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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님의 서재입니다.

소림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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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5.23 16:06
최근연재일 :
2024.06.04 23:58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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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추천수 :
26
글자수 :
75,323

작성
24.05.2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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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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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도망

DUMMY

손씨는 아들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혜공대사가 널 알아봤다면···음.”


그는 집에 돌어올 시간이 아님에도 아들이 왔다는 사실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느꼈다. 차분히 방에서 얘기를 들어 보니 천학승이라 불리며 모든 무림인의 존경을 받는 혜공대사가 아들의 정체를 알아봤다는 것이 아닌가.


“아직 제 짐작일 뿐이예요. 하지만 제게 집중한 건 틀림없어요.”

“천학승이라면 충분히 널 알아볼 수도 있겠지. 네 생각이 중요하겠구나.”

“제 생각이요?”

“그래. 소림사로 가고 싶으냐?”

“... 그게 제 마음대로 될까요.”


손중의 말에 아비 손씨가 희미하게 웃었다. 아들은 모르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손씨는 아들을 얻은 후 수많은 책을 읽고 소문을 듣기 위해 돈을 썼다. 그리고 그는 손중처럼 하늘이 내린 아이들이 더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이 모두 몇 명이고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두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무림의 거대세력들이 그들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라면 충분하다. 네 의지만 있다면 혜공대사는 필히 널 소림사로 데려갈 것이야.”

“...”


손중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확신에 찬 말에서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자신을 구파일방으로 입문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손씨가 그의 의중을 읽은 듯 먼저 입을 열었다.


“널 처음부터 구파일방으로 보내지 않은 이유는 네 재능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잘 이해가 안 돼요.”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더욱 더 구파일방으로 보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손중은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구파일방에서 수련했다면 지금쯤 절정고수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넌 어딜 가든 군계일학이 될 수 있는 아이다. 어떤 문파라도 네 재능을 가만히 놔두지 않아. 최고의 무공을 전수하고 귀한 영약을 너에게 먹일 것이다.”

“그럼 좋은 거 아닌가요?”

“좋지! 하지만 중아. 내가 늘 말하지 않았더냐?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군요.”

“그래. 넌 한 문파의 소속으로 그에 걸맞은 행동과 삶을 살아야 한다. 정파라면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고 사파라면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하지. 또 마교면 어떻겠느냐? 평생 힘과 권력을 위해 다툼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그래서 네게 무뿐만 아니라 문을 배우게 하고 예를 배우게 했으며 의와 술을 가르쳤다. 이제 네 나이 열 다섯이 넘으니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머리는 생겼을 것이다.”


손씨는 손중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아들이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손중이 흥미를 느낄만한 것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아직까지 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은 무였다. 그다음이 예상 외로 상이었는데 손중은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제가 가야할 길.”

“그래.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지금 선택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손중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꽤 오래 생각했고 손씨는 차분히 이를 기다려주었다.


“중이 되는 건 싫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손씨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그럼 무엇을 하고 싶으냐?”

“아직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다만 너무 오래 걸리지 말아야 한다. 네 나이가 결코 어린 것이 아니니.”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왜 그러느냐?”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요.”


손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혜공대사가 절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그가 살인귀 같이 느껴졌습니다.”

“...”


손중의 말에 손씨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가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물었고 손중은 혜공대사를 만났을 때의 느낌을 매우 세세하게 표현했다.


“제 착각일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 허나.”


이순이 넘는 생을 살아온 손씨의 직감이 위험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는 아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들에게 철저히 자신을 숨기라고 가르쳤다. 손중의 재능이라면 어떤 일에 휘말릴지 몰랐다. 실제로 자신이 있던 마을이 쑥대밭이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껏 잘 숨겨왔던 아들을 누군가 알아본 것이다. 그게 소림사의 천학승이었기에 경계심을 갖진 않았지만, 손중의 말이 맞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싹을 미리 제거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정파라고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손씨가 평생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것. 특히나 패배가 곧 목숨과 직결과는 무림에서는 이런 사실을 더욱 잊어선 안 됐다.


“중아.”

“네.”

“떠나야겠구나. 급히 짐을 싸 거라.”

“음.”


손중의 머리에 동오, 적삼을 비롯한 친분 있는 아이들이 떠올랐으나 이내 곧 고개를 젓고 몸을 일으켰다. 그가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고 손씨 역시 이런 일을 대비하여 미리 싸두었던 짐을 챙겼다.


두 사람은 빠르게 마을 밖으로 사라졌다.


**


손중이 마을을 떠난 다음 날, 곽문은 장충을 비롯한 세 명의 아이를 불렀다. 혜공대사에게 무를 선보이기 위함이었다.


“몸 상태는 어떠느냐?”

“좋습니다.”


장충이 대답했고 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흠.”


아이들은 좋아보였으나 곽문은 무언가 빼먹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뭔지 몰랐으나 곧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손중은 어디 있느냐?”


손중! 어제 혜공대사가 지켜봤던 아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터였다. 어제 그 사실에 대해 고민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손중의 특별함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평범하다. 평범···.한 것이 맞는가?’


평범. 특출나지도 못하지도 않은 상태. 생각해 보니 손중이 이곳에 들어오고 5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못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특출나지 않았다. 순간 곽문은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사람이란 존재는 유기적이어서 잘나기도 하고 못나기도 한 법이다. 아무리 못난 아이라도 5년 이라는 기간 동안 한 번은 잘하기 마련이었다. 눈 앞에 있는 재능 넘치는 장충도 못 할때가 있지 않는가. 그런데 손중은 못하는 것조차 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안 나온 것 같습니다.”


제자 한 명이 대답했다.


“안 나왔다고?”


곽문은 혈액이 빨리 도는 것을 느꼈다. 가끔 그의 아버지가 아파 간병의 이유로 못 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이 그 날인가? 아닐 가능성이 컸다. 손중은 아버지가 아프면 늘 미리 언질을 주었다. 못 나올지도 모른다고. 아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곽문은 그 이유가 혜공대사와 관련됐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다고 확신했다. 그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네. 오늘 안 나온 것 같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음. 아니다. 일단 혜공 대사에게 가자꾸나.”


곽문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손중에게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당장 중요한 건 혜공대사에게 아이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며 교관 하나를 시켜 손중의 집으로 가게 했다.


**


“이얍!”


대지가 울리는 기합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혜공 앞에서 장충을 비롯한 아이들이 무공을 뽐내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절도 있었고 힘이 있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느끼게 했다. 이에 만족했는지 혜공도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곽문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훌륭합니다.”


곽문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가 다음 말이 나오길 기다렸으나 혜공은 그걸로 끝이었다. 곽문이 약간의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를 눈치 못챌 혜공이 아니었다.


“한 아이는 데려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허허.”

“오!”


곽문이 즉시 장충을 쳐다봤고 혜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곽문의 예상대로였다. 본산에서 직계제자를 본 곽문이었기에 어느 정도 장충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곽문의 기대감이 최대치로 올라갔다. 장충이 본산에 입산하게 되면 그에게도 곽문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었다. 특히 곽문과 금강문의 명성은 변방뿐만 아니라 중원까지 퍼질 것이 분명했다. 속가제자가 직계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힘든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본산에서는 하늘의 선택을 받은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하늘의 선택이요?”


곽문이 어리둥절했다. 재능이 뛰어나면 뛰어난 것이지 하늘의 선택이란 건 무슨 뜻인가. 그러나 혜공은 허허 웃을뿐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에 곽문이 반문했다.


“그럼 손중은 어떻습니까? 어제 쳐다보신 아이입니다.”

“이름이 좋군요.”


혜공은 또 대답을 회피하였다. 이에 곽문이 답답해 했지만 감히 천학승에게 꼬치꼬치 물을 순 없었다. 그날 곽문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장충에게 본산에 갈 수 없겠다고 전하였다. 장충은 실망하며 그 이유를 물었으나 하늘의 선택을 받지 않았다는 스승의 말에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버지에게 수없이 들었지만, 막상 정들었던 마을을 갑작스럽게 떠나니 손중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아버지가 걱정이구나.’


손중은 앞서 가는 손씨를 바라보았다. 나이를 지긋이 먹어 허리가 굽어졌고 눈도 침침하여 가까이 있는 것은 잘 구별하지도 못했다. 근육이 빠진 것은 물론, 관절도 약해져 있었고 지병까지 있었으니 다른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을지 의문이었다.


“잠깐 쉬었다 가요.”


손중이 호흡이 거칠어진 손씨를 보고 말했으나 그가 고개를 저었다.


“한 시라도 빨리 이 일대를 벗어나야 한다.”


이미 마을을 떠난 후 건강상의 문제로 수없이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다. 중간 중간 손중이 손씨를 업고 가기도 했으나 사람인 이상 한계가 명확했다. 벌써 마을을 떠난지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버지. 혜공 대사가 절 찾고자 했으면 하루만에 찾아냈을 거예요. 그런데 아직까지 저희가 무사한 걸 보면 저희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어요.”


손중이 생각하기에 이 정도 거리라면 스승인 곽문의 실력만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물며 혜공 대사라면 어떻겠는가. 게다가 곽문은 손중이 사는 곳을 알고 있었다. 협조를 구했다면 더욱 빨리 찾아냈을 것. 이는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질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다. 어서 가자꾸나.”

“그럼 제가 업어 드릴게요.”


앞에 있는 길이 오르막이었기에 손중이 재빨리 손씨를 업었다. 손씨가 짐을 받아 몸에 단단히 묶었다. 그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들의 등을 느끼며 남몰래 눈시울을 붉혔다. 어미도 없이 이렇게 자란 것에 대한 고마움과 곧 자신이 죽게 되면 혼자 남게 된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우시는구나.’


손중은 손씨가 우는 것을 알아챘다. 보이진 않지만 손씨의 미세한 흔들림이 전해졌다. 손중 역시 눈물을 흘려 봤기에 이 때의 몸상태를 알고 있었다.


‘어떤 위로를 해드려야 할까.’


같은 슬픔을 느끼면서 생각했으나 손중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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