽이 감쌌고. 강화된 근육이 폭발하듯 부풀었다. 터져버린 격분이 그를 날카로운 칼로 만들었다.


'베르망.'


살기 가득한 라골의 눈동자에 베르망이 담겼다. 그는 지체 없이 돌진하며 칼을 휘둘렀다. 유려한 검격이 베르망을 덮쳤다. 그가 만든 은빛 궤적이 베르망을 살을 도려내며 피를 흩뿌렸다. 어느새 베르망의 살가죽은 너덜너덜했다.


"히히."


베르망은 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눈에 보이는 속도로 아무는 상처 덕인지 방망이질에 힘이 빠지는 일은 없었다. 그뿐 아니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웃기까지 했다. 투박한 방망이는 묵직하고 위력적이었다.


휘이익-.


다만 라골이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베르망의 방망이질은 허공만을 갈랐다.


'이상해.'


라골은 베르망의 공격을 절묘하게 피해 검격을 수 없이 날렸다. 목을 반쯤 가르는 공격도 있었다. 심장을 찌르는 공격도 있었다. 그럼에도 베르망은 쓰러지지 않았다. 라골은 베르망의 회복력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고민할 여력은 없었다.


'점점...... 강해진다.'


라골은 긴장했다. 점점 베르망의 방망이를 피하기가 어려웠다. 생각 없이 마구 휘두르는 듯한 방망이가 하나하나 죽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휙-.


라골은 방망이를 피하고자 뒤로 멀찍이 도약했다. 온 힘을 다한 도약이었음에도 간발의 차이로 방망이를 피하는 게 다였다. 피하는 순간 자신을 덮친 방망이의 풍압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죽어!"


베르망은 눈은 붉게 빛났다. 동공과 흰자의 경계가 사라진 상태였다. 시퍼런 핏줄이 얼굴 전역에 곤두섰다. 그는 지면을 차 달려나갔다. 푸른 도깨비 불이 등 뒤로 뿜어지며 추진력을 더했다.


쿵.


베르망은 마구잡이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제된 동작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방망이질은 하나하나는 무자비하다 할 정도로 강력했다. 게다가 방망이를 휘감고 타오르는 도깨비 불까지 매섭게 휘몰아쳤다.


"흡."


라골은 거센 열기에 숨을 참았다. 호신강기를 둘렀음에도 살갗을 녹일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다만 열기 따위를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그는 무참한 방망이질을 막아내기 바빴다.


라골이 휘두른 수많은 은빛 궤적은 오직 방어라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그만큼 긴박했다.


"죽어."


베르망은 히죽 웃으며 방망이를 아래서 위로 크게 호를 그리며 휘둘렀다.


"윽."


라골은 칼등에 팔을 십자가로 포개 방망이를 막았다. 그의 두 발이 부웅 떴다. 그는 속절없이 뒤로 날아갔다.


쾅-.


라골은 칼을 바닥에 꽂아 몸을 멈춰 세웠다. 그의 각혈이 바닥을 더럽혔다.


으드득.


라골은 이를 악물었다. 베르망이 베호닉과 겹쳐 보였다. 배움 따위는 없어 보이는 무질서한 공격임에도 자신을 자리를 탐하는 잡것이었다.


"이 잡것이."


라골은 고함과 함께 베르망에게 달려들었다. 온 힘을 다한 일격을 내질렀다.


으드득-.


라골의 일격은 베르망의 방망이에 쉬이 막혔다. 힘과 힘의 대결이 벌어졌다. 처참한 라골의 패배였다. 라골의 손목은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죽어."


베르망은 빠르게 방망이를 등 뒤로 젖혔다. 그리고는 아래로 내려찍었다. 회피하던 라골의 다리를 처참하게 으깼다.


"감히. 감히."


바닥에 널브러진 라골은 피눈물을 흘리며 베르망을 쳐다봤다.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학생에게 패배하다니. 꿈에도 생각 못 한 일이었고.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굴욕이었다.


"잡았다."


베르망은 입꼬리를 사납게 올렸다. 그는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흥을 가득 머금은 얼굴은 소름까지 돋았다.


'이대로 죽으면 난.'


라골은 눈앞에 수많은 굴욕이 펼쳐졌다. 학생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서 죽임을 당하다니. 그에게 죽음은 무서운 게 아니었다. 죽은 후 자신에게 향할 많은 조롱이 무서웠다.


"살, 살려줘."


그래서 구원을 갈구했다. 죽으면 자신은 모난 놈으로 끝나기에. 돌이킬 기회조차 없기에.


"죽어라."


하지만 베르망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는 자기 할 말만 내뱉고는 라골의 두개골을 향해 방망이를 내려찍었다. 그 순간이었다.


월-.


머리가 하나 남은 케르베로스가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 녀석은 몸은 성한 대가 없었다. 핏물이 꿀렁꿀렁 녀석의 상처에서 터져 나왔다. 녀석은 몸을 던져 라골을 보호했다.


파아악.


몽둥이가 케르베로스의 몽통에 직격했다. 케르베로스의 몸은 산산이 터졌다. 내장이 조각나며 풍선처럼 터졌다.


워-얼.


머리만 남은 케르베로스는 바닥을 통통 튀며 라골의 얼굴에 이마를 대었다. 그리고는 혀를 할짝대며 라골을 볼을 핥았다. 케르베로스의 눈에 진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번에 두 마리 죽여. 히히."


베르망은 다시금 방망이를 높이 들었다. 그는 죽일 게 늘어 즐거워 보였다.


"케, 케르베로스 날 보호해. 빨리 날 위해 뒤지라고."


라골은 쉰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핏대 선 그의 눈동자는 광기로 가득했다. 그에게 필요한 건 머리통만 남은 케르베로스가 아니었다. 완전한 모습의 케르베로스였다. 얻는 건 쉬웠다. 머리통만 남은 케르베로스가 죽으면 그만이었다.


꽉-.


라골은 케르베로스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베르망을 향해 던졌다.


휙.


베르망은 횡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케르메로스의 머리는 터지며 뇌수를 퍼트렸다.


라골은 그 순간 비릿하게 웃었다. 그림자에서 새로운 생명이 꿈틀 되는 게 느껴졌다.


"덮쳐."


라골이 피를 토하며 외쳤다. 그의 그림자에서 거대한 어둠이 튀어 나왔다. 어둠은 금세 케르베로스로 변했다. 케르베로스는 베르망을 향해 돌진했다.


"강해."


베르망은 방망이로 케르베로스를 박치기를 막았다. 그의 몸이 뒤로 길게 밀렸다. 그는 도깨비 마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푸른 불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쾅-.


베르망이 지면을 박찰 때마다 폭발이 일어났다. 그만큼 거센 돌진이었다.


케르베로스도 뒤처지지 않았다. 검은 불꽃이 녀석을 감쌌다. 녀석이 지면을 박차자 똑같이 폭발이 일어났다.


두 개의 큰 힘이 부딪히는 순간.


"뭐, 뭐야. 씨발."


베호닉이 둘 사이를 막아섰다. 그녀의 몸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아귀에 머리 하나가 붙잡힌 케르베로스는 겁을 먹은 듯 꼬리를 내렸다. 덜덜 떨며 오줌까지 흘렸다. 어느새 머리 셋을 다 숙이며 낑낑거렸다.


"죽일 게 또 나타났다. 히히."


케르베로스와 달리 베르망의 눈은 반달을 그렸다. 그의 근육이 사납게 폭발했다. 훈련복의 상체가 터져 종이조각이 되었다. 근육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그러나 베르망에게 붙잡힌 방망이는 꿈쩍도 안 했다.


"...... 방망이를 떼어 노랬지."


베호닉은 질색 어린 표정으로 베르망을 보더니. 손에 힘을 주어 방망이를 훅 당겼다. 베르망은 무력하기 그지없게 방망이를 놓쳤다.


풀썩.


베르망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붉은빛을 발산하던 눈은 어느새 동공과 흰자가 보였다. 다만 정신을 잃은 듯 초점이 없었다.


- 죽여. 다 죽여버려.


도깨비 방망이에서 흘러나온 음흉한 목소리가 베호닉을 덮쳤다. 베호닉의 미간이 구겨졌다.


"시끄러워!"


베호닉의 살기 어린 고함을 내질렀다. 검붉게 빛나던 도깨비 방망이의 빛이 한순간에 흩어졌다.


툭.


베호닉은 방망이를 던졌다. 그리고는 라골에게 다가갔다.


낑낑-.


어느새 라골 옆에 다가간 케르베로스가 라골을 업고 도망치려는 중이었다.


"멈추지 않으면 바로 죽인다."


베호닉이 으르렁거렸다. 케르베로스는 덜덜 떨며 라골과 함께 엎어졌다.


베호닉은 라골에게 다가가며 자신이 본 장면을 떠올렸다. 도망가기 바쁘던 개가 갑자기 자신을 공격했다. 다만 자신을 쓰러트리려는 공격은 아니었다. 머리통 두 개를 포기하며 잠시라도 자신의 발을 묶어놓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개의 몸부림이 통해 잠시 발이 묶였고 개는 자신을 지나쳤다.


베호닉은 서둘러 케르베로스를 쫓았다. 그리고 보았다. 케르베로스가 라골을 보호하는 모습을.


"라골...... 이 똥개 네 능력이지."


베르망은 라골의 귓가에 입을 대고는 조용히 읊조렸다. 라골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의 가랑이 사이에서 묽은 오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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