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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님의 서재입니다.

소림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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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5.23 16:06
최근연재일 :
2024.06.04 23:58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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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추천수 :
26
글자수 :
75,323

작성
24.06.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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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납치

DUMMY

마을을 떠난지 하루가 된 손중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숲이 이상해.’


다음 마을로 가기 위해선 눈 앞의 숲을 지나야 했으나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든 것이다. 이에 손중이 눈에 힘을 줘 시력을 급격히 끌어 올렸다.


‘하나, 둘, 셋··· 열. 보이는 것만 열 명이다.’


나무 위, 풀숲 뒤, 땅 속 등. 복면을 쓴 흑의인들이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었다. 손중은 그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을 향한다는 걸 알았다.


‘노려지고 있어. 호흡을 보아 고수들이 분명해.’


숨어 있는 흑의인들의 호흡이 마치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다. 숨을 조절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일류 이상의 고수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인원이 얼마나 더 있는지 몰라. 숲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해.’


손중이 가만히 서서 이번엔 귀를 기울였다. 눈 앞의 숲 속뿐만 아니라 뒤 쪽의 오솔길, 옆 쪽의 들판에서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움직임이 내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완전히 포위당했어. 어떻게 해야 하지?’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손중은 계속해서 타개법을 생각했으나 도무지 이 상황을 헤처나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콰앙!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손중이 고개를 돌리니 마을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하루 동안 꽤 먼 거리를 왔으나 언덕길이다 보니 작게나마 마을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


그는 곧 불이 나는 곳이 자신의 집이란 걸 깨달았다. 그곳엔 아버지가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마을로 가도 모자랄 판이었으나 왜인지 손중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손중은 한 쪽 무릎을 꿇어 앉은 뒤 보따리를 풀었다.


‘무슨 생각이지?’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손중을 지켜보고 있던 흑살대주 맹각은 손중이 방금 자신의 집에 불이난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집으로 달려갈 줄 알았건만 아이는 이상하게 침착했다. 그때 그의 눈에 손중의 보따리에 있는 단도가 눈에 들어왔다.


‘싸울 생각이군.’


흑살대주 맹각이 숲 속에 있는 대원들에게 공격하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손을 들려 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손중이 단도를 꺼내 자신의 목에 겨누는 것이 아닌가.


‘자살?’


계획에 없던 행동이었다. 그가 손중이 자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황급히 손을 휘둘렀다. 흑살대원들이 숲과 돌, 진흙, 구덩이에서 순식간에 튀어나와 손중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목숨을 끊을 것이다!”


손중이었다. 그의 말에 흑살대원들은 모두 일정 거리를 벌리고 물러섰다. 그 가운데를 흑살대주 맹각이 뚫으며 손중 앞에 섰다.


‘예상대로 날 노리고 있어. 내 죽음을 원치 않는다.’


손중은 마을에서 불이 났을 때 전력질주 할지라도 집이 모두 탄 후에야 도착할 것임을 알았다. 마음은 이미 집을 향해 달렸으나 현실을 생각해야 했다. 달린다 해도 저들이 보내주지 않을 테니. 그래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고 앞으로의 일만을 생각했다. 어찌할 것인가?


만약 목숨을 노리고 온 것이라면 필히 마을을 나서자마자 죽였을 것이다. 저 정도 고수들이라면 굳이 여기까지 유인해서 죽일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자신에게 원하는 바가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고 그건 아마도 혜공이 자신을 찾은 이유와 같은 것일 확률이 높았다.


결국 손중은 잡히기 전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주도권을 잡기로 결심했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 그의 이런 판단은 유효했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와 대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챘나?”


맹각은 그게 가장 궁금했다. 아이가 숲의 입구에서 한 행동들은 분명 자신들을 눈치 챈 것이었다. 절정고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흑살대의 매복을 약관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알아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낮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했다. 손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알았지?”

“여기에 왔을 때부터요.”


이에 맹각이 속으로 별의 아이를 너무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흑살대에 둘러 쌓인 손중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맹각이 코웃음치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푸욱


손중이 그대로 단도를 목에 찔렀다. 피가 흘러 나왔고 맹각이 혼비백산하여 다가가려 했다.


“오면 그대로 동맥을 끊을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의술을 배웠던 손중이었기에 죽지 않을 정도로 단도를 찔렀다. 보통사람이라면 죽을 정도의 깊이였으나 그는 자신의 몸이 범인과 다르단 걸 알고 있었다. 또한 아무리 심각한 상처도 빠르게 회복된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원하는 건 네가 우리를 따라가는 것이다.”


맹각이 손중이 죽을까 봐 애타는 게 보였다. 감정을 대체로 보이지 않는 그였으나 이번 임무는 무려 20년이란 세월과 수많은 자금, 인력이 투입된 중요한 일이었다. 괜히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됐다.


“당신들은 누굽니까?”

“...”

“단도를 뺄까요?”


단도를 빼는 순간 목에서 엄청난 출혈이 발생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맹각이 눈썹을 찌푸렸다. 어차피 알려줘도 문제될 건 없었다. 결국 알게 될 것이니.


“마교다.”

“마교.... 저를 노리는 이유는요?”

“네가 보통 아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손중이 단도를 빼내고 재빨리 목을 지혈했다. 이를 본 맹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혈색을 보아 생명에 큰 지장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제가 따라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죠?”


손중은 단도를 빼낸 뒤 다시 목에 겨누었다.


“죽일 수밖에 없지.”


그 말을 들은 손중이 재빨리 흑살대원들을 살폈다.


‘총 열 다섯. 움직임을 보아 지금의 내 실력이라면···’


손중이 갑자기 흑살대원을 한 명씩 지목했다. 총 네 명. 이를 본 맹각이 의아해 했다.


“최소 저 넷은 데려갈 수 있어요.”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은 맹각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눈 앞의 아이는 죽더라도 흑살대원 넷을 죽이고 가겠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허무맹랑한 얘기였으나 여태까지 보여준 아이의 행동이 그게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지목한 넷은 흑살대원 중 가장 약한 대원들이다.’


순간적으로 맹각은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20년 전 마교의 16대주에게 성인을 찾으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땐 교주의 행동을 이해하는 이가 없었다. 고작 어린 아이 하나에 어떻게 마교의 미래를 맡긴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그는 왜 그토록 교주가 성인을 찾으려는지 생생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네가 넷을 죽인다 해도 우리는 상관 없다. 모두 목숨을 버린 자들이니.”


맹각의 말대로 흑살대는 초개 같이 목숨을 버리도록 훈련된 자들이었다. 이에 손중이 잠시 침묵하더니 주위를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따라가겠어요.”


방금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동귀어진 하려던 손중의 입에서 나온 말에 맹각뿐만 아니라 흑살대원 전원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쉽게 따라간다고 하다니. 암살에 능하여 사람심리를 읽을 줄 아는 그들도 손중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제가 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해요.”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그냥 끌고 가면 그만인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죽을 거니까요.”

“... 말해라.”

“마을에서 불이 난 건 당신네들이 한 짓이지요?”

“그렇다.”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해야겠습니다. 직접 두 눈으로 봐야합니다.”

“...”

“죽이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인질로 삼아야 할 테니까요.”


맹각이 대답하지 않았으나 속으로 크게 놀랐다. 아이는 마치 자신들의 작전을 꿰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는 손씨를 납치한 뒤 불을 질러 손중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 뒤 손씨를 인질로 삼아 손중을 납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손씨를 납치한 것 말고는 지금까지 단 하나도 제대로 작전이 진행된 것이 없었다.


“시간이 걸린다.”


맹각이 손짓 하자 흑살대원 한 명이 사라졌다. 손씨를 데리러 간 것이다. 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럴만도 한 것이 마을까지 거리가 있었다. 그동안 맹각은 금창약을 손중에게 던져주었으나 손중은 이를 바르지 않았다. 독이 들어있지 않다고 맹각이 설명했지만 손중은 끝내 이를 믿지 않았다.


잠시 후 흑살대원 한 명이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그의 팔에는 손씨가 정신을 잃은 채로 누워 있었다.


“잠을 재웠을 뿐이다.”


맹각이 혹여 오해를 살까 미리 손씨의 상태를 말해주었다.


“땅에 아버지를 내려 놓고 물러나세요.”


맹각이 순순히 흑살대원을 물렸다. 손중이 손씨에게 다가가 코에 손을 대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그 뒤 단도를 꺼내 손씨가 준 금괴상자의 표면을 파내어 글을 새겼다.


-중생(中生)


자신이 살아있다는 표시였다. 그 뒤 손중이 손씨의 품 안에 금괴상자를 넣었다. 집이 불 탄 이상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모든 일을 마친 손중이 일어나서 맹각을 바라봤다.


“더 이상 아버지를 건드리지 마세요. 아버지를 마을로 돌려보내고 기억 속에서 지우세요. 그렇게 한다면 당신들이 따라가겠습니다. 시키는 것도 뭐든지 할 겁니다.”

“약속하지.”


맹각이 망설이지 않고 약속했다. 이에 손중이 떨어진 금창약을 주워 상처에 발랐다. 이를 본 맹각이 속으로 치를 떨었다. 어린 것이 어쩜 이리 철두철미하고 지독하단 말인가. 약을 다 바른 손중이 맹각에게 다가가 빤히 그를 응시했다.


“쉽게 말하시네요. 당신을 믿겠습니다. 지금은 그거 말고 할 수 없는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손중의 안광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당신들의 피를, 아니 모든 마교인의 피를 빼내 죽을 때까지 물을 대신하여 마실 것입니다.”

“...좋을대로. 이 자를 마을에 두고 와라.”


맹각이 손중의 말을 개의치 않아하며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뒤 그는 손중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내리쳤다. 손중이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기절했다. 흑살대원 하나가 손중을 들쳐매었다.


“임무는 완수했다.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고 돌아간다.”

“존명.”


맹각이 손중을 들쳐맨 부하 한 명과 함께 자리를 벗어 났고 나머지 인원이 자리를 정리했다. 떨어진 물건을 회수하고 손중의 피가 떨어진 부분을 제거했는데 그들이 전부 떠났을 땐 마치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


손중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가 본 것은 회색의 천장이었다. 재질로 보아 돌이 분명했다.


‘여긴 어디지?’


몸을 일으키니 곧바로 자신의 어디에 있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철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감옥이었다.


‘물과 음식이 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고 용변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항아리도 있었다. 손중은 먼저 간단하게 목을 축인 뒤 어두운 시야에 적응했다.


“끄아아아악!”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스러운 비명이었는데 곧 이어 다른 비명도 들려왔다.


“허억. 허억.”


교성이 섞인 목소리는 여자의 것이었고 그건 비명보다는 쾌락을 음미하는 신음에 가까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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