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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님의 서재입니다.

소림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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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5.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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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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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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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323

작성
24.05.2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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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만남 (2)

DUMMY

“내공을 쌓기 힘들 것 같구나.”


혜공의 말에 손씨 부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내공이야말로 무림인과 일반인을 구분해주는 명확한 지표였다. 그런 내공을 쌓기가 힘들다니.


“그럼 지금 가지고 있는 내공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손중은 5년 전 금강문에 들어와 제대로된 내공심법을 배웠다. 소림의 내공심법 중 속가제자에게만 전해지는 반야심공이었다. 비록 본산의 내공심법보다 효능이 떨어질지라도 타문파의 절기와 비교하면 모자람이 없었다. 손중은 이를 매일 수련하여 5년이 지난 지금 콩알만한 크기의 내공을 만들었다.


“언제부터 반야심공을 익혔느냐?”


혜공이 묻자 손중이 빠르게 날짜를 계산했다.


“일수로 따지면 1802일 정도 되었습니다.”

“호오. 1802일이라.. 아무래도 직전제자들과 비교해야겠지. 그 정도 시간이면 직전제자들은 네가 쌓은 내공의 두 배 이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손중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5년 이란 세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심법을 수련해왔던 그였다. 직전제자들과 차이가 있을 것이란 건 당연한 얘기였으나 그게 두 배라니. 그렇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이유가 뭔가요?”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네 몸이 기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잘 이해가 안 돼요.”

“방금 내가 머리에 손을 얹을 때 따뜻한 기운을 느꼈지?”

“네.”

“그게 내 내공을 기로 방출한 것이니라. 그런데 기의 절반이 백회를 지나자 소멸했다.”

“소멸이요?”

“내 느끼기론 네 몸이 방어작용을 한듯 싶은데.. 상성이 다른 내공이 충돌할 시 그런 경향을 보이지만 네 사례는 조금 다르다. 절반은 받아들였으니. 그래서 네가 내공을 쌓기 힘들다고 말한 것이다.”

“절반···”


손중이 생각에 잠겼다. 혜공의 말대로라면 여태 했던 수련은 절반의 기로만 했던 셈이 된다. 그렇다면 내공이 두 배가 차이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왜 자신의 몸은 기의 절반밖에 받아들이지 못할까? 손중은 그 이유를 찾으려고 했으나 어떠한 답도 찾을 수 없었다.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받아들이면 되느니라. 네 몸이 그러한 걸 어찌 하겠느냐? 대신 완벽한 육체를 얻지 않았느냐.”

“좋은 건지 잘 모르겠네요.”

“내공은 그걸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육체가 만들어졌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지. 아무리 내공이 많다한들 제대로 쓸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느냐.”

“그렇군요.”


손중이 긴가민가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공이 적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도 금강문의 제자 중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이게 완벽한 육체의 힘이었다.


“무엇이 되고 싶으냐?”


역근경을 가르쳐주려다 실패한 혜공이 물었다. 그때 손중의 머리로 푸드득 거리며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창공 높이 비상하는 새를 보던 손중이 입을 열었다.


“저 새처럼 되고 싶네요.”

“새라! 새도 여러 종류가 있지. 화려한 원앙도 있으며 날카로운 매도 있으며 붕새와 같이 하늘을 품는 새도 있지.”

“제가 원앙으로 태어났으면 원앙이 되고 매로 태어났으면 매가 되고 붕새로 태어났으면 붕새가 되겠지요.”

“허허. 그래.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순리대로 사는 것이 세상 이치거늘.”


혜공이 손중의 대답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는 대답뿐만 아니라 손중의 성격도 꼭 마음에 들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신중했고 말을 할 때 반드시 생각하고 내뱉었다. 또한 완벽한 육체를 가졌는다는 말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고 내공을 제대로 쌓을 수 없다는 말에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이는 감정을 다스릴 줄 안다는 얘기였다.


‘왜 이름이 중(中)인지 알겠구나! 인연이 이어지지 않으니 아쉬울 따름이구나.’


지난 5년간 소림이 찾아 다녔던 하늘의 아이 혹은 별의 아이. 이 드넓은 중원에서 드디어 원하던 아이를 만났건만 안타깝게도 하늘은 인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사님. 왜 저에게 역근경을 가르쳐 주시려고 한 것인가요? 제가 소림사에 가지 않겠다고 했음에도요. 제안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제안인가요?”


손중이 대화의 시작을 놓치지 않고 질문했다.


“한 가지 대답을 듣고자 했다.”


혜공이 손중 대신 손씨를 쳐다보았다.


“어떤..?”


손씨는 그 대답의 답을 자신이 알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혜공은 말하는 대신 침묵을 유지했다. 잠시 적막이 맴돌았다.


“아이가 있을 때 얘기할 것이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손중이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려 했으나 혜공이 손을 저어 이를 제지했다.


“가지 않아도 된다. 역근경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대답을 들을 이유도 없지.”

“그렇군요.”

“하지만 난 반드시 그 대답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내게 다른 소림의 절기를 알려주고 싶구나.”


손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질문이 세상에 있나요?”


한 문파의 절기, 그것도 소림의 절기는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랬기에 소림의 장래를 책임지고 그곳에 뼈를 묻을 직전제자에게만 전해졌다. 그런 무공을 속가제자인 손중에게 전해주겠다는 것은 혜공이 받을 대답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였다. 손중은 그게 궁금했다.


“있고말고.”

“질문이 무엇인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손씨가 혜공에게 말했다. 그러자 혜공이 말을 하지 않는데 그의 목소리가 귀 속으로 들려왔다.


‘아이가 공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소? 안다면 눈동자를 두 번 깜빡이시오.’


혜공의 물음에 손씨는 두 눈을 깜빡였다. 손씨는 손중을 아들로 삼고 말을 알아듣기 시작할 시점 출생에 대한 모든 것을 밝혔다. 어린 아들은 그 말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으나 손씨는 틈 날때마다 이야기를 해줬고 이 덕분인지 손중은 커가며 자기가 별에서 태어났다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자식을 참 잘 키우셨소.”


혜공이 알고 있는 별의 아이들은 모두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손씨의 태도에 당황한 것이다. 그는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알려주고 자식을 이렇게 키워온 손씨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이야.”


혜공이 손중을 불렀다.


“네.”

“네가 온 곳이 어디인 줄 아느냐?”

“별이요.”

“그래. 잘 알고 있구나. 넌 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 별은 하늘에서 왔지. 그래서 우리 무림인은 너희와 같은 존재를 하늘의 아이, 별의 아이, 혹은 성인이라고 부른다.”


손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의 아이는 모두 뛰어나다. 너를 포함한 내가 본 세 명의 아이가 모두 그랬지.”


손중은 혜공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혜공이 빙긋 웃었다.


“어떤 일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 원인이 있기 마련 아니겠느냐?”

“아.”


손중이 그제야 혜공이 말하려는 바를 깨달았다. 별의 아이들이 모두 뛰어나다면 뛰어난 이유가 필히 있을 것이었다.


“너희들이 태어난 별. 그 별은 일반 운석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주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힘은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요?”


혜공이 손씨를 바라봤다.


“맞습니다. 민둥산의 꼭대기만 푸르러 기이하게 여긴 것이 별을 발견하게 된 이유입니다.”


손중도 손씨에게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산의 정상에만 어느 날부터 푸르른 잎들이 돋아났다고.


“푸르른 생명들이 생겨나고 실체로 아이들이 태어났으니 별에는 생명을 창조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예상할 수 있지. 그렇지 않느냐?”

“네.”


아주 단순한 추론이었으나 손중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이었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가 별의 힘 때문인지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느라 원인을 생각하지 못했다.


“자 그러면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으냐?”

“...”


손씨가 고개를 끄덕였고 손중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손씨는 별을 발견했을 때부터 그 힘으로 인해 피바람이 불 것이라 예상한 바 있었다. 다만 그 힘이 얼마나 강하고 세상에 영향을 미칠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실제로 별을 가지고 있는 세력들은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어딘가에 꽁꽁 숨겨두고 그 힘을 사용하고 있다. 아주 비밀스럽게 말이지.”


말을 하는 혜공의 얼굴은 상당히 진지했다. 심각함까지 느껴질 정도라 장내의 분위기가 꽤 무겁게 가라앉았다.


“무림에 모르는 사람이 없고 가본 곳이 없는 나도 별을 직접 보기까지 상당한 세월이 걸렸다. 그것도 기인인 금안노사를 알지 못했다면 영영 볼 수 없었겠지.”

“그럼··· 대사님이 저에게 본산의 절기를 가르쳐 주려는 이유는 아버지에게 별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겠네요. 제가 태어난 그 곳이요.”

“영특하구나. 맞다. 네가 태어난 그 별. 소림은, 아니 솔직히 말해주마. 소림뿐만 아니라 별의 존재를 아는 중원의 세력은 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손씨는 혜공대사의 말에서 별의 아이보다 별이 더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상상했다. 별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아들이 만들어지는 끔찍한 상상을.


“별에서 아이를 만드는 겁니까?”


손씨가 상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아이들이 절정의 무공을 익히고 세상에 나온다면..


“아직까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별의 아이를 찾는 움직임도 없었겠지요.”

“휴. 그건 다행이군요.”

“그런데 대사님. 소림은 별을 찾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손중이 의중을 찌르는 말을 내뱉었다. 그의 생각으로 별은 위험한 것이었고 정파라면 그걸 찾아내 없애는 것이 맞았다. 중원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아주 큰 물건이었으니까. 그런데 혜공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치 별을 이용하려고 찾는 것 같았다.


“힘을 위해서다.”

“음···”


답을 들은 손중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야. 소림이 태산인 이유는 힘이 있어서다. 정파가 정파인 것도, 마교가 마교인 것도 모두 힘이 있어서다. 황제가 나라를 지배하는 것도 네가 특별한 존재인 것도. 모두 힘이 있어서다. 내 말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그래도 정파라면 별을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 말은 내가 지금 너를 없애야 한다는 말과도 일치하는구나.”


손중이 침묵했다. 손씨가 당황해 하며 재빨리 품 안에 손을 넣어 단도를 잡았다.


“세상의 질서와 법은 모두 힘에서 비롯된다. 선과 악, 옳고 그름 역시 힘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부처를 따르는 소림이 왜 무(武)를 연마했겠느냐? 부처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선 무가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상과 너무나도 다른 법이지.”


손씨가 깊이 공감한 표정을 지었고 손중은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한 듯했다. 혜공의 말은 계속되었다.


“최종적으로 별을 없애는 것이 목표이니라. 허나 그 별로 인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중요한 건 힘이 아니라 힘을 쓰는 사람이다. 올곧은 사람이 힘을 쓴다면 그것만큼 든든한 일도 없지 않겠느냐?”

“올곧은 사람···”


순간적으로 손중은 동오를 떠올렸다.


“그래 올곧은 사람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이 없다는 건 내가 알고 세상이 알지. 하지만 올곧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있다. 정파가 왜 정파겠느냐.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소림을 믿는단다. 천년소림아니겠느냐?.”


천년소림!

이 말이 주는 무게감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숭산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무림의 대소사를 겪어왔던 문파. 그리고 단 한 번도 꺾이지도, 변하지도 않았던 문파. 그게 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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