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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연 독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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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최근연재일 :
2022.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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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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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대체 모의 전투(3)<수정>

DUMMY

016 대체 모의 전투(3).



촤아악-.


주먹을 아래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쥐새끼의 머리통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공중을 배회하던 머리통이 바닥에 툭 안착했다. 공동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비로소 공동에 두 발을 디디고 홀로 서 있을 수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시체의 산은 내 살의를 더없이 고양 시켰고. 살의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으라고 부추겼다.


벼락같은 발 구름으로 족적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두 갈래 길을 주저 없이 지났다. 네 갈래 길도 거침없이 지났다. 막다른 길 따위는 마주하지 않았다.


지도를 꺼내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각인된 경로가 나를 올바르게 이끌었다.


휙-.


옆으로 들어오는 화살을 피했고.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창을 피했다. 흐려진 이지 만큼 맑아지는 감각이 육감을 열었는지 빗발치는 함정으로부터 활로를 개척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까지 지나친 어떤 공동보다 넓은 공동이 나타났다. 공동 끝에는 익숙한 깃발이 보였다. 목표물이었다.


찍찍-.


쥐새끼 마수와 도마뱀 마수가 깃발을 지키고 있었다.


쾅-.


강하게 지면을 밟았다. 팔을 휘둘렀다. 여러 시체가 만들어졌다. 또다시 팔을 휘둘렀다. 더 많은 시체가 싸였다. 죽음의 향기가 내 뒤를 따라왔다.


또다시 공동에는 나만이 살아 있었다. 무심하게 깃발을 챙겼다. 그리고는 걸었던 길을 되돌아갔다.


마수를 남기지 않은 탓에 방해물은 함정 따위뿐이었다. 살육과 멀어질수록 감정이 식어갔다. 그리고는 이지가 조금씩 맑아졌다.


동굴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도깨비 체술을 쉬이 해제할 정도로 많아졌다. 대체 모의 전투를 천천히 되돌아보았다. 뇌(雷) 속성 계열의 마수에게 서슴없이 파도를 퍼부었던 게 유독 걸렸다. 도깨비 체술을 발동하면서도 이지를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동굴 밖으로 나서니, 많은 인파가 숨죽이고 있었다.


"날 그렇게나 위할 줄 몰랐군."


라골을 향해 깃발을 던졌다. 단순한 우연으로 치기에는 대체 모의 전투는 내가 지금껏 보였던 능력과는 상성이 너무 최악이었다. 정당하거나 불순한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고생했다."


라골은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불순한 의도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게 내 심기를 건드렸다.


"대장!"


리린이 분노한 듯 거칠게 호흡하며 다가왔다. 그녀는 느닷없이 내 귓가에 입을 댔다.


"라골 교수님이 대장에게 불리하도록 모의 전투 필드를 짠 거 같아!"


리린은 목청 높여 소리쳤다. 귀청이 떨어질 듯했지만, 노골적인 표현이 나쁘지는 않았다.


"교수님! 저 말이 진짜인가요!"


어느새 라골 옆에 선 레렌이 눈을 크게 키우고는 물었다. 그의 행동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는데, 가장 부자연스러운 건 아멜이의 손을 잡고있는 것이었다.


"라골 교수님. 본인이 보기에도 그렇소. 이건 베르망군을 저격한 처사였소. 누구보다 공명정대해야 할 교수님의 잘못이오."


아멜리는 눈에 힘을 주었다. 굳세게 보이려 발아하는 듯 보였다.


"맞다. 지금까지 치러진 모의 전투를 종합해 베르망과 상성이 맞지 않는 전투 필드를 짰다. 10개의 모의 전투를 대체하는 평가다. 난이도를 높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라골은 심드렁한 낯짝으로 답변했다. 잘못 따위는 없다는 듯했다.


"마음대로 개인의 상성에 고려한 필드를 짰다는 거잖아."

"월권 남용 아니야. 우리는 같은 조건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어째 몇몇 놈들만 좋은 평가를 받는다 했더니. 저런 게 작용한 거 아니야."


몇몇 관객들의 눈이 매서워졌다. 그들은 라골을 비판했다.


"저게 맞지. 단순 모의 전투가 아니었으니."

"성적 안 좋은 놈들 발악하는 꼬라지 좀 봐. 능력 부족으로 성적 꼴아박은 거 인정 안 하고 또 꼬투리 잡네."

"늘 있는 일이잖아. 추잡스러운 놈들."


또 몇몇 관객들은 라골을 옹호했다.


"근데. 저걸 상성이 나쁘다고 쳐야 하는 건 맞아? 아무리 봐도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상성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

"아까 10반 녀석이 말했잖아. 지금까지 화염계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었다고."

"증거 없는 말 뿐이었잖아. 녀석이 거짓말했을 수 있지. 아니면 최근에 화(火) 속성 계열의 특성을 개안했고, 교수한테만 몰래 언질 한 거 아니야. 교수와 베르망이 작당 모의 한 거지."

"그렇게 보기에는 번개 쥐를 상대로 수(水) 속성 능력을 사용했잖아. 교수의 편애를 받았으면 그런 머저리 같은 짓은 안 했겠지. 마수를 강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뇌(雷) 속성 계열의 마수를 상대로 수(水) 속성 능력을 조심성 없이 마구 휘두르다니. 감점 요소라고."


또 몇몇은 나와 라골의 사이를 가지고 갑론을박 중이었다.


"이번 대체 모의 전투는 공정했다. 상성을 배제하면 지금까지 치러진 모의 전투와 규격이 다르지 않아. 그리고 너희도 한 번 이상은 경험하지 않았나. 자신과 상성이 맞지 않는 모의 전투를 말이다. 너희가 앞으로 마수를 상대할 때 입맛에 맞는 마수만 만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상성이 맞지 않는 마수와 대치하는 건 필요한 과정이고. 필요한 평가다."


라골은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했다.


"평가는 끝이다. 돌아가도 좋다."


라골의 축객령. 나를 볼 때마다 불만스런 눈빛을 보내는 녀석의 낯짝이 너무 거슬렸다.


"라골."

"뭐지."

"상성 따위는 상관없다. 어차피 내겐 버러지만도 못한 모의 전투였으니. 다만."


나는 말을 멈추고는 라골에게 걸어갔다. 녀석의 앞에 서서 말을 이었다.


"오늘따라 네 낯짝이 마음에 안 드는군."


녀석을 굽어봤다. 버러지를 보듯 쳐다봤다.


"도가 지나치군."


라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녀석은 목소리를 한껏 깔았다.


"버러지에게 예라도 갖추라는 말인가? 상식을 깨는 생각이군. 아닌가. 그냥 멍청한 건가?"


나는 무심하게 읊조렸다.


"...... 미쳤구나. 베르망."


라골은 미간을 구겼다. 녀석의 목은 시퍼런 핏대가 곤두섰다. 무거운 공기가 일대에 가라앉았다.


"베호닉이 네 안부를 묻더군. 호의가 가득한 물음이었지. 근데 말이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녀석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네가 에드를 죽였다는 걸 알고도 호의를 보일지 궁금하군."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라골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나는 검지로 녀석의 심장을 가리켰다.


"베호닉이 자신의 애인을 물어 죽인 머리 셋 달린 개새끼가 마수가 아니라 네 녀석의 소환수란 걸 알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군. 너무나도 말이지."


라골의 귓가에 다시 한 번 읊조리고는 고개를 뗐다.


"......"


라골은 입을 다문 채로 궁지에 몰린 쥐새끼마냥 떨어댔다.


툭-.


녀석의 어깨를 툭 밀치자 힘없이 무너졌다.


"나도 죽여 보시지."


라골의 손을 느릿하게 짓밟았다. 녀석은 살의를 내비쳤다. 그러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둘러 숨겼다.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나 보군."


나는 라골을 지그시 내리깔아본 후 그를 지나쳤다. 어리둥절한 관객들을 해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대장! 라골 교수한테 뭐라 한 거야. 뭐라 했길래 저리 쪽도 못 써?"


나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오른 레렌이 들뜬 투로 떠들었다. 녀석을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오른 리린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키득키득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녀석들을 신경 쓰지 않고 서둘러 플로토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언제나처럼 논문에 파묻힌 녀석이 나를 반겼다.


"베르망군 무슨 일이시죠?"

"플로토, 신변보호를 요청하겠다."

"네?"


플로토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가 들은 게 맞다. 그리고 실기 교수를 하나 추천하지."

"실기 교수요? 교수진 만원일 텐데요?"

"곧...... 자리가 날 거다."


나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



교수 회의실.

실기 교수진은 테이블에 둥글게 앉아 있었다. 테이블 중앙에는 베르망의 대체 모의 전투 영상이 홀로그램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이내 영상이 마무리되고 교수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이 라골의 손을 짓밟았다는 말이지? 근데 왜 어떤 처벌도 없는 거지."

"라골이 사라졌잖아. 당사자가 사라져서 진상을 규명할 방법이 없다는군."

"그게 말이 돼. 목격한 학생 수만 수백인데."

"말이 되는 게 중요해. 이론 교수진이 베르망이란 녀석을 감싼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아카데미가 아주 잘도 돌아가는 군. 근데 라골은 왜 짓밟히고 가만히 있던 거야. 병신처럼."

"모르지. 당사자가 사라졌으니."

"라골 녀석 진짜 어디로 사라진 거야. 정말 아는 사람 없어?"

"그 얘기를 몇 번이나 꺼내는 거야. 아무도 없다잖아."

"나도 그만 얘기하고 싶어. 근데 라골 녀석의 자리를 베호닉이 대체한다니까 그렇지. 쯧. 그 미친년과 같이 일할 생각만 해도 벌써 골이 아프다고."

"나는 뭐 아닌 줄 알아! 아니, 총장님도 너무하시지 실기 교수를 임용하는데 이론 교수들의 추천을 받다니."

"우리는 제국 소속이 아니라는 거지 뭐. 우리는 계약이 끝나면 아카데미와 연이 끊기지만, 이론 교수진은 마탑으로 돌아가니까."

"서러워서 살겠어."

"그럼 어째 아쉬운 놈이 참아야지. 그럼 뭐 안 참고 나가려고?"

"막말은. 내가 교수 자리 차지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럼 빨리 일이나 끝내고 흩어지자고."

"일할 게 뭐 있어. 자잘한 실수 감점 요인으로 다 넣어도 어차피 만점인데. 아니면 뭐 30분도 안 돼서 모의 전투를 돌파한 놈한테 다른 점수라도 주려고. 우리 반 최정예 조가 이 정도 규격의 모의 전투를 돌파하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어. 다섯 명이서 말이야!"


교수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평가지에 만점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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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6 대체 모의 전투(3)<수정> +1 22.01.06 129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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