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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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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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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77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6.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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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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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8쪽

*Zero-sum*

DUMMY

89

*Zero-sum*

*Zero-sum*

김명인이 붙잡혔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웃으며 자축했다.

하지만.


[큰일 났습니다. 김명인이 명호님과 회장님의 유전자 자료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거로 거래를 걸어왔습니다.]


제일 우려했고, 네 명만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김명호의 세상은 지옥으로 변했다.

무너지기 직전인 회사들이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아우성치는 것도 경력이 미천한 자신이 제어하기 힘든 마당에, 김명인마저 여차하면 모든 걸 불겠다고 협박하면서, 어떻게든 자신을 빼내 달라고 어린애처럼 칭얼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조용히 있으면 빼내 주겠다는 설득도 그에겐 소용이 없었고, 교도소에서 매일같이 문자를 보내고 있는 그를 빼내기 위해서 사람들을 고용하고 싶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 망설이고 있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며칠 내로 답 안 오면, 풀어버리겠어. 아! 그리고 내가 까먹고 있었는데, 네 이름이 적힌 비밀장부원본을 정우아라고 박수호 애인이 가지고 있다. 일단 그것부터 확보해라.]


그의 말에 여차하면 김명인을 처리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와중에 그보다 더 중요한 비밀장부의 출처를 알게 된 김명호는, 비밀장부원본 전체가 있다면, 위태로운 케이 그룹을 인질로 삼을 계획을 세운다.

여차하면 묻어버릴 수 있는 비밀을 지닌 김명인은 청부를 통해 처리하기로 한 그는 정우아에 대한 조사를 명령한다.


[정우아가 가지고 다닌다고 박수호에게 직접 들었다.]

[그 애 엄마랑 화장실에서 대화하는 걸 들었는데요, 내일 밤에 옷가지 가지로 집에 들른다고 했어요.]

[박수호는 계속 야근 중입니다.]

[정우아 오늘 옷차림은 검은색 코트에 긴 가죽 장화를 신고 있어요. 사진 보내줄게요]


김명인이 붙잡히고 정확히 사흘째 되는 날 밤, 자신이 미리 알아본 빈집 안에 들어온 김명호가 창문 옆에 기대어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발. 언제 오는 거야.“

말하는 그의 입에 하얀 김이 나와 그의 얼굴을 흐리게 만들었다.

부우웅.

”음?“

차 소리와 함께 붉은색 SUV 하나가 나타나자, 반사적으로 몸을 벽 뒤로 숨긴 그는 미간을 좁힌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주차장에 세운 차에서 내린 한 여성을 발견한 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왔군.“

말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가 시퍼렇게 빛나는 칼을 꺼냈다가 다시 넣고는 성큼성큼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걸어갔다.

끼이익.

조심스럽게 문을 연 그는 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고, 바깥으로 나온 그는 그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빛을 등지고 있어서, 가까이는 가지 못하고 멀찍이 십 미터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는 그녀를 보며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붙어? 아니면 나오고 나서?“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인 그는 가로등으로 환한 주차장과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린다. 이윽고 주변 창문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차가운 바람에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다.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 그는 그녀의 가방에 시선을 고정한다.

”어차피 저거만 뺏으면 돼.“

그녀가 멈춘 순간, 곧장 앞으로 뛰어간 그는 그가 만든 소리에 뒤돌아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오른손에 든 칼을 들이밀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퍽.

대항하지 못한다고 예상한 정우아가 하이힐로 칼을 쥘 오른손을 정확히 가격한 것이다.

”윽.“

오른손을 움켜쥔 그는 자신의 얼굴로 날아온 그녀의 주먹을 고개만 젖혀 피하고 왼손을 그녀의 얼굴로 휘둘렀다.

”악.“

황급히 자신의 왼팔로 막았지만, 충격이 컸는지 신음을 내뱉으며 정우아는 벽까지 밀렸고, 그 틈에 그녀의 왼손에 있는 가방을 낚아채려고 한 그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찰이다! 꼼짝 마!“

전혀 눈치도 채지 못했던 경찰의 등장에 그는 화들짝 놀라 무방비 상태의 그녀에게서 가방을 뺏을 생각도 못 하고 옆으로 뛰어갔다.

”멈춰!“

뒤에서 들려온 남자들의 고함과 발소리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두운 담장으로 뛰어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성인 키 정도 되는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음...“

착지한 충격에 눈살을 찌푸린 그는,

삑. 삑.

”담장 넘어갔다!“

”내가 넘어갈게!“

”젠장.“

황급히 몸을 일으켜 길 끝에 보이는 주택가를 향해 뛰어갔다.

”헉. 헉.“

거친 숨을 내쉬며, 자동차들이 주차된 좁은 골목을 지나, 산에 진입한 그는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었다.

”빌어먹을.“

나무에 기대어 서 있던 그는 숨이 진정되자, 품에서 손바닥 크기의 종이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손전등을 꺼냈다.

종이에는 지도가 있었는데, 그것을 살펴본 그가 한 곳에 작게 난 소로를 전등으로 비추며 말했다.

”낮에 볼 때보다 더 좁은데.“

잠시 고심하던 그는 자신이 지나온 곳을 흘깃 쳐다본다.

이곳저곳 주택가 사이로 번쩍였다가 사라지는 빛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쩔 수 없어. 간다.“

그는 손전등을 켜다 끄기를 반복하며 산속 소로를 따라 이동했다. 중간에 발을 헛디뎌 몇 차례 큰일 날 뻔했지만, 무사히 산 중간을 지나온 그는 멀리 주택가가 보이자, 굳어있던 얼굴을 풀었다.

”됐다. 찾았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 그는 마침내 어두운 주택가 골목 끝에 주차된 고급 외제 차를 보고는 미소 지었다.

부스럭.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앞을 살펴보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는 눈살을 찌푸린다.

”빌어먹을 년 때문에 거기다... 떨어뜨렸지. 하나 더 가져올 걸 그랬나.“

중얼거리며 앞을 주시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비벼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썩은 나뭇가지라도 떨어졌나...“

다시 자신이 목적한 곳을 향해 몸을 돌린 그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남은 거리는 이십 미터.

뜀박질 몇 번이면 닿을 거리지만, 그는 뛰지 않고 오히려 멈춰 서서 입술을 깨물었다.

”음...“

그는 절벽으로 착각할 정도로 가파른 경사면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구멍 난 철조망을 바라보았다.

”갈 수 있으면 좋은데...“

어두운 산길, 그것도 나뭇가지로 가로막힌 경사로 아래로 내려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까딱 잘못하면 아래로 길게 미끄러지거나 최악의 경우엔 구를 수 있었다. 이때 큰 소리라도 나서 내려오는 장면이 들킨다면 빨리 가려다가 쇠고랑 차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원래라면 미리 봐 둔 산등선이 소로를 따라 십 분만 더 가면 길이 나오고 거기서 차까지 오 분 정도 더 가면 되지만, 계획이 실패하고 쫓기는 시간에 십오 분이란 시간은 한 시간을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컸다.


예상치 못한 실패.

경찰의 추격.

어두운 산길.

십오 분.


선택이 순간에서 그는 망설이면서 시간이 흘렀다.

”아무래도-“

”이 새끼가 도망치려고 해!“

뒤에서 들려온 고함에 그는 오른발을 움직이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그림자를 향해 손전등을 겨누어 버튼을 눌렀다.

번쩍.

눈앞에 드러난 상대의 얼굴을 본 그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넌 박-“

후두둑.

오른발이 딛고 있던 부분의 바닥이 갑자기 쑥 아래로 빠졌다.

”억!“


박수호, 나무, 바닥.

박수호, 나무, 땅.

박수호, 나무, 덤불.

박수호, 나무, 철조망.


차가운 고통과 뭉툭한 고함.

그리고 시린 어둠이 찾아왔다.


*Zero-sum*

*Zero-sum*


김명인이 살아 있다는 사실과 함께 모든 진상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명인과 박상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만든 지옥.-

-두 살인귀 밑에서 만들어진 살인자들.-

-케이 그룹에게, 유일한 후계자 김명호의 반신불수라는, 악재가 추가되다.-

-강압 수사로 인한 부상이라 주장한 김명호, 하지만 과거 그에게 폭행당한 자들의 폭로와 동영상 공개로 나락으로 떨어지다.-

-국민들의 뜻에 따라 모든 은행은 케이 그룹과 거래 안 하기로 결정.

-살인, 불륜, 유착, 성매매, 마약, 탈세, 비자금, 등등 범죄로 얼룩진 김씨 일가의 몰락.-


이 주.

단 이 주 만에 케이 그룹과 김씨 일가가 쌓아 올린 탑이 우르르 무너졌다.

심장 쇼크로 회장은 숨졌으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됐다. 그들의 재산은 대부분 범죄 행위에 대한 벌금과 손해배상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사실상 그들은 신분으로나 지위, 경제력 모든 부분에서 밑바닥을 치게 되었다.

큰 탑이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주변까지 휩쓸리는 법.

제일 먼저 정치권이 큰 영향을 받았는데, 그들에게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아왔던 박수호의 아버지 박진남도 무너지는 탑의 잔해를 피해갈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무역 회사의 비자금 비리를 신고한 자는 바로 박진남.-

-그의 아들이 김명호에게 괴롭힘당해 동생으로 바꾸는 비극적인 삶을 산 그가 내리친 철퇴에 케이 그룹이 무너지다.-


탑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휩쓸려 파묻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박진남은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경제에서는 케이 그룹이 남겨놓은 유산을 갈라 먹기 위해 눈치 싸움을 시작했고, 사회나 스포츠, 연예에서는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은 몸을 사리거나 사장되고, 다른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케이 그룹과 제일 많이 연관되었던 경찰은 인천지청 고위 간부의 삼 분의 일이 대기 발령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연수구 지구대는 인원의 절반이 감봉이나 진급 누락 등으로 난리가 났다.

그리고 다른 지역 경찰들도 이것을 보며 경계심을 가지고 있을 때, 유일하게 잔치 분위기인 곳이 있었다.


-파란 연필 수사대. 경찰의 표본이자 자랑.-

-우희진 경감을 비롯한 수사대 전원 최소 한 단계 진급 결정!-

-대통령이 직접 수사대 전원에게 감사장 및 표창장 수여 예정!-


스마트폰에 기재된 뉴스 헤드라인을 보던 이신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잡은 건 우린데, 윗사람들은 왜 포상금이랑 상장까지 받는 건지... 뉴스나 기자회견도 우 경감이 아니라 저들이 하겠다고 난리고.”

옆에서 서류를 정리 중이던 우희진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수사대를 만드는 데 힘을 썼으니까 그런 게 아니겠어요. 전 범인 잡아넣은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그녀의 말에 이신후가 멋쩍은 미소와 함께 머리를 긁적였고, 그들 뒤편에 모습을 드러낸 이찬용이 웃으며 다가와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는다.

쿵.

“구로는 정리 다 끝났습니다.”

“고생했어요.”

“뭘요. 마지막까지 정리해야 하는 경감님이 고생하시죠. 그나저나 관악은 아직 입니까?”

그의 말에 원달호는 인상을 구기며 박수호를 가리켰다.

“나 말고 이 자식이 자신이 안 봤다고 넘길 수 없다는 걸 어떡하나.”

“아니 경찰밥 더 드신 분이 검수를 안 하고 순경이 하는 건 처음 봅니다.”

이신후의 장난기 섞인 말을 들은 원달호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제가 부하 교육을 워낙 잘해놔서 그런 겁니다. 부러우시면 하나 데리고 오지 그러셨습니까.”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피식 웃은 가운데, 명훈 형사가 자신이 들고 있는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도 지구대 돌아다니면서 순경 중에 괜찮은 사람 있나 봐야겠습니다. 수사대 더했다간 과로로 제명에 못 죽겠습니다.”

“명훈 형사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제가 서류는 직접 보관실에 옮겨야 하는 거니까. 이제 다들 퇴근하세요. 박수호 순경도 이만 퇴근하고.”

“하지만 저는-”

“명령입니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형사님들이랑 같이 퇴근하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원달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박수호 앞에 있는 서류 뭉치를 들었다.

“경위님!”

“미안하지만 이미 두 번 검수한 파일이라고, 그만하고 퇴근 준비해.”

말하면서 책상으로 걸어간 그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럼 경감님 명령대로 퇴근해야죠. 그럼 수고하십쇼.”

그가 경례하며 손을 올리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경례를 한다.

“고생하셨어요.”

“수고하십쇼.”

“가보겠습니다.”

모두 한번씩 경례를 하며 웃으며 나가기 시작했고, 박수호는 경례 대신 상체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말에 우희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고맙다.”

그녀의 말에 웃으며 나온 박수호는 자기 앞에 있는 이신후에게 걸어가다가 정우아를 발견한다.

업무 때문에 왔는지 검은 정장 차림으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 멈춰선 그에게 이신후가 다가와 속삭였다.

“오늘 금방 끝난다고 내가 말했다. 그러니 꼭 잡아.”

“네?”

“자 다들, 오늘은 제가 쏠 테니, 근처 고깃집으로 갑시다.”

그의 말에 다른 형사들이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원래 수사가 끝나면 소주에 고기 아니겠습니까?”

“내일도 회식 있으니 소맥보단 소주만 콜?”

“당연하죠. 콜!”

형사들이 엘리베이터로 걸어갔고, 정우아가 다가왔다.

“내일이면 수사대도 끝이라면서.”

“응. 보관함에 넣은 서류 정리까지 다 끝나서, 더는 여기 있을 이유도 없지.”

“그래...”

“음...”

잠시 서로 바라보며 침묵하던 두 사람 중,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박수호였다.

“일단 가자.”

“응.”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천천히 걸어갔다.

“저기... 아버지 때문에 미국 가는 거 들었어?”

그녀의 말에 박수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가 풀어진다.

“그래. 로펌에서 전액 지원해 주기로 했다면서.”

“로펌 하나 망했잖아. 그곳 고객 삼 분의 이 이상이 우리 쪽으로 왔는데, 그중 절반이 내 이름 보고 왔다고 해서...”

“잘됐네. 아저씨는.”

“아직 몸이 잘 안 움직여.”

“그래... 재활 쪽으로 권위 있는 곳으로 가는 거니까. 그곳에서 꼭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십 년 만에 깨어나셨는데, 몸까지 불편하니까 많이 불안해하실 거야. 잘 보살펴드려.”

박수호의 말에 정우아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응.”

-문이 열렸습니다.-

“가자.”

“응.”

“차 가져왔어?”

“응.”

“오케이.”

-문이 닫힙니다.-

절반 정도 내려갔을 때, 이번엔 정우아가 먼저 말했다.

“할아버지는 괜찮으셔?”

자식을 또 팔아먹었다면서 고함을 지르다가 쓰러져서 응급실로 실려 간 박수호의 할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박수호는 웃으며 답했다.

“일어나시자마자 바로 의원 욕하셨는데, 박 선생님이 난생처음으로 욕먹고 안심하기는 처음이라고 하시더라.”

“호호. 몸은 괜찮으시고?”

“응. 워낙 움직이는 걸 좋아하셔서 평소에 근육 유지를 잘하셔서 수술도 잘 끝나서 위험한 일은 없데.”

“정말 다행이다. 의원님은 안 찾아오셨고?”

그녀의 질문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미안.”

“내가 미안하다. 그자는 안 왔고, 왔다가는 또 쓰러지는 거니까. 오히려 안 보이는 게 희소식이지.”

띵.

-문이 열립니다.-

“먼저 나가.”

“응.”

“어디 있어?”

“저기. 저 차.”

그녀가 멀리 붉은 SUV를 가리켰고,

“배고프다 어서 가자.”

“응.”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두 사람은 그곳을 향해 걸어간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두 명의 발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지하 주차장에서, 두 사람은 어두운 얼굴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운전할게.”

정우아가 말하면서 곧장 운전석으로 향했고, 입만 벙끗거리던 박수호는 한숨을 내쉬곤 조수석으로 걸어갔다.

차 안으로 먼저 들어온 정우아가 박수호를 바라보았다.

“안전띠는.”

“맸다.”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시동을 켠 그녀가 운전대에 양손을 올렸다.

“그래 그럼-”

“뭐야.”

갑자기 그녀에게 상체를 기울인 박수호가 오른손을 뻗었고, 그 손이 자신의 얼굴로 향하자, 정우아가 심하게 흔들리는 자신의 눈동자를 눈꺼풀로 감춰버렸다.

그리고...

철컥.

“안전띠는 매고 운전해야지.”

박수호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을 뜬 그녀는 박수호가 원래대로 돌아가자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출발한다.”

“응.”

부아앙.

끼이익!

급발진처럼 앞으로 나간 그녀의 차로 인해 마찰음이 주차장을 찢기 시작한다.

“워워. 주차장인데 왜 이리 운전이 거칠어.”

“사람도 없는데 괜찮잖아.”

“아무리 그래도 안전운전해야지. 사람이 있든 없든 평소 습관이 한순간을 좌우하는 거야. 속도 줄여. 어서.”

박수호의 단호한 말에 정우아의 입술이 살짝 튀어나왔다.

“항상 자기만 옳아요.”

“뭐?”

“알았다고~요.”

입술을 삐죽 내민 정우아의 오른발이 살짝 들렸고, 차는 느릿느릿 주차장 길을 따라 움직였다.

“흠... 그래서 먹고 싶은 거 있어?”

박수호의 질문에 정우아는 여전히 툭 튀어나온 입술을 움직였다.

“가자고 해도 안 갈 거면서.”

“가자고 하면 가지 왜 안가.”

“저번에 호텔 뷔페가자고 했는데, 돈 없다고 안 갔잖아.”

“그거야 순경 월급에 한 사람에 십만 원씩 하는 곳에 가는 건 좀 그렇지.”

“쳇. 그럴 줄 알았어.”

“왜? 가고 싶어.”

“그래. 가고 싶다.”

“좋아. 가자.”

박수호의 말에 정우아의 눈이 동그래진다.

“정말?”

“정말이다.”

“저번처럼 간다고 해놓고 수사 핑계로 내빼는 건 아니지?”

“새로 터져도 검사님들이 난리지 우린 아니야. 걱정 마.”

“아니면 지갑이 없다면서 입구에서 몸을 돌린다던가.”

“어허. 간데도. 정말로 간다고.”

“혹시 두통 핑계로 병원에 간다면서 택시를 타는-”

“아니라니까! 진짜 가. 간다고!”

“왜 소리쳐!”

“네가 따지니까 치지!”

“네가 먼저 했거든!”

두 사람이 계속 말 다투는 와중에도 천천히 자기 갈 길을 가던 자동차는 주차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작가의말

후~ 드디어 2부까지 끝났습니다.


삼일 쉬었다가 07.01부터 연재를 재계 하겠습니다.


그때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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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Ten* +1 19.06.25 540 9 14쪽
90 *Ten* +2 19.06.23 556 14 12쪽
89 *Ten* +3 19.06.22 542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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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Ten* +1 19.06.20 531 1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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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Ten* +2 19.06.16 573 15 13쪽
83 *Ten* +2 19.06.15 576 1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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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Ten* +2 19.06.11 571 16 14쪽
79 *Ten* +2 19.06.10 601 11 15쪽
78 *Ten* +3 19.06.08 611 17 12쪽
77 *Ten* +4 19.06.07 599 16 18쪽
76 *Ten* +1 19.06.06 622 16 14쪽
75 *Ten* +1 19.06.05 597 15 12쪽
74 *Ten* +1 19.06.03 682 17 17쪽
73 *Ten* +1 19.05.31 671 17 11쪽
72 *Nine* +5 19.05.30 631 18 14쪽
71 *Nine* +3 19.05.29 655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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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ight* +1 19.05.27 664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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