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아카데미 기연 독식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빠른글
작품등록일 :
2021.12.19 13:02
최근연재일 :
2022.01.18 22:29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5,216
추천수 :
332
글자수 :
119,124

작성
21.12.22 23:55
조회
430
추천
24
글자
12쪽

003 첫 번째 기연(3)<수정>

DUMMY

003 첫 번째 기연(3).



베호닉은 내 능력을 본 이후부터 점점 말이 없어지더니. 이제는 짐짓 무거운 얼굴로 말없이 나아갔다. 삐악 거리지 않으니 고요해서 좋았다.


파아악-.


베호닉이 가볍게 툭툭 내지르는 주먹에서 파공음이 울렸다.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수십 미터 떨어져 있는 마수의 머리통이 풍선처럼 터졌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수에게 품었던 경각심이 뭉텅이로 도려져 나갔다. 그녀와의 여정 중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었다.


"흐흠. 베르망. 나 할 말이 있는데."


베호닉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무게를 잡았다.


"도착이다."


고대하던 목적지에 도달한 탓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말을 먹어버렸다. 그녀는 볼이 좀 부풀어 오른 듯 보였다. 못 본 척 넘기고 목적지를 관망했다.


얼핏 보면 뱀의 얼굴처럼 보이는 바위산이 보였다. 그 형태를 유지하며 숲을 배회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베호닉, 뱀산을 산산이 부숴라."

"뭐? 내가?"


곁눈질로 날 노려보던 베호닉은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

"음. 그건 호위 임무랑은 별개로 보이는데."

"돌아가면, 추가금 5천만 린을 지급하지."

"5천만! 음...... 돈은 됐어.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


베호닉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굳게 다짐한 얼굴로 말했다.


"어떤 부탁...... 아니, 알겠다. 부탁을 들어주지. 단,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부숴야 할 거다."


굳이 묻지 않아도 그녀의 부탁을 알 거 같았다.


"저런 바위산 몇 합이면 흔적 하나 없이 지울 수 있어. 멈추고 싶어도 멈출 기회가 없을걸."


그녀는 자신만만한 투로 말하며 팔을 휘휘 돌렸다. 그러더니 바위산과 멀찍한 곳으로 발을 옮겼다.


"어딜 가지?"

"네가 안전하게 대피할 곳. 후폭풍에 휘말리면 안 되잖아."

"그럴 필요 없다. 나를 업고 부술 테니."


기연의 전조를 생각하면 그녀와 떨어지는 건 위험했다.


"그러면 힘 조절을 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시간이 걸려도 괜찮으니 나를 업고 부숴라."


시간 좀 아끼려고 목숨을 걸 수는 없었다.


"힘 조절하는 거 귀찮은데······. 알겠어."


베호닉은 혼자 좀 구시렁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다."


베호닉의 눈빛이 일순간에 돌변했다. 공기에 무게라도 생긴 듯 압박이 느껴졌다. 호신강기로 보이는 푸른 막이 그녀와 나를 감쌌다.


"꽉 잡아."


베호닉이 지면을 박차자 땅이 울렸다. 한걸음에 뱀산에 도달해 몸을 부딪쳤다. 굉음이 퍼지며 부딪힌 영역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이후 그녀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 듯 뱀산이 파괴됐다. 호신강기 덕에 파괴된 잔해에 다치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격한 동작도 버틸 만했다.


어느새 뱀산의 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드드득.


느닷없이 천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이 솟아오르고 꺼졌다. 재앙을 연상시키는 붕괴.


베호닉이 나를 내려놓으려 했던 곳에 시선이 닿았다.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싱크홀이 형성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목을 감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거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베호닉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평정심을 찾은 듯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천지가 무너지는 가운데에 서 있지만, 그녀의 등은 안정적이었다.


"멈추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래도...... 이건 그냥 붕괴가 아니야. 마법적 공간에서 일어난 붕괴라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별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계속 부숴라."

"어떻게 알아?"

"난 이 현상을 예견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아무 이유 없이 바위 따위로 이루어진 산을 부수라고 했겠나? 이 현상을 예견하지 않았다면 나를 업은 채 부수라고 말했을 거 같나?"

"알고 있었다는 거지."


베호닉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하듯 조용히 읊조렸다. 그러더니 호신강기의 빛이 더욱더 영롱하게 타올랐고. 그녀는 몇 걸음 만에 뱀산의 정상에 올라 주변을 살폈다.


"아직 붕괴는 뱀산 주변에서만 일어나고 있어. 붕괴가 확산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여 벗어날 거야. 베르망, 너는 정신 차리고 길을 안내해. 움직이는 숲 전체가 붕괴되면 네가 이해한 숲의 원리와 구조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그러면...... 어쩌면 우리는 움직이는 숲에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지도 몰라."

"뱀산을 부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러니 헛생각 그만하고 부숴라. 그게 안전해지는 길이다."


휙-.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호닉의 손이 나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내 목덜미를 잡아 들더니 나와 얼굴을 맞대었다.


"이 사태를 예견하고 날 사지로 몰았다는 거지. 아무리 호위 업무라도 의뢰인은 예견된 위험 요소를 말할 의무가 있다고 난 생각하는데? 이건 의뢰인 과실. 내가 의뢰를 거부하더라도 넌 추가금은 물론 내 부탁도 들어줘야 할 거야."


베호닉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허리에 끼듯 들고는 뱀산을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이미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1억 린을 추가 지급하지."

"목숨이 먼저야."

"2억 린."

"2, 2억린. 아니. 난 이미 마음을 굳혔어."


베호닉은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의뢰인 과실? 좋다. 네 부탁을 들어주지. 단, 도박장에서 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지는 모르겠군. 뱀산을 부순다면 모를까."

"익! 내 부탁이 도박이랑 관련된 걸 어떻게 알았어?"


베호닉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떼돈을 벌 기회를 놓쳤다는 게 중요하지."

"치. 이제 네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아. 뱀산은 속전속결로 부수고 탈출한다. 뼈 몇 군데 나갔다고 나중에 딴소리하면 그때는 내 손에 죽어."


베호닉은 지면을 박차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핑.


그녀와 나를 두른 호신강기가 더없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이내 빠른 속도로 낙하하며 그녀가 돌산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호신강기를 뚫고 느껴지는 충격파에 전신이 비명을 내질렀다 정신이 찰나 아득해졌고. 뼈 몇 마디가 부서진 듯했다. 정신을 흐릿하게 찾았을 때 뱀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 ££§§ ¥§¥§


진원지를 알 수 없고. 또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천지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목소리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기운. 몸속에 흐르는 마력이 뇌로 모이는 게 느껴졌다.


눈앞에서 푸른 스파크가 일며 '초이해'라 명명한 능력이 발휘됐다.


초이해.

이 세상의 언어를 학습 없이 익히게 만들고.

움직이는 숲의 원리와 구조를 깨닫게 했으며.

베르망을 이론 1등 자리에 앉히게 한.

원인과 결과, 원리와 구조 그 무엇이든 한 조각의 실마리만 있으면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


- 내 집을 망가트린 이유가 무엇이지. 나는 룬에게 영혼의 안식을 약속받았다.


어느새 천지에 울리는 목소리가 이해됐고.


- 또 다른 약속을 지킬 시간이다.


그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 룬어의 사용자인가. 그렇다면...... 마왕이 눈을 떴다는 이야기인가.

- 그렇다. 부활을 위해 자신의 파편을 모으고 있지.

- 그렇군. 그대가 나의 새로운 집인가.

- 그래. 나 베르망 리트망인이 너의 새로운 집이다.

- 알겠다. 룬과의 약속에 따라 룬어를 사용하는 자를 새로운 집으로 삼겠다.


눈앞에서 발광한 푸른 빛에 눈을 감았다. 천천히 눈을 뜨니 푸르고 투명한 물속 세상이 펼쳐져 있었고. 내 몸은 영혼이라도 되는 듯 불투명한 나신의 상태였다.


- 룬의 핏줄이 아니었나. 그래서 날 깨우기 위해 이런 난동을 피운 것이군.


거대한 음성을 따라 시선을 두었다. 크기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물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등껍질과 피부가 검은색이며, 뱀의 머리를 꼬리로 가진 거북이 형태의 신수 현무였다.


- 그래, 난 룬의 핏줄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건가?


룬.

이 세계에서 영웅이라 불리는 유일한 인물. 과거 마왕으로부터 세상을 구한 용자이며, 저스틴의 선조다.


- 아니. 룬과의 약속은 룬어의 사용자를 집으로 인정하는 것일 뿐. 꼭 룬의 핏줄일 필요는 없지. 다만, 룬어는 룬과 룬의 아이들이 만든 약속의 언어. 룬의 핏줄도 아닌 네가 개안한 게 흥미로울 뿐이다.


얼핏 용과 닮은 현무가 붉은 안광을 빛내며 나를 굽어봤다.


이 세상에 룬어의 흔적은 오직 룬의 핏줄에 마법으로 새겨져 있었다. 정작 룬어를 개안한 저스틴조차 룬의 아이들과 대화가 가능할 뿐. 룬어를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었다.


- 자 나의 집이 된 대가로 '물의 권능'을 선사하마.


현무는 왜인지 미소를 머금은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끝으로 시야가 암전됐다.



***



"베르망! 정신 차려. 부탁 들어줘야지! 아키 통통! 눈 좀 떠."


귓가에서 윙윙 되는 소리에 미간이 구겨졌다.


"통통. 나랑 도박장 갈 때까지 죽으면 안 돼. 나는 떼부자가 되고 싶단 말이야!"

"안 죽었다."


눈을 뜨자 울먹이는 베호닉이 보였다. 도박으로 한탕 못 칠까 봐 저러는지 눈물 콧물로 얼룩진 얼굴이 아주 가관이었다.


"어! 눈 떴다. 통통이 눈 떴다."


그녀의 미소 띤 얼굴을 내게 들이밀었다.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꼬집으며 크게 웃었다.

해맑은 얼굴이 잘 어울리는 것과 별개로 그녀의 콧물이 내 얼굴을 향해 떨어질 준비를 했다. 대롱거리던 콧물이 이내 떨어졌다.


내가 그것을 거부하자. 콧물은 내 얼굴에 닿기 전에 멈추었다.


물의 권능의 첫 사용이었다.



***



"이변입니다. 이변! 강력한 우승 후보 라둠을 꺾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신예 베르망이 결승에 진출합니다."


사회자가 나를 가리키며 환호를 유도했다. 관객들은 열열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는 적당히 손을 흔들며 대기실로 발을 움직였다. 그러다 내 눈은 관객 중 유독 떨고 있는 한 여성에게 고정됐다.


베호닉의 손에는 듄달프 퀴즈 대회 예상 우승자가 적혀있는 도박 용지가 2장 쥐어져 있다. 도박용지에는 당연히 내 이름이 적혀 있다.


1장은 영끝까지 배팅한 베호닉의 것이고. 나머지 1장은 영끝까지 배팅한 내 것이다. 나는 음흉하게 웃으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



"파란이 일어났습니다! 올해 듄달프 퀴즈 대회 우승자는 베르망 리트마인군입니다. 작년 우승자 호즈를 꺾고 당당히 우승을 검어 줬습니다."


사회자가 힘껏 외쳤다. 관객들 속에 있던 베호닉이 급하게 움직였다. 들소처럼 관객을 헤집더니 내게 다가와 벌컥 껴안았다. 충격에 정신이 나갈 거 같았다.


"어. 어! 대회장에 난입하시면 안 됩니다. 경비. 빨리 안내해 드리세요."


사회자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경비들이 허둥지둥 뛰어온다.


"아키 통통. 우리는 이제 부자야! 떼 부자라고!"


베호닉이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강하게 껴안았다. 숨이 턱 막혔다.


"제, 제발. 떨어져라. 도박 용지 찢어버리기 전에."

"하하. 장난도 참."


베호닉은 더욱더 격하게 껴안았다. 서서히 정신을 잃을 때쯤 날 노려보는 결승전 상대 호즈가 눈에 들어왔다. 나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베호닉 이 곰 같은 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 기연 독식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1 22.01.19 62 0 -
26 026 용의자(1) 22.01.18 50 6 9쪽
25 025 재판(3) +1 22.01.17 65 7 9쪽
24 024 재판(2) +1 22.01.15 76 9 9쪽
23 023 재판(1) +2 22.01.14 79 9 13쪽
22 022 라골(6) +2 22.01.13 85 12 9쪽
21 021 라골(5) +2 22.01.12 86 10 10쪽
20 020 라골(4) 22.01.11 93 10 10쪽
19 019 라골(3) +2 22.01.10 96 11 10쪽
18 018 라골(2). +2 22.01.08 119 11 10쪽
17 017 라골(1) +3 22.01.07 129 12 9쪽
16 016 대체 모의 전투(3)<수정> +1 22.01.06 131 10 10쪽
15 015 대체 모의 전투(2) +2 22.01.05 136 11 11쪽
14 014 대체 모의 전투(1)<수정> +1 22.01.04 137 9 9쪽
13 013 미행(2) +2 22.01.03 161 11 11쪽
12 012 미행(1) +2 22.01.01 155 11 9쪽
11 011 아델 패밀리(3)<수정> +4 21.12.31 178 11 11쪽
10 010 아델 패밀리(2) +1 21.12.30 174 13 13쪽
9 009 아델 패밀리(1) +1 21.12.29 201 10 9쪽
8 008 격변 +2 21.12.28 210 12 10쪽
7 007 룬 아카데미(4) +2 21.12.27 244 12 11쪽
6 006 룬 아카데미(3) +3 21.12.25 265 13 10쪽
5 005 룬 아카데미(2)<수정> +5 21.12.24 312 13 10쪽
4 004 룬 아카데미(1) +2 21.12.23 374 16 10쪽
» 003 첫 번째 기연(3)<수정> +2 21.12.22 431 24 12쪽
2 002 첫 번째 기연(2) +2 21.12.21 481 24 10쪽
1 001 첫 번째 기연(1) +9 21.12.20 746 3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