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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의신 식물인간에서 영웅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7.24 22:00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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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4
글자수 :
600,463

작성
22.07.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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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68편. 게임의 신 - 내가 먼저 선빵친다.

DUMMY

68편. 게임의 신 -

=외부. 세 시간 뒤.=


오강신은 경찰서에서 진술을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그곳에는 공준민이 있었는데, 그에게 우산을 내밀었다.


쏴아아아아아악.


떨어지는 장대비를 바라보며 공준민이 말했다.


“우리 집에서 잘래?”

“제 팔에 소름이 돋지 않으면요.”


오강신의 너스레에 공준민이 피식 웃는다.


“그러면 어디서 자게.”

“게임단 숙소 있잖아요. 경찰보다는 그쪽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몰래 나가기 더 쉽기도 하고요.”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공준민은 장대비에 손을 내민다.

자신의 손이 빠르게 젖어가는 걸 보며 그가 읊조리듯 말한다.


“고작 일 개월. 한 달 만에 해외 불법 카지노에서 돈을 다 꼴아서 내린 결정이란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친구 따라 감방에 갈 줄 누가 알았겠냐.”


명계성이 승부 조작에 낀 이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오강신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친구 잘 사귀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가 봐요.”

“그러게. 옛날엔 어른들 말이 죄다 번거롭게 느껴졌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어른들처럼 생각하게 되네. 그래서, 경찰들이 뭐라고 하든?”

“저를 도와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데요. 그리고 순순히 죄를 인정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금방 나온 거고요.”

“아까 황제후 이야기는 뭐니?”

“경찰차에서 깨어났던데 그들에 제게 말해주더라고요. 저를 습격한 이들 중 한 명은 황제후인데, 다른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도와준 사람도 있었다네요. 지금처럼요.”

“그래서 경찰들은 믿는 거 같아?”


그의 질문에 오강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증거도 없는 침입자들의 말을 누가 믿어요. 게다가 같은 게임단도 아니고 경쟁 게임단 소속 선수였잖아요. 그것도 일 위 팀 에이스인데, 그 말 믿고 소환했다가 욕 엄청 처먹을 텐데, 경찰이 모험을 감수할 리 없잖아요.”

“그럼 너는?”

“저도 모르죠.”


단호한 대답에 공준민이 슬쩍 오강신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장대비를 바라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이어 벌어진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 호텔에서 사람을 죽이려고 하고, 병원에서 약물을 먹여 죽이려고 하고, 공수부대처럼 줄 타고 내려와 사람 집에 침입하질 않나,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알고 누가 귀신처럼 나타나 구해주질 않나.”

“형...”


그가 불러보지만 공준민은 멍하니 장대비를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요즘 들어서 흉악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어. 경찰들은 숨기려고 하지만, 나처럼 뒤로 따로 듣는 사람들은 알 수 있거든. 최악은 그런 흉악 사건들이 올해 들어서 세 배 이상 폭증하고 있다는 소식이야. 그중 미해결 사건만 서른이고. 어쩌면 다시 조심해야 할지도 몰라. 예전 서울역처럼 말이지.”

“음···. 가상현실게임을 한 선수들이 불안하다는 말씀이시죠?”

“선수들뿐이니.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하는 게 레전드잖아. 레전드 프로 선수마저도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서슴없이 벌이고 있는데, 일반인 중에는 얼마나 더 그러겠어.”

“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알아. 아니까 그만하라는 말을 못 하잖아. 단지, 불안해서 그래. 내가 불안해서.”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냈던 건 오강신 뿐만이 아니다.

공준민도 그랬고, 사실 오강신의 게임 실력 때문에 그의 일 호 팬이 되고 형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실은 같은 사건으로 죽은 피해자 가족 중 하나가 공준민 이었기에 친밀한 사이까지 되었다.

아픈 과거를 말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공준민의 모습에 오강신은 링커에 대해서 말할까 하다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니 다물 수밖에 없었다.

눈에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저건 뭐지?


장대비 사이로 이상한 방향으로 튀는 물방울들이 보였다.

예전의 그였다면 자동차의 튀는 것까지 뒤섞여 뭔지 못 알아봤겠지만, 전보다 느려진 세상 속, 어둠에서도 예전보다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진 이상,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 꺾인 물방울들을 하나로 이은 그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사람이다.


자신처럼 은신 망토나 두건을 쓴, 그게 아니라면 나혜리처럼 두 개의 구슬을 깨서 은신 변환체를 뒤집어 뜬 것이 분명했다.

차 크기와 비교해보면 자신과 비슷한 키였고, 자신이 들키지 않는 것을 확신하는지, 어두운 차들 사이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간 곳은 경찰청 건물 옆이었다.


“형.”

“응?”

“미안한데. 나는 여기 있어야 할 거 같아. 먼저 가.”

“그게 무슨 소리야. 너 게임단까지.”

“갑자기 경찰서에 말할 게 생겨서 그래. 아무래도 밤새야 할지도 몰라서. 오늘도 출근이잖아. 그러니까 어서 가봐. 난 간다.”


뭐라 말하려던 공준민이 이내 체념한 표정을 짓더니 그에게 말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프면 병원 가고! 연락해!”

“네.”


그렇게 공준민을 보낸 오강신은 곧바로 경찰서 내부로 뛰어들어온다.


우선 1층 창문부터.


창문은 닫혀 있고, 바닥엔 젖은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급하게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이 층은 형사과가 있고, 자신을 침입한 녀석들이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 창문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멈추기는 했지만, 오강신은 빗방울 사이로 굴곡진 형상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죽이려는 걸까?

아니면 입막음?


오강신은 성큼성큼 걸어서, 철창이 처진 곳에 서 있는 경찰에게 말했다.


“저기, 잠시 잊어먹은 진술이 있어서 하고 싶은데, 들어갈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어서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어?!”

“왜 그러세요.”

“저기 창문이 열려 있는데요.”

“이런! 제가 닫을 테니까-”

“아닙니다. 제가 닫을게요.”


경찰이 움직이기도 전에, 오강신은 황급히 뛰어가서 복도 끝에 있는 창문에 다가갔다.

다급하게 옆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은 오강신은 창문을 닫고 잠금까지 건다.

그러곤 감사의 고갯짓을 하는 경찰에게 미소를 보낸 후, 형사과로 들어섰다.


“오강신씨 다시 오셨네요.”

“제가 잊고 있었던 게 있어서요.”

“잊고 있었던 거요?”

“네. 제가 갑자기 기억이 났거든요.”

“기억이라면.”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요.”

“아! 습격 사건 말씀이십니까?”

“네. 그 호텔에서 황제후가 제게 은밀하게 쪽지를 보낸 걸 떠올렸어요. 저보고 열 시 십 분에 보자고 했었거든요. 여자친구 문제라고 하길래. 제가 당시에 같이 방송하던 아나운서의 남자친구가 혹시 황제후인가 싶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거든요. 물론, 맞을 때 당시의 기억은 없고, 딱 거기까지만 생각이 나서요.”


거짓말이었다.

단지, 시간을 끌며 이자가 이곳을 찾아오려는 이유와 대담하게 경찰서 내부로 들어올 수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버티고 있다 보면 유치장에 갇혀 있는 세 명을 만나려고 그자는 찾아올 게 뻔했다.

당연히 투명 상태일 게 뻔하니, 우연을 가장해서 몸을 드러나게 한다는 게 오강신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가 예상했던 범인이 아닌,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사내가 불쑥 들어와 그가 있는 반대편으로 뛰어간다.


“죄송합니다!”

“어?! 이 형사 이제 오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해서.”

“다음에 대신 근무 서주는 거 잊지 말고.”

“넵! 두 배로 서겠습니다.”

“두 배는 됐고, 원할 때 부탁해.”

“네!”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형사라고 불린 사내 가슴에 흔들리는 명찰엔, 이종민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계급은 경사였는데, 나이에 비해 높다고 생각하는 오강신의 의문점을 수사 중인 경찰이 대신 풀어준다.


“저 친구가 우리팀 에이스입니다.”

“에이스요.”

“네. 인성도 좋고 실력도 좋은 친구입니다.”

“그런데 형사님 저분 오늘 경찰서에서 자다 온 건가요?”

“아프시다는 소리 못 들었습니까. 병원에 있다 왔죠.”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뭐가 말입니까?”


형사의 질문에 오강신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젖지 않아서요.”


그의 말에 형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종민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강신님도 멀리 있는 걸 자세히 보는 게, 이 형사랑 비슷하네요.”

“하하. 그런가요.”

“체격도 그렇고, 가끔 눈빛도 반짝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하나 더 있는 거 같네요.”

“네?”


오강신은 이종민의 주변에 감정의 빛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다가 목에 있는 상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목에 있는 상처와 같은 유형이었는데, 그것을 본 오강신은 쓰게 웃었다.


“저 친구도 가상현실게임을 자주 했나요?”

“가상현실게임? 글쎄요? 그런 이야기는 없던데.”

“그래요? 나중에 한 번 물어보세요. 그런데 제가 어디까지 말했었죠?”

“아! 황제후가 오강신님을 보고 싶다고 쪽지를 불러낸 이유를 설명 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기억이 자꾸 까먹다가 돌아오기도 해서.”

“그런데 황제후와는 많이 친했습니까? 여자친구 이야기할 정도면 친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거 같은데.”

“아니요. 전혀 친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그랬다고요?”

“저도 그래서 정말 심각한 이야기구나 싶어서 수락한 거였거든요. 아나운서 남친인데 싸웠거나 다른 이야기가 있으면 제 방송에도 영향이 있으니까요.”

“흠. 그래서 수락을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에는 모른다는 거네요.”

“네.”

“그렇다면 저 놈들이 한 말이 마냥 거짓은 아니라는 건데.”


사실 거짓말이긴 해도, 진실은 섞여 있었다.

바로 아나운서의 남친이 황제후라는 게 바로 그 진실이었는데, 그와 사이가 더 틀어진 이유가 오강신이 아나운서에게 그녀의 남친이 황제후인 줄 모르고 친구 파티장에 다른 여자와 같이 들어간 걸 말하면서, 아나운서는 황제후가 바람을 핀 걸 알게 된다.

헤어지는 건 당연했고, 황제후는 이후 경기에서 오강신만 미친 듯이 공격하다가 오히려 역전패당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게 절반은 이해가 되긴 하네.


하지만 바람을 핀 것도 사실이고, 여성 편력이 좋지 않다는 것도 이미 유명한 사실이라. 오강신은 이해는 했어도 미안한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처럼 놈도 반신불수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오강신이었다.

오강신의 진술이 끝나고, 형사는 기지개를 켜다가 놀란 눈으로 오강신을 바라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어차피 밤샐 각오로 형도 보냈어요.”

“저기 소파는.”


말하다가 유치장 근처라는 걸 깨달은 형사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반대쪽을 가리킨다.


“피곤하시면 저곳에서 누워 있으시면 됩니다.”


그곳에는 자신이 유심히 지켜보고 싶은 이종민이 있었기 때문에, 오강신은 거부하지 않았다.


“저는 그럼 저곳에 가보겠습니다.”

“그러세요. 혹시 불편하거나 배고프시면 제게 말씀하세요. 바로 도와드릴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지나치게 친절한 형사의 모습에 오강신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만도 하지. 언론에서 심하게 두드려 맞았으니까.


연일 경찰은 허술한 수사와 경호로 오강신을 위험에 빠뜨린 것으로 질타를 받고 있었다. 오강신이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된다는 이도 나올 정도로 여론은 격했으니, 그동안 벌어진 일에 책임이 없는 형사가 그에게 쩔쩔매는 것도 이해가 되는 그였다.

오강신은 잠깐 몸을 돌려 유치장에 들어간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고, 그들이 신경 쓰고 있는 건 오로지 세 사람뿐이었는데, 서로 생명을 노린 만큼 긴장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링커라는 건 확실히 모른다.


알았다면 자신도 신경 썼을 게 분명했기 때문인데, 오강신은 자신의 작전이 통했다는 것에 만족하며 소파로 걸어가 주저앉는다.


뿍.


방구와 비슷한 소리가 소파에서 흘러나왔지만 익숙한 일인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반응하지 않았다.

반응한 유일한 한 사람은 이종민이었다.

오강신과 눈이 마주친 이종민은 고개를 숙였고, 오강신도 같이 맞인사를 한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종민이 그에게 걸어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형사 이종민입니다. 오강신 선수 맞으시죠?”

“네. 오강신입니다. 현재는 몸이 좋지 않아서 코치지만요.”

“곧 털고 일어나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악수를 하며 덕담을 건네더니, 이종민은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비 때문인지 공기가 서늘한데, 담요라도 가져다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오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종민은 유치장, 정확히는 그 옆에 있는 소파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오강신은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빠르게 유치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세 개를 동시에?!

소환 계열인가.


주머니에 넣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손바닥에서 바로 생성해서 던졌다는 뜻이고, 자신보다 전송에 능한 이는 저 세 사람이 말한 대로 소환 계열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

날린 것은 반투명한 납작한 구슬이었는데,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은근슬쩍 자신의 귀로 가져다 대는 것을 보며 오강신은 저것이 통신 구슬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저렇게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


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싶었으나, 이종민이 몸을 틀어 그의 눈동자도 그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종민은 담요를 들고 뛰어오더니, 그에게 내밀었다.


“자 덮으세요.”

“감사합니다.”


최대한 긴장한 상태로 그것을 받아든 오강신은 담요를 주는 과정에서 이종민의 목이 드러나자, 몸을 일으킨 이종민에게 미소 지었다.


“목을 보니까. 가상현실기기 좀 다뤄보셨나 봐요.”

“아. 네.”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는 이종민에게 오강신이 연이어 질문한다.


“게임?”

“뭐. 철없던 시절은 누구나 있으니까요. 아! 물론 오강신님이 철없다는 건 아닙니다.”

“괜찮아요. 철없었다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하하. 그런데 어떤 게임을 하셨나요?”

“예전에 배틀로얄류 게임을 주로 했었습니다.”


배틀로얄.

배틀로얄류는 그 사건을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역의 비극.

공준민과 오강신에게 충격을 주었던 큰 사건.

그것을 연상케 하는 단어에 오강신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리고 자신이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김민후 형이 감정의 힘을 안 순간이 십 년 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분명 칠 년전부터 링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십 년 전에 이미 링커들이 있었고, 그때부터 이미 균열이 열려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린 그는 의문점을 우미에게 묻고 싶었으나, 오강신은 일단 이종민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몇 개월 정도 하셨죠?”

“칠 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윤 형사님이 아닌 저를 불러주세요.”

“네. 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종민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오강신은 눕지는 않고 담요를 몸에 덮은 다음, 유지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굳은 얼굴의 세 사람이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히죽거렸는데, 불과 이십 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에 오강신은 느슨했던 긴장감을 바짝 조였다.


형사들이 있는데도 일을 벌인다고?

그러고 보니.


형사는 세 명. 그중 링커는 한 명이었고, 링커들은 총 네 명이었는데, 그중 형사 두 명 모두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함. 난 이만 간다.”

“넵!”

“윤형사~! 같이 가야지.”

“저도 이제 막 조서 다 작성했습니다.”

“근처 찜질방 좋은 데 있는데, 어때?”

“좋죠. 딱 세 시간 자고 와야겠습니다.”


오강신은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의 정체는 물론이고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자신이 그들을 따라갈 명분이 없거니와.

자신의 호위 문제로 최소한 이종민을 붙일 게 뻔했다.

최대한 자신이 링커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으면 좋겠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단 이곳에서 나가는 게 우선이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강신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에, 배를 슬쩍 문지른다.


“배가 아파서요. 화장실 좀 다녀오려고 합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렇게 바깥으로 나가는 오강신의 귀로 유치장 쪽에서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감이 좋은 건가? 그래 봤자 돌아오면 끝이겠지만.”

“먼저 찌르는 사람이 돈 더 받기로 한 거 잊지 마.”

“네 느린 손놀림으로? 훗.”

“지금 비웃는 거야!”

“닥쳐! 아직 사람 있는데, 그렇게 떠들 거야.”

“어차피 듣지도 못하는 열등인종들인데, 뭔 상관이야.”

“우리가 아니라 저자가 문제잖아! 노려 보는 거 안 보여.”


아주 작은 목소리들이었는데, 오강신 정도 되는 청력이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저놈들 입방정 덕을 두 번 보는군.

그렇다고 봐준다는 건 아니지만.


굳은 얼굴의 오강신은 복도로 나와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으로 흩뿌려진 빗물의 흔적을 보고는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 대기하다가 복도로 나온 오강신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대기 중인 경찰에게 다가갔다.


“조사 끝나서 그런데 나가도 될까요?”

“네. 하지만 순찰조 돌아오려면 멀었는데, 혼자 돌아가시는 건-”

“그럼 여기 있어도 될까요. 저 안은 저 공격하려던 놈들이 있어서...”


오강신이 말을 흐리자. 경찰이 황급히 옆에 있는 여유분의 의자를 내밀었다.


“여기 앉으세요.”

“불편하지 않게 저쪽에서 앉아만 있을게요.”

“네. 그러십시오.”


그렇게 약간 떨어진 곳에서 앉게 된 오강신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화면에 있는 버튼을 누른다.


“소리변환 종료.”


그러자 주변에 글자들이 허공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오강신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귀패드 작동.”

[패드 작동 시작.]


그러자 눈앞에 희미하게 귀 패드가 나타났는데, 그것을 보며 오강신은 경찰의 눈치를 살피며 손가락으로 주파수를 조절했다.

그러자, 이리저리 글자 크기가 바뀐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양호운 : 오강신이 화장실에서 돌아오면 처리하라는 말씀이시죠.]

[강도민 : 하지만 시체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종민 : 시체는 내가 통로를 만들어내면 된다.]

[양호운 : 변신뿐만 아니라, 소환도 잘하시는 데, 이적까지! 역시 삼 성 링커! 캬 대단하십니다.]

[이종민 : 그 입 다물어라.]

[양호운 : 넵.]

[이종민 : 어쨌든, 통로는 미리 열어 둘 테니까. 녀석이 들어오는 즉시 통로로 밀어 넣고 안으로 들어가서 처리해. 딱 오 분. 오 분 동안이다. 그 이상 길어지면 나도 카메라를 속일 수 없어.]

[유다한 : 그런데 이종민님.]

[이종민 : 왜.]

[유다한 : 가족들은 놔둬도 되는 걸까요? 오강신이 황제후에 대해서 말하던데, 가족들에게 증거를 주지 않았을까요?]

[이종민 : 네 말도 일리가 있군.]

[유다한 : 오강신을 처리하는 대로 바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이종민 :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고?]

[유다한 : 네?]

[이종민 : 너도 여성 편력이 심하다는 건 그룹 내에서도 유명해서 말이야. 오민아. 노리고 있는 거지?]

[유다한 : 저 그렇게까지 구분 못 하고 날뛰는 놈 아닙니다.]

[강도민 : 그럼 내가 찜이다.]

[양호운 : 나도 같이 안 될까?]

[유다한 : 배신자는 입 다물지]

[양호운 : 너희가 먼저 나 뒷-]

[이종민 : 그만. 만약 내 앞에서 다시 한번 더 싸우면 다 같이 보내주마.]

[유다한 : 헙. 죄송합니다.]

[양호운 : 절대 싸우지 않겠습니다.]

[이종민 : 후···. 예상치 못한 일로 사로잡힌 너희들을 잘해주라는 명령만 없었어도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생각하지 못한 걸 말했으니, 그것까지는 봐주마.]


역겨운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도대체 이런 짓을 얼마나 자주 해왔으면 저런 말들이 술술 나오는 거지.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언행이었는데, 오강신은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글을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삼 성이라고 그랬으니, 나와 경지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거야.


분노를 그들에게 쏟아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기습해서 쉽게 제압했다뿐이지, 다수의 공격을 전부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한지는 아직 몰랐다.

무엇보다 통로라는 걸 만든 자의 실력이 자신과 비슷하기만 해도, 다른 이들의 공격은 막기 힘들었다.

그걸 알기에 박쥐 같은 양호운이 저쪽에 붙은 것이리라.


나와 같은 링커 동료만 있었다면.


고민해보지만, 지금 당장 저들을 저리하기엔 무리였다.

그런데.


[너무 늦게 오는 거 아닙니까?]

[차라리 화장실에서 족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너희들을 가려야 한다는 걸 잊었나. 내가 나갔다 오지.]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오려는 모습에, 벌떡 일어난 오강신은 경찰에게 말했다.


“잠깐만 바깥으로 나가서 비 구경만 하고 오겠습니다.”

[절대 혼자 나가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저 잘려요.]

“네. 절대 혼자 안 갈게요.”


유난히 큰 글자가 나타날 때마다 오강신은 바로바로 대답했고, 주파수를 조정해서 원상태로 돌려놨다. 그사이 철장문이 열렸고, 오강신은 이종민이 나오기 전에 바깥으로 걸어나간다.

화장실에 갔는지 이종민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은 가운데, 오강신은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쏴아아아악.]


검은 하늘 아래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을 바라보는 와중에, 오강신의 눈앞에 새로운 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강신님은 어디 가셨는지 아십니까?]

[잠시 바람 쐰다고 나가셨습니다.]

[아니! 그걸 놔두면 어떡합니다. 그러다가 습격이라도 받으면 어떡하라고요.]

[현관문에서 잠시 비 좀 바라보신다고 하셨습니다. 나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됐습니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소리변환”

[소리변환 시작]


탁타탁탁탁.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그의 뒤에 들려온다.

자연스럽게 오강신은 돌아오려는 것처럼 몸을 돌렸는데, 계단에서 내려온 이종민과 눈이 마주친다.

그의 얼굴은 무섭게 굳어 있었는데, 오강신을 보자마자 크게 소리친다.


“위험하게 혼자 나가시면 어떡합니까?!”

“어차피 경찰서 안인데요. 입구랑 후문에 경찰들이 있는데 누가 덤빈다고요.”

“그래도 혼자 이렇게 나와 있는 건 안 됩니다. 우선 저랑 같이 안으로 들어가시죠.”

“비 좀 더 구경하고 가고 싶어서요. 금방 들어가겠습니다.”


덤덤하게 말하는 오강신이었고, 더는 강권하기 힘든 분위기에 이종민은 한숨과 내쉬었다.


“오 분입니다. 그 내로 들어오세요. 안 오시면 강제로 데리러 오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 분입니다!”

“네!”


그렇게 몸을 돌린 이종민은 다시 위로 올라갔는데, 오강신은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선다.

오강신은 자신이 애타게 찾기도 했고, 자신을 구해주려 했던 김민후가 나점례를 찾지 않은 이유를 조금을 알 거 같았다.


링커라는 게 알려진다면, 인질이 최고의 수단이야.


그것도 삼 성이라면 거대 집단을 이룬 이들에게는 오강신은 조종하기 쉬운 탐스러운 먹잇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도망치는 것도 상대에게 의심받는 행위였으며, 오히려 경찰인 이종민이 자신을 더욱 옆에 두기 쉬운 구실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끌려가 싸우는 것도 링커라는 것을 들키기 때문에 오강신에게는 좋지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 도망 못 친다면.


상대가 아닌 자신이 주도해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건, 전략의 기본이었다.


내가 먼저 선빵친다.


선제공격을 결심한 오강신.

그는 복도에 있는 카메라를 보자마자 배를 움켜잡고는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작가의말

내일은 일이 있어서 휴재 하겠습니다.

대신 주말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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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편. 게임의 신 – 의심하는 자들. 22.07.06 43 1 17쪽
63 62편. 게임의 신 - 네. 알고 있습니다 22.07.05 48 1 22쪽
62 61편. 게임의 신 – 이제 참지 않아. 22.07.04 43 1 18쪽
61 60편. 게임의 신 - 진즉에 이렇게 할걸. 22.07.01 43 1 20쪽
60 59편. 게임의 신 - 다시 만나다. 22.06.30 41 1 18쪽
59 58편. 게임의 신 - 투명 구슬 22.06.29 39 1 21쪽
58 57편. 게임의 신 - 싸움. 22.06.28 47 1 21쪽
57 56편. 게임의 신 – 전투 그리고 기억. 22.06.27 57 1 21쪽
56 55편. 게임의 신 – 변! 신! 22.06.26 53 1 19쪽
55 54편. 게임의 신 – 둘러보기. 22.06.25 50 1 21쪽
54 53편. 게임의 신 – 감정 세계 22.06.24 49 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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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편. 게임의 신 – 약간의 성장 22.06.12 7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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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편. 게임의 신 - 다른 사람들의 기억 22.06.09 72 1 15쪽
38 37편. 게임의 신 – 새로운 게임단장. 22.06.08 71 1 18쪽
37 36편. 게임의 신 - 기억 정리 22.06.07 75 2 15쪽
36 35편. 게임의 신 – 또 한 걸음. +2 22.06.06 90 3 15쪽
35 34편. 게임의 신 – 별 두 개. 22.06.05 73 2 18쪽
34 33편. 게임의 신 – 한 걸음씩. 22.06.04 79 3 20쪽
33 32편. 게임의 신 – 걷고 싶었다. 22.06.03 88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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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편. 게임의 신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2.06.01 9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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