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01,128
추천수 :
2,019
글자수 :
707,744

작성
19.01.19 20:00
조회
455
추천
10
글자
12쪽

37. 다시 만나서 반갑다 -1-

DUMMY

95

**다시 만나서 반갑다.**

{긴급 제안 성공!}

-어리석은 욕심쟁이 신과 신도들에 의해 변이된 존재로 가득 찼던 ‘수원’이 정화되었다.

-기존에 정화한 자들은 변석의 늘어나는 양보다 훨씬 적은 양만 정화하고, 오히려 변석을 방치해 보물을 얻었다. 이에 그들에게는 모든 자격을 박탈한다.

-100% 정화를 달성한 박살의 세상 ‘지옥’으로 이 조각 전체가 흡수된다.


고작 단 이틀 만에 변이된 이들을 전부 처리한 박살들이 수원을 얻었고, 이 소식과 함께, ‘우리’라는 단체가 저지른 만행이 인터넷에 전달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내 세상이 저놈들에게 넘어가기 직전이었는데, 이 소식 덕분에 살았다. 나가 뒈져라 우리야!-

-우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아니라, 인간을 짐승 취급하는 우리였네. 카악 퉤. 내가 충청도로는 절대 안 간다.-

-대전처리도 제대로 안 하고 보물만 수집했던 것도 추가합니다. 그 놈들 원정하고 싶지만, 여력이 없어서 이만 갈고 있는 충청도인들 조금만 참고 다 같이 치러 갑시다.-

그렇게 인터넷이 시끄러운 사이, 박살이 사는 서울은 조용했다.

대한민주연합의 만행이 공개되면서, 주변 세력들이 뭉쳐서 박살들을 대항할 명분도 사라졌고, 그들 밑에서 고통받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박살에게 협조해 반란을 꿈꾸는 이들을 손쉽게 제압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세 명이 수원을 흡수한 사실까지 알려지자, 외부에서 식량을 노리던 이들도 경계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해, 위협요소가 사라지게 된다.

또한, 여행으로 열린 통로를 통해 점령한 세상의 주인들이 하나둘 신도들과 가족들의 설득과 압박에 박살에게 항복하면서, 성공하고 돌아온 박살의 눈앞에 은빛 글자들이 나타났다.


-악인 스티븐 더브너의 세상 ‘이태원 스트리트’가 지옥에 흡수되었다.

-악인 김선애의 세상 ‘아티스트’가 지옥에 흡수되었다.

...

-악인 김준철의 세상 ‘민주’가 지옥에 흡수되었다.


“민주는 무슨...”

청계산 근처 임시 집무실에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박살이 중얼거리는 가운데, 소파에서 노트북과 탁자에 수북이 쌓인 자료를 번갈아 보며 손가락을 움직이던 강이슬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은빛 글자를 보셨나 보네요.”

“아무래도 어제 돌아와서, 하루 동안 자다 일어났으니까. 시간이 없었지. 이거 언제 뜬 거야?”

“오시기 삼 일 전에 김준철이 마지막이었어요.”

“절대 항복할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그가 외면했던 가족들 때문이죠.”

“가족이 살아 있었어?”

박살의 물음에 강이슬이 노트북을 돌려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김준철과 닮은 두 남매와 사나워 보이는 여성 하나가 있었다.

“김준철이 위험하다는 말과 함께 숨겨놨는데, 그걸 어둠이 찾아서 데려왔어요. 특히 아내가 보이자마자, 바로 무너지던데요. 대신 자신의 잘못은 숨겨달라고 했지만- 이미 말한 상황이었죠.”

“가족들은.”

“아무래도 그에게 당한 사람들이 많아서, 오아시스 때 다른 곳에서 받아주는 이들이 있다면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 어디도 받아주지 않을 텐데.”

“그래서 동부구치소에서 머물게 하고 있어요. 문제는 그들에게 시달린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서 욕설과 비난을 하는 바람에 우리 주민들도 힘겨워하고 있다는 거죠.”

“음... 좀만 견디라고 해. 어쩌면 조만간 그들이 머물 곳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니까.”

“머물 곳이요? 하지만, 이번에 얻은 수원도 불모지고, 이미 지형이 너무 낯설게 변해서 사람들도 안 가려고 하잖아요. 그렇다고 서울에서 주요 중심지를 제외하고 살만한 곳도 없는데...”

“그건 나중에 두고 보면 될 일이다. 그나저나, 이번 여행 가서 실종되거나 마찰을 일으킨 일은 없는 거지?”

박살의 말에 강이슬이 노트북을 다시 자신에게 돌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잠시만요. 실종은 당연히 없고요. 마찰은 있었는데, 대한민주연합과 긴밀하게 지냈던 인천 지역에서만 일어났어요.”

“인천이라...”

가끔 북한 사람들도 넘어오고 변이된 존재에 고통받는 경기 북부와, 강원도 지역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곳이 인천이었다.

가끔 이름 날리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것도 빠르게 사라지고, 인터넷에서도 근황이 드러나지 않는 곳 중 하나가 된 지 오래였다.

“마찰 수준은?”

“쫓아내는 정도에요. 어차피 우리도 그냥 보기만 해도 성공으로 임무를 설정한 상황이라서, 큰 문제는 없었어요.”

“부상은?”

“찰과상 정도였어요.”

“그렇다면 영지전은 벌어지지 않겠어.”

“아무래도 그러겠죠.”

“그럼 됐다.”

말을 마치고 박살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이슬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일어나지 말고, 일해. 나는 구치소 좀 다녀오마.”

“네. 다녀오세요.”

강이슬의 배웅을 받고 집무실에서 나온 박살이 복도를 지나 건물에서 나오자, 새롭게 이 지역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자, 대한민주협회 가입을 극렬하게 반대했고, 박살을 공격하는 걸 말린 신정희와 김식훈이 그와 마주치게 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들의 남편이자, 아비인 김영을 죽인 박살이 주인으로 있는 세상에 간부를 일하는 두 사람을 보는 박살의 눈동자는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셨습니까.”

그의 말에 신정희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강이슬님이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셔서 이곳 사람들도 많이 좋아졌어요. 잘 들어왔다고 하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맞아요. 아저씨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보다는 훨씬 나아지니까, 이제는 뭐라 하는 사람도 없어요.”

“그러면 다행이구나.”

어색한 미소로 말하는 박살에게 신정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박살님 궁금한 점이 하나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어째서 저를 지도자로 뽑으신 거죠? 제 남편이 누군지 아시잖아요. 오히려 피해자 가족 중에 뽑으시거나 대리인을 보내실 줄 알았는데, 저를 뽑을 줄 꿈에도 몰랐어요.”

“지역 사람들이 당신을 뽑았습니다. 저를 공격하려고 주장한 사람 다음으로 당신을 사람들이 제일 신뢰합니다. 그런데 제가 왜 당신을 뽑지 않겠습니까.”

“아...”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신정희에게 박살이 살짝 고개 숙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의 말에 황급히 신정희가 옆으로 비켜섰고,

“가보세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박살은 자리에서 벗어났다.

구룡산으로 들어와 마을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왔을 때, 뒤에서 회색 잔영이 빠르게 날아온다.

“어둠, 주변은 확인해봤어?”

-지하까지 샅샅이 뒤져봤는데, 다행히 없었습니다.-

“인육을 먹은 사람들이 다스리던 곳이야. 방심하지 말고 꾸준하게 확인해 줘.”

-저도 그곳에 있었던 참상을 알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더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습니다.-

“동부구치소만으로도 힘들 텐데, 염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줘.”

-꾸준히 악인들을 잡아서 데리고 오지 않습니까. 피해자들이 대부분인 염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항상 박살님을 지지하고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힘들어하는 분들은 있을 거 아냐. 혹시 네 강요로 그걸 티 내지 않은 걸 수도 있으니까, 재민이에게 슬쩍 말해서 진심이 뭔지 파악 좀 해봐. 언제까지 염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알았지?”

-알겠습니다.-

“저기. 아. 아니다. 가봐.”

-무슨 말씀이라도-

“아니야. 가봐.”

-네.-

어둠이 대답한 후, 왔던 곳으로 돌아가자, 다시 동부구치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박살이 잠시 멈춰 서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렇게 내 속이 맑았으면 좋으련만...”

십 분이 넘도록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던 박살이 다시 움직였을 땐, 하늘엔 회색 구름이 몇 개 떠 있었다.



-끝-

-오아시스는 정확히 스물네 시간 뒤 열린다. 기간은 오 일이다.

이번에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아쉬워했지만, 늘어난 인원수와 지역만큼, 오아시스에서 얻을 물의 양이 확 늘어나서, 물 담을 곳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다시 아침이 되었을 때, 양재천과 그 주변을 깊게 파서 큰 호수를 만든 박살들의 앞에 포탈이 생겨났다.

은빛 포탈을 타고 들어서자, 보이는 전경을 보고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어라. 이거 왜 이러지?”

기존에 실내에 있던 포탈이, 이번엔 커다란 잔디밭이 깔린 곳 중앙에 있었고, 잔디밭 앞에는 한 개의 뾰족한 첨탑이 있는 돌성, 그리고 주변은 삼 미터 높이의 흙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중세시대 성인가.”

“어서 들어가죠.”

“내가 먼저 들어가야지.”

사람들이 뛰어서 안으로 들어가는 걸 웃는 얼굴로 바라보던 박살도 강이슬들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갑옷도 있다.”

“판타지 영화에서나 보던 것들이 즐비한데.”

구경하던 사람들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다란 그림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여기 우리 박살님 초상화도 있어.”

“눈동자가 움직인다.”

“신기하네.”

유채화로 그려진 자신의 초상화를 본 박살의 감상은 간단했다.

“쪽팔리게 시리. 이거 못 치우나.”

박살이 앞으로 걸어가는 걸 강이슬과 조상호가 붙잡는다.

“왜 그래요. 보기 좋구만.”

“하늘에서 만들어 준 건데, 함부로 건드렸다가 성 취소하면 책임지실 겁니까!”

“주신인 내가 없애겠다는데, 왜 말리는 거야!”

“아무튼 안 됩니다!”

“없애고 싶다고.”

한차례 소동이 끝나고, 박살들은 펌프를 들고 나무로 된 성문을 열어 바깥으로 나갔다.

“전보다 배는 커졌네요.”

“성으로 보이는 데가 생각보다 많네요. 중간까지는 성인 거 같아요.”

강이슬의 말대로 첨탑이 하나가 우뚝 솟은 성이 많았는데, 차이점은 오아시스에서 멀수록 성의 규모와 성벽의 높이 낮아진다는 점이었다.

“일단 물부터 얻어야지.”

“네.”

박살이 먼저 미리 만들어 놓은 펌프 대를 넣자, 뒤에 따라 나온 오십이 넘는 신도들도 펌프를 마련해 놓은 공간에 맞춰 넣었다.

저번처럼 중구난방으로 넣던 것에 비해서, 줄 정리도 잘 되어서 깔끔해 보이자, 이 아이디어를 낸 강이슬의 머리를 박살이 쓰다듬었다.

“확실히 이게 공간도 덜 차지하면서, 보기에도 좋아. 회수할 때도 편해 보이고. 잘 했다.”

“헤헤. 제가 뭘 한 게 있나요. 제 얘기만 듣고 바로 만들어준 임호수님과 공대 덕분이죠.”

강이슬의 말에 임호수는 빙긋 웃으며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우리를 알아주는 건 강나찰님 밖에 없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자신들처럼 펌프를 들고나온 사람들을 바라보던 박살의 눈동자가 한 곳에 고정됐다.

그곳에는 붉은색과 하안색이 칠해진 방어구를 입은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 주변에서 같이 걸어가던 이들이 그들의 사나운 표정과 기세와 손짓에 떠밀리고 있었다.

“이것들이 어디서 길을 막고 지랄이야.”

“우리 호스 주변 일 미터로 접근하지 마라. 안 그럼 우리가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그중 제일 목소리가 높은 이들의 얼굴을 확인한 박살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을 본 강이슬이 시선을 따라 한 곳을 바라보고선 눈살을 찌푸린다.

“아직 문서 정리도 안 끝났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박살이 자신이 보는 곳에 나타나는 걸 발견한 강이슬은 눈을 감았다.

“오 일 동안 잠 푹 자기 글렀다.”

그사이, 그들, 정확히는 심성인과 김강두의 눈앞에 선 박살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들의 시야를 은빛 글자들이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주에 봬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상이 조각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1 38. 아~ -4- +2 19.01.25 377 10 10쪽
100 38. 아~ -3- +2 19.01.24 408 10 12쪽
99 38. 아~ -2- 19.01.23 387 9 9쪽
98 37. 다시 만나서 반갑다 -3-, 38. 아~ -1- 19.01.22 413 9 12쪽
97 37. 다시 만나서 반갑다 -2- +1 19.01.21 403 10 12쪽
» 37. 다시 만나서 반갑다 -1- +6 19.01.19 456 10 12쪽
95 36. 우리? -3- 19.01.18 413 9 12쪽
94 36. 우리? -2- 19.01.17 400 10 11쪽
93 36. 우리? -1- +4 19.01.16 417 10 13쪽
92 35. 레이드 -4- 19.01.15 418 10 13쪽
91 35. 레이드 -3- 19.01.14 414 8 11쪽
90 35. 레이드 -2- 19.01.12 398 11 10쪽
89 34. 허울 -2-, 35. 레이드 -1- 19.01.11 413 8 13쪽
88 33. 테러리스트 -4-, 34. 허울 -1- 19.01.10 418 12 13쪽
87 33. 테러리스트 -3- 19.01.09 403 9 11쪽
86 33. 테러리스트 -2- 19.01.08 395 12 14쪽
85 33. 테러리스트 -1- +1 19.01.07 446 11 11쪽
84 32. 격류 -2- +2 19.01.05 445 10 10쪽
83 32. 격류 -1- 19.01.04 434 10 12쪽
82 31. 단 한방 -2- 19.01.03 429 10 10쪽
81 30. 땅따먹기 -4-, 31. 단 한방 -1- 19.01.02 444 11 12쪽
80 30. 땅따먹기 -3- 19.01.01 435 12 17쪽
79 30. 땅따먹기 -2- 18.12.31 445 9 12쪽
78 29. 달콤한 정산 -2-, 30. 땅따먹기 -1- +2 18.12.28 456 11 13쪽
77 28. 밀어내기 -6-, 29. 달콤한 정산 -1- 18.12.27 422 8 10쪽
76 28. 밀어내기 -5- 18.12.26 430 11 14쪽
75 28. 밀어내기 -4- 18.12.22 433 9 11쪽
74 28. 밀어내기 -3- 18.12.21 496 12 11쪽
73 28. 밀어내기 -2- 18.12.20 459 11 14쪽
72 27. 세상은 요지경 -4-, 28. 밀어내기 -1- 18.12.19 481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