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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연 독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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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최근연재일 :
2022.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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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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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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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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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4 룬 아카데미(1)

DUMMY

004 룬 아카데미(1).



"베르망, 방학 사이에 많이 홀쭉해졌네."


레렌이 붉은 눈과 어울리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내려봤다.

2M는 되어보는 장신, 잘 단련된 근육, 그의 육신은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강한 압박을 줬다.


"그러네! 이제 포동포동 정도려나? 귀여운 아기 돼지 같아!"


리린이 붉은 장발을 쓸어넘기고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건강미 넘치는 몸을 살짝 숙여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근육도 조금 붙은 거 같고. 방학 동안 운동 좀 했나 보지?"


리린이 서슴없이 나를 더듬었다.

나는 손을 휘둘러 그녀의 손길을 걷어냈다.


"성깔은 그대로네."


리린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제 손을 어루만졌다.


"잡소리 그만하고 찾아온 이유나 말해라."


나는 눈을 치켜떠 그들을 노려봤다.


이틀 후면 2학기가 시작되기에 기숙사에 복귀했다.

2달 동안 비어 있던 기숙사 방은 먼지로 가득했다.

그 탓에 본가에서 룬 아카데미까지 이동하며 생긴 여독도 풀지 못하고 온종일 청소에 시달렸다.

겨우 청소를 마치고 좀 쉬려 했는데 이 쌍둥이 남매가 불쑥 방으로 찾아왔다.

거짓 없이 짜증이 터질 듯이 솟아올랐다.


""그야 당연히""


남매는 안광을 반짝이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뒤춤에서 뭔가를 휙 꺼냈다.


""과외 해줘야지! 대장!""


남매는 서적을 들이밀었다.


"하-."


김이 새 웃음이 튀어나왔다.

베르망은 삼류 악당답게 수족이 몇 있었다.

그중 둘이 레렌, 리린 남매다.

남매와의 거래가 고작 이론 과외라니.

어찌 보면 17세 답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피곤하다. 내일 찾아와라!"


과외 몇 번 해주고 수족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기에,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내일? 내일은 방학 마지막 날이야! 그런 날 공부를 하면 억울해 죽는다고."


레렌이 무식한 말을 내뱉었다.

나보다 키만 작았어도 꿀밤을 갈겼을 테다.


"맞아. 내일은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잘 거라고!"


리린도 앙칼진 목소리를 내질렀다.

얘도 키만 작았으면 꿀밤이었다.


"그럼 학기 중에 찾아와라. 왜 오늘 지랄들이지?"


나는 두 녀석을 밀어 방에서 내쫓으려고 했지만, 실기 상위권인 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길.


"첫날에 쪽지 시험 있잖아. 치! 대장이 약속보다 5일이나 늦게 와 놓고선 또 생떼야!"


레렌이 눈을 좁혔다.

기억 상실이라고 핑계 댈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1학기 기억이 없다는 편이 더 귀찮아질 거 같았다.


"내가 너희 눈치를 봐야 하나? 내일 오든가. 아니면 영영 꺼져라."


검지로 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으-. 방학 동안 성격을 더 버리고 온 거 같네."


레렌이 질색이라는 듯 얼굴을 구기고는 터덜터덜 나갔다.


"너무해! 대신 내일 대장이 밥 사."


리린이 씩씩거리며 나갔다.


"하-."


고개를 저으며 침대에 누웠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창가로 보이는 하늘은 어두컴컴했다.

달빛이 찬연한 탓에 괜스레 앞으로의 일이 그려졌다.

앞으로 10살은 어린 것들과 학생 놀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다.

나도 모르게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룬 아카데미에 쌈닭 출몰이다."


피곤함에 못 이겨 눈이 감겼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제는 바닥에 무릎을 대지 않고도 팔 굽혀 펴기가 가능했다.

여전히 운동 흉내 수준이지만, 2달 전의 몸뚱이 상태를 생각하면 나름 흐뭇한 결과였다.


창으로 아침 햇볕이 스며들었다.

무리하면 하루가 고달프기에 운동은 이쯤에서 멈추었다.

속옷 차림으로 운동했기에, 수건만 들고 샤워실로 향했다.


"대장!"


방문을 벌컥 열며 리린이 들어왔다.


"어머! 이 시간에 대장이 일어나 있다고?"


리린이 입을 벌리며 놀람을 표현했다.

속옷 차림의 남정네는 별문제가 아닌 듯 보였다.


"예의는 다 팔아먹었나? 이제 막 해가 뜨는 참이다. 아니, 그 전에 노크할 줄을 모르나?"


나는 도끼눈으로 리린을 바라봤다.


"어! 대장 땀이 송골송골 맺혔네. 어디 아파?"


리린은 동문서답을 내놓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손을 내 머리에 대며 열을 재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내가 운동을 했을 거란 생각은 추후도 안 하는 듯 보였다.


"열은 없는데. 방이 더웠어?"


리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침 운동했다. 이제 씻을 거니까 꺼져라. 제발."

"아, 아침 운동? 대장 죽을병이라도 걸린 거야? 그 탓에 헛살던 인생을 돌아본 거야?"


리린은 막장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진짜 베르망을 생각하며 내뱉은 말이겠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제발, 꺼져라."

"대장 죽으면 안 돼."


리린이 느닷없이 날 껴안았다.

정말 미칠 거 같았다.

이게 패도 될 만큼 선을 넘겼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던 차였다.


"대장! 리린!"


문밖에서 레렌이 기겁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나, 나는 아무것도 못 봤어. 아! 문은 닫아줄 게. 좋, 좋은 시간 보내."


레렌이 문을 닫자 다다다 빠르게 달려가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삼류 악당의 수족이라 그런지 남매는 삼류 소설 짓기에 특화된 듯 보였다.


"리린, 당장 꺼지지 않으면, 과외 따위는 절대 없다. 아니....... 가르쳐 주지. 완전히 틀린 이론을. 낙제생을 만들어 버릴 만큼 정교한 틀린 이론을."


나는 심각하게 눈물을 글썽이는 리린을 밀며 또박또박 전했다.


딸꾹.


"나, 낙제."


리린이 그제야 뒷걸음질 치며 방을 나섰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샤워 한 번 하기 힘들군."



***



샤워 후 초이해로 도움이 될만한 이론서 몇 개를 익혔다.

운동 후 이론 습득은 나름의 아침 루틴이다.

초이해의 연료는 마력.

마력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차오르기에 아침에 적당히 사용하고 저녁에 한 번 더 적당히 사용하는 건 효율이 좋았다.


기숙사를 나서서 대학 부지쯤 되는 크기의 아카데미를 둘러봤다.

화면으로 보던 것과는 차이가 있기에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정해진 지역만 닿을 수 있던 게임과 달리 발 닿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게 나름 재밌기도 했다.


"또 무슨 짓을 꾸미길래 저리 두리번거려."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걸까. 그 망신을 당하고도."

"하-. 뒤통수 한 번만 갈기면 안 될까?"

"참아-. 레렌, 리린 남매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걸. 녀석들은 왜 저런 불한당 뒤에 붙어가지고."

"과외받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저런 인성 파탄자한테 과외를 받고 싶나?"


아카데미를 거니는데 당당한 앞담화가 나를 가득 반겼다.

표독스러운 눈총은 덤이었다.

발을 멈추고 앞담화 무리를 응시했다.

앞담화 무리는 뭘 보냐는 듯 나를 야렸다.


"후-."


저것들을 어떻게 혼을 내야 속이 후련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대장!""


내게 추적 장치라도 달아놨는지 레렌, 리린 남매가 달려오고 있었다.

남매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느닷없이 속도를 올렸다.

양 갈래로 나누어진 둘은 들소처럼 앞담화 하던 놈들을 들이박기 시작했다.


"악-. 왜 이래!"

"미쳤어!"


앞담화 무리는 푹푹 쓰러지며 욕을 내뱉었다.


"왜? 악당 등장 씬 아니었어? 아니었나 봐. 리린."


레렌이 리린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 대장이 좀 더 욕먹고 슬픔에 잠겨 있었을 때였나? 타이밍 잡기가 어렵네."


리린은 배를 잡고 키득키득 거렸다.

남매는 나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 저것들이 겁먹겠나? 악감정만 더 키울 짓이었다. 다음에는 다리 하나는 부러트려라."


나는 무미건조한 투로 읊조렸다.


"어...... 그 정도로 하면 벌점인데."


레렌이 조금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네 벌점이지 내 벌점인가? 대가를 받을 거면 제대로 충성해라."


나는 일장연설을 대충 늘어놓고는 돌아서 걸었다.


"어, 어. 같이 가 대장."


뒤에서 레렌의 얼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 말이 맞네, 맞아. 다음에는 발을 뭉개 놀게."


리린이 내게 팔짱을 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함부로 터치하는 버릇도 고쳐라."


팔을 뿌리쳤다.


"조심할 게. 근데 지금 어디가?"


리린이 서글픈 얼굴로 물었다.


"과외 안 받을 건가?"

"과외? 이제 점심시간인데? 점심 먹고 하면 안 돼?"

"그런 요구를 하고 싶으면, 다음부터는 일을 더 잘해라. 오늘은 과외도 턱걸이 수준이었다."

"치이."


리린이 볼을 부풀렸다.

17세 치고는.

아니, 여성치고는.

아니, 그냥 일반인보다 큰 키임에도 비율이 좋아서인지 볼을 부풀리는 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대장! 방학 동안 더 화끈해졌네!"


레렌이 재밌다는 듯 옆에서 쪼갰다.


"멈춰!"


앞으로 나아가는데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아이씨, 또 저스틴이야."


무시하고 계속 나아가려고 했는데 레렌의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발을 멈췄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머리카락은 황금으로 물들인 듯 고귀하게 빛났고, 올곧은 신념이 엿보이는 날카로운 눈매는 뚜렷한 이목구비를 더 강조했으며, 희망을 품고 있는 듯 금안은 빛이 났다.

이 세상의 조명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내 저스틴이 나를 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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