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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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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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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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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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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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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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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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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36. 우리? -3-

DUMMY

94

양소진은 즉흥적으로 자신이 떠올린 계획이 성공해 아무런 마찰 없이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환하게 웃었다.

-제가 아무도 의심 안 한다고 했죠?-

그녀가 허공에 만든 글자를 본 박살은 눈살을 찌푸린다.

-십 사도라고 불리는 간부 놈을 못 잡으면 내 작전과 다를 바 없어. 오히려 훤히 뚫린 곳이 아닌 딱 봐도 성소인 곳으로 들어와 포위될 수 있어서 반대했을 뿐이다.-

-아무튼 십 사제 잡으면 약속대로 샤워 꼭 시켜주는 거예요.-

-알았다. 이곳에 변석 기운이 너무 넘쳐서 나는 감지하기 힘드니까, 네 기적으로 위치 좀 알아봐-

은빛 글을 본 양소진이 눈을 감고 콧노래를 부른다.

흥. 흥흥.

십 초 정도 흘렀을 때, 그녀의 콧노래가 멈추면서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변하자, 박살과 김진철의 눈빛이 변했다.

-왜 그래.-

-적이에요. 그런데 그 적들이-

“으하하하.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구나.”

살짝 끝이 갈라지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들어온 린 세 사람은, 기다란 하얀 로브로 머리와 전신을 가린 남자와 이 층 위에서 무기를 겨누고 있는 적들을 발견한다.

“함정이었군. 그런데 어떻게 기척을 숨긴 거지?”

박살의 물음에 하얀 로브의 사나이에서 큰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곳은 기적을 쓰지 않는 이상, 감각으로는 절대 사람들의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작용을 하는 성소다.”

“죄송해요...”

기어들어 가는 양소진의 목소리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로브를 걸친 사나이였다.

“하하하. 네가 죄송할 이유는 없다. 다 뛰어난 나 때문이야. 너는 우리로 들어와 내 밤 시중만 잘 들면 돼. 박살을 잡아 온 공로로 내 특별히 전용 시녀로 써 줄 테니-”

“닥쳐! 네 밑에 들어가느니 자살하고 말 거야.”

그녀의 말에 사나이가 자신의 얼굴을 가린 부분을 뒤로 넘겼다.

연예인을 할 법한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사나이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잘생긴 얼굴을 보고도-”

“카악. 퉤. 나보다도 못생긴 주제에 어디서 지랄이야!”

양소진의 말에 옆에 말없이 있던 김진철의 무표정할 얼굴에 금이 갔다. 그건 위에서 박살들을 겨누고 있던 적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사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천한 것이 감히 사도인 나를 능멸해. 박살, 네가 우리에 들어온다고 해도, 저년만큼은 살릴 수 없겠구나.”

“그럴 생각이 없는데?”

“뭐? 지금 뭐라고 했지?”

박살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금 주변을 둘러싼 우리 신도들에, 너희들 뒤에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나는 자들이 있다. 설마, 내가 너를 죽인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지금에 난 너를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너는 평생 이곳에서 뒤에 있는 자들처럼 될 텐데? 설사 네가 지금 그 자리에서 자살해도 네 시체가 사라지기 전에 가둔다면 이곳을 나가지도 못해. 그러다가 시련이 끝나고 풀어주면 넌 죽게 될 거다.”

“음...”

박살이 침묵하자,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과 함께 말했다.

“하하하. 역시 너도 살고 싶은가 보구나. 그래... 인간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어차피 들어와서 들을 텐데.“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서.“

”좋아. 뭔데?“

”규칙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한 세력에서 넷 이상의 신도들을 집어넣은 거지?“

박살의 물음에 그는 자신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두드렸다.

”법이나 규칙 따위야 머리를 쓰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애초에 신께서 각 세력의 우두머리에게 세례를 하고, 그 우두머리들이 다른 약한 세력들의 지도자에게 세례를 하는 형식으로 우리는 몸집을 키워 지금에 이르렀다. 이미 충청북도와 경기도 남부는 거의 우리 차지가 되었고, 지금도 우리 밑으로 들어오는 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너까지 오면 경기도까지 먹으니, 곧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이 될 날이 오겠지.“

굳은 얼굴로 사내의 설명을 들은 박살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다단계... 그리고 하나가 아니라 여럿으로 나누어진 중세시대 봉건체제였군.“

”지금 신성한 우리의 성장을 더러운 다단계 업자와 제일 암울하다는 중세시대와 비교한 거냐?“

”오오. 다단계 업자가 더러운 놈들인 건 아네? 역사도 좀 알고. 하는 행동이 어벙하지만, 완전히 무식하지는 않군.“

박살의 말에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고 보니 말도 짧고, 네가 아무리 서울의 수장이라도 들어오는 순간 내 밑이다. 신께 직접 세례를 받지 않는 이상 너는 내 밑이야.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언제 네 밑으로 들어간다고 했지? 난 짐승이 가득 들어찬 우리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데.“

”정보를 빼내려고 나를 속였구나!“

”속이긴 아예 들어간다는 말도 안 했는데, 그냥 네 머릿속으로 그리던 망상을 믿고 주절댄 건 너다.“

”에잇! 내 직접 너희들을 벌거벗겨 짐승과 어울리게- 헉!“

핏대 솟은 목으로 외치던 그가 놀란 눈으로 멈칫하다가,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은빛으로 변한 박살을 향해 황급히 두 손을 내밀었다.

”막!“

흑갈색으로 빛나는 두 손이 커지는 중에 이미 박살은 그의 앞에 도착했고, 오른손을 휘두른다.

퍽.

”켁.“

위액을 뿜어내며 고꾸라진 그의 머리로 박살이 은빛에서 푸른색으로 변한 오른손을 뻗었다.

”지옥의 손길!“

오른손에 붙잡힌 머리에서부터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해 완전히 사내의 몸을 뒤덮기까지 이초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고통어린 표정 그대로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사내를 내려다보며 박살이 중얼거렸다.

”불인 댄 것처럼 전신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너무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잠시 멍하니 있던 적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박살에게 겨누고 빛을 만들어냈다.

”사도님을 구해!“

”죽어라!“

사방에서 빛이 쏟아져 오는데도 평온한 얼굴로 서 있는 박살은 이제는 푸른빛까지 포함된 정글도를 휘둘렀다.

쿠쿵. 쾅.

여러 기운이 폭발하면서 시청 건물에 균열이 생기더니, 일부가 무너졌고, 떨어지는 건물 잔해와, 심한 진동 때문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적들에게, 잠시 잊혔던 두 사람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양소진은 시청이 무너지면서 어두워진 곳을 돌아다니며 활을 쏘았고, 김진철은 직접 달려들어 불꽃에 휘감긴 양손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며 적들을 쓰러뜨렸다.

박살은 적들의 공격을 막기만 하다가, 두 사람의 활약에 공격이 줄어들자, 생긴 여유를 이용해 하나둘 얼음 동상으로 만들었다.

고작 오 분 만에 적들을 모두 무력화시킨 그들은 쉴 틈도 없이 이번엔 변석을 노리고 들어오는 변이된 존재들과 싸워야 했다.

강하지는 않지만, 백이 넘는 수와 저돌적인 공격성은 사람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까다로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시간이 지나고, 눈보라가 그쳤을 때, 길었던 전투가 끝났다.

박살은 등을 맞댄 채 서로 헐떡이는 두 사람 바라본다.

”두 사람은 일단 쉬세요. 저는 정찰 다녀오겠습니다.“

”저도-“

김진철이 움직이려고 했지만, 부들거리기만 하고 움직이지 못했고,

”어. 왜. 몸이 안 움직이지.“

당황한 그의 모습을 부드러운 미소로 지켜본 박살이 자리를 떠나며 말했다.

”힘을 다 소진해서 그런 겁니다. 그건 양소진도 마찬가지니 우선 쉬고 있어요.”

박살이 사라지고, 거친 숨소리만 흐르던 곳에서 김진철의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한 말은 이제 됐어요. 그리고 저도 죄송해요.”

“네? 소진님이 왜 죄송-”

“제가 무조건 들어가자고 우겼잖아요. 진철님에게 쪼잔하게 어제 일 가지고 압박 넣어서 동의하게 한 것도 그렇고...”

양소진이 고개를 숙이고선 말을 흐리자, 김진철이 살짝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닙니다. 소진님 의견도 근거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솔직히 시청의 기능에 은 엄폐 관련 기적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도 내심 들어가서 한번에 깔끔하게 끝내고 싶어 동의한 겁니다. 그러니 사죄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살면 힘들지 않아요?”

“네?”

그의 반문에, 양소진이 고개를 위로 들어 무너진 건물 틈, 회색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화낼 일에는 묵묵히 가만히 있고, 사과할 일에는 변명 없이 사과부터 하잖아요. 그런다고 누가 잘 알아주지도 않잖아요. 그냥 저처럼 속의 말을 다 뱉으면서 사는 게 편한데, 그러지 않는 게 힘들고 답답해 보여서요.”

그녀의 말이 길어지면서,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힌 김진철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도 예전엔 양소진님처럼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젊은 시절 가졌던 자신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에 가려졌던 다른 사람의 삶이 보이더군요. 그런데도... 악인이 되어 있더군요. 물론, 살고 싶어서, 무서워서, 밥을 먹고 싶어서, 등등의 변명거리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죄를 짓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 놈이 무슨 변명을 하고 남에게 뭐라 그럽니까. 저는 그럴 자격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 사람 살리겠다고, 남의 것을 빼앗고 폭력을 행사했죠. 용서를 받긴 했지만... 정말로 용서를 받은 건지. 아니면 그저 화도 담기도 힘들어서 그냥 저를 용서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참아야지, 넘어가야지,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어느 순간 과거의 저로 돌아가더라고요. 사실 아저씨 무시하고 나갈 때 눈빛 보고 철렁했어요. 내가 또 뭔가 잘못한 건 아닌가 두려웠고, 혹시 자살할까 걱정되어서 슬쩍 감시하기도 했어요.”

“자살할 정도로 제가 못나 보였군요.”

그의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뱉은 중얼거림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 그에게 기댔던 몸을 세우고는 그에게 돌렸다.

“아. 그게 아니라. 저는 그 정도로 슬퍼 보였다고 말하는 거였는데, 아니지 우울해 보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정말 죄송해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말하는 그녀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본 김진철이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벽으로 이끌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 쉬십쇼. 저는 성장석을 흡수한 덕분인지 힘을 회복한 상태니 주변 정리를 하겠습니다.”

“저도.”

털썩.

“히잉. 난 언제 회복하는 거야.”

주저앉은 양소진의 모습에 김진철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박살님이 봤으면 수련하라고 했을 겁니다. 우선 빠르게 회복-”

“우리 이제부터 같이 수련해요.”

“네?”

그의 반문에 그녀가 양 볼을 부풀렸다.

“들었잖아요.”

“아. 네.”

“그런데 왜 물어봐요.”

“잘못 들었나, 해서-”

“흥. 됐어요. 그냥 따로-”

“우리 같이 합시다.”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말에, 양소진이 동그래진 눈으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의 외투를 걸쳐준 김진철이 물러나며 말했다.

“그럼 같이하기로 한 겁니다.”

“네...”

대답을 듣고 몸을 돌린 김진철이 바깥으로 사라진 뒤,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 좋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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