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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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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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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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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7,744

작성
19.01.0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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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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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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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 단 한방 -2-

DUMMY

81

자신의 힘을 낮다고 생각하며 웅크리는 것과 자신의 힘을 자랑하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것, 둘 중 뭐가 더 안 좋은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중간이 무난해서 좋지만, 그러기 쉬웠으면 세상이 맘대로 안 된다는 않는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지 않았을 거다.

이관우는 둘 중에 후자에 속했다.

“그러니까 박살이 우리를 노린다고? 흐흐. 노리라고 해.”

그의 말에 앞에 있던 김진철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가늘어진다.

“전에 자신보다 강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잊으셨습니까?”

김진철의 물음에 이관우의 턱이 살짝 씰룩인다.

“소심하게 어깨를 수그리고 나와 대화하던 박살의 모습을 잊었나? 내 강한 기세에 저기도 모르게 그런 모습을 보인 거야.”

“처음 만났을 때, 무뚝뚝하긴 했어도, 어느 정도 친해진 이후에는 편하게 대할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내 감이 틀렸다고? 전에 나와 다퉜을 때, 두들겨 맞은 건 기억 안 나? 이제까지 나이 타령하면서 훈수 둔 거 하나도 맞지 않은 거 같은데. 혹시 다시 농사꾼이 되고 싶은 거면 말해.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보내줄 테니까.”

이관우의 싸늘한 눈빛과 말투에 흠짓 한 김진철이 상체를 깊게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맨날 다시는 이라고 말만 하고 꼰대 짓을 하는데, 이번이 마지막이야. 알았어?”

“네.”

“나가봐!”

김진철이 나가고 나서 천장 위에서 검은 영체가 하나 내려온다.

-이명기, 박살을 무시하지 말고 감시하는 게 어때?-

“나상훈! 어디서 그 이름을 불러! 다 같이 끝장나고 싶어!”

이관우가 낮고 강하게 말하자, 영체가 살짝 흐릿해졌다가 검게 변했다.

-이건 내가 사과하지. 하지만, 바깥은 장용호가 감시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여차하면 장용호보고 들어가라고 하면 되잖아.-

“빙의가 얼마나 많은 힘을 소비하는지 잊었어? 지금 이렇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너나 장용호에게 꾸준히 힘을 얻고 있는데, 한 명 더 늘어나면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된다고.”

-그나저나 너도 참 잔인하다. 자기가 버렸던 자식을 꼬드겨서 봉인시킨 다음 지가 차지하다니.-

“그래서. 이렇게 안 했으면, 복수할 기회를 얻었을까? 그리고 이 녀석 몸 차지하고 나서 규모가 배로 늘어났어. 박살만 처지하고 먹고 나서 돌려주면 돼.”

-흐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여자에 미쳐서 어제도-

“너도 슬쩍 이곳에 껴서 즐긴 주제에 지껄이긴.”

-흐흐흐. 그건 그래.-

“내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너는 장용호랑 다른 악령들 잘 추슬러서 신도 감시나 잘해.”

-외부보단 내부가 위험하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악령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감시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런데 장동준은 정말 없었어?”

-우리처럼 강력한 악귀가 되어있을 놈이라서 꼼꼼하게 찾아봤는데, 보이질 않는다.-

나상훈의 말에 그는 눈살을 찌푸린다.

“박살이 죽인 조폭 놈들도 염으로 악령이 돼서 잘만 돌아다니고 있는데, 우리 중에 제일 뻔뻔하던 녀석이 보이지 않다니, 혹시 이미 어디서 큰 세력 점령하고 으스대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중엔 제일 장사수완이 좋고 능력도 출중한 데다가, 여자 문제 빼고는 몸 관리도 철저했던 놈이니까.-

“나중에 만나서 상황 보고 곧바로 고개 숙여야 하는 거면 골치 아픈데. 제일 독한 녀석이 하필이면 없으니...”

관자놀이를 주무르는 그에게 나상훈이 다가와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그러지 않게 우리가 세력을 잘 불려야지. 박살 덕분에 이곳에 모여드는 악귀나 악인들이 많아져서 세력 불리는 건 문제 없으니까, 이번 일만 잘 처리해서 활로만 열어 놓으면 서울은 우리 차지가 될 거다. 제일 사람이 많은 서울을 먹으면 한국에선 걱정 없어. 아무리 날고 기는 장동준도 우리는 못 이긴다.-

“흐흐. 거기에 박살도 붙잡아 놓고 말이야.”

-흐흐흐.-

비열한 웃음을 흘리는 이때 눈앞에 은빛 글자들이 떠올랐다.


-돌발! 조건 시련 발동!-

*조건 시련. 저항*

-한 지역을 완벽하게 감싼 당신이 만든 경계로 인한 압력으로 안쪽 경계를 허물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내에 상대 영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 승리한다.

-기간은 지금부터 한 달이다.


“뭐야! 저항이 왜 떠? 혹시 멀티가-”

-난 숨는다!-

나상훈이 천장 위로 올라가 사라지자마자 김진철이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지금-”

“알고 있으니까, 어느 방향에서 쳐들어왔는지 말해.”

“사방입니다.”

“뭐?”

그가 되묻자, 김진철이 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소리쳤다.

“사방에서 쳐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곳 선릉으로 박살이 직접 오고 있답니다! 우선 피하시는-”

“닥쳐! 이곳에만 우리 전력의 반이 대기하고 있다. 사방에서 쳐들어왔다면 우리에게 오는 세력도 전부는 아닐 거다. 거기에 그보다 강한 나도 있고, 피하지 않고 맞선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세가 강합니다. 적들이 다른 곳은 미끼로 쓰고 이곳에 집중한 거라면 전력이 비등하다고 판단되는 상대가 더 강할- 컥컥.”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이명기가 그의 목을 잡고, 통째로 들어 올렸다. 그를 노려보며 이명기는 말했다.

“그러면 그때까지 버티면서 지원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오아시스 건물도 우리가 약간 더 큰 거 잊었나? 똑같이 만점을 받았고, 건물이 약간 더 큰 우리가 왜 놈들이 무서워서 피해! 너 혹시 놈의 첩자냐?”

서늘한 기운이 담긴 그의 눈빛에 김진철이 버둥거리며 외쳤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러니 제발 이 손을-”

훙. 쿵.

“컥.”

김진철은 옆으로 던진 이명기가 두 손을 털며 옆에 있던 청룡언월도를 잡는다.

“네가 첩자라도 어차피 후퇴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상관없겠지. 놈에게 승리하고 난 다음 네게 내릴 처벌을 생각하고 있을 테니, 어떤 변명을 할지 잘 생각하고 있어라.”

말하며 창가에 선 이명기가 창문을 열어젖히자, 차가운 바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쿵. 쿵. 쿵쿵. 쿵쿵.

점점 가까워지는 폭음에 이명기의 얼굴은 굳어진다.

“박살이 점령한 역이 있는 방향이라 세 겹으로 한 곳인데, 벌써 뚫렸다고?”

심상치 않은 걸 느낀 그가 곧바로 창문을 통과해 아래로 착지했다.

쿵.

바닥에 내려오자마자 이명기는 옆으로 돌아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쾅! 후두둑.

자신의 눈앞에서 날아온 건물 잔해와 먼지를 뒤집어쓴 그가 옆으로 몸을 날린다.

쾅.

강렬한 은빛 무리를 온몸에 두른 자가 그가 있던 자리에 나타났다.

저벅. 저벅.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로 움푹 들어간 곳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사내를 보며 이명기는 얼굴과 몸에 가득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보다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하. 박살 형님이 이렇게 직접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말투.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이랬어. 내가 이걸 잊고 있었다니. 이제 경찰로서의 감은 다 떨어진 거 같아.”

박살의 말에 이명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형님?”

“그리고 이명기 당신의 그 너무도 눈에 띄는 나쁜 손버릇까지 말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명기는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들어 박살을 겨누었다.

“죽어라!”

탕!

짙고 어두운 회색이 감도는 총알 모양의 기운이 박살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다가 가루가 되더니, 박살의 전신을 감싸는 그물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지직.

그물망을 은빛으로 휘감긴 손날이 스치고 지나가자 허무하게 갈라졌고, 그 사이로 박살이 파고들어 한순간에 이명기의 앞까지 도착한다.

그사이 이명기는 청룡언월도를 들고 휘두르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의 도는 움직이다가 중간에 멈춘다.

퍽.

“컥.”

얼마 전 김진철에게 박살은 내가 상대할 수 있다고 하던 이명기는 단 한방에 바닥에 쓰러진다.

“게다가 언제나 나를 무시하는 버릇까지 여전하군.”

박살이 이죽거리면서 정글도를 휘두를 자세를 취하자, 이명기가 고통에 부들거리면서도 쥐어짜듯 소리친다.

“나를 죽이면 이 안에 있는 네 친한 동생은 죽어!”

“김호철도 너처럼 빙의해서 내 앞에 나타났다. 그 뒷말은 말 안 해도 알 거다.”

말을 마치자마자, 박살은 정글도를 휘두른다.

“헉!”

놀란 눈으로 정글도가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던 이명기는, 정글도가 목을 베기 직전 어둠 영체로 화해 눈알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멀어지려는 그의 영체는 앞을 가로막은 회색 영체가 만든 붉은 고리에 묶였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그를 보며 박살은 중얼거렸다.

“겁이 많은 것도 똑같군. 재민 부탁한다.”

-예.-

대답한 후, 재민이는 곧바로 그를 끌고 박살이 왔던 곳으로 날아갔다.

그사이 한쪽 무릎을 꿇은 박살은 이관우 목에 살짝 난 핏줄을 닦으며 말했다.

“깨어난 거 안다. 눈 떠라.”

그의 말에 곧바로 눈을 뜬 이관우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는데, 붉게 충혈된 눈가엔 물기가 차오른다.

박살은 안타까운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늦게 알아봤다.”

“크윽. 아닙니다. 제가... 제가. 어리석. 흐. 흑.흑...”

억눌린 울음소리를 내는 이관우의 어깨를 토닥이는 박살 머리 위로, 별똥별 무리가 떨어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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