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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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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51,978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6.13 18:00
조회
590
추천
13
글자
12쪽

*Ten*

DUMMY

78

그녀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박수호는 그녀 대신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꽈득. 끼에에에엑.

박수호 쪽으로 달려든 트럭이 차 범퍼와 사이드미러를 부수며 차 오른쪽 면을 전부 긁고 지나갔다.

당황한 그녀가 액셀을 밟고 있었지만, 박수호가 끝까지 핸들을 잡고 있어서 벽에 부딪히지 않고 위로 올라가다가,

“브레이크! 브레이크!”

박수호의 외침에 정신 차린 그녀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멈출 수 있었다.

쿵. 삐삐삐삐.

뒤에 지하철 환풍구와 트럭이 부딪친 것을 확인한 박수호가 운전석으로 고개를 돌린다.

“괜찮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그녀는 목을 주무르며 답했다.

“어. 박 순경은.”

“저도 괜찮습니다.”

박수호는 그녀 전신에 감싼 검은 기운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일단 바깥으로 나가죠.”

“그래.”

말하면서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몇 번 강하게 어깨로 밀어봤지만 안 열려서, 결국 박수호는 운전석을 통해 빠져나왔다.

나오자 목을 주무르며 트럭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볼 수 있었고, 박수호는 주변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아무도 없어.”

이상하게도 가로등 불빛이 꺼져 있었고, 상점들도 모두 불이 꺼진 상황이었다. 다만,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창가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동도 트지 않은 시간에 범인의 모습을 목격했을 거라는 건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 순경! 이리 와봐.”

그녀의 부름에 박수호가 뛰어갔고, 운전석 쪽 문을 연 그녀가 승용차의 반짝이는 빛에 같이 반짝이는 무언가를 그에게 내밀었다.

“만져봐.”

그녀가 내민 걸 받자마자 박수호가 말했다.

“얼음이군요.”

“특수장치가 바로 그것으로 만들었던 거였어.”

그녀의 말을 들으며 박수호는 주변을 다시 한 번 더 살폈다. 특히 언덕 위를 유심히 살펴봤지만, 그곳에는 짙은 어둠만이 있을 뿐,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일단 얼음이 녹기 전 내부 모습을 촬영하게 등 좀 밝혀 봐.”

“예.”

대답하며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박수호가 등을 켜자. 그녀는 자신의 폰을 이용해 내부에 부서진 얼음 조각들을 찍었다.

반대편까지 이동해 찍은 가운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차가 도착했다.

“괜찮으십니까.”

“두 분 다 괜찮습니까?”

차에서 뛰어나온 그들과 마주한 두 사람 중 손이 여유로운 박수호가 허리춤에서 신분증을 꺼내서 내밀었다.

“경찰입니다.”

“아. 벌써 순찰을-”

“그게 아니라, 사고를 당했습니다. 누가 사이드미러를 채우지 않았는지 그냥 쑥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질문하면서도 승용차와 트럭을 살펴본 구급대원들이었고, 둘 중 나이 든 남성이 박수호에게 다가왔다.

“트럭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져 있지 않군요. 검은 트럭이라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천만다행입니다. 잠깐, 손에서 피가 흐르지 않습니까!”

그의 외침에 스마트폰으로 내부를 찍고 있던 우희진의 상체가 확 틀어졌다.

“뭐!”

박수호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등에 난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크게 흔들리면서 잡다가 유리 조각에 긁혔네요.”

“이 멍청아! 다쳤으면 말을 해야지! 어서 구급차 타고 가봐.”

“경감님도 이마에 유리 긁혔지 않습니까.”

“난 긁힌 거고, 넌 찢어진 거잖아! 난 여기서 경찰들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어서 가 봐.”

“일단 응급처치만 받고 경찰 기다리다가 가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제가 말했죠. 오늘 느낌 좋지 않다고. 제 감엔 아직 안 끝났습니다. 같이 가든지. 아니면 경찰 기다리고 저 혼자 가든지 하겠습니다.”

반쯤 검게 차 있는 숫자를 바라보며 박수호가 단호하게 말하고는 구급대원을 바라보았다.

“응급조치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추가 신고가 오지 않으면 경찰차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니까. 서로 싸우지 않으셔도 돼요.”

달래듯 말하는 여자 구급대원의 말에 박수호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일단 구급차로 이동하시죠.”

남자 구급대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가 대원들 뒤를 따라 이동했다.

“밝은 곳에서 보니까. 생각보다 큰 상처는 아니네요.”

최희연이라 적혀 있는 명찰을 가슴에 단 구급대원이 말하면서 소독약을 바르자. 박수호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음...”

“오른손바닥에 상처가 있네요.”

“칼을 붙잡아서 그렇습니다.”

“아... 경찰이라고 하셨죠. 혹시 형사?”

“아까 명찰 못 봤어. 순경이잖아. 순경.”

“순경은 형사 못해요?”

“예전보다 진급이 쉬워져서 경장부터 맡을 수 있는 거 몰라.”

“하지만 그러기엔...”

그녀가 박수호의 몸을 바라보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몸이 너무 좋으셔서.”

“크흠. 죄송합니다. 실력은 좋은 사람인데, 뇌에서 나온 말을 그대로 뱉는 습관이 있어서...”

이천진이라 적힌 명찰을 가슴에 단 사십 대 남성의 말에 박수호는 옅게 웃음과 함께 말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런 말 들으니 고통도 덜하고 좋습니다.”

“그렇죠?”

“물론, 다른 분에게 그런 말 하다가 민원 받을 수 있으니 그러시면 안 됩니다. 잘못하면 경찰서까지 갈 수 있어요.”

박수호의 말에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붕대를 감는 손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살살해야지 살살!”

“살살하고 있거든요.”

대화하는 사이, 박수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우희진을 바라보았다.

“... 파란 연필... 무조건 영장... 그건...”

“음...”

“다 됐다.”

옆에서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박수호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거 같으니까. 두 분은 돌아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두 사람의 굳어 있던 얼굴이 살짝 풀렸다.

“되도록 움직이지 마세요. 그리고 병원에 가서 꿰맬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 긁힌 상처도 많아서 꼭 들리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호가 뒤에서 빠져나왔고, 같이 빠져나온 두 사람 중 이천진이 그에게 살짝 경례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의 모습에 박수호도 웃으며 경례했다.

부우웅.

구급차를 떠나보내자마자, 이번엔 경찰차가 도착했다.

그곳에서 삼십 대 남성 두 명이 내려서 박수호 앞으로 뛰어왔다.

“신고하신 분인가요?”

경찰의 질문에 박수호는 붕대가 감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저는 아닙니다.”

“그럼 저기 여성분이...”

“잠시만요.”

박수호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명찰을 꺼내 그들에게 내밀었다.

“박수호 순경이라고 합니다. 관악서 소속이고 파견 근무 중입니다. 저분은 서울지청 소속 우희진 경감님이십니다.”

경감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과 몸이 경직됐다.

“경감이세요.”

“예.”

“큼큼. 그럼 사건 처리는-”

“아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웨에엥.

귓가에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박수호는 살짝 미소 지었다.

“지금 도착하네요.”


*Ten*

*Ten*


언제나 그렇듯 사건사고 현장에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이제 겨우 여섯 시가 되었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어두운 밤하늘 옷을 껴입은 사람들이 사건 현장 근처에 서서 구경 중이었다.

금방 돌아갈 줄 알았던 경찰들은 도움 요청에 남아 박수호와 함께 다가서는 사람들을 막아섰다.

“여기 오시면 안 됩니다.”

“물러나세요.”

“반이 넘기 전까지 어떻게든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시마시라고요.”

“박 순경!”

뒤에서 들려온 남자 목소리에 박수호는 몸을 돌렸고, 자신에게 손짓하는 원달호의 모습을 보고 뛰어갔다.

“부르셨습니까.”

“너 잠시 나랑 대화 좀 하자.”

자신을 끌고 인도를 따라 사건현장에서 멀리 떨어지고 나자, 그에게 원달호가 작게 속삭였다.

“너 지금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 거 알지?”

“예. 저를 의심하고 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습니다.”

“진짜 느낌이 이상해서 갔다는 게 사실인가?”

“네.”

“음...”

잠시 박수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경감님마저 너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조심해.”

“이러다가 경위님마저 의심받으면-”

“훗. 그런 거 신경 썼으면 이미 경정 달고도 남았지.”

쓴웃음을 지은 원달호가 박수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사람 구한 건 잘한 일이야. 저들도 수사를 통해서 네가 관련 없다는 걸 알면 고마워할 거다.”

“경위님은 저를 의심하지 않으십니까?”

“네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면 모를까, 내가 볼 때마다 너는 전혀 하지 않았어. 그리고 이번 사건은 우희진 경감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사건을 맡으면 새벽에 돌아가 샤워를 하는 습관까지 알아야 하는 거야. 그걸 뒷배도 없고 인맥도 없는 네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게다가 블랙박스를 보니까, 삼 일 전에 이미 그 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편의점 물건 배송 트럭이 없었다면 진즉에 시도했을 거다.”

“혹시 그때 주변에 사람은 있었습니까?”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때 차에 숨어 있었던 거 같아.

“문제는 그걸 아는 놈들이 너를 물어뜯고 있다는 거다. 김유식까지 예민하게 말하는 건 의외긴 하다만... 아무래도 공을 제일 많이 세운 게 너라서 그런 거 같다.”

“아닙니다. 원래 경찰이 조금의 의문점이라도 있으면 물고 늘어지지 않습니까. 저는 저분들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원달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안심이다. 일단 중요한 회의 때마다 너를 빼기로 결정했다. 중요 참고인 조사에서도 너를 제외하기로 했지. 아마 자진해서 네가 빠지길 원하는 거 같은데, 참아라. 꾹 참고 버텨.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거다. 멋대로 수사에서 빠지겠다고 하는 순간,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고 너만 욕먹는 거야. 알았어.”

“예. 버티겠습니다.”

탁.

강하게 그의 어깨를 친 원달호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믿는다.”

그 말을 끝으로 원달호는 자리에서 멀어졌고, 그를 보며 박수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군.”

다시 자신이 배정받은 곳으로 뛰어간 박수호는 사람들 머리 위에 숫자 하나를 보고 멈칫했다.


1.


절반이 검다.

다시 앞으로 뛰어가 자리로 돌아온 그는 주변을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숫자 아래 사람을 확인했다.

검은색 후드 티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백칠십 되어 보이는 신장에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조금씩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는 곳에 우희진 경감이 있다는 걸 확인한 박수호가, 그자 바로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찍고 있는 한 사십 대 남성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이곳 찍으시면 안 됩니다.”

“에이. 뉴스에도 나올 건데-”

“그건 전부 허락 맡고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찍지 마세요.”

그에게 다가가던 박수호가 힐끔 후드 티를 쓰고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마침 그자는 고개를 들고 박수호를 보고 있었는데, 그자의 얼굴을 확인한 박수호는 붉은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고 불량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던 한 여성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리고.

“박수호?”

“김민애?”

두 사람이 동시에 이름을 말하는 순간,

“시발!”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녀가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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